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vilized가 인종차별 표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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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vilized가 인종차별 표현일까?
  • 박기범
  • 승인 2018.02.01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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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범의 영어 팩트체크] 영어의 인종차별, 혐오 표현

MBC everyone 예능프로그램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이 프로그램 출연차 한국을 방문한 3명의 영국청년들은 용산 인근의 베이커리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앤드류, 데이비드, 사이먼 등 세 사람은 이 가게의 빵이 맛있다며 연신 감탄을 하던 중이었다. 

"영국의 빵집과 매우 비슷하다(Suppose this is very much like a bakery in the UK.)"라는 앤드류의 말에 사이먼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Yes, this is quite civilized. This is quite civilized. Quite similar."

이 방송이 나간 후 인터넷과 SNS에서는 'civilized'라는 표현 때문에 인종차별 논란이 거세게 일어났다. 이 표현이 제3세계 국가나 식민지 사람들이 문명화, 혹은 개화되지 못했다며 조롱하는 의미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사실 사이먼의 인종차별 의혹이 단순히 방송내용만으로 촉발된 것은 아니다. 이미 사이먼과 그 친구들이 SNS에서 한국인을 조롱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문법이나 철자가 틀린 영어로 한국인들이 남긴 댓글을 친구들이 흉내내자 사이먼 역시 좋아요를 눌렀다는 것이다. (현재 사이먼(Simon Burfiend)의 SNS에서 논란의 내용은 삭제된 상태다.) 사이먼은 이런 논란에 대해 '악의는 없었다'며 사과했다. 

또한 자신은'civilized'가 아닌 'similar(유사한)'라고 말한 것이라고 해명함으로써 논란은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방송을 보면 실제 사이먼이 문제의 civilized 발언 직후 영국 빵집과 비슷하다는 의미로 "Quite similar."라고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사이먼의 입모양을 보면 앞의 2개 문장에서는 civilized에 가깝게 말했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까지가 사이먼의 인종차별 논란에 대한 팩트다.

그렇다면 과연 civilized라는 표현이 인종차별적인 단어라고 확정해서 말할 수 있는 걸까? 네이버 사전은 영어 단어 civilized를 1) (문화, 생활양식 등이) 문명화된, 2) (법률, 관습 등이) 개화된, 3) 교양있는, 고상한, 4) 안락한, 멋진 등의 의미를 가진 형용사로 설명하고 있다.  

케임브릿지 사전도 civilized라는 단어에 대해 "used to describe a pleasant or comfortable place or thing"이라고 정의한다."This is all very civilized" he said, settling himself down in a chair by the fire."라는 예문도 제시되어 있다. 

civilized라는 형용사가 '문명화되어서 교양있고 즐거우며 편안한' 상태를 묘사하는 단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사전적인 정의만 따진다면 사이먼이 한국의 빵집에 대해 '멋지고 편안한 곳'이라고 평가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원어민들도 단순히 civilized라는 단어 자체가 인종차별적인 의도를 가졌다는 주장에 대체로 동의하지 않는다.  

문제는 가치중립적인 영어 표현이 누군가에게는 차별 혹은 비하의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 야만적(barbarous)이고 미개한(savage) 상태에서 개화된 결과를 묘사하는 말이 civilized다. 그러나 이는 서구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편견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많다. 동양이나 제3세계의 전통이나 관습, 문화가 서구의 과학문명이나 이성의 잣대에 의해 폄하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문명의 발달을 선도했던 사람들에게 civilized란 단어는 편안하고 품격있는 의미일지 모른다. 그러나 상대적인 차별의 역사를 경험한 다른 사람들에게는 상처가 될수도 있다. 

동양적인 것을 뜻하는 가치중립적인 단어 'oriental'에 대해서도 차별이나 비하의 의미를 내포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에 살고 있는 아시아 사람들을 본질적으로 소외시키려는 의도가 담긴 표현이라는 것이다. 색깔을 의미하는 black이나 white, yellow 등이 인종차별적인 긴장감 넘치는 단어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물론 흑인들끼리 서로 nigger 혹은 black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위트넘치는 농담에 불과하다.그러나 백인이나 아시아인들이 그들에게 이런 표현을 쓴다면 문제가 된다. 

마찬가지로 백인의 흰 피부를 칭찬하며 'You are very white.'라고 하면 인종차별주의자로 오해받을 수 있다. 'You look very pale.', 'You have fair skin.', 혹은 'Your skin is gorgeous'라고 하는 편이 좋다. 게다가 'You people(여러분들)'이라는 표현 역시 인종차별적일 수 있다는 부분에선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 말은 과거 백인들이 흑인들을 깔보며 했던 말이기 때문에 'You folks' 혹은 'Everyone' 정도가 좋다.

또한 흑인들의 독특한 헤어스타일에 호기심이 생겨 'Can I touch your hair?'라고 묻는 것도 실례다. 춤이나 운동에 특출난 흑인들이라고 해서 무작정 'You can dance so good!'이라고 한다면 오해를 사기 십상이다. 

 이처럼 인종차별에 대한 감수성은 전세계적으로 더 예민해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당연히 백인우월주의에 대한 반감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2014년에는 한 이스라엘 모델이 인천공항에서 '찢어진 눈(slant eyes)' 포즈로 셀카를 찍어 SNS에 올린 일이 한국인들의 공분을 샀다.그러나 한국의 네티즌들이 이 모델의 SNS에 'Heil Hitler' 등의 댓글을 달아 오히려 역풍을 맞기도 했다.  

2015년에는 영국의 한 연예방송 프로그램이 한국 걸그룹 EXID의 발음을 조롱해서 논란을 낳기도 했다. 아직까지 한국의 여론은 서양인들의 한국 비하에 주로 관심이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인종차별에 대한 감수성은 타인의 차별에 대한 분노보다는 우리 자신에 대한 반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 백인에 대한 선호, 다른 민족에 대한 근본적 멸시의 감정 등은 한국사회에 넓고 깊게 자리잡은 병폐다.

우리들 역시 외국인들에게 인종차별주의자로 비난받을 짓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볼 문제다.  소위 'N word'라고 불리는 nigger 혹은 nigga라는 단어는 아예 잊는 게 좋다.  백인에게 honkey(honky)라고 하거나 일본인을 jap, 중국인을 chink, 유태인을 jew라고 부르는 것도 절대 금물이다.이렇게 민족적 비하의 의미를 담은 인종차별적 표현들을 영어로 ethnic slurs라고 하는데 그 종류가 실로 엄청나다. 

마지막으로 우리들이 흔히 쓰는 'Mixed kids are cute.'라는 표현도 피해야 한다. 혼혈이라 귀여운 것이 아니라 어린아이라서 그냥 귀여운 것이다. 

박기범    dune5@daum.net  최근글보기
미국 USC에서 석사를 마친 뒤 한국에서 7년간 학원에서 토플을 가르쳤다. 영어교육은 공공재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2011년부터 영어 무료학습 사이트 한마디로닷컴을 운영하며 교육평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EBS English, 재능방송 JEI English TV, eduTV 등에서 영어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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