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이윤택 형사처벌 가능할까

  • 기자명 최윤수
  • 기사승인 2018.02.26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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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29일 서지현 검사로부터 시작된 미투(#metoo) 운동은 한 달 새 검찰 뿐 아니라 문단, 극단, 종교, 대학 등 다양한 분야로 퍼져 나가는 중이다. 그 결과 가해자로 지목된 고은 시인은 단국대 석좌 교수직에서 물러났고, 수원시가 지원한 주거, 창작공간에서도 떠나기로 했다. 연출가 이윤택이 이끌던 연희단거리패는 해체됐다. 배우 조민기는 청주대학교에서 중징계를 받아 면직됐고, 준비 중인 드라마에서도 하차했다. 이외의 상당수 가해자들이 사과, 활동 중단, 교수직 사퇴 등의 수순을 밟고 있다.

왼쪽부터 이윤택, 고은, 조민기.

이와 별개로 법적 처벌이 가능할까.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신할 수 없으나, 언론에 보도된 피해자들의 주장을 전제로 살펴보자.

이윤택 강제추행, 유사강간 등 처벌 대상

가해자가 피해자 의사에 반하여 키스를 하거나 직접 신체접촉을 한 것은 강제추행죄가 될 수 있다. 형법 제298조는 폭행 또는 협박을 추행의 수단으로 요구하고 있으나, 추행행위 자체를 폭행과 동일 시 하거나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그 힘의 대소걍약을 불문하여 넓게 인정한다(대법원 1994. 8. 23. 94도630 판결).

폭행, 협박을 부인하더라도 가해자들은 교수, 연출가 등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학생, 배우 등을 추행한 것이므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 제1항의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으로 처벌할 수 있다.

대법원은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죄의 판단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대법원 1998. 1. 23. 선고 97도2506 판결). 위력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을 말하고,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않는다. 폭행·협박뿐 아니라 사회적·경제적·정치적인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며, 위력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된다. 이 경우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되어야 할 필요도 없다.

추행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유치원 원장이 20대 초중반의 유치원 교사나 채용 예정자들에게 한 다음 행위들을 모두 업무상 추행으로 인정했다. 잡아 당겨 안기, 피해자를 자기의 차량에 태우고 가다가 은밀한 장소에 이르러 강제로 키스하기, 유치원 내에서 피해자의 허리를 양손으로 잡아 올리고, 발기된 성기를 피해자의 허벅지에 닿게 하기, 두 손으로 피해자의 어깨를 감싸안고, 놀라 비명을 지르는 피해자의 왼손을 잡아 쥐고 주무르기, 전화기 전달을 빙자하여 오른손으로 피해자의 젖가슴 밑 부분을 닿게 하기 등이 모두 처벌의 대상이 됐다.

이윤택은 안마 중 유사 성행위가 있었던 점은 인정하면서도 폭행, 협박은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거부하는 경우 배역에서 불이익을 주거나 극단 내에서 마녀 사냥을 하는 등 압박을 했고, 이윤택이 피해자들의 손을 잡아 자신의 성기를 만지게 했다고 하므로,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으로 처벌이 가능해 보인다. 특히 구강 성교를 시켰다는 주장도 있는데, 2013년 6월 19일부터 형법 제297조의2(유사강간)이 시행되었으므로, 이후 발생한 부분은 폭행, 협박 정도에 따라 유사강간으로 처벌할 수 있다.

한편 이윤택은 강간 혐의는 부인하고 있다. 구체적인 폭행, 협박의 정도에 따라 성립 여부가 달라질 것이나, 형법 제297조의 강간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업무, 고용 기타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간음한 경우(형법 제303조 제1항)로 인정될 수 있다.

문제는 고소기간과 공소시효다.

강간, 강제추행,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및 간음 모두 친고죄로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었다. 2012년 12월 18일 개정된 법이 2013년 6월 19일부터 시행되면서 친고죄 규정이 폐지됐으나, 시행일 이전에 발생한 범죄는 여전히 친고죄로 두었으므로, 현재 모두 고소기간 1년이 지났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2013년 6월 19일 이전에 발생한 부분은 지금 처벌할 수 없다특히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은 공소시효가 5년이므로, 5년 전에 발생한 부분은 이미 공소시효도 만료됐다.

강간과 추행 2013년까지 친고죄여서 처벌 힘들어

그러나 상습성이 인정되면 처벌할 수 있는 범위가 늘어난다. 상습범의 경우 마지막 범죄행위가 끝났을 때부터 공소시효 및 고소기간이 기산된다. 따라서 상습성이 인정된다면 마지막 범죄에 대해서 아직 공소시효가 도과하지 않거나 비친고죄로 보아 처벌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성폭력범죄의 상습범을 가중처벌하는 형법 제305조의 2는 2010년 4월 15일에 신설되었다. 2010년 4월 15일 이전에 발생한 범죄까지 상습범에 포함시켜 처벌할 수 있을까. 대법원은 이를 부정하고 있다(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5도15669 판결). 범죄는 행위시법으로 처벌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상습범 처벌 규정이 시행되기 전의 범행은 행위시법에 따라서만 처벌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결론적으로 비친고죄에 해당하는 범죄(강간상해 등)는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았다면 처벌이 가능하지만, 2013년 6월 18일까지 친고죄였던 강간, 강제추행,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및 추행은 그 이후 발생한 범죄에 한해서 처벌할 수 있고, 다만 상습성이 인정되는 경우 2010년 4월 15일부터 발생한 범죄까지 상습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

따라서 2011년부터 청주대학교 교수로 근무한 조민기의 경우 상당한 부분 처벌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나, 이윤택의 경우에는 2010년 4월 15일 이전에 발생한 범죄는 처벌이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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