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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는 중국 탓?봄철의 불청객, 미세먼지 의문점 팩트체크

지난 12일(일요일) 오전에 경기도 북부, 남부에 ‘초미세 먼지(PM2.5) 주의보’가 발령되었다. 미세 먼지는 13일(월요일)까지 계속되었고, 서울과 경기도 시민은 한 주를 마스크를 끼고 시작해야 했다. 봄철마다 연례행사처럼 한반도를 덮치는 미세 먼지의 공포가 다시 시작한 것이다. 뉴스톱에서 미세먼지와 관련된 사항을 팩트체크했다.

먼지가 사람을 공격한다!

아직도 먼지 따위에 왜 그리 호들갑을 떠는지 모르겠다는 이들이 있다. 맞다. 먼지는 우리의 삶과 떼려야 뗄 수가 없다. 강원도 산골의 공기 좋은 곳에 살더라도 날마다 최소한 15억(!) 개의 먼지 입자가 코와 입으로 들어간다. 도시에 사는 사람은 매일매일 그보다 더 많은 먼지를 마시며 살아간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먼지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먼지와 함께 진화해온 우리 몸은 먼지의 공격에 맞서는 정교한 방어 체계를 가지고 있다. 콧구멍으로 들어온 먼지의 대부분은 코에서 갈 길을 잃는다. 코털과 코 안쪽의 끈적끈적한 점막에 붙잡히기 때문이다. 운이 좋게 이 방어선을 뚫은 먼지도 목 앞쪽의 후두에서 끊임없이 흘러드는 침에 휩쓸려 (입으로 들어온 먼지와 함께) 식도를 통해서 위로 실려 간다.

그런데 지난 100년간 이런 균형 상태가 깨졌다. 수십만 년 동안 우리 몸이 한 번도 접한 적이 없는 먼지가 우리 몸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바로 자동차, 발전소, 공장 등에서 나오는 아주 작은 먼지가 그 주인공이다. 우리 몸은 그런 작은 먼지를 막을 만한 방어 체계를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 이 작은 먼지가 바로 ‘미세 먼지(Particulate Matter)’다.

머리카락 굵기의 5분의 1 크기보다 작은 미세 먼지는 보통의 먼지처럼 걸러지지 않고서 우리 몸속 깊숙이 들어와 폐에 박힌다. 미세 먼지가 폐에 박히면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미세 먼지는 폐 질환은 물론이고 심장 질환, 뇌 질환을 유발한다. 예를 들어, 미세 먼지의 염증 반응으로 나타난 혈전(핏덩이)이 뇌혈관을 막아서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다.

2013년 10월 17일,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IARC)가 미세 먼지를 “사람에게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로 결정한 것도 이런 사정 탓이다. 미세 먼지와 같은 그룹(Group I)에 속한 발암 물질은 석면, ‘죽음의 재’로 불리는 방사성 물질 플루토늄, 자외선, 담배 연기 등이다. 흔히 이 그룹에 묶인 물질은 “1급 발암 물질”로 불린다.

그린피스 제공

미세 먼지, 중국 탓이라고?

미세 먼지가 이렇게 위험하다면, 당연히 그것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바로 이 대목에서 정부(환경부) 또 정부가 내놓는 자료를 그대로 보도하는 언론(“중국발 미세 먼지 공습”)은 사실상 자포자기를 선언한다. 대한민국의 미세 먼지는 중국에서 건너 왔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2013년 환경부, 안전행정부, 보건복지부, 기상청 등 8개 정부 부처가 합동으로 <미세 먼지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이 자료를 보면, “미세 먼지 중 상당 부분(평균 30~50% 내외)이 중국 등 국외에서 유입된다”고 해놓았다. 그렇다면, 이 자료는 이렇게 다시 읽어야 한다.

“미세 먼지의 과반수 즉 평균 50~70%는 중국과 같은 국외가 아니라 국내에서 배출된다.”

서울특별시가 안양대학교, 수원대학교 등과 공동으로 진행해 2011년 발표한 연구 결과에서도 미세 먼지(PM2.5) 가운데 국내에서 배출된 것이 51.20%나 된다. 그러니까 우리를 괴롭히는 미세 먼지의 절반 이상은 중국과 같은 국외가 아니라 국내에서 배출하는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물론 우리를 괴롭히는 미세 먼지 가운데 일부는 중국에서 건너온 것도 있다. 이렇게 중국에서 건너오는 미세 먼지는 편서풍이 부는 한 어쩔 수 없다. 당장 중국의 대기 오염이 나아지길 기대하는 것도 난망하다. 중국이 대기 오염의 심각성을 깨닫고 오염 물질을 줄이기 시작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눈에 띄는 성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반중(反中) 정서에 기대 중국 욕이나 하면서 숨 쉴 때마다 “1급 발암 물질”이 우리 몸속 깊숙이 박히는 것을 두고 봐야만 할까? 아니면 지금 당장이라도 미세 먼지를 줄일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맞을까? 시민의 건강을 생각하는 정부라면, 또 우리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나은 환경을 물려주고 싶은 기성세대라면 당연히 후자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미세 먼지, 줄일 수 있다

실제로 중국 탓을 하지 않고도 미세 먼지를 줄일 수 있다. 서울의 공기가 그 단적인 증거다.

미세 먼지(PM10) 측정을 시작한 1995년 1세제곱미터당 연평균 78마이크로그램이었던 서울의 미세 먼지 농도는 2012년 41마이크로그램까지 떨어졌다. 미세 먼지 농도가 거의 절반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그러니까, 왠지 아름다운 시절로 생각되는 <응답하라 1994> 때만 하더라도 서울 공기는 공해로 유명한 멕시코시티 수준이었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것이 있다. 이렇게 서울의 미세 먼지 농도가 줄어든 기간(1995~2012년)은 중국의 산업화 기간과 겹친다. 즉, 중국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미세 먼지를 비롯한 대기 오염 물질을 배출하던 기간 동안, 오히려 서울을 비롯한 우리나라는 미세 먼지를 줄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지난 20년 새 서울 미세 먼지 농도가 줄어든 데서 우리는 한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미세 먼지와 같은 대기 오염 물질은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줄일 수 있다. 만약 지금 미세 먼지를 배출하는 석탄 화력 발전소를 줄이고, 미세 먼지가 포함된 배기가스를 배출하는 도심의 자동차 수를 적절히 관리한다면 20년 후에는 좀 더 깨끗한 공기를 호흡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끌었던 이 정부는 2016년 6월 ‘미세 먼지 관리 특별 대책’을 발표하면서 2029년까지 석탄 화력 발전소를 오히려 20기 더 짓기로 했다. 석탄 화력 발전소 20기는 현재 석탄 화력 발전 용량의 70%에 해당하는 양이다. 5월 ‘장미 대선’을 통해서 등장하는 새 정부는 달라야 한다.

아래는 용어 설명으로 덧붙인 부분이다. 공교롭게도 이 글이 나오고 나서 환경부는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의 먼지는 '부유 먼지', 2.5마이크로미터 이하는 '미세 먼지'로 용어를 변경했다.

초미세 먼지는 한국에만 있다?

미세 먼지 가운데 지름 10마이크로미터(1마이크로미터는 100만 분의 1미터) 이하는 PM10, 지름 2.5마이크로미터 이하는 PM2.5로 부른다. 한국에서는 PM10을 미세 먼지, PM2.5를 초미세 먼지로 나눠서 부르는데 잘못된 용어다. 학술 용어나 국제 용어나 모두 ‘미세 먼지’다. 왜냐하면, 보통 PM10의 60% 정도를 차지하는 것이 PM2.5이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미세 먼지는 공장, 발전소, 자동차에서 석탄, 석유 같은 화석 연료를 태울 때 가장 많이 만들어진다. 공장 굴뚝 연기나 자동차 배기가스에 섞여서 직접 대기 중으로 배출되기도 하고(1차 발생), 화석 연료가 연소할 때 나오는 황산화물이나 질소산화물이 대기 중의 수증기, 암모니아 등과 결합해서 생기기도 한다(2차 발생). 미세 먼지의 60% 이상은 2차 발생이다.


*이 글은 '강양구 기자의 팩트체크' <네이버> 포스트와 <주간 동아> 2080호(2017년 3월 22일) '강양구의 지식 블랙박스'(미세 먼지, 누가 중국 탓을 하는가)에도 동시 게재됐습니다.

강양구 팩트체커  tyio@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3년부터 프레시안에서 기자로 일하다 2017년 퇴사 후 '지식 큐레이터'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과학기술, 보건의료, 환경 및 출판, 학술 기사를 계속 써왔다. 〈세 바퀴로 가는 과학자전거〉, 〈아톰의 시대에서 코난의 시대로〉 등의 저서가 있다.

강양구 팩트체커  tyio@newstof.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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