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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과 우버, 4일만에 재판 종결 합의한 이유[황장석의 실리콘밸리 팩트체크] 자율주행차 기술절도 공방 배경 및 과정

얼마 전 실리콘밸리에서 따끈따끈한 자율주행차(무인자동차) 뉴스 하나가 전 세계에 배달됐습니다. 자율주행차 절도 재판으로 소송 중이던 알파벳(구글의 지주회사)의 자율주행차 사업 담당 자회사 웨이모(Waymo)와 우버(Uber)가 전격적으로 재판 종결에 합의했다는 내용이었죠. 적어도 3~4주는 이어질 줄 알았던 재판이 불과 4일 진행하고 끝나버렸습니다. 실리콘밸리의 기술 절도, 인재 쟁탈전 등등 흥미진진한 주제를 다루던 재판이 허망하게(?) 끝나자 현지 언론도 당황한 듯한 분위기더군요.

세계적인 공룡기업 알파벳(구글은 이제 자회사가 됐는데도 자꾸 구글이라고 부르고 싶어집니다)과 세계 곳곳 진출하는 곳마다 뉴스를 만들어 내는 '문제적 기업' 우버. 두 기업이 한판 크게 붙었다가 악수하고 헤어진 이 재판을 한번 들여다 보겠습니다.

①왜 재판을 하게 됐나

알파벳의 자회사 웨이모가 지난해 2월 우버를 상대로 소송을 걸면서 시작된 재판이었습니다(정확히는 우버, 우버의 자율주행 자회사인 오토에 대해 제기한 소송이었는데요, 어차피 그 회사가 그 회사니까 그냥 우버라고 부르겠습니다).

웨이모 측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우버, 너희가 우리 자율주행 기술 훔쳐갔지? 그것 때문에 우리가 피해 입었으니 돈 내놔!' 웨이모 측은 “이것은(소송을 제기하는 건) 웨이모의 자율주행차 기술과 관련된 영업비밀(trade secret) 빼돌리기, 특허 침해, 그리고 불공정 경쟁 행위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소장(訴狀) 앞 부분에 그렇게 써 놨습니다. '시간과 돈, 노력을 들여 위험을 감수하면서 기술 개발하는 대신 남의 기술을 홀라당 훔쳐갔으니까 손해 배상하고 기술 사용하지 못하게 해주세요'라고 법원에 요청한 겁니다.

②우버가 뭘 어떻게 훔쳐갔다는 건가

자율주행차에 필요한 '인공 눈(eye)' 기술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바로 라이다(LiDAR, Light Detection and Ranging) 센서 기술입니다. 라이다는 빛(Light)과 레이더(Radar)의 조어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웨이모 측 설명에 따르면, 라이다 센서는 레이저를 발사한 다음 뭔가에 부딪혀 반사된 레이저를 분석해 주위 물체와 거리 등을 감지하고 측정합니다. 그리고 이를 이용해 실시간 3차원 영상을 만들어냅니다. 앞 뒤 옆 자동차 주변의 360도를 모두 주시하고 순간 순간 나타나는 다른 차량과 물체 등을 감지하고 운행하는 자율주행차의 핵심 기술입니다.

알파벳 자회사 웨이모(과거엔 구글)는 알려져 있다시피 오래 전부터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투입해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해왔습니다. 그렇게 해서 개발한 기술 중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이라고 할 만한 게 라이다 센서 기술입니다.

물론 웨이모의 주장을 우버는 반박했습니다. 그런 적 없다고 했죠. '무슨 소리냐, 우리가 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것이다. 너희 기술 안 훔쳤다', 이런 반응이었죠.

③훔쳐갔다면 누가 어떻게 훔쳤다는 건가

여기서 한 사람이 등장합니다. 바로 이번 재판의 주인공 중 한 명인 앤서니 레반도스키(Anthony Levandowski)입니다. 우버와 공모해 웨이모의 자율주행 핵심 기술인 라이다 센서 기술을 빼돌려 우버에 팔아먹었다는 혐의를 받는 인물입니다(구글 자율주행 부문이 2016년 12월 웨이모라는 회사로 설립됐기 때문에 '과거 구글 자율주행 부문=현재 웨이모', 이렇게 보면 되겠습니다).

그는 2007년 구글에 합류해 2016년 1월 그만둘 때까지 9년 가량 구글 자율주행 기술 개발의 핵심 인력이었습니다. 대단한 능력자입니다. 구글에서 일하면서 별도로 2개의 자율주행 회사를 설립했는데, 이 회사들은 모두 2011년 구글에 인수됩니다. 얼마에 인수됐는지 자료를 확인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수백 만 달러 정도는 됐을 것으로 가늠해 봅니다.

레반도스키는 2016년 1월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 같은 해 5월 오토(Otto)라는 이름의 자율주행 트럭회사를 세웁니다. 3개월 뒤인 그 해 8월 우버가 이 회사를 6억8000만달러에 인수합니다. 1달러를 1000원으로만 계산해도 6800억원입니다. 당시 우버의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 트래비스 캘러닉은 레반도스키에게 우버의 자율주행 부문 수장을 맡겼습니다. 그로부터 6개월 뒤인 2017년 2월 웨이모가 소송을 제기합니다.

웨이모가 개발한 라이다 센서가 부착된 자율주행자동차 동작원리

웨이모 측은 우버가 인수한 오토의 라이다 기술이 웨이모(구글)의 기술을 그대로 훔쳐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웨이모 측이 법원에 낸 소장엔 레반도스키가 구글을 그만 두기 한 달 전인 2015년 12월 중순 자신의 회사 컴퓨터를 이용해 회사 서버에 보관된 9.7GB 분량의 1만4000개 사업비밀 파일을 하드에 다운로드해서 외장메모리카드에 옮긴 걸로 나옵니다. 그 중 2GB는 웨이모의 라이다 기술과 관련된 파일이었다고 하고요(웨이모 측은 레반도스키가 다운로드 기록을 제거하기 위해 회사 컴퓨터를 포맷했다고 밝히는데요, 머리 좋은 천재 엔지니어가 세심하게 지웠을 텐데 어떻게 복구해서 기록을 찾아냈는지 궁금하네요).

웨이모 측은 레반도스키 외에도 비슷한 시점에 구글을 그만두고 레반도스키의 창업에 합류한 상당수 동료들도 자율주행 관련 회사기밀을 몰래 다운로드했다고 밝힙니다. 게다가 소장을 보면, 레반도스키가 구글을 그만두기 전 구글 기술을 복제해서 회사를 세울 것이라고 주위에 얘기했으며 그 즈음에 우버 중역들과 만났다고 하는군요. 결국 자체 개발한 라이다 기술이 없던 우버, 그리고 웨이모(구글)의 라이다 기술 핵심 인력이었던 레반도스키 양측이 공모해 자신들의 회사기밀을 훔쳤다는 게 웨이모의 주장입니다.

④레반도스키는 누구?

자율주행 기술 부문의 천재 엔지니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 버클리)와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산업공학 및 운영 리서치(IEOR)를 전공했는데요, 24세 때인 2004년, 2005년 대학원 친구들을 이끌고 자율주행 오토바이 '고스트 라이더(Ghostrider)'를 제작해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후원한 자율주행차 경주에 참여했습니다.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하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경주였죠. 그가 팀 리더로 제작한 자율주행 오토바이는 현재 워싱턴 DC에 있는 국립미국사박물관에 보관돼 있습니다.

트래비스 캘러닉 전 우버 CEO(왼쪽)와 앤써니 레반도스키 우버 기술부회장.

포브스 보도를 보면, 레반도스키는 DARPA 경주에 참여했을 때 자율주행 부문의 대가인 스탠퍼드대 세바스찬 스런(Sebastian Thrun) 교수의 눈에 띕니다. 스런 교수가 이끄는 스탠퍼드대 팀의 자율주행차 '스탠리'는 2005년 DARPA 경주에서 우승했습니다. 스런 교수는 2007년 구글 자율주행 부문 수장을 맡게 되는데 이때 레반도스키도 합류합니다(구글이 본격적으로 자율주행차 프로젝트를 시작한 건 2009년이고 이를 공식화한 건 2010년의 일입니다).

그는 16세에 고등학교 웹사이트를 제작한 것을 시작으로 웹사이트 제작으로 돈을 벌 만큼 사업가 기질도 있었던 듯 합니다. 17세엔 기업들이 제품 사진과 정보를 업로드 할 수 있도록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고교생 창업이었습니다.

⑤웨이모는 당초 왜 레반도스키의 창업을 의심했을까

웨이모 측은 레반도스키가 사용했던 회사 컴퓨터 하드디스크드라이브 정보를 복구하는 등 자체 조사에 착수한 시점을 2016년 여름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레반도스키가 창업한 회사를 우버가 인수한다고 발표한 2016년 8월 즈음입니다.

사실 상황이 그럴 만도 했습니다. 회사의 핵심 인력이 갑작스럽게 회사를 그만두더니 곧바로 자율주행 트럭회사를 창업했는데요, 불과 3개월 뒤에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우버에 인수되더란 말입니다. 이거 혹시 우리 기술 빼돌린 거 아니냐고 의심할 만 한 거죠.

웨이모 측은 자체 조사를 통해 레반도스키와 그의 창업에 합류한 전 직원들이 사용했던 컴퓨터를 조사해서 증거를 확보했다고 합니다. 몇 개월 뒤인 그해 12월엔 라이다 부품을 공급하는 한 업체로부터 '우버와 우버에 인수된 자율주행 트럭회사 오토가 웨이모의 사업비밀과 특허를 받은 라이다 디자인을 이용하고 있다'는 증거를 담은 이메일도 받았다고 합니다.

⑥소송은 어떻게 진행돼 왔나

지난해 2월 웨이모가 소송을 제기하고 3개월 뒤인 5월 말 우버는 그동안 '스타 엔지니어'로 치켜세웠던 레반도스키를 해고합니다. 명분은 사내 진상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재판을 담당한 연방법원 판사는 본격적인 재판에 앞서 레반도스키에게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법정에서 증언을 하라고 명령했습니다만, 레반도스키는 헌법에 규정된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거부할 권리'를 행사했습니다. 입을 닫은 것이죠. 뉴욕타임스 보도를 보면, 회사(우버) 측이 수 개월 동안 그에게 협조를 요구하고, 시한을 정해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했지만 거부하자 해고했다고 하는군요. 아래는 우버가 레반도스키에게 법정 증언을 요청하며 거부할 경우 해고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문건입니다.

당초 재판은 12월 초에 열릴 예정이었는데요, 올해 2월 초로 미뤄졌습니다. 지난해 11월 갑작스럽게 희한한 문건 하나가 튀어나왔기 때문입니다. 연방검찰이 당시 조사 중인 사건에서 나온 문서라며 우버의 전 직원이 회사 측과 분쟁 과정에서 보낸 37쪽 짜리 문서를 이번 사건 담당 판사에게 보낸 것이었습니다.

와이어드(Wired) 기사를 보면, 이 문서엔 재직 당시 트래비스 캘러닉 우버 CEO가 남의 회사 기밀 절도를 지시했고, 경쟁회사 중역들을 염탐하기 위해 회사 측이 스파이들을 고용했으며, 이와 관련된 자료들을 어떻게 감추는지 교육했다는 등의 의혹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번 재판과 관련이 있는 자료였습니다. 그렇다 보니 이례적으로 담당 판사가 이런 내용을 웨이모 측이 검토할 시간을 줘야 한다며 이례적으로 2개월이나 재판을 미룹니다.

⑦갑작스럽게 합의로 끝났는데

이번 재판은 꽤 길게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양측이 치열하게 공방을 벌일 게 뻔한 지라 3~4주는 기본일 것이란 관측이 많았죠. 그런데 달랑 4일 재판이 진행된 뒤 5일째 되던 날 아침에 양측이 합의를 봐서 해결하기로 했다며 재판이 끝나버렸습니다.

우버는 웨이모에 2억4500만달러 상당의 우버 주식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큰 돈이긴 하지만 웨이모가 달라던 10억달러에선 한참 깎은 금액입니다(소송 제기할 땐 원래 18억달러였는데, 진행 중에 10억달러+공식사과로 요구 사항이 바뀌었습니다). 우버 CEO는 이번 일과 관련해 '유감(regret)'이란 표현으로 사과하는 모양새를 갖추면서 웨이모의 자율주행차 관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정보를 우버의 자율주행차 개발에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⑧누가 승리했나

글쎄요, 양측 다 이쯤에서 끝내는 게 좋은 상황이었다는 설명이 그럴 듯 해 보입니다. 포브스 비즈 카슨 기자의 분석처럼 말입니다. 더 이상 끌고 가는 건 서로에게 득 될 게 없다는 겁니다. 먼저 웨이모. '자율주행 본가'의 명예를 지켜야 한다는 것 외엔 재판을 더 하는 게 의미가 크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너도 나도 자율주행차 개발에 뛰어들고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상황에서 웨이모가 소송을 건 기술도 이제는 최신 기술은 아니지 않겠느냐는 것이죠. 웨이모가 소송 과정에서 도둑 맞았다고 밝힌 120여 건의 사업 비밀 중 실제로 재판에서 다뤄진 건 8건 뿐이었고 특허 부분은 포함되지도 않았다고 하네요. 회사 이익에 치명적인 사업 비밀이나 특허는 아니었거나 그런 게 별로 없었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우버는 물론 얼른 재판을 마무리하는 게 득이었을 겁니다. 신임 CEO로서는 더욱 그러했을 겁니다. 우버의 경우, 사내 성추행과 성차별, 그리고 이번 소송까지 모두 전임 트래비스 캘러닉 CEO 시절 벌어진 일입니다. 신임 다라 코스로우샤히 CEO로선 큰 혹 하나 떼면서 회사 이미지를 개선해 향후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데 힘을 받게 된 것도 사실입니다. 게다가 재판 과정에서 회사 차원에서 남의 회사 기밀을 빼돌리라는 지시를 했다거나 경쟁회사 중역들 염탐을 하도록 했다거나 하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미지는 계속 나빠지는 상황이었죠.

코스로우샤히 CEO는 사실상 절도 혐의를 인정하지도 않았습니다. 그가 합의 종결 후 내놓은 발표문엔 이런 문구가 나옵니다.

“명확히 해두자면, 우리는 웨이모의 사업 비밀이 하나라도 우버에 넘어왔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웨이모의 독점적인 정보를 하나라도 우버가 사용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웨이모에게 우리의 라이다와 소프트웨어가 독자적인 작품이라는 것을 확실히 하고자 (이런) 수순을 밟습니다.”

사실 웨이모와 우버는 특수 관계입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웨이모의 지주회사 알파벳과 우버의 관계입니다. 알파벳은 과거 구글 시절 우버에 초기 투자자로 참여했죠. 이번 소송으로 사이가 틀어지기 전까지 자율주행차 사업과 관련해 서로 협력할 방안을 모색하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이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코스로우샤히 CEO가 '유감'이란 단어가 들어갔을 뿐 혐의는 인정하지 않은 발표문에도 이런 문구가 나옵니다. “우리의 친구 알파벳. 우리는 파트너입니다. 당신은 우버의 중요한 투자자입니다.”

특수 관계라는 두 회사가 이렇게 소송으로 맞붙게 된 건 그만큼 자율주행이 사회 변화를 이끌 중요한 기술이기 때문일 겁니다. 특히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1등만 살아남을 것 같은 분야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나를 앞설 것 같은 상대가 나타나면 어떻게든 주저 앉혀야 하고, 앞선 상대는 어떻게든 추월하려고 하는 것이겠죠.

황장석    surono@naver.com  최근글보기
2002년부터 동아일보와 서울신문에서 정치부, 사회부, 문화부 기자로 일했다. 2012년 스탠포드대학교 후버연구소 객원연구원을 역임했다. 퇴사 이후 실리콘밸리 근처에 거주하며 한국 언론을 통해 실리콘밸리와 IT기업 소식을 전하고 있다. 2017년 실리콘밸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명한 책 <실리콘밸리 스토리>를 냈다.

황장석  sur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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