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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우주비행 후 인간 DNA가 바뀌었다?DNA와 유전자, 유전자 발현 구분못한 언론 오보 행렬

3월 10일을 전후해 한국 언론은 미항공우주국(NASA) 발표를 크게 보도했다. 우주에서 1년 가까이 보낸 우주비행사 스코트 켈리가 지구로 돌아온 뒤 일란성 쌍둥이와 대조해보니 유전자가 7%가 바뀌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는 나사의 공식 발표와 한참 거리가 있다. 정확히는 유전자나 DNA가 바뀐 것이 아니라 유전자 발현(Gene expression)이 바뀐 것이다.

쌍둥이형 마크 켈리(왼쪽)와 스코트 켈리. 출처:미항공우주국

한국ㆍ해외 언론 줄줄이 "DNA 변경" 오보

NASA가 정확히 발표했음에도 한국언론 상당수는 유전자 혹은 DNA가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인사이트, 한국경제, 뉴시스는 우주 비행사의 DNA가 바뀌었다고 보도했고, 허프포스트코리아는 유전정보가(추후 유전자 발현으로 정정), 머니투데이뉴스원은 유전자가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오보는 해외 언론도 마찬가지였다. 타임은 그의 DNA가 일란성 쌍둥이와 다르다(His DNA is different from his identical twin's)고 발표했다. 뉴스위크는 우주비행사 스코트 켈리의 DNA가 우주에서 실제 변했다(DNA actually changed in space)고 보도했다. 뉴스위크는 지난해 10월 기사에서도 우주비행이 스코트 켈리의 DNA에 변화를 일으켰다고 보도한 바 있다. CNN은 우주비행사의 DNA가 더이상 쌍둥이와 같지 않다고 보도했다가 이후 우주비행사의 유전자 발현이 같지 않다고 정정한 바 있다.

언론의 오보가 이어지자 NASA는 3월 15일 홈페이지에 사실관계를 바로잡는 보도자료를 냈다. 스코트와 마크(쌍둥이형)는 여전히 일란성 쌍둥이며 스코트의 DNA는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았다(Scott’s DNA did not fundamentally change)는 내용이었다. 변한 것은 유전자 발현이며 이는 환경에 어떻게 신체가 반응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DNAㆍ유전자ㆍ유전자 발현은 각각 다른 의미

용어를 살펴보자. DNA는 deoxyribo nucleic acid의 줄임말로 뉴클레오티드라는 단위물질이 연결된 다중결합체를 의미한다. 유전자는 특정 형질을 만들어내는 유전정보의 단위로 DNA의 일정구간을 이루는 염기서열이다. 즉 유전자는 DNA가 배열된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게놈(genome)은 한 개체의 유전자의 총 염기서열로 한 생물종의 유전정보의 총합이다.

반면 유전자 발현은 유전자에 의해 생물을 구성하는 다양한 단백질이 형성되는 과정이며 같은 유전자라 하더라도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과학계에서는 다양한 환경 요인(밤낮 길이, 운동여부, 중금속 오염, 스트레스 등)이 유전자 발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비슷한 유전자를 지녔다 하더라도 환경변화에 따라 유전자 발현이 바뀌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NASA의 쌍둥이 연구 계획. NASA는 화성까지 장거리 우주비행을 앞두고 장기간 우주 체류가 인간의 신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NASA 발표 이후 외신에서 정정소동이 벌어졌고 한국의 연합뉴스도 이를 받아서 기사화했다. 그런데 연합뉴스는 오보를 바로잡는 기사에서 'DNA 발현'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는 잘못된 것으로 유전자 발현(gene expression)이 정확한 표현이다. 게다가 연합뉴스는 제목에 '무지가 빚은 가짜뉴스'라는 표현을 썼는데 'DNA 변화'라는 표현은 오보이지 가짜뉴스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정의된 바에 따에 따르면 '가짜뉴스'란 표현은 독자를 속이려는 의도가 있을 때만 써야 한다.

참고로 사람과 쥐의 DNA 차이가 거의 없다는 얘기가 널리 퍼져있는데 이 역시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국가인간게놈연구원에 따르면 게놈의 90% 이상은 non-coding DNA(일명 정크 DNA)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이종간 게놈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인간과 쥐의 게놈 중 단백질 형성 부위의 85%가 동일하며 일부 유전자는 99%까지 동일하다. 만약 위 기사대로 DNA가 7%가 다르다면 그건 휴먼이 아니라 '에일리언'이다.

김준일   ope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1년부터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주로 사회, 정치, 미디어 분야의 글을 썼다. 현재 뉴스톱 대표를 맡고 있다.

김준일 팩트체커  open@newstof.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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