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미투 성폭행 가해자는 전부 좌파?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8.03.13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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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운동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려는 시도가 나오고 있다. 최근 인터넷 게시판과 카카오톡에는 '성폭행범이 모두 좌파'라는 취지의 글과 함께 구체적인 리스트가 돌고 있다. 이 글은 "성폭행 걸린놈들 어째 좌파들밖에 없냐. 죄다 노란리본 매고 정의로운 사회 박근혜 퇴진외쳤던 사람들이네"라고 시작하며 박근혜 탄핵 및 세월호 추모를 미투운동 가해자와 연결시키려고 했다. 일간베스트에는 이런 글이 여럿 올라와 있다. 해당 글 전문은 아래와 같다.

최근 메신저에서 돌고 있는 좌파진영 미투운동 가해자 리스트 캡쳐.

이 글의 리스트와 관련 내용이 사실인지 뉴스톱이 팩트체크했다.

우선 용어정리가 필요하다. 한국의 정치적 성향은 필요에 따라 좌파-우파, 혹은 진보-보수로 나뉜다. 보통 (범)진보진영에서는 좌파란 단어를 쓰지 않는다. 엄격한 의미의 유럽식 좌파는 정의당 등 소수 정당 및 그 지지자에만 해당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정강정책상 보수정당에 가깝다. 좌파라는 단어는 주로 자유한국당과 그 지지자들이 진보진영을 부를 때 사용된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6일 "미투 확산돼서 좌파들 더 많이 걸렸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글에서는 '좌파'란 단어를 '범진보진영 및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세력'으로 받아들였다. 진보적 발언이나 민주당 지지 발언을 명백하게 하지 않은 경우는 좌파로 분류하지 않았다.  

또 이 글에서 언급하는 블랙리스트는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문화계 블랙리스트로 해석했다. 이명박 정부땐 82명이 블랙리스트에 올랐고, 박근혜 정부땐 9000여명이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이들 중 확인이 가능한 명단은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 촉구 선언 문화인 594명, 2014년 6월 문학인 세월호 시국선언 754명, 그리고 지난 2012년 대선 문재인 후보 지지 선언 문화예술인 4110명, 지난 2014년 6월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지지선언 문화예술인 909명 등 6000여명이다. 이밖에 언론에 공식보도된 인물로 블랙리스트 등재로 인정했다.

블랙리스트 작성은 민주주의 원칙을 저버린 위법행위다.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김기춘 비서실장, 조윤선 장관 등은 법의 심판을 받고 있다. 따라서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고 해서 좌파나 진보로 볼 수 없다. 세월호 추모도 마찬가지다. 국가적 재난을 추모하는 것은 정치적 성향과 관련없다. 원문에서는 세월호 추모와 블랙리스트 등록을 좌파의 고유한 특성인 것처럼 묘사했지만 이들은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모두 피해자다. 또 박근혜 탄핵을 위한 촛불집회도 국민 대다수가 지지했기 때문에 좌우를 엄격히 나누기 힘든 사안이다. 

기사는 원문에 주어진 단어와 가정을 사실로 전제하고 검증을 했다. 내용의 당위성과 정치적 맥락은 검증하지 않는다. 이름이 거론된 당사자를 묘사한 내용(블랙리스트, 좌파성향)이 맞으면 사실이고, 묘사가 틀렸으면 거짓이다. 아래는 좌파 가해자 리스트에 대한 팩트체크다.

 

1. 이윤택 - 좌파 성향 연극 연출자, 문재인 절친 (블랙리스트 출신)

사실이다. 이윤택은 진보성향 연극 연출자다. 2012년 대선때는 방송에 나와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연설을 하기도 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의 경남고등학교 동창이다. 다만 '절친'이라는 주장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문 대통령과 교류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윤택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1호로 파악된다.

2. 고은 - 좌파 성향 시인, 문슬람 (블랙리스트 출신)

사실이다. 고은은 진보성향 문학인으로 유명하며 오랜 기간동안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2012년 당시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랐다. 문슬람이란 단어는 혐오발언이다.

3. 조민기 - 촛불 좌파 (블랙리스트 출신)

절반의 사실이다. 조민기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촛불집회를 지지한 바 있다. 조민기는 "광화문에서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꺼지지 않는 촛불을 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개된 블랙리스트에는 조민기 이름이 없다. 다만 최근 자유한국당이 조민기가 박근혜 정부 문화계 블랙리스트 멤버라고 주장한 적은 있다.

 

4. 김석만 - 한국예종연극원 교수 (블랙리스트 출신)

거짓이다. 김석만 전 한예종 교수는 최근 국립극장장 후보에 올랐으나 미투운동의 가해자로 지목되 뒤 탈락했다. 정치적 성향은 확인되지 않았다. 알려진 블랙리스트에는 이름이 없다.

 

5. 김기덕 - 문재인의 나라 찬양 (블랙리스트 출신)

사실이다. 김기덕은 2012년 대선 때 "문재인의 국민이 되고 싶다"며 지지의사를 밝혔다. 그는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 촉구 선언으로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랐다. 

 

6. 조재현 - 촛불 좌파 (블랙리스트 출신)

대체로 거짓이다. 조재현은 평소 박근혜 정부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촛불집회에 참석한 것은 확인되지 않았다. 블랙리스트에 조재현 이름이 있지만 서울민예총 정책위원장으로 동명이인이다.

 

7. 조근현 - 영화 '26년' 감독 518광주민주화외침 (블랙리스트 출신)

사실이다. 광주민주화항쟁을 다룬 강풀 원작 영화 26년의 감독이다. 박근혜 정부는 영화 26년을 편향된 가치관을 조장하는 대표적인 영화로 봤다.

 

8. 이병훈 - 음악감독 좌파 (블랙리스트 출신)

대체로 거짓이다. 가수 겸 음악감독이지만 정치적 성향은 분명하지 않다. '님은 먼 곳에', '황해' '즐거운 인생' '쎄시봉' '복수는 나의 것' 등 영화 음악을 제작했다. 블랙리스트에 이병훈(문화일반)으로 올라와 있으나 동일인인지 확인이 안됐다.

 

9. 배병우 - 사진작가 좌파 (블랙리스트 출신)

거짓이다. 서울예대 교수로 재직한 사진작가이지만 정치적 성향은 확인되지 않았다.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없다.

 

10. 최용민 - 좌파 배우 (블랙리스트 출신)

거짓이다. 배우이자 명지전문대 연극영상과 교수지만 정치적 성향은 확인되지 않았다.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없다.

 

11. 탁현민 - 여성비하 발언 문재인 최측근

사실이다. 기획공연 전문가로 청와대 행정관으로 일하고 있다. 이명박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있다.

 

12. 최경선 - 전북연극단대표

거짓이다. 최경성의 오타다. 전북연극단 전 대표는 맞지만 정치적 성향은 확인되지 않았다.

 

13. 하용부 - 블랙리스트 출신 인간문화재, 이윤택이랑 친분있음

절반의 사실이다. 인간문화재이자 밀양연극촌장인 하용부는 이윤택과 친분이 깊으며 블랙리스트에 이름은 확인되지 않았다.

 

14. 한만삼 - 정의구현 사제단/ 촛불 세월호 백남기 시위 선봉대

대체로 사실이다. 남수단에서 자원봉사 여성 성폭행 시도한 한만삼 신부는 정의구현 사제단 소속이다. 한만삼 신부가 소속된 정의구현 사제단은 각종 집회에서 시국미사를 집전했으나 한 신부가 직접 참여했고 선봉에 섰는지는 확인이 안된다.

 

15. 박재동 - 한겨례 만화가 (블랙리스트 출신)

사실이다. 한겨레 만평을 담당한 만화가로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있다.

 

16. 오달수 - 촞불 좌파 (블랙리스트 출신)

거짓이다. 오달수의 정치적 성향이나 촛불집회 참석은 확인되지 않았다. 블랙리스트에도 이름이 없다. 

 

17. 로타 -노란리본

대체로 거짓이다. 사진작가 로타가 성추행을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세월호 추모 리본 사진을 SNS에 게재했으나 정치적 성향은 확인되지 않았다. 

 

18. 한재영 -전남영광

대체로 거짓이다. 배우 한재영의 정치적 성향은 확인되지 않았다. 전남영광이 고향이지만, 부산에서 중학교때까지 살았고 고등학교는 광주에서 나왔다. 고향과 정치적 성향은 인과관계가 없다.

 

19. 안희정 -달님 절친 자칭 페미니스트, 친노

사실이다. 충남도지사로 친노의 대표주자였다. 페미니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문재인과는 경쟁관계였다.

 

20. 윤주원 - 부신시의원 민주당

사실이다. 윤주원 민주당 부산시의원 예비후보는 안희정 비서 김지은씨에게 소셜미디어상에서 막말을 했다가 제명됐다. 

 

21. 안병호-전남함평군수 민주당

사실이다. 성폭력 의혹을 받고 있는 안병호 함평군수는 민주당 소속이다. 본인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22. 정봉주-MB저격수 나꼼수, 문빠 (문재인이 유일하게 사면시켜줌)

사실이다. 13일 현재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뉴스톱의 판단

이 글은 진보좌파 진영에 성폭행ㆍ성추행 가해자가 많다는 것을 알려 이들의 위선을 폭로한 글로 보수쪽 인사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확인 결과, 가해(의심)자 중에 더불어민주당소속이거나 민주당 지지의사를 밝힌 진보적 성향의 인사가 많았다. 하지만 극우보수성향 인사가 아니란 이유로 진보좌파로 분류된 경우도 있었다. 또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없거나 오달수처럼 정치성향이 파악이 안됨에도 자의적으로 좌파로 분류된 경우가 많았다.

최근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받은 진보진영 인사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원문 마지막에 나온대로 '자유한국당에도 성추행 많다'고 말해봤자 두 당이 같은 수준이란 걸 인증한 것 밖에 안된다. 진보진영의 반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일리가 있다. 종합적으로 판단해 '절반의 진실'로 판정했다.

 

※ 미투 운동과 관련한 성폭력 피해자의 개인 신상 정보를 노출한 것에 대하여 이의 제기가 있었고, 이를 타당하다고 인정하여, 2018년 4월 20일 기사 일부 내용을 삭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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