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심재철, "적폐청산위원회는 불법"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7.12.04 16:1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유한국당 소속 심재철 국회부의장의 발언이 정치권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심 부의장은 11월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문재인 정부의 법치주의 파괴를 고발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을 내란죄로 고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톱에서 팩트체킹했다.

 

JTBC 뉴스화면 캡처

 

"문재인 대통령 내란죄로 고발해야"

심 부의장은 기자회견에 이어 본인의 페이스북에 입장문 전문을 공개하고 “현재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이라는 미명으로 여러 행정부처에 과거사진상조사위원회를 설치해 벌이고 있는 일은 실질적으로는 조사가 아니라 수사를 하고 있으며 더욱이 위와 같은 적법절차를 명백하게 위배한 잘못된 행위이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임종석 비서실장, 서훈 국정원장과 윤석렬 서울 중앙지검장을 법치파괴의 내란죄와 국가기밀누설죄 등으로 형사고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심 부의장은 다음 날인 29일에도 기자회견을 통해 “문재인 정부 6개월의 행적은 내란죄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심 부의장의 주장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보수 시민단체가 검찰에 고발까지 하자, 침묵을 지키던 자유한국당도 29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문재인 정부 들어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과거사를 들추겠다며 만들어놓은 각 부처의 각종 TF들이 법에 근거하지 않거나 초법적, 탈법적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지적이 국감에서 쏟아졌다. 검찰의 수사도 정치보복성, 망신주기 수사로 무리하게 흐르고 있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심 부의장은 내란죄로 문 대통령을 고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내란죄는 형법 제87조에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케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죄’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 형법 제91조에는 ‘국토를 참절한다는 의미는 영토권의 일부 또는 전부를 배제하는 것이고, 국헌을 문란하게 한다는 것은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 또는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해 전복 또는 그 기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고 되어 있다.

심 부의장이 주장하는 내란죄의 근거를 요약하면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을 이유로 여러 행정부처에 과거사위원회를 설치해 조사를 벌이는 것은 적법절차를 위배한 잘못된 행위”라는 것이다. 심 부의장이 언급한 과거사위원회는 참여정부 때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와 혼동한 것으로 보인다. 심 부의장이 언급한 ‘위원회’는 ‘적폐청산위원회’ 또는 ‘적폐청산TF’로 여겨진다.

심 부의장의 주장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8월 11일 국정원 적폐청산TF의 활동에 반발하며 만든 ‘국정원개악저지특위’ 첫 회의에서 “위원들이 적폐청산 TF에 민간 위원들이 들어와 활동하는 문제, 검사 파견 문제 등에 대해서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적폐청산'은 문재인 정부 '공약 1호'

‘적폐청산’은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 과제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중에 보수 정권 9년간 쌓인 8대 적폐를 지적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5개 위원회를 설립해 청산작업을 주도해나가겠다고 공약했다. 문 정부는 출범 후 100대 국정과제 중 첫 번째 과제로 ‘적폐청산’을 제시하고, 별도의 적폐청산특별조사위원회를 따로 설치하지 않는 대신 각 부처별로 개혁과제를 통해 적폐청산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

'부처별 적폐청산TF' 운영은 지난 7월 19일 발표한 새 정부의 국정운영 로드맵인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의 세부내용에도 포함되어 공식화되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8월 14일 당 적폐청산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에 따라 국가정보원의 개혁발전위원회군 적폐청산위원회,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 등 정부 부처별로 꾸려진 적폐청산 TF는 문제로 지적된 부분을 조사하고 개혁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이 가운데,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에 소속된 국정원 적폐청산TF가 지난 11월 8일 조사 대상 15개 사건에 대한 조사를 완료하고 전직 국정원장 등 54명에 대한 수사 의뢰를 권고하자, 정우택 원대내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우선 정부부처의 위원회는 「행정기관 소속 위원회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로 규정하고 있는데, 정부입법지원센터에는 ‘위원회의 설치·운영에 관한 기본 원칙’으로 “합의제 행정기관으로서 위원회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업무의 내용과 관련하여 전문적인 지식이나 경험이 있는 사람의 의견을 들어 결정할 필요가 있고, 신중한 절차를 거칠 필요가 있는 업무이며, 다른 행정기관 업무와 중복되지 않고 업무의 계속성과 상시성이 있어야 한다.” “한편, 자문위원회 등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업무의 내용이 전문적인 지식이나 경험이 있는 사람의 의견을 들어 결정할 필요가 있고, 신중한 절차를 거칠 필요가 있는 업무이어야 한다.” “행정기관의 장은 자문위원회 등을 설치하는 때에 설치목적, 기능, 성격, 위원의 구성·임기·결격사유, 존속기한 등 「행정기관 소속 위원회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제6조 제2항과 같은 법 시행령 제2조 제2항에서규정한 사항을 법령에 명시해야 한다.” 등을 제시하고 있다.

정규 조직과는 다르게, 특정 업무를 해결하거나 사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문가 등을 선발하여 ‘임시로 편성한 조직’을 의미하는 태스크 포스(task force, TF)는 이전 정부에서도 논란이 있었는데, 가장 최근인 지난 박근혜 정부 때는 ‘창조경제’를 과제를 실천하기 위한 수단으로 관련 부처와 민간 조직을 망라하는 다양한 ‘창조경제 태스크포스(TF)’를 대거 가동할 방침을 세우기도 했고,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의 주역인 교육부 역사교육지원TF를 당시 야당인 민주당에서 비밀·불법 조직으로 규정하자,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이 “행정법상, 행정절차법상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하기도 했다.

‘작은 정부’를 지향했던 이명박 정부에서는 정권 초창기 만들었던 TF들을 ‘자리를 만들어주려고 조직을 늘렸다’는 질책에 잇따라 해체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김동연 부총리는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중앙부처 내 위원회와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는 것이 행정조직 법정주의에 위배된다”는 자유한국당의 주장에 대해 “자문기구는 정책 결정이 아닌 자문하기 위한 기능을 갖는다. 필요에 의해 독립체로 설치되는 행정위원회·합의제 행정기구와 성격이 다르다. TF 역시 정부가 그때그때 생긴 일을 해결하기 위해 만드는 기구로 또다른 성격을 지닌다”며, “대통령령에 근거해 대통령 자문기구를 설치하는 것은 법적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법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는 위원회와 지난 정부에서도 자유롭게 설치됐던 TF들을 감안하면 결국 심 부의장은 적폐청산위원회와 적폐청산TF의 조사활동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심 부의장은 공개한 입장문에서 “여러 행정부처에 과거사진상조사위원회를 설치해 벌이고 있는 일은 실질적으로는 조사가 아니라 수사를 하고 있다”며, “이들 불법기구가 정권의 묵인 하에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의 각종 기밀에 접근해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실만을 추출해 검찰에 수사를 지시하면 검찰이 따라가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부처별 위원회와 TF의 적폐청산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 당장 활동의 위법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지만, 대표적인 사례인 국정원 적폐청산TF의 경우 민주당 김현 의원이 cpbc 인터뷰를 통해 “국정원장이 국정원법에 의해서 진행하는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고, JTBC도 국정원법 14조와 10조를 들어 TF의 법적근거를 팩트체크하기도 했다.

 

뉴스톱의 판단

판단보류 심재철 부의장은 적폐청산위원회와 적폐청산TF의 법적근거와 활동을 모두 문제 삼고 있다. 국정원의 경우처럼 심 부의장의 주장이 틀렸음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도 있지만, 대부분의 위원회와 TF가 아직 활동 중임을 감안해 활동의 위법성 여부는 판단을 보류했다.

그러나 위원회와 TF의 법적 근거에 대해서는, 「행정기관 소속 위원회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치가 되었고, 본인 스스로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빠져나갈 구멍은 해 놓았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기에 거짓으로 판정했다.

* 수정 (2017.12.6 13:50) - 단일 발언(사안)이 아닌 복수의 발언(사안)에 대한 최종 평가의 일관성에 대해 지적이 있었습니다. 이 기사의 경우 두 가지 사안에 대해 각각 '판정보류'와 '거짓'으로 결론냈습니다. 최종적으로 판정불가는 배제하고 '거짓'으로 판정했지만, 의견을 수용하여 최종 평가를 '판단유보'로 수정합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