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도 똑같다" 물타기 급급했던 네이버

  • 기자명 지윤성 기자
  • 기사승인 2017.11.09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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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10월 30~31일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최근 기사배치 조작과 검색광고에 대해 집중 질문을 받는 과정에서 이해진 창업자는 경쟁사인 구글을 비난하는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구글이 세금을 내지 않고 고용도 하지 않으며 트래픽 비용도 내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다음은 이해진 창업자의 발언이다.

“페이스북ㆍ구글은 어마어마하게 돈을 벌지만 얼마를 버는지도 모르고, 세금도 안 내고, 고용도 없으며, 트래픽 비용도 안 내고 있다. 유럽ㆍ중국 정치인들은 자국의 기업들이 제대로 경쟁할 수 있게 법을 만들고 문제를 막기 위해 노력한다.”

이후 구글과 네이버가 성명을 내고 다시 반박하는 등 진위공방을 벌였다. 뉴스톱은 이해진 창업자의 국감 발언 진위에 대해 팩트체킹하고 발언의 배경과 글로벌 기업의 세금과 고용문제에 대해 살펴본다.

 

1. 구글은 국내에서 세금도 안 낸다?

이해진 창업자는 "구글은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한국 정부에 세금을 제대로 내는데 구글 등 해외 미디어 기업은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구글코리아는 11월 2일 성명을 통해 “한국에서 세금을 납부하고 있으며 국내 세법과 조세 조약을 준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글측 주장대로 세금을 제대로 납부하고 있다면 이해진 창업자는 왜 이런 주장을 했을까.

구글코리아는 다른 다국적 외국계 기업처럼 국내에 유한회사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일반 주식회사와는 달리 외부감사 및 감사보고서 공시 의무가 없다. 세수파악이 안되니 법인세를 부과할 수도 없다. 또한 국세청은 납세자의 과세 정보를 비공개로 하고 있다. 국세기본법 제81조의13(비밀 유지)에 따르면 개별 납세자(개인 및 기업)의 과세 정보는 비공개가 원칙이며, 위반하는 세무공무원은 법에 따라 처벌을 받는다. 따라서 구글이 한국에서 올리는 매출은 구글의 발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구글이 공식적으로 매출 규모를 밝힌 적은 없지만 국내에서 수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이 국내에서 올리는 수익은 크게 플레이스토어를 통한 수수료 매출과 유튜브를 통한 광고 매출로 나눌 수 있다. 플레이스토어의 애플리케이션 공급사는 국내사업자든 해외사업자든 부가가치세(VAT)를 국세청에 내고 있다. 해외 사업자의 경우 2015년부터 구글이 대납하는 형식으로 부가세 과세가 이뤄지고 있다. 

아래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의 지역 및 국가별 부가가치세 및 판매세 가이드 라인이다.

한국에 사업장을 가지고 있는 개발자는 본인이 정부에 부가가치세를 납부해야한다. 외국의 개발자가 한국에서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유료로 판매를 할 땐 구글이 직접 10%의 부가세를 수금해 관세청에 대납을 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구글은 국내 세법과 조세조약에 따라 법적으로 내야할 세금은 내고 있다. 

그렇다면 이해진 창업자는 어떤 근거로 이런 주장을 했을까. 법인세 때문이다. 구글 등 해외 미디어 기업은 법인세를 한국에 내지 않는다. 본사가 한국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구글은 법인세를 최대한 적게 내기 위해 세계 곳곳에 자회사를 만들어 복잡한 거래과정을 거쳐 세금규모를 최소화하고 있다. 법인세에 한정한다면 구글은 국내에 세금을 내고 있지 않는 것이 맞다.

이해진 창업자가 구글의 세금 문제를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수년전부터 구글이 국내에 세금을 제대로 안내 불공정 경쟁을 하고 있다는 주장을 해왔다. 네이버의 해외 진출이 본격화되고 국내외에서 구글, 페이스북과 직접적으로 경쟁을 하게 되면서 네이버는 이들 기업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네이버가 서비스하는 라인은 지난해 일본과 미국 증시에 상장했다. 이 경우 법인세를 해당 국가에 내게 된다.

정리하면 구글은 부가세는 한국에 납부하지만, 본사가 해외에 있기 때문에 법인세는 납부하지 않는다. 네이버는 한해 3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법인세로 낸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불공정하다고 느낄 수 있다. 다만 네이버의 기사배치 조작과 불공정 거래가 주제인 국정감사에서 구글을 굳이 끌어들인 것은 일종의 '물타기'로 보인다는 비판이 거세다. 

 

2. 구글은 고용도 없다?

구글이 한국에서 고용을 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살펴보자. 구글은 2일 성명에서 "현재 구글코리아에는 수백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을 연구하고 있는 엔지니어를 비롯해 국내 기업과 협업하여 성장 및 해외 진출을 돕는 영업·마케팅 직원들이 있으며, '구글 캠퍼스 서울' 팀에서는 국내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구글 코리아에는 200~300명이 근무하고 있다.  구글의 한국내 고용이 없다는 이해진 창업자의 주장은 대체로 거짓에 가깝다.

다만 구글의 매출대비 고용인원이 네이버에 비해 훨씬 적은 것은 맞다. 네이버의 매출은 약 4조원이고 고용규모는 7700명에 달한다. 반면 구글의 한국 매출은 약 3조~4조원으로 추정된다. 구글이 네이버와 비슷한 매출을 기록하고 있지만 고용창출 효과는 20분의 1에도 못미친다. 이해진 창업자 발언의 취지는 '국내에서 구글이 벌어가는 금액 대비 고용이 턱없이 적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해외기업의 한국지사와 국내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기업의 고용규모를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해외에 진출한 기업이 인건비는 줄이고 매출은 극대화하려는 것은 기본적인 생리다. 기업의 고용규모를 비교하려면 현지 진출방식과 현지인 고용 규모를 같이 고려해야 한다.

일본에 진출한 네이버 자회사 라인의 경우 고용인원이 약 1,400명 안팎이며 이중 40%는 한국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네이버 라인의 고용인원은 구글코리아보다 많지만 라인은 일본과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고 현지 자본시장의 도움을 받기 때문에 단순히 고용인원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만약 네이버가 구글 정도의 글로벌 거대기업으로 성장하게 되고, 해외 각국에 지사를 두게 된다면 비슷한 업종에서의 경쟁자로서 구글과 네이버를 비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 YTN 화면캡처

3. 구글은 트래픽 비용도 안낸다?

구글이 트래픽 비용을 내지 않는다는 발언은 이해진 창업자의 여러 주장 중에 가장 논쟁적인 사안이다. 트래픽 비용 논의는 전 세계 인터넷 발전의 원동력이면서 근간이었던 망중립성(Net Neutrality)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망중립성은 통신사업자가 인터넷 서비스를 차별없이 중립적으로 취급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 원칙 덕분에 과거 스타트업 기업이던 구글, 페이스북 등 인터넷 기업들이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는 네이버가 국내에서 성장할 수 있었던 대원칙이기도 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망중립성을 무력화하려고 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해진 창업자의 주장대로 네이버 등 국내 인터넷 기업은 매년 수백억원의 통신망 사용 비용을 낸다. 여기에는 데이터센터와 회선 사용비용이 포함돼 있다. 반면 해외에 서버를 둔 구글 등은 국내 통신사에 통신망 사용(트래픽) 비용을 내지 않는다. 

그런데 비용을 내지 않는다고 해서 구글에 일방적으로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이런 조치는 통신사와 구글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구글의 유튜브나 페이스북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해외 인터넷 서비스다. 만약 이 서비스의 속도가 느려지면 국내 고객은 통신망 서비스에 불만을 가지게 되고 고객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2013년 이후 유튜브 이용이 급증하면서 국내 통신사는 큰 어려움에 봉착하게 됐다. 유튜브 서버가 해외에 있어 국내 이용자가 이를 이용하면 인터넷 트래픽이 발생하고 해외 망사업자에게 정산해야 할 트래픽 비용이 커지게 된다. 한국인의 원활한 접속을 위해 구글은 한국에 캐시서버를 설치했다. 캐시서버는 이용자들이 많이 보는 콘텐츠를 해당지역에 미리 끌어다 놓는 방식이다. 국내 통신사업자 입장에서는 해외 서버 접속료를 줄일 수 있고 인터넷 속도를 높일 수 있으며, 막대한 설비투자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구글의 캐시서버 설치를 환영했다. 

현재 구글과 비교할 때 국내 인터넷 기업이 차별대우를 받는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그 원인이 누구에게 있느냐다. 구글에게 트래픽 비용을 청구하지 않는 것은 구글이 문제라기보다는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망사업자의 차별적 정책이 원인이다. 구글의 캐시서버 설치로 얻는 이익이 막대하기 때문에 국내 통신사들이 감히 비용을 청구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만큼 구글이나 페이스북 서비스는 시장경쟁력과 고객 유입력을 가지고 있다. 이상적으로는 망중립성 원칙에 따라 차별이 없어야 하지만 현실엔 차별이 존재한다. 물론 통신사와 글로벌 미디어 기업의 관계가 항상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지난 5월에는 국내 통신사업자와 페이스북간에 캐시서버 설치 비용을 누가 대느냐를 놓고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지난 5월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네이버는 지금도 망 사용료를 내고 있지만 막 시작하는 스타트업이 이 비용까지 지불해가면서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망사용료 개념의 재정립과 국내 기업의 역차별에 대한 시정을 요구한 바 있다. 

이해진 창업자의 트래픽 비용 발언은 국내외 사업자 차별이라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기와 방법이 적절하지 않았고 내용도 정확히 전달되지 않아 논란만 일으켰다. 트래픽 비용의 차별은 구글에게 따지기보다는 국내 통신사업자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조율로 해소되야할 부분이다.

4. 구글에도 검색어 조작이 있다?

이해진 창업자는 "국내에서 구글의 검색 점유율이 낮아 구글 코리아가 상대적으로 깨끗해 보일 뿐 구글이 1등인 나라에도 그런 문제(검색어 조작 등)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이 "구글에서 '전문병원'을 치면 해당 제도에 대한 개념 설명이 뜨지만 네이버는 개별 병원 광고부터 뜬다"며 "심지어 보건복지부가 불법 의료 광고라고 유권 해석 내린 곳도 네이버의 광고주로 노출된다"고 지적하자 나온 반응이었다.

이번 국감에서 이슈가 된 것은 네이버의 허위클릭, 검색어조작 및 뉴스부당편집이었다. 이미 스포츠 기사에서 인위적인 기사 배치 문제가 발생해 한성숙 대표가 사과를 한 상황에서 네이버의 불공정성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해진 창업자의 답변은 잘못에 대한 반성보다는 소위 '물타기'에 가깝다. “구글도 잘못한 것이 많을 것이다. 우리만 뭐라고 그러지 말라”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구글 역시 검색결과에 돈을 받은 업체를 상단에 올리고 있다. 이 문제 때문에 얼마전 유럽연합에서 반독점위반 혐의로 수조원의 과징금 판결을 받기도 했다. 과거 뉴스톱은 구글에 대한 유럽연합의 과징금을 계기로 네이버의 반독점위반 혐의에 대해 다룬 바 있다. 그런데 네이버와 구글을 비교하면 검색광고 배치가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네이버는 구글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광고성 정보가 검색결과 상단에 뜬다. 

게다가 뉴스부당편집이나 검색어 조작 등에 대한 구글의 부당행위는 공식적으로 밝혀진 바 없다. 구글은 성명서에서 "구글은 검색 결과의 객관성과 공정성 및 투명성에 대해 매우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구글 검색 결과는 100% 알고리듬 순위에 기반하고 있으며, 금전적 또는 정치적 압력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라고 밝혔다. 

 

네이버는 플랫폼 사업자로서 사회적 책임 다해야

팩트체크 결과, 이해진 창업자의 국감 발언은 대체로 사실에 기반하지 않았다. 네이버가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은 기사배치 조작이 밝혀지는 등 신뢰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국감까지 나오게 됐으면 문제에 대해 인정하고 대책을 마련하는데 주력하는 것이 옳다. 그런데 이해진 창업자는 구글을 끌어들이며 남탓을 하기에 바빴다. 

국내 인터넷 기업과 해외 미디어 기업간에 대한 차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구글이나 페이스북도 가짜뉴스 확산 등에 책임질 부분이 있다.  이해진 창업자가 이 국감장에서 말한 것처럼 전 세계가 하나의 시장이 되었으며 서비스 선택은 애국심이 아니라 품질과 편의성에 따라 좌우된다. 네이버가 그동안 얼마나 소비자 친화적이었는지, 그래서 사용자에게 얼마나 많은 편의를 제공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네이버는 산업의 전후방 연쇄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데 좀 더 집중했으면 한다. 자사 홈페이지에만 머물게하는 '가두리 양식 전략'으로는 세계적 기업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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