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의 블랙하우스, 정봉주 병문안 사진 숨겼다
상태바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정봉주 병문안 사진 숨겼다
  • 김준일 팩트체커
  • 승인 2018.03.25 01: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SBS 사진 확보하고도 공개 안해...실수인지 의도인지 의구심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가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정봉주 전 의원의 2011년 12월 23일 행적이 담긴 사진 780장 중 일부만 공개하고 결정적 단서인 병문안 사진을 공개 안 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 전 의원은 23일 을지병원에서 어머니를 병문안 한 뒤 홍대쪽으로 돌아오는 길에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 들러 A씨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에 병문안 사진은 매우 중요한 증거다.

지난 22일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프레시안에 기고한 민국파(정봉주 팬카페 전 카페지기ㆍ본명 정대일씨)의 주장을 검증한다며 23일 정오부터 3시까지 사진 10여장을 공개했다. 민국파는 프레시안 기사 <정봉주 측근 "그는 12월 23일 렉싱턴 호텔에 갔다">에서 오후 1~2시경 정봉주가 어머니 병문안을 다녀오는 길에 렉싱턴 호텔에 들렀다고 진술한 바 있다. 

방송 초반 전체사진 썸네일에서 병문안 사진 확인

병문안 사진은 방송 시작부분에 방영된 전체사진 썸네일에서 확인됐다. 방송에 쓰인 사진과 비교한 결과 썸네일 사진은 시간 순서대로 정렬됐다. 블랙하우스 제작진이 공개한대로 스튜디오 사진, 식당에 도착한 사진, 명진스님과 만난 사진이 썸네일에 차례로 나온다.

나꼼수 일행이 식당에서 식사를 한 뒤 오후 3시쯤 밖으로 나온 사진이다. 동일한 사진이 3번째 사진 썸네일 상단에 있다. 이후 정봉주 전 의원은 병문안을 간 것으로 보인다.

 

썸네일을 보면 중간에 명진스님이 정봉주 전 의원을 만나고 있는 사진이 나온다.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화면 캡쳐. 상단에는정봉주 의원이 나꼼수 멤버들과 같이 있는 사진과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온 사진(맨 위 사진 참고)이 있다. 하단에는 정 의원이 병원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있는 사진이 있다.

그런데 31분 썸네일 사진에는 정 전 의원이 병실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동영상을 멈춰서 보면 보다 확실히 보인다). 정 전 의원은 이날 어머니 병문안을 다녀왔다는 진술을 수차례 했기 때문에 병문안 사진으로 추정된다.

블랙하우스는 왜 병문안 사진을 공개 안했나

그동안 정 전 의원과 민국파의 시간 증언은 오락가락했다. 6년 3개월전 하루 일과를 시간대까지 정확히 기억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진술의 일관성과 여러 증인이 공통적으로 진술하는 내용이 중요하다. 정 전 의원과 민국파 진술의 공통점은 23일 점심 즈음 정봉주 어머니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병문안을 다녀왔다는 점이다. 정봉주는 병문안을 오래 했기 때문에 여의도 호텔에 들를 수 없다는 입장이었고 민국파는 "(병원에)점만 찍고 왔기" 때문에 여의도에 들를 시간이 충분했다는 입장이다. 

만약 블랙하우스 보도가 사실이라면 민국파의 주장 뿐 아니라 그날 오후 1~2시에 병문안을 하고 있다는 정봉주의 기존 진술도 거짓이 된다. 즉 오후 1~2시대 사진을 검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병문안을 했느냐, 그리고 병문안 이후 어디로 갔느냐를 검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블랙하우스 제작팀은 병문안 사진을 확보했음에도 쏙 빼고 방송을 내보냈다. 그리고 결론을 내린다. 정봉주는 당일 오후 1~2시쯤 홍대 녹음실과 식당에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블랙하우스 화면 캡쳐. 제작진은 정봉주 전 의원이 23일 오후 1~2시에 홍대 녹음실과 식당에 머문 것으로 확인됐다며 민국파의 주장이 논파된 것처럼 결론을 내렸다.

블랙하우스 제작진은 민국파가 이날 오후 2시 17분에 카페에 게시물을 올리는 장면도 방송했다. 민국파는 당일 행적에 대해 정확히 기억을 못했기 때문에 노트북으로 이 게시물을 올렸던 것으로 증언한 바 있다. 이 사진으로 인해 민국파의 모든 주장은 논파된 것처럼 보였다.

민국파가 카페에 게시물을 올리는 장면까지 공개되면서 사실상 민국파는 거짓말쟁이가 됐다.

그런데 또 중요한 문제는 정 전 의원은 민국파가 자신을 수행한 적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는 것이다. 만약 이 사진으로 민국파의 주장을 반박하려 했다면 정 전 의원 진술의 신뢰도 문제도 함께 지적했어야 했다. 그런데 제작진은 일방적으로 민국파의 주장만 검증을 하고 정 전 의원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검증에 소홀했던 SBS, 의도인가 실수인가

정봉주 전 의원과 진행자 김어준이 나꼼수 멤버로 특수관계인 것은 모두가 아는 바다. 게다가 정 전 의원은 최근까지 SBS 라디오 '정봉주의 정치쇼'를 진행했다. SBS와도 특별한 관계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SBS가 검증을 한다면 더 엄격하게 그리고 투명하게 해야할 필요가 있다. SBS 김어준의 블랙리스트는 그러지 않았다. 특정 시간대의 특정한 사진 몇 장만 공개를 했으며 이 사진은 정봉주를 옹호하고 민국파 주장을 반박하는 데에만 쓰였다. 

이 기사는 정 전 의원이 성추행했는지 여부를 검증하려는게 아니다. 정 전 의원이 사진 780장을 모두 경찰에 제출했기 때문에 조사과정에서 사진 진위와 알리바이가 밝혀질 것이다. 문제는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제작진의 저널리즘 윤리다.

이제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의 제작진은 어떤 의도로 병문안 사진을 방송에 공개하지 않았는지 밝혀야 한다. 병문안 사진이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면 이 사건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한 채 섣불리 검증에 나선 제작진의 무능이 비판받아야 할 것이다. 고의로 병문안 사진을 누락했다면 공정성과 객관성이라는 저널리즘 기본 윤리를 저버린 것이어서 프로그램의 신뢰도 문제와 직결된다. 만약 저 사진이 정봉주 어머니 병문안 사진이 아니라면 어떤 사진인지 공개하면 된다.

김준일   ope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1년부터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주로 사회, 정치, 미디어 분야의 글을 썼다. 현재 뉴스톱 대표를 맡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뉴스톱 댓글달기는 회원으로 가입한 분만 가능합니다)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