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마르크스 사상?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8.04.02 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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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 내용 가운데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칼 마르크스의 사회주의적 노동가치론’이라고 주장했다. 보수우파 정당인 자유한국당이 이를 저지하겠다면 나온 주장이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정말 사회주의 이론인지 뉴스톱에서 확인했다.

 

오마이 TV 유튜브 영상 캡처

자유한국당은 지난 30일 여의도 당사에서 ‘사회주의 개헌저지 투쟁본부’ 위원장 임명장 수여식를 열고 김 의원과 이재오 당 상임고문, 김문수 전 의원 등 3명을 투쟁본부 위원장에 임명했다. 이 자리에서 김무성 의원은 “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 속에 숨어있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칼 마르크스가 주장한 사회주의적 노동가치론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라며 “보수 우파 대표 정당인 한국당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모든 것을 걸고 이를 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 제33조 ③항은 ‘국가는 동일한 가치의 노동에 대해서는 동일한 수준의 임금이 지급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 '동일노동 동일임금' 1951년 도입

그럼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의미는 무엇이고 어떻게 시작됐을까. 다음백과에 따르면,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은 절대적 평등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력의 차이를 전제한 가운데 이루어지는 상대적 평등에의 요구다. 인종, 국적, 신앙, 사회적 신분, 성별, 연령 등의 차이에 관계없이 같은 질의 노동에 대하여 동일한 금액의 임금을 주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요약될 수 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의 기원은 1951년 스웨덴 사민당이 성공적으로 시행한 ‘연대임금제’에서 찾을 수 있다. 스웨덴은 연대임금제로 노사가 중앙교섭을 통해 동일업종 내 저임금 기업의 임금 상승을 촉진하고, 고임금 기업의 임금 상승을 억제해 노동자 간 임금 격차를 줄였다. 스웨덴 사민당과 노사는 ‘살트셰바덴 협약’과 ‘렌-마이드너 모델’을 통해 연대임금제도를 구체화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국제 규범으로 처음 도입된 것도 1951년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제100호 조약과 제90호 권고에서 남녀 노동자에 대한 동일보수는 “동일한 가치의 노동”에 기초해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동일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임금원칙”을 채택했다. 2018년 4월 1일 현재 173개국이 조약에 비준했다. 한국은 1997년에 비준했으며,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에 “동일가치의 노동에 대하여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해야 하고, 여기서 동일가치 노동의 기준은 노동수행에서 요구되는 기술·노력·책임 및 작업조건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독일 등 OECD국가 상당수 '동일노동 동일임금' 채택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전 세계적으로 인정되는 기본권이다. 국제 인권법에서도 경제적 및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 제7조와 사람과 인민의 권리에 관한 아프리카 헌장 제15조에서 노동권과 관련해 이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또 멕시코·아르헨티나·그리스·포르투갈 등은 헌법에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명시하고 있으며 OECD국가 중 상위그룹은 대부분 이를 준수하고 있다. 독일은 정치적인 민주주의 국가로서 신자유주의 국가이고 덴마크는 사회민주주의 나라이지만 양국 모두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적용되고 있다.

우경화로 치닫고 있는 일본의 아베정권도 경기침체가 계속되자, 기존의 노동정책을 전면적으로 수정해, ‘동일노동 동일임금’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6월 2일 일본 각료회의(국무회의)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실현을 향한 비정규 고용의 처우개선이 포함된 ‘1억 총 활약 플랜’이 통과되었다.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 간호사노동조합이 ‘동일가치노동’을 구현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199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주 간호사들은 간호사 1명이 환자 10명을 담당할 정도로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렸다. 간호사노조는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제한하는 법안을 주의회에 제출했고 입법에 성공했다. 병원 측은 간호사 수의 증가로 병원 운영비용과 환자의 비용 부담이 증가한다고 주장했지만, 결과적으로 간호사들의 노동조건이 향상됐고 임금도 균일한 기준이 생겼다. 이를 기반으로 환자들이 보다 더 나은 간호서비스를 받게 됐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최근 한국에서 특히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성별 임금격차와 정규직· 비정규직, 즉 근로계약 형태에 따른 임금차별 때문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017년 5월 발간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제도: 의의와 한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성별임금격차는 2014년 기준 36.7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크며 2013년 기준 OECD 평균(15.5)과의 격차도 현저하다. 

성별격차 이외에도 우리나라는 고용형태 등 여러 측면에서 임금격차가 매우 큰 편이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동일노동 동일임금 제도를 확대 강화할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논의되어 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5년 4월에 기간제 근로자 사용 사유 제한 및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명시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노동가치론은 '국부론' 지은 애덤 스미스가 시초

그러면 노동가치론이 사회주의적 이론인지 알아보자. 노동가치론(Labor theory of value, LTV)은 모든 가치는 상품 생산을 위해 사용된 노동으로부터 발생하며, 그 가치의 크기는 상품 생산에 필요한 노동 시간에 따른다는 이론이다. 

노동량이 재화의 가치라는 개념은 토머스 홉스, 프랭크 페터, 존 로크 등 학자들에 의해 처음 논의됐다. 이후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애덤 스미스에 이르러 이론적 체계를 갖추었다. 스미스는 교환가치의 척도를 노동이라 규정하고 가격은 이 교환가치를 화폐로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데이비드 리카도는 좀 더 적극적인 투하노동가치설을 주장하였는데, 시장에서 희소재를 제외한 상품의 가치는 투하노동의 상대량에 의해 결정된다고 했다. 이와 같은 고전학파의 노동가치론은 칼 마르크스에 의해 비판적으로 계승되어 잉여가치설로 발전되었다. 마르크스의 이론은 오로지 인간의 노동만이 모든 가치를 창출하며 유일한 이윤의 원천이라는 것이다.

또한 김무성 의원이 주장한 ‘사회주의적 노동가치론’이란 용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회주의적 개헌’이라는 말처럼 의도적인 수식어로 ‘사회주의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노동가치론’은 애덤 스미스나 데이비드 리카도 등 고전경제학파 이론을 뒷받침 하는데 사용된 개념이다. 마르크스가 노동가치설을 이어받아 저서 '자본론'에서 잉여가치, 노동의 소외, 주기적 자본주의 공황을 설명하고 제어되지 않는 자본의 폭주가 필연적으로 사회주의 혁명으로 이어질 것이라 예측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노동가치설 자체는 중립적인 경제학 이론이다. 노동가치설을 인정한다고 사회주의가 되는 것은 아니다. 

뉴스톱의 판단

'동일임금 동일노동'은 1951년 국제노동기구가 공식 도입한 이래 전세계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이념이다. OECD 국가 상당수가 이를 공식화하고 있다. 노동가치설은 애덤 스미스가 이론화하고 칼 마르크스가 계승한 것은 맞지만 이론의 하나일 뿐이다. 사회주의적 노동가치론은 존재하지 않으며 노동가치론이 '동일노동 동일임금'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도 아니다. 국제노동기구는 인간의 기본권의 하나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채택했다.

종합적으로 검토해 김무성 의원의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칼 마르크스가 주장한 사회주의적 노동가치론에 기초하고 있다"는 주장을 대체로 거짓으로 판정했다. 

* 2018. 4. 2. 15:00에, 일부 데이터를 최신 데이터(ILO 100호 조약을 비준한 국가는 173개 국)로 수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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