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기업 고용률의 진실은?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7.11.22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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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가 최근 발간한 <한눈에 보는 기업가정신 2017>의 일부 내용을 두고 경향신문과 문화일보가 서로 다른 주장을 펼쳤다. 뉴스톱에서 확인했다.

OECD(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 경제협력개발기구)는 2011년부터 매년 발간하는 ‘한 눈에 보는 기업가정신 보고서(Entrepreneurship at a Glance)’를 통해 OECD 회원국 및 기타국가의 기업가정신과 활동 현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각국 정부 공식 통계자료로 기업가정신 핵심지표를 산출하여 국제비교 분석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 9월 28일 2017년판을 발간했다. <보고서 원문>

 

경향신문 '고용없는 성장은 대기업 책임'

먼저 경향신문은 <한국 ‘노동자 몫 보상’ OECD 최하위권>이라는 단독기사를 통해, “OECD 국가와 비교해 한국 대기업은 고용을 더 적게 하고, 수익을 노동자에게 거의 최저 수준으로 보상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가 커 노동자 간 소득 불평등이 심각한 수준으로 분석됐다”고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한국 대기업의 고용비중은 전체의 12.8%로 미국 58.7%, 일본 47.2% 등에 비해 크게 낮고, 조사대상 OECD 37개국 가운데 그리스의 11.6% 다음으로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노동자에 대한 보상도 중소기업은 50%인 반면 대기업은 28%로 낮게 나타나 아일랜드(20%), 멕시코(26%)를 제외하고 가장 낮았다.

경향신문은 이와 함께 <한국 ‘낙수효과 실패’ 지표로 확인…힘 받는 ‘소득주도성장론’>, <대기업 중심 성장의 한계 입증한 OECD 보고서> 등의 후속기사를 통해, “한국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인 ‘고용 없는 성장’의 중심에 대기업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문화일보, '대기업은 잘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문화일보가 다른 의견을 주장했다. 11월 9일 <<팩트체크>韓 대기업 고용 적게 한다?.. “평균 고용인원은 세계 4위”>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고용 비중은 12%에 불과하지만 대기업 숫자가 턱없이 적은 탓이라며, 통계에 꿰맞춰 기업역할을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문화일보는 기사에서 김창배 서강대 경제학부 대우교수의 말을 인용해, “해당 대기업 수는 우리나라가 701개로, 대기업 고용 비중이 50%를 웃도는 일본(3,576개)·미국(5,543개) 등에 비하면 턱없이 작다”며, “기업당 고용인원 평균(제조업)을 보면 국내 대기업은 1,048명으로 미국(1,051명)과 일본(1,443명), 브라질(1,090명)에 이어 4위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국 대기업의 노동자에 대한 보상 비중이 낮다’는 해석에 대해서도, “대기업 1인당 임금을 달러로 표시한 보고서를 살펴보면 국내 대기업의 임금은 거의 9만 달러 수준으로 벨기에에 이어 2위이며, 독일, 미국, 일본보다도 훨씬 높다”며, “‘통계의 오류’를 간과해 이번 대기업 고용 관련 통계자료도 경제주체로서 기업이 수행하는 사회적 역할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대기업 고용 비중을 살펴보자. 경향신문의 지표는 보고서 44페이지의 <표2.2>를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표에서 한국의 전체 고용 15,036,485명 가운데 대기업(OECD보고서는 250명 이상이 기준)의 고용 비중은 1,924,597명이다. 약 12.8%가 나온다. 비교대상인 그리스는 전체 고용 2,148,862명/대기업 고용 249,678명, 미국은 90,768,240명/53,250,192명, 일본은 35,227,694명/16,626,035명이다.

이에 대해 ‘통계의 오류를 간과했다’는 문화일보는 다른 표를 인용한다. ‘해당 대기업 수는 701개이며 대기업의 기업당 평균 고용인원은 1,048명으로 조사대상 국가 중 4위’라는 것은 보고서 38페이지의 표2-1과 48페이지의 표2-3을 인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경향신문이 전체 대기업을 대상으로 삼은 표를 인용한데 비해 문화일보는 전체 대기업을 제조업-서비스업-건설업의 세 분류로 나누어 분류한 표에서 제조업 분야의 대기업 관련 수치만을 인용했다. ‘통계의 오류를 간과했다’면서 일부의 수치를 근거로 전체 수치의 해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셈이다.

또, ‘한국 대기업의 노동자에 대한 보상 비중이 낮다’에 대한 근거로 경향신문이 제시한 ‘노동자에 대한 보상 중소기업 50%, 대기업 28%’는 보고서 57페이지의 <도표2.21>을 인용한 것으로 보이며,

도표 2.21 중 한국 관련 지표

문화일보의 ‘국내 대기업의 임금은 거의 9만 달러 수준으로 벨기에에 이어 2위’라는 것은 보고서 67페이지의 <도표 3.7>을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두 도표 모두 전체 대기업 가운데 제조업 분야의 대기업만을 대상으로 했다. 하지만 경향신문의 근거 지표가 ‘총부가가치 대비 노동자에 대한 보상비중’인데 비해, 문화일보의 근거 지표는 단순하게 ‘기업규모별 평균 임금’을 비교한 것이다. 즉, 경향신문이 기업이 창출하는 총부가가치를 기준으로 한 노동자 보상의 정도를 비교한 데 반해, 문화일보는 제조업 분야 한국 701개 대기업의 평균임금이 높다고 주장한 것이다. ‘반 평균 점수와 비교해 잘 했는지를 살펴보는데 국어점수가 평균보다 훨씬 높고 반에서 4등이니 그런 비교는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자기 주장에 통계자료를 꿰맞추고 있는 매체는?

정리하면, 경향신문은 OECD 보고서를 인용해 “한국은 다른 OECD 국가와 비교해 유달리 대기업 고용비중은 낮고 대·중소기업 임금격차가 크고 대기업이 창출하는 부가가치에 비해 노동자 보상이 적은 것이 특징”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비해, 문화일보는 '한국의 제조업 분야 701개 대기업의 평균 고용인원과 1인당 평균 임금이 높다'는 맥락이 다르고 좀 뜬금없어 보이기까지 한 자료를 근거로 '통계의 오류를 간과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그것이 학계의 시각이라고 설명하면서 취재원은 한 명 뿐이고 기사의 절반 이상을 그 취재원 한 명의 발언으로 채웠다. 

문화일보는 기사 말미에 “자기 주장에 통계자료를 꿰맞추는 것은 어떠한 사회적 논의에도 경계해야 한다”고 적고 있다. OECD 보고서 원문을 꼼꼼히 살펴보면 자기 주장에 통계자료를 꿰맞추는 게 어디인지 다시 보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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