'문재인 1인시위' 사진은 어떻게 조작되었나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7.11.16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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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패널을 들고 1인시위하는 사진이 유포되고 있다. 사진은 원본이 있지만 내용은 조작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패널을 들고 광화문에서 1인 시위하는 사진이 최근 인터넷에서 돌고 있다. 패널에는 '반공법 폐지, 국정원 폐지, 한미동맹반대, 통일연방제, 북핵은 자위적, 더불어민주당'이라고 적혀있다. 사진 아래에는 '미치광이 김정은의 하수인'이라는 부연 설명이 되어 있다.

최소한의 문해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사진이 원본이 아니고 조작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면 이 사진의 원본은 무엇이며 어떻게 이런 사진이 나오게 된 것일까.

 

2015년 10월 12일 역사왜곡 교과서 반대 패널을 들고 1인 시위하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사진 출처:민중의 소리

원본은 국정교과서 반대 1인 시위

2015년 10월 12일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정부의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 발표에 반대하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교과서를 반대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위 사진이 바로 원본 사진이다. 원본 사진에는 '역사왜곡 반대!, 새정치민주연합'이라고 적혀 있다. 새정치연합은 2016년에 더불어민주당으로 바뀌었다. 즉 맨 위의 합성사진은 비교적 최근인 대선기간이나 대통령 당선 이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스스톤 카드를 들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 가짜 뉴스가 아니고 패러디다.

원본을 기반으로 다양한 패러디 사진 존재

사진 합성은 일종의 놀이다. 일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을 합성한 것은 정치적인 목적도 있지만 자기들끼리 낄낄거리며 놀기 위한 것이다. 패러디의 아이디어는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등 대중 미디어에서 가져온다.  위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블리자드가 서비스하는 온라인카드게임 <하스스톤> 카드를 들고 있는 모습이다. 재미를 위해 만든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젊은 세대는 합성 사진 놀이를 통해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정치를 이해한다. 아래 사진은 유명인을 대상으로 한 하스스톤 합성사진이다.  

공인을 대상으로 만든 하스스톤 카드 합성사진

실제 있는 사진이라고 오해할 일이 전혀 없다. 소위 발퀄(발로 만든 퀄리티) 사진도 보인다. 게임의 맥락속에서 대중정치인들의 이미지는 새롭게 형성되고 소비된다. 나름의 정치에 대한 소극적 비판과 해석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이런 사진을 가짜뉴스라고 보지 않는다. 정치인이나 유명인에 대한 풍자가 주목적인 패러디물이다. 

 

'공산주의자'단어가 들어가도 단순 패러디일까?

위 사진도 단순한 패러디일까. 패널에는 '내가 공산주의자일까요? 반미, 국정원 폐지'라고 적혀있다. 문재인이 급진적이라는 이미지를 강화시키기 위해 누군가 의도적으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전 이사장이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고 주장한 이후 공산주의와 문재인을 연결짓는 이런 이미지가 증가했다. 

그런데 이 사진이 나오게 된 맥락을 전혀 모르는 노인층이 사진을 본다면 문재인 대표가 실제 이런 패널을 들고 시위한 것으로 오인할 수도 있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사진은 출처와 제작 시점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이 사진이 최근 사진이고 내용도 실제인 것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다. 

'정치적, 경제적 이익을 얻고자 뉴스의 형식을 빌어 남들을 속이는 내용을 담은 것'을 가짜뉴스의 일반적 정의라고 할 때, 이 사진은 가짜뉴스에 상당히 근접해 있다. 이 사진엔 제작자의 정치적인 목적이 투영되어 있고, 보도사진의 형식을 갖췄으며, 잘못된 내용을 담고 있다.

위 트윗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사진은 2015년에 널리 유포됐다. 보수성향 국민은 이 사진을 문재인 대표를 비난하는데 사용했다. 확증편향이 강한 사람들이 확인이 안된 거짓 정보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인용하는 것은 가짜 뉴스와 관련된 대표적 현상 중 하나다. 최근에도 보수성향 블로그들은 이 사진을 인용해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 칭하고 적화통일을 염려하고 있다. 맨 위 합성 사진도 이런 인식의 연장선상에서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일베에도 여전히 이 사진이 사용되고 있다. 

 

군 사이버사령부에서 제작해 인터넷 커뮤니티에 유포한 패러디물. 김관진 국방부장관을 종북세력과 싸우는 태권브이에 비유했다.
국정원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배우 문성근과 김여진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기 위해 합성해 배포한 사진. MBN 화면 캡처

그럼 누가 이런 사진을 제작 유포했을까. 최근 그 해답이 나오고 있다. 보수정부 시절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는 야당 정치인과 그 지지자를 음해하고 보수 세력을 옹호하는 합성사진을 제작해 인터넷에 유포시켰다. 극우 일베에서 만들었을 것 같은 이런 사진이 사실은 국가기관에 의해 제작된 것이 밝혀졌다. 문재인 1인시위 사진조작에도 국가기관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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