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합의서'가 법적 효력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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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관계합의서'가 법적 효력이 있을까
  • 송영훈 팩트체커
  • 승인 2018.03.17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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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관계시 문제가 될 수 있는 행동 팩트체크

최근 성폭행을 당했다는 증언이 터져나오는 가운데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합의된 성관계"를 주장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연출가 이윤택은 2월 19일 기자회견에서 "합의된 관계로 일방적 성폭행 아니다"고 부인했고 최근 한 여성으로부터 성폭행 의혹을 받은 가수 김흥국은 한국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합의된 성관계"라고 밝혔다(이후 김흥국은 입장문에서 "성관계는 없었다"고 밝혔다). '동성 성폭행 논란'이 있었던 이현주 영화감독 역시 최초에는 "합의된 성관계"라는 주장을 했다.

합의된 성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최근에는 남성 이용자가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성 관계전에 합의계약서를 받아야 한다는 글이 여러 건 올라오고 있다. 2013년 친고죄 폐지 등 성폭력 관련 처벌이 강화되면서 온라인에 등장했던 ‘성관계 표준계약서'가 다시 언급된 것으로 실제로 모 연예인이 성폭행 가해자로 고소당했다가 성관계합의서가 있다고 반박하자 고소인이 고소를 취하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성관계 표준계약서에는 ▲강요·협박·약취·유인·매매춘 등의 사실이 없음 ▲상호 민·형사상 성인임을 고지했음 ▲임신을 해도 남자 측에 책임을 묻지 않음 ▲사진촬영, 녹음, 동영상 촬영 등의 행위를 일절 하지 않음 ▲일회성 만남을 원칙으로 하고 결혼·약혼 등을 약속한 사실이 없음 ▲성관계 사실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지 않음 등 총 9개 조항이 담겨 있다. 또 ‘이를 어길 시 모든 민·형사 소송에 면책권을 갖고 1억 원을 배상한다’는 항목도 포함돼 있다.

 

성관계합의서 법적 효력 없으나 참고자료 가능

그렇다면 이성과 성관계를 하기 전에 합의서를 받아두면 법적인 문제는 없을까? 계약서가 법적 효력을 가지려면 서로 내용에 동의하는 서명을 한 뒤 공증을 해야 한다. 하지만 공증 처리를 해도 완벽하지는 않다.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한국은 계약 자유의 원칙이 인정되지만 민법 103조에는 ‘성매매’, ‘장기매매’ 등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법률행위는 무효로 하고 있다.

즉, 일반적인 상식선에서 벗어난 것은 계약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일회성 만남’을 원칙으로 하는 성관계가 계약의 대상이고 이를 위해 다양한 비상식적 조건을 넣은 계약서는 그 자체로 무효가 될 수 있다. 여성이 임신을 하더라도 남성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부분은 법률에 위반되는 특별계약인만큼 허용되지 않는다.

또 계약서에 사인할 당시 ‘자유의사’가 있었더라도, 실제 성관계가 이뤄진 상황에서도 그 의사가 이어졌을지도 확인이 필요하다. 계약서의 법적 효력은 강압이나 위계 여부 등을 따져 결정하게 된다. 만약 중간에 여성이 성관계를 거부하는 의사를 밝혔는데, 남성이 계약서를 빌미로 강제로 성관계를 가졌다면, ‘성폭행(강간)’이 될 수도 있다. 다만 법적인 다툼이 있을 경우 합의서가 참고사항이 될 수는 있다.

술취해 의식없는 상대와의 성관계는 강간

상대방이 술에 취해 의식이 없거나 잠을 자고 있는 사태에서 성관계를 했다면,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한 준강간에 해당한다. 게다가 술을 강제로 마시게 했다면 강간죄가 적용된다. 몇 년 전 ‘픽업아티스트(pick up artist)’라는 용어가 유행했던 적이 있다. 연애 컨설팅 전문가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여성과의 하룻밤을 보내는 법을 가르친다는 사람들이다. 2013년 한국고용정보원의 직업사전에 등록된 ‘연애 코치’가 이성 교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전문적으로 조언을 해주는 이들을 일컫는 데 비해 ‘픽업아티스트’는 여성들과의 하룻밤이 주 목적으로 강의나 현장실습 등을 진행해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그 즈음부터 온라인에서는 원나이트를 부추기고 그 방법을 알려준다는 내용의 글을 쉽게 찾을 수 있게 됐다. '원나이트 자랑’을 늘어놓으며 상대방의 신체 사진 등을 올리는 일이 있었다. 이 경우 성폭력범죄처벌법상 카메라를 이용한 촬영죄에 해당할 수 있으며, 게시물의 내용이 구체적이어서 누구임을 알 수 있을 정도라면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

*2018년 3월 17일 오후 12시 10분쯤 일부 표현과 제목이 성차별적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어 수정했습니다.

송영훈   sinthegod@newstof.com  최근글보기
다양한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활동해 왔다. 금강산 관광 첫 항차에 동행하기도 했고, 2000년대 초반 정보통신 전성기에는 IT 관련 방송프로그램들을 제작하며, 국내에 ‘early adopter’ 소개와 확산에 한 몫을 했다. IT와 사회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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