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컴뷰어만 그리니치 표준시? 모두 틀렸다

  • 기자명 지윤성 기자
  • 기사승인 2017.10.27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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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3일 국감에서 또 다시 최순실 태블릿 PC의 진위여부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JTBC가 박근혜 대통령 드레스덴 연설문을 열어본 건 2016년 10월 18일 오후 4~6시 사이인데 반면에 검찰의 포렌식 보고서에는 같은 날 오전 8시16분으로 나와 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이를 근거로 jtbc가 최순실 태블릿PC를 조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김 의원의 주장은 국감현장에서 노회찬 정의당 의원에게 바로 반박됐다. 그리니치 표준시 사용 때문에 오해가 있었다는 지적이었다. 그런데 이날 발언을 한 김진태 의원, 노회찬 의원,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까지 모두 잘못된 사실을 말했다. 뉴스톱은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이런 오해가 나온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이들의 발언에 어떤 오류가 있는지 살펴봤다.

 

기준은 그리니치 표준시, 표시는 현지시각

이 논쟁에서 알아야 할 가장 기본적인 사안은 전 세계 모든 애플리케이션 파일은 그리니치 표준시(GMT)를 기준으로 파일시스템에 저장된다는 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애플리케이션이 전 세계 곳곳에서 쓰이기 때문에 기준 시간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리니치 표준시로 생성된다고 해서 그 시간대로 파일 정보상에 표기되는 것은 아니다.  파일정보상에는 알아보기 쉽게 현지 시간대 기준으로 표기된다.

다음은 필자 맥북프로의 특정 그림 파일 정보와 설정된 시간대이다.

 

노트북의 시간대는 그리니치 시간대 기준 +9인 서울시간(GMT +9)이고 그림파일 생성일은 2017년 4월 4일 오전 11시 13분이다. 이제 필자의 노트북 시간대를 이탈리아로 변경해 보자.

 

 

이탈리아를 포함한 유럽엔 10월 마지막 일요일까지 서머타임이 적용된다. 그래서 원래 이탈리아의 시간대는 GMT+1 이나 이 기사를 작성한 시점으로 GMT+2다. 즉, 현재 시점으로 한국이 이탈리아보다 7시간 빠른 것이다. 

위 사진을 보면 같은 파일인데 생성시간이 2017년 4월 4일 오전 4시 13분으로 바뀌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필자가 서울시간 기준으로 만든 파일의 생성시간은 오전 11시 13분이고 그때 이탈리아는 오전 4시 13분이니깐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다.

한가지 상황을 가정해 보자. 서울에 근무하는 직원이 위의 파일(오전 11시 13분 생성)을 이탈리아에 있는 상사에게 보내야 한다. 상사는 4월 4월 오전 10시전까지 작성해 보내라고 지시를 해놓은 상태다. 직원은 파일을 생성하자마자 상사에게 보냈다. 

만약 해당 국가 시간대로 파일 생성시점이 자동 변경되지 않는다면 이탈리아 상사가 파일을 열어보았을 때 파일 생성시점은 한국에서 파일을 만든 오전 11시 13분으로 기록될 것이다. 당연히 서울에 있는 직원은 오전 10시까지 만들라는 지시를 어긴 것으로 되어 욕을 먹었을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본 것처럼 파일의 생성 및 수정 시점은 해당 국가 시간대에 따라 자동으로 변경된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그리니치 표준시의 사용이다.  파일 생성/수정 시점은 기준인 그리니치 표준시에 맞춰 내부적으로 기록되지만, 시간대 변경에 따라 그 시점이 자동으로 변경이 되어 보이게끔 설계되어 있다. 

이는 한컴뷰어와 같은 특정 애플리케이션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전세계 모든 애플리케이션이 이같은 방식을 사용한다. 컴퓨터나 태블릿PC의 모든 애플리케이션은 전세계 어느 지역에서나 사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애초에 그리니치 표준시를 기준으로 파일이 생성되는 시스템을 사용한다. 이를 '타임 스탬프'라 한다. 만약 글로벌 시대에 표준시 개념이 없다면 수많은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애플리케이션 뿐 아니라 정보가 기록되는 모든 운영체제에는 이같은 타임 스탬프가 기본으로 적용된다. 자동차, 비행기 등 운영체제 (임베디드 OS)를 사용하는 모든 기계장치들은 내부적으로 그리니치 표준시로 자료를 저장한다. 

그리니치 표준시 정확히는 UTC(세계협정시, 協定世界時, Universal Time Coordinated)라고 하는데 모든 파일시스템은 내부적으로 UTC기준으로 저장된다. 단지 사용자가 화면상으로  때에만 현지 시간으로 바꾸어서 보여주는  뿐이다. 현지 시간은 안드로이드 타블렛 PC 같은 단말기 시스템에서 개인이 설정한 시간대를 말한다

그러면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나온 파일의 정보는 어떤 시간대를 기준으로 표시될까. 당연히 표준시인 그리니치 시간대다. 즉, 검찰이 포렌식을 통해 검증한 최순실 태블릿PC의 문서파일 다운로드나 저장 및 수정 시간대에 대한 보고서는 그리니치 표준시로 명기된 것이고 , jtbc가 파일을 열어봤다는 시점은 한국시간 기준 관점으로 말한 것이다. 디지털 포렌식 보고서상에 문서파일 생성 시간 등이 모두 그리니치 시간대를 기준으로 했다는 표현만 정확히 있었어도 이런 불필요한 오해는 사지 않았을 것이다. 

 

김진태 의원, 표준시 개념 정말 몰랐을까?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제기한 최순실 태블릿PC의 드레스덴 연설문 파일 조작 의혹은 위에 언급한 표준시 개념을 몰라서 (혹은 고의로 무시해서) 생긴 해프닝이다. 그동안 jtbc가 입수한 태블릿 PC가 최순실 것이 아니라는 의혹이 보수진영에서 줄곧 제기되었는데 가장 많이 나온 것이 바로 파일 생성/수정 시점이 맞지 않다는 것이다. 

위 동영상에서 보는 것처럼 김진태 의원의 의혹제기는 쉽게 해명될 수 있다.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나온 파일의 시점은 당연히 그리니치 시간대이므로 거기에서 9시간을 더하면 한국 시간대가 나온다. 이런 사실은 IT에 조금만 관심이 있으면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김진태 의원은 본인의 주장이 노회찬 의원과 검찰에 의해 논파된 뒤 오후 재개된 국정감사에서 다시 이같은 발언을 한다. (아래 동영상 참고)

"한컴뷰어는 그리니치 표준시를 또 따른다더라. 천만의 말씀이에요. 그런 앱이 들어와서 태블릿이건 핸드폰이건 와서 구동이 되면 다 여기에 설정된 기준시로 가는 거지. 한컴뷰어만 그리니치 표준시 같은 그런 게 어디 있습니까?"

 

김 의원은 포렌식 전문가에게 물어본 결과 모든 애플리케이션이 그리니치 표준시가 아니라 현지시간으로 기록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말 포렌식 전문가가 저렇게 조언을 해줬을까? 국회의원이 의혹제기를 하려면 최소한의 기초 조사가 필수다. 만약 김 의원이 표준시 개념을 몰랐다면 매우 불성실한 것이고, 알면서도 의혹제기를 했다면 매우 불순한 의도를 지닌 것이다. 

 

노회찬 의원, 윤석열 지검장도 잘못 알았다 

다음은 국감 당시 노회찬 의원의 질의와 검찰의 답변이다..

노회찬그러면 열어본 시간이 기록돼야 하는데, 왜 그것보다 9시간 이전인 오전 08시 16분으로 기록되어 있느냐라고 의문이 제기 된 것 같습니다. 이를 문제 삼고 있는 것 같은데 HWP파일을 열어보기 위해서는 한컴뷰어라는 앱을 이용해야 열어볼 수 있죠, 그래서 저도 그걸 쓰고 있는데 한컴뷰어로 연 문서는 표준시 즉, 그리니치시간으로 우리나라 시간보다 8-9시간 정도 앞당겨진 시간으로 기록되죠 ? 

검찰 :  그렇습니다.

그리고 노회찬 의원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건 한컴뷰어한테 따져 물어볼 일입니다"

 

노회찬 의원은 그리니치 표준시로 기록되게 설계된 것은 한컴뷰어만의 문제이니 한컴에 따져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앞에 설명했듯이 이건 한컴뷰어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 모든 애플리케이션이 파일을 기록할 경우 내부적으로 그리니치 표준시를 기준으로 저장한다. 사진, 문서, 동영상, 실행파일까지 모든 경우에 해당된다. 즉, 노회찬 의원은 그리니치 표준시의 존재는 알았고 표준시를 기준으로 파일이 저장된 사실도 알았지만 그게 특정 애플리케이션의 문제라고 오해한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윤석열 지검장의 발언이다.
 

윤 지검장은 한컴뷰어만 국제표준시로 되어 있다고 발언하였다. 부하직원들에게 물어본 뒤 답변을 한 것인데, 급박한 상황이어서 담당 검찰직원이 제대로 설명을 못했던지, 아니면 윤 지검장이 이해를 잘못한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문서, 그림, 동영상 등 종류에 관계없이 모든 파일은 다 그리니치 표준시로 내부에 저장된다.

위의 김진태 의원의 발언에는 절반의 진실이 담겨 있다. 즉 한컴뷰어만 특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애플리케이션이 똑같은 기록시스템의 적용을 받는다. 다만 김 의원 주장대로 현지시간이 아니라 표준시로 내부적으로 기록될 뿐이다. 

 

JTBC 팩트체크의 아쉬운 점

jtbc는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이 국회에서 또 제기되자 직접 디지털 포렌식을 해 조작이 없음을 증명했다.  

jtbc는 팩트체크 기사중에 다음과 같이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이상진 교수의 발언을 인용하였다.

“이상진 교수는 안드로이드 체계에서 쓰는 한컴뷰어 같은 앱은 '그리니치 표준시'인 GMT로 시간을 기록한다고 말했습니다.” -jtbc 팩트체크 중

이 같은 오대영 기자의 표현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딱 좋은 말이다. 안드로이드 뿐 아니라 애플 iOS,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등 모든 운영 체계에서 한컴뷰어뿐 아니라 모든 애플리케이션은 그리니치 표준시를 이용해 내부에 기록하기 때문이다. 팩트체크라는 포맷을 사용한다면 좀더 정확하게 사실을 전달했어야 했다.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의혹과 관련해, 김진태 의원이 가장 부정확한 발언을 했지만, 결국 나머지 사람들도 일부 틀린 발언을 했다. 팩트가 정확히 전달되어야 오해가 없어진다. 필자가 이 기사를 쓴 이유는 지속되는 불필요한 논쟁과 오해를 끝내기 위해서다. 

결국 이번 논란에서 진실을 말한 것은 오직 한컴뷰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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