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팩트체크’가 허위사실 공표?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7.11.01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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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지난 대선 기간 운영된 <SNU팩트체크>와 관련해, 네이버와 서울대가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2항(허위사실 공표)을 위반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자유한국당의 주장에 대해 팩트체킹했다.

 

<SNU팩트체크> 홈페이지 캡처

 

자유한국당은 10월 31일 “대선 기간 네이버와 서울대는 12개 언론사와 협의해 네이버 홈페이지 내에 <SNU팩트체크>라는 코너를 만들어 각 후보의 발언과 자료에 대한 팩트 체크 관련 기사를 게시했는데 이 과정에서 홍준표 후보의 당선을 방해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지속적·반복적으로 공표했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이 위반의 근거로 삼은 공직선거법 205조 2항은 다음과 같다.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연설ㆍ방송ㆍ신문ㆍ통신ㆍ잡지ㆍ벽보ㆍ선전문서 기타의 방법으로 후보자에게 불리하도록 후보자, 그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ㆍ비속이나 형제자매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거나 공표하게 한 자와 허위의 사실을 게재한 선전문서를 배포할 목적으로 소지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SNU팩트체크는 무엇인지, 그리고 실제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사실이 있는지 확인해보자.

SNU 팩트체크는 언론사가 자율적으로 참여한 팩트체킹 플랫폼

<SNU팩트체크>는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와 국내 언론사 15곳(방송사 7곳, 신문사 8곳)이 날로 심각해지는 ‘가짜 뉴스’에 공동 대응하기로 하고 출범시킨 팩트체크 전용 플랫폼이다.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장은 지난 3월 29일 열린 특별 세미나에서 “개별 언론사 단위로 팩트체크를 강화하는 추세인데, 하나의 언론사가 감당할 수 없는 과업이라 언론사들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에 따라 언론사들의 팩트체크 결과물을 ‘큐레이션’ 해주는 플랫폼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학자·언론인 7~11명이 참여하는 협의제 기구 ‘팩트체크위원회’를 만들어 운영 규정 등 제반사항을 관장하고, 서비스의 상시적인 운영은 ‘팩트체크센터’가 맡는 형태다. 앞으로 참여 언론사를 더 늘려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출범 당시에는 KBS,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YTN,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국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 15곳이었으며, 10월 31일 현재 10개 언론사가 추가되어 25개 언론사가 참여하고 있다.

아래는 보도자료에 나온 자유한국당의 주장과 이에 대한 팩트체크 결과다.

<주장1>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유독 거짓말을 많이 하는 것으로 발표하는 등 홍준표 후보의 당선을 방해할 목적으로 홍준표 후보에 관한 허위의 사실을 지속적·반복적으로 공표했다”

대체로 거짓이다.

자유한국당의 주장(홍준표 후보가 유독 거짓말을 많이 하는 것으로 발표)은 대선이 끝난 후인 5월 17일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가 공개한 ‘SNU팩트체크 결과’를 지목한 것이다. 

SNU팩트체크는 참여 언론사의 대선 후보 발언 검증 결과를 종합해 발표했다. 확인 결과, 대선 후보 중 홍준표 후보가 가장 거짓말을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결과는 대선이 끝난 뒤 9일 후에 발표한 것이다. 즉, 이 발표와 대선 결과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기 때문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 

<SNU팩트체크> 서비스가 시작된 지난 3월 29일부터 19대 대통령 선거 전날인 5월 8일까지 검증을 위해 입력된 ‘팩트체크 이슈’는 총 144개였는데, 이 가운데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관련한 팩트체크 가운데 ‘홍준표 후보가 유독 거짓말을 많이 한다’는 팩트체크는 없다. 

15개 언론사의 팩트체크 결과, 홍준표 후보가 가장 거짓말을 많이 했다는 것은 '팩트'다. 후보별 발언의 사실성을 따져봤을 때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거짓 발언 비율이 가장 높았는데, 홍 후보는 검증된 47개의 발언 중 31개(66%)가 ‘거짓’ 또는 ‘대체로 거짓’으로 분류됐다.

대선 기간 동안 각 언론사의 작성한 팩트체크 기사가 허위사실을 담고 있다면 해당 언론사를 고발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서울대만 꼭 집어서 고발을 했다. 서울대가 팩트체크 플랫폼을 운영하지 못하게 하려고 압박을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즉 자유한국당의 주장에서 "홍준표 후보가 유독 거짓말을 많이 한다고 발표했다” 외에 사실인 것이 없으며 이마저도 대선 이후 발표라서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다. 

 

<주장2> “<SNU팩트체크>가 표면적으로는 대선후보들의 공약과 발언이 사실에 근거한 것인지 실시간으로 국민들에게 알려준다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실제로는 정치적으로 좌편향된 매체들의 기사를 사실 확인 없이 그대로 인용함으로써 대선 동안 자유한국당과 홍준표 후보에게 악영향을 끼쳤다”

대체로 거짓이다.

"좌편향" 언론의 기사를 "사실확인 없이" 인용했다는 것이 자유한국당 주장의 핵심이다. SNU팩트체크 출범 당시 참여 언론사는 다음과 같다.

KBS,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YTN,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국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자유한국당은 본인들에게 불리한 기사를 쓰는 언론사는 모두 좌편향으로 보고 있다. 참여언론 중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대표적인 보수언론이고, KBS, SBS, 채널A, MBN, 한국경제, 매일경제 역시 보수언론으로 분류된다. 대표적인 진보언론인 한겨레나 경향신문은 SNU팩트체크에 참여하지 않았다. 한국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등 중도나 중도보수에 가까운 언론을 제외하면 진보성향의 언론은 jtbc 밖에 없다. 

그러면 어떤 언론사가 대선기간 동안 팩트체크를 많이 했는지 살펴보자. 분석 결과, 대선 기간 중 가장 활발히 참여한 곳은 SBS로 총 39개의 팩트체크를 진행했다. 그 다음은 조선일보로 33개였으며, 중앙일보(20개), 한국일보(18개), KBS(18개), JTBC(14개) 등의 순이었다. 활동이 활발했던 6개사가 전체 팩트체크의 80.2%를 점유했다. jtbc를 빼면 대다수가 중도 보수거나 보수언론이다. 

‘좌편향’의 기준은 개인이나 단체의 입장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지만, 이 15개 매체, 혹은 참여가 활발했던 6개사가 모두 ‘좌편향’이라는 발언은 무리한 주장이다. 

또 사실확인이 안된 각 언론사의 기사를 서울대가 인용했다는 자유한국당의 주장 역시 말이 안된다. 팩트체크 기사의 특징은 정치인의 발언의 참거짓을 가려주는 것인데,  진실여부를 판정하기 위해서 명확한 근거를 기사안에 제시하는 것이 필수다. 즉, 사실확인을 제대로 한 기사가 팩트체크 기사다. 

 

거짓이다.

자유한국당과 홍준표 대표가 <SNU팩트체크>에 불만을 나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대선 과정에서 대선후보로서 언급한 발언의 사실여부를 검증한 보도를 문제 삼아 다수의 언론사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국기자협회가 “언론에 대한 과잉대응을 자제하라”고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또 홍준표 대표는 탄핵정국에서 편향보도를 했다며 다수 언론사들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한 후 4월 2일 일괄 취하하기도 했고, 경남도지사 재직시 출입기자를 상대로 억대 민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이 사례로 제시한 보도와 관련해 언론중재위원회 선거기사 심의현황을 살펴본 결과, 위의 기사들을 포함해 홍준표 후보에 대한 기사와 관련해 주의나 권고, 시정 등의 조치는 전혀 없었다. 자유한국당의 근거없는 일방적인 주장인 셈이다.

 

<주장4> “결국 <SNU팩트체크>는 이름과 달리 서울대는 팩트체크를 시행하지 않았고, 실제 팩트체크를 시행한 기관은 각 언론사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랫폼 명칭에 서울대 영문약자를 사용하고 서울대 로고를 강조하는 등의 방법으로 마치 서울대가 직접 팩트체크한 것처럼 오인하게 만들었다. <SNU팩트체크>라는 플랫폼으로 관련 기사를 본 대다수의 사람들은 서울대가 사실관계를 확인한 기사라고 믿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네이버가 각 언론사들의 팩트체크 기사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높이고자 하는 ‘신용보강’의 의도를 가지고 서울대가 직접 팩트체크한 것처럼 허위 과장광고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절반의 진실이다.

“서울대가 직접 팩트체크한 것처럼 오인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주장의 근거인데, <SNU팩트체크>라는 사이트명이나 첫 화면 상단의 로고 등 ‘서울대’라는 것이 우선 노출됨으로써 자유한국당의 주장처럼 ‘신용보강’의 ‘효과’를 거둘 수는 있지만, 화면을 조금만 내려보면 각 언론사의 참여기사임이 드러나 있다.

<SNU팩트체크> 홈페이지 캡처

또 <SNU팩트체크> 홈페이지의 ‘소개’를 통해 “제휴 언론사들은 팩트체크의 주체로서 주요한 공적 사안에 대한 사실 검증을 수행하고 결과물을 <SNU팩트체크>에 게시합니다. 제휴 언론사는 팩트체크에 대한 표현의 자유 및 책임을 갖습니다”라고 제휴 언론사들과 그 역할에 대해 명확하게 공지하고 있다.

사이트를 대충 보는 경우 오인할 수는 있겠지만, 오인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충분히 공지하고 있는 사이트에 전적으로 책임을 묻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종합하면, 자유한국당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서울대와 네이버를 고발한 것은 사실에 전혀 근거 하지 않았다. 팩트체크 기사의 결과에 문제가 있다면 해당 언론사를 고발하면 될 일이다. 고발의 목적은 언론의 정상적인 보도 기능을 제한하고 자기검열을 강화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2017년 11월 1일 오후 12시 32분: <주장1>과 <주장2>에 대한 설명을 보완 및 추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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