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 아니다

  • 기자명 이고은 기자
  • 기사승인 2017.11.30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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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진 관련 궁금증 팩트체크

지난 11월 15일 규모 5.4를 기록한 포항 지진은 지난해 9월 12일 발생한 경주 지진(5.8)에 이어 대한민국 지진 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로 기록된다. 이제 대한민국에는 더 이상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공포와 우려가 만연해졌다. 전문가들 역시 경주와 포항 지진 이후에도 규모가 더 큰 지진이 한반도를 덮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뉴스톱>이 포항 지진을 계기로 지진과 관련해 궁금한 것들에 대해 팩트체크했다. 

포항지진 진앙지와 지열발전소 위치. 출처 : JTBC 뉴스룸 화면 캡처

 

1. 포항 지진과 지열발전소 간에는 상관관계가 있다.

대체로 진실. 포항지열발전소는 경북 포항시 흥해읍 일대에서 발생한 지진 본진 지역으로부터 약 600m 정도 떨어져 있다.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포항 지진의 원인 중 하나로 지열발전소를 처음으로 거론했다. 이 교수는 지난 15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지열발전소 지하 4.5km까지 2개의 구멍을 뚫었는데, 깊이가 깊어질수록 수압이 높아지고 수압이 높아지면 암석이 쉽게 깨진다”며 ‘테르자기(Terzaghi) 공식’을 설명했다.

지열발전소가 지진과 관련있다는 사례는 외국에서 여럿 보고되고 있다. 2006년 12월 스위스 바젤에서는 지열발전소가 시추를 시작한지 6일만에 규모 3.4의 지진이 발생했다. 정부 당국과 과학자들은 3년간의 정밀 분석 결과 지열발전소의 물 주입 과정이 지진의 원인이라고 결론을 내고 지열발전소 영구 폐쇄 조치를 내린 바 있다. 2009년 8월 독일 란다우인데어팔츠 지열발전소 부근에서도 규모 2.7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열발전소 뿐만 아니라 유전이나 지하자원 시추와 폐수 처리 등 다양한 이유로 땅을 깊이 파서 지하수를 퍼내거나 지하에 물을 주입했을 때 지진을 유발하는 사례도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다수 보고되어 있다. 특히 유전이 많은 오클라호마(2011년 규모 5.6)와 콜로라도(2011년 규모 5.3) 지역에서 강제로 물을 주입해 압력을 높여 암석을 파괴하는 ‘수압파쇄’ 과정(fracking operation)을 거치는 과정에서 지진이 급격하게 늘어난 사례가 보고된다. 지진대에 위치하지 않아 지진이 많지 않았던 미국 오클라호마주의 경우, 셰일가스 추출이 본격화된 2000년대 후반부터 진도3 이상의 지진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이진한 고려대 교수는 이를 유발지진(triggered earthquakes)이라고 불렀다.

Is fracking behind the increase in Oklahoma earthquakes? from CNBC.

이처럼 포항 지진이 포항지열발전소 시추공에 고압수를 주입하고 뺀 결과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2일 포항지열발전소 공사를 중단하고 발전소에 대한 정밀 진단을 실시할 계획임을 밝혔다. 그러나 포항지열발전소 건설 관련 기업은 지진과 지열발전소 간에 관계가 없을 것이라 반박하고 있다.

 

2. 유발지진은 모두 인위적인 요인 때문에 일어난다.

절반의 진실. 지난 24일 대한지질학회 등이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공동주최한 ‘포항지진 긴급포럼’에서 지질 전문학자들은 “직접적 원인이 될 수는 없다”는 의견을 다수 제시했다. 지열발전소의 물 주입이 원인 중 하나일 수는 있지만, 단순히 이 작용만으로 지진의 원인을 설명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진한 고려대 교수는 “유발지진에 대해 마치 인간의 공학적 공사가 지진의 전체적인 원인인 것처럼 오해하는데, 트리거(Trigger)라는 표현은 그 지역의 판들이 움직이며 쌓이는 응력(Stress)이 작용하는 사이에 인공적 요인이 조금 더 건드려줬다는 의미”라며 지진이 지열발전소만의 작용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태섭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역시 “포항 지진 지역 일대는 조선시대부터 액상화 현상이 나타났던 지역이고, 포항 지진은 이미 그 지역에 존재하고 있던 단층 운동이 이미 준비되어있었고, 물의 작용이나 2차적 요인 때문에 트리거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3.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반도 지질 환경이 변했다.

대체로 진실. 2011년 동일본 지진 이후 한반도에 지질 환경이 변화해 지진 위험성이 커졌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늘어났다. 당시 전문가들은 이르면 1~2년 내, 늦어도 5년 안에 대한민국에 지진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1년 3월 주간동아 779호에 따르면,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 지헌철 책임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보면 일본이나 중국에서 큰 규모의 지진이 났을 때 1~2년 뒤 우리나라에도 지진이 나타났다. 이번 동일본 대지진 여파로 우리나라에 발생할 지진 규모는 5 내지 6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희일 지진연구센터장도 “동일본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이 우리나라 지진계에 잡힌 것을 보면 분명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지난해 경주 지진 당시에도 “2011년 일본에서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반도의 지진 발생 빈도가 급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포항지진에 대해서도 홍 교수는 “동일본 대지진은 한반도 동해안 연안 지역을 일본 열도 방향으로 5㎝가량 이동시키고, 한반도 서쪽 해안 지역은 2㎝가량 이동시켰다. 결과적으로 3㎝가량 동서 방향으로 확장된 한반도 지각은 동일본 대지진 이전보다 약한 강도를 보이게 된다”면서 “동일본 대지진 이후 약화된 지각에서는 지진 발생빈도와 지진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 한반도에서 지진 관측이 시작된 1978년 이후 동일본 대지진 이전까지 33년 동안 총 5회에 불과하던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동일본 대지진 후 6년5개월 동안 5차례나 발생했다”고 밝혔다.

포항지진 본진(붉은색)과 여진(노란색) 분포. 출처 : 지질자원연구원

 

4. 한국엔 전국 활성단층 지도가 없다.

 

대체로 진실. 현재 국내에는 전국에 분포한 활성단층을 그린 지도가 없다. 지난해 경주 지진 이후 이 사실에 대해 전 국민적 공분을 샀고, 그 결과 올해 예산안에 전국 활성단층 지도를 제작하는 ‘한반도 단층구조선의 조사 및 평가기술 개발’ 연구에 25억75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국가 활성단층 연구는 2041년까지 총 25년간, 5단계에 걸쳐 이뤄질 예정이다. 그러나 그동안 단층지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9년 소방방재청 지진화산과에서 용역을 발주해 활성단층 조사가 3년간 진행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진한 고려대 교수는 “전국 활성단층 지도 만들라면서 3년밖에 주지 않았고 ,연구비도 10억 원 대에 불과했다”면서 “그 정도 예산과 기간으로는 가로·세로 20∼30㎞ 밖에 조사할 수 없으며 결국 그때 활성단층 지도는 쓰지도 못하고, 발표도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5. 포항 지진 후 지진이 예고된 지역이 있다.

진실. 홍태경 연세대 교수는 경주와 포항 사이 지점에서 새로운 지진 발생 가능성을 제기했다. “(지진으로 인한) 응력이 축적되면서 또 다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앞서 두 차례의 지진이 경주 내남면과 포항 흥해읍에서 발생한 점을 고려해, 양 도시의 중간 지점인 경주 강동면과 천북면 일대를 다음 지진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꼽았다. 발생 시기에 대해서는 “내일이 될 수도 있고, 수년 후가 될 수도 있다. 수년 후에도 (지진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응력이 풀려 지진 가능성은 해소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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