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종교인 과세가 '정교분리' 위반?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7.12.26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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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1일 '종교인 과세'를 앞두고 보수 개신교측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들은 종교인 과세가 헌법 제20조 제 1항 '종교자유'와 제 2항 '정교(政敎)분리' 원칙을 위반한 것이란 주장을 펴고 있다. 종교인 과세가 과연 위헌소지가 있는 것인지 뉴스톱이 팩트체크했다.
JTBC 화면 캡처

‘종교활동비’ 비과세 비판 나오자 다시 "종교자유 침해" 

2018년 1월 1일 시행을 며칠 앞둔 ‘종교인 과세’가 또 다시 논란이 되는 이유는 종교인들의 반발로 최초 입법안보다 많이 후퇴했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21일 기획재정부가 종교인 과세를 명문화해 내놓은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 마련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종교(목회) 활동비에는 세금을 물리지 않아 과세 범위가 제한됐다. (시행령 개정안 19조) 목사가 받는 급여 즉 ‘사례비’에만 과세하고, 도서 구입비와 연구비 등 목회 활동비에는 과세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세부 과세 기준 초안에는 한국교회에서 목회자에게 다양한 명목의 사례비를 지급하는 관행을 고려해 40여개의 항목으로 분류했으나, 개신교계의 의견을 수용해 종교활동비를 종교단체 의결기구 또는 종교단체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게다가 비과세되는 종교활동비 규모와 내역을 알 수 없도록 종교단체 회계와 종교인 회계를 별도로 작성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러자 종교인들에게만 세금을 우대해 탈세를 유도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마음만 먹으면 과세 대상인 ‘사례비’의 액수를 줄이고 비과세 대상인 ‘종교 활동비’로 늘려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과세 혜택의 상한선은 보통 월 20만 원인데, 종교인에게만 유일하게 이 상한선을 두지 않아 종교인은 상한선 없이 비과세 항목에 돈을 몰아주는 것이 가능하게 됐다. 특혜 논란으로 이낙연 국무총리의 지시에 따라 기재부가 보완을 고려하자, 보수 개신교가 다시 "종교인 과세는 위헌"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종교인 과세는 위헌' 주장 근거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ㆍ한국기독교연합ㆍ한국장로교총연합회 등으로 구성된 ‘한국교회와종교간협력을위한특별위원회(종교인과세TF)’는 지난 12월 18일 “시행령은 교계와 정부의 합의안”이라며 재개정해서는 안 된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서 “종교 활동비 부분을 건드리는 것은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순교적 각오로 종교의 자유와 교회 수호를 위해 일사각오의 결단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종교인과세TF의 주장을 정리하면, “종교인소득 과세는 ‘종교인의 개인소득’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것이 소득세법의 원칙으로, 종교 활동비에 대해 정부가 관여하는 것은 소득세법의 상위법인 헌법상 정교분리의 원칙에 어긋나고, 세무조사도 종교단체가 아닌 종교인의 개인의 소득에 한정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다.

보수 개신교의 이런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국교회언론회 대표 유만석 목사는 11월 22일 기독일보 칼럼에서 "헌법 20조 1항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란 내면적인 자유뿐만이 아니라 그 활동도 포함하는 것"이라며 "신자들의 자유롭고 자발적인 헌신과 헌금 가운데 종교인에게 지급되는 여타의 경비사용과 활동은 '종교의 자유'에 포함되는 것이며 이를 '하위법'으로 정하며 과세수단으로 삼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보수 개신교계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러면 헌법 조항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①헌법 제20조 1항 '종교의 자유'란

헌법 제 20조의 1항은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2항은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제처에서 발행한 헌법주석서에 따르면 헌법에서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란 신이나 절대자 등 초월적 존재를 신앙할 자유를 의미한다.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국가는 개인에게 특정 종교를 믿으라고, 혹은 믿지 말라고 강요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는 "연방의회는 국교설립에 관한 것이거나 자유로운 종교행사를 금지하는 어떤 법률도 제정해서는 안 된다"는 미국연방헌법 제 1조와 유사하다. 한국의 헌법학자들은 대체로 종교의 자유를 ▲내적 영역인 신앙의 자유 ▲외부적 표현행위인 신앙실행의 자유(종교행사의 자유, 종교결사의 자유, 선교 및 종교교육의 자유)를 포함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종교의 자유는 보호받아야 하지만, 종교적 행위로 표출되는 경우 질서유지를 위하여 당연히 제한을 받는다는 것이 헌법학자들의 견해다. 대법원은 "헌금명목으로 고액의 금원을 교부받은 것을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하여 처단 한 것이 헌법상 종교의 자유나 양심의 자유에 관한 법리를 잘못 오해한데 기인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어디까지나 현실법을 지켜야하며, 종교의 자유가 현실의 법적 책임을 면제받는 이유가 될 수 없다는 의미다.

Page 701 of 헌법주석서 법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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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종교적 행위의 자유는 신앙의 자유와는 달리 절대적 자유가 아니라"고 명시한 바 있다. 내심-표현 이분론인데, 양심의 자유는 허용되지만, 이를 표현할 때는 법질서를 위배할 수 있어 법률에 의해 제한될 수 있는 상대적 자유라는 의미다. 즉, 신앙의 자유는 절대적으로 보호되어야 하지만 세금납부는 현행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가능하다. 

②헌법 제20조 2항 '정교분리'란?

한국의 '정교분리 원칙'의 의미는 비교적 분명하다. '국교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적극적인 면에서는 국교의 금지, 또는 국가에 의한 종교활동을 금지한다는 의미이며 소극적으로는 국가에 의한 특정 종교의 우대 또는 차별금지를 뜻한다. 한겨레 칼럼에 따르면 한신대학교 강인철 교수는 정교분리란 '국가와 종교의 분리'라고 설명했다. 종교는 국가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국가는 종교를 이용해 권력을 강화하려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즉, 종교가 국가의 간섭을 받지 않으려면 국가의 특혜를 받으려고 해서는 안된다. 허영 교수가 지은 한국헌법론에서 '정교분리'를 정의한 바에 따르면 "종교평등의 원칙을 명백히 하고, '정치의 종교화'와 '종교의 정치화'를 금지함으로써 종교의 자유가 수행해야 하는 객관적 가치질서로서의 기능을 강조하는 것"이다. 

종교인 과세가 '정교분리 원칙 훼손'이라는 주장에 대해서 종교계 내부에서 이미 반박이 나왔다. 지난 9월 진보성향 개신교 교단 협의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주최하는 '종교인 과세와 교회재정 투명성 토론회'에서 오경태 공인회계사는 "과세당국이 종교단체에 과세유예 혜택을 줘 종교의 자유와 정치적 의사표현을 회유, 왜곡하는 효과를 누렸다" "종교단체가 투명하게 세금을 납부하고 세상을 향해 담대한 꾸지람을 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정교분리의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종합하면 '정교분리'는 종교에 대한 국가권력의 부당한 개입을 금지함과 동시에 종교가 국가권력에 개입하면서 특혜를 받는 것을 금지한 조항이라는 해석을 할 수 있다.

헌법학자들 "종교인 과세와 종교자유는 관련 없어"

취재에 응한 헌법학자들은 모두 종교인 과세와 헌법 20조는 관련이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교분리는 정치가 종교에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의미이지만 종교단체에 대해 세속법을 적용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은 신정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종교단체에 교회법이 아닌 세속법을 적용한다는 것이 정교분리의 원칙을 제대로 구현하는 것이란 의미다. 

다른 헌법학 전공 교수는 "그럼 종교인이 세금을 내는 전 세계 대부분 국가는 정교분리 원칙을 위반한 것이냐"고 되물었다. 그는 "정교분리는 특정 종교에 유불리한 국가행위가 없어야 한다는 원칙이지 세속법을 적용해서는 안된다는 의미가 아니다"고 말했다. 헌법주석서 헌법 20조 해설을 기술한 박종보 한양대 교수는 종교인 과세가 정교분리 원칙을 위반한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종교인 과세에 대해 위헌이라는 주장은 이전에도 있었다. 당시에는 근로장려세제(EITC) 혜택과 관련한 형평성 문제가 근거였는데, 이번에는 종교활동의 자유를 근거로 삼았다.

CBS 뉴스화면 캡처

종교인 과세 특혜가 위헌일수도

종교활동비에 대한 과세가 종교 활동을 금지하거나, 특정 종교를 차별한다고 보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고문현 한국헌법학회장은 SBS와의 인터뷰에서 “세무조사 자체가 법을 집행하는 것이므로, 법 집행이 위헌일 수는 없다”고 밝혔다. 헌법 제38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납세의 의무를 진다”고 되어 있다. 교육ㆍ국방ㆍ근로와 함께 납세는 국민의 4대 의무다. 그러나 이러한 헌법 조항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그동안 종교인에 대해 납세 의무를 지우지 않았다. 자발적으로 세금을 납부하는 일부 종교인들만 납세를 해왔다. 

오히려 현행 종교인 과세 시행령이 위헌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종교인에게만 과도한 혜택을 줘 조세평등 원칙을 어겼다는 것이다. 한국납세자연맹은 오는 1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인천대 세무학과 홍기용 교수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납세자가 세금을 낼지 안 낼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헌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 속에서 기획재정부는 12월 21일 종교활동비를 종교단체의 지급명세서 제출 항목에 추가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추가 입법예고했고 26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비과세가 유지하되 세무 신고는 하도록 한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등을 거쳐 연내 공포될 예정이지만, 종교인과세 자체를 반대했던 보수개신교계를 비롯한 종교계 일부와 공평한 과세를 주장하는 시민단체 모두 불만을 표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종교투명성감시센터'와 '종교인근로소득과세를 위한 국민운동본부', 그리고 사랑의교회 갱신그룹 신도 약 80여 명은 26일 종교인 과세 특혜를 철회하라는 집회를 기획재정부 앞에서 열었다.

뉴스톱의 판단

보수 개신교 단체로 구성된 종교인과세TF는 "종교활동비 부분을 건드리는 것은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헌법 조항을 면밀히 분석하고 헌법학자들의 견해를 들은 결과, 이런 주장은 사실무근이다. 대한민국은 신정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종교단체와 종교인 역시 실정법을 준수해야 한다. 게다가 헌법 38조는 모든 국민이 납세의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오히려 과도한 종교인 과세 특혜가 위헌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종합적으로 판단해 종교인과세TF의 "위헌" 주장을 거짓으로 판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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