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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정권 계속되면 2차대전 때처럼 일본 고립될 것"[홍상현의 인터뷰] 아베 퇴진 주도하는 '시네마 키드', 다쓰미 고타로 일본공산당 참의원

일본은 서울에서처럼 수백만명 규모 촛불집회가 벌어지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현재 아베 정권이 위기에 봉착했다는 사실이다. 모리토모(森友)학원의 국유지 헐값 매입과 관련해 일어난 공문서 조작 사건 때문이다. 이 비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에 비교될만큼 큰 사건이다. 위기에 봉착한 아베총리는 관심을 돌리기 위해 이념문제를 꺼내들었다. 3월 25일 있었던 자민당 전당대회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헌법에 확실히 자위대를 명기함으로써 위헌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언제나처럼 이념을 내세워 위기를 돌파해보려는 승부수였다.

하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아사히신문》계열 보도채널 ANN(All Nippon News Network)이 이튿날(26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베 정권의 지지율은 32.6%로 지난달에 비해 무려 11.7%p나 떨어졌다. 응답자의 63%는 부인인 아베 아키에를 국회로 소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말 지지율이 이른바 ‘마지노선’인 30% 밑으로 추락했던 위기상황을 국회해산이라는 극단적 카드로 돌파한 듯 했지만 끝내 부메랑이 되돌아왔다.

이 문제와 관련해 야당ㆍ시민 연대를 주도하며 아베 정권을 압박하는 일본공산당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이 당이 1922년 창당 당시부터 식민지 지배에 반대하며 조선의 애국자들과 함께 싸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한국에서도 더 이상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아베 정권이 "최종적, 불가역적 합의”를 주장하는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도 일본공산당은 “양국 간 합의는 문제 해결을 위한 출발점에 불과하다"며 모든 위안부 피해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회복해야만 해결이 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특히 일본 공산당에는 모리토모 비리사건을 이슈화해 전국적으로 주목받는 정치인이 있다. 모리토모학원의 소재지 오사카 지역구인 다쓰미 고타로(辰巳孝太郎ㆍ41) 참의원이다. 그는 지난해 《아사히신문》에 의해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부터 아베 정권 압박에 온 힘을 기울여 왔다.

그는 '시네마 키드'였다. 젊은 시절 감독을 꿈꾸며 보스턴(에머슨대학교)에서 영화를 전공했고, 졸업 후 한동안 백패커로 세계를 누볐다. 이후 반전ㆍ평화운동가로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다 정치에 입문했다. 전국구 스타 정치인이 된 다쓰미 의원을 일본 의회에서 만나 모리토모 사건의 의미와 파장에 대해 물어봤다. 그는 "한반도 정세변화로 인해 미국에 묻어가려는 아베의 구상에 차질이 생겼다"며 "아베 정권이 계속된다면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고립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모리모토학원 스캔들을 전국적으로 이슈화하고 있는 다쓰미 고타로 일본 공산당 참의원.

홍상현:

모리토모학원 문제와 관련해서 해외에서도 많은 관심이 몰리고 있다. 시민의 자발적 참여가 활발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떤가?

다쓰미 고타로:

촛불혁명 당시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도 법치, 즉 법률에 의해 나라를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인치가 이루어졌다는 점에 특히 분노하셨던 것이라 생각한다. 모리토모학원 문제도 마찬가지다. (아베총리 부인) 아베 아키에라는 한 개인이 정책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법치 아닌 인치, 국정의 사물화였다.

아울러 정권 퇴진 요구가 등장한 것은, 이 스캔들을 통해 아베 정권의 본질이 다시 한 번 드러나서다. 애초에 아베 아키에가 모리토모학원에 흥미를 느낀 것은 이사장이던 가고이케 씨가 ‘일왕을 위해 죽으라’는 내용의 교육칙어를 암송시키는는 교육방침을 가지고 있어서였다. 군국주의를 부활시키려는 학교를 아베 내외가 후원한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 군국주의 교육은 전쟁터로 보내질 아이들을 길러냈다. 그간 이런 역사적 오류를 반복하려는 아베 정권의 체질로 인해 쌓여온 국민적 불안감이 한계지점에 도달했다. 정권 교체에 대한 전망이 전례 없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로 도쿄에서 야6당 간부가 모여 거리연설을 진행하는데 국민들의 반응이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었다. 또한 여론조사에도 나타나듯 보수층과 부동층 안에서도 '이건 아니지 않나, 아베 총리는 사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베 신조를 인간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는 거다. 아베 정권의 분명한 위기 상황이다.

홍상현:

2012년 말 이후 “1㎜도 움직이지 않았던" 아베의 극우적 입장을 볼 때, 지금의 분위기가 무척 고무적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내각 총사퇴가 이루어지더라도 당장 정부 여당이 바뀌기란 쉽지 않을 텐데, 이후 전망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다쓰미 고타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베 신조라는 사람이 총리직을 유지하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총선거를 치룰 수는 없다는 점이다. 애초에 지난해 10월 선거도 모리토모ㆍ가케(加計)학원 문제를 은폐하기 위한 것이었으니까. 현재 아베 정권이 정당성을 상실했다는 인식은 이미 국민들 사이에 널리 공유되어 있다. 역사의 시계바늘을 군국주의로 후퇴시키려는 그에게 큰 영향을 줄 것임에 틀림없다.

아베 총리는 원래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묻어가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의 변화들을 보면, 이것이 쉽지 않게 되었다. 이는 끊임없이 북한에 대한 ‘평화적ㆍ외교적 노력’을 주장해온 우리 일본공산당으로써도 적극 환영할만한 일이다. 여러 가지 대화의 물꼬가 트이고 있으니까. 전쟁은 우발적인 충돌을 계기로 일어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일단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는데, 아베는 이런 상황에 고집을 부리면서 대화를 적대시해온 세계 유일의 총리이다.

서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니 대화가 필요한 것이다. 그것이 그가 표현한대로 ‘대화를 위한 대화’라 한들 뭐가 문제인가? 아베 신조는 국제적으로 고립을 자처하고 있다. 이는 매우 위험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은 국제사회에서 고립되면서 전쟁으로 치달았기 때문이다. 이런 전철을 밟으려는 것이 아베이다. 따라서 야당이 힘을 모아 아베 신조의 위험성을 국민들에게 알려 퇴진시킨다면, 아시아 국가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토대도 마련될 것이다.

홍상현:

예상대로지만 국회에 소환된 사가와 노부히사(佐川宣寿ㆍ60) 전 국세청장(문서 조작 사건 당시 이재국장)이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쓰미 고타로:

애초에 사가와 이재국장의 소환만으로는 불충분했다. 결국 아베 아키에 씨의 증인소환이 불가결하다. 현재 모리토모학원 문제를 중심으로 야당의 결속이 날로 강해지고 있다. 아베 정권은 재량노동제 도입을 시도할 당시에도 장시간 노동이라는 부작용과 관련한 데이터를 조작해서 국회에 제출했다. 이 때 처음 등장한 6개 야당(일본공산당ㆍ입헌민주당ㆍ희망의 당ㆍ민진당ㆍ자유당ㆍ사민당)의 “공동응징론”이 모리토모학원 문제에 이르러 정권을 압박하는 구도로 정착되었다.

다쓰미 고타로 참의원이 전쟁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홍상현:

아무래도 36세때 국회에 입성한 초선의원이라서 그런지 최근 활약상이 특별히 눈에 들어온다.

다쓰미 고타로:

그렇게 봐주시니 대단히 기쁘다. 그러나 아베 정권을 이렇게까지 몰아붙이는 데는 제 개인적인 노력뿐만 아니라 야당의 공동대응과 언론보도도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제가 이 문제와 관련해서 한발 더 나갈 수 있었던 것은 오사카 지역구 의원으로서 자녀가 모리토모학원의 쓰카모토(塚本)유치원에 다니는 보호자들과 접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피해아동의 보호자들로부터 군국주의 교육이 실시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사실관계를 조사하는 한편, 이 학원이 어떤 초등학교를 설립하려는가를 파고들었다. 그 결과 아베 아키에 씨와의 관련성을 밝혀내는데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었다.

홍상현:

이 인터뷰가 게재될 매체의 제호는《뉴스톱》이다. 그런 맥락에서‘진실 혹은 거짓(True or Fake)’에 초점을 맞추어 이 사건에 대해 말해본다면?

다쓰미 고타로:

아베 총리는 지난해 의혹이 불거지자 “저와 아내가 이 거래에 관여했다면 총리도 의원도 그만둘 것”이라고 발언했다. (2월 17일) 우리는 바로 이 지점에서 공문서 조작이 시작되었다고 본다. 국유지의 공시지가가 인하된 이유를 기록한 공문에 아베 아키에 씨의 이름이 몇 번이나 거론된 사실이 공식적으로 인정된 게 올해 3월 12일의 일이다. 결국 그녀의 관여가 분명히 기록되어 있는 상황에서 아베 총리의 ‘배지’를 지키기 위해 관료들이 공문서를 조작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즉, 아베 총리가 주장하는‘거짓(fake)’을 ‘진실(true)’로 만들기 위해 공문서가 조작되었다는 이야기다.

이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중요한 사건이다.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국정조사권에 근거해 요구한 문서에 손을 댄 것이니까. 이는 총리의 거취와도 관련되는 문제이므로 단순히 총리나 재무성에 대한 조사뿐만 아니라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국회가 진상규명에 나서야한다.

인터뷰를 끝내자 어느새 다쓰미 의원은 복도까지 따라 나와 손을 흔들었다. “아베가 퇴진하면 편안한 자리에서 다시 만나 한국영화 이야기를 하고 싶다. <곡성>은 몇 번을 다시 봐도 엄청난 영화”라며 설레어하는 그는 어느새 시네마 키드로 돌아가 있었다. 그가 아베에 맞서 벌이는 의로운 싸움에서 반드시 승리하기를, 해서, 언젠가 OBC(오사카방송) 라디오 영화 프로그램 <Touch me! 고타로>의 재치 넘치는 진행자를 기억하는 팬들에게 잠깐이나마 돌아갈 수 있는 여유가 주어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홍상현 팩트체커  contact@newstof.com  최근글보기
일본의 경제월간지 <게이자이(經濟)> 한국특파원. 도쿄대학교 이미지인류학연구실(IAL) 네트워크 멤버다. 도쿄대 시미즈 연구실 소속으로 국제관계와 언론보도의 상호작용을 연구했다. <마르크스는 처음입니다만> 등 논쟁적인 책을 한국에 소개하는 번역가다. <시사인> 등에 일본 소식과 국제관계 기사를 게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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