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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우리말과 한자어 결합시 뒷소리가 된소리면 사이시옷[정재환의 한글 팩트체크] 사이시옷의 비밀 (4)

사이시옷을 넣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글을 쓰다보면 고민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런 어려움은 나만 겪는 것이 아닐 것이리라 굳게 믿으면서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사이시옷의 비밀’을 연재하고 있다.

2002년에 한국방송공사에서 아나운서 손미나 씨와 함께 <장밋빛 인생>이란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어떻게 느낄지 모르지만, 당시 ‘장밋빛’이란 표기가 몹시 어색했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 ‘장미’에 익숙했기에, 뒤에 ‘빛’을 붙인다 해도 ‘장미빛’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올바른 표기는 ‘장미빛’이 아니고 ‘장밋빛’이었다. 이유는 둘 이상의 실질 형태소가 결합하여 하나의 단어가 될 때, 사이시옷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⓵ ‘장미’와 ‘빛’은 각각 실질 형태소이다.
⓶ 장미와 빛이 결합한다. 장미+빛
⓷ 사이시옷이 안 들어가면 ‘장미빛’이 되겠지만, 이때 사이시옷이 들어간다. 따라서 ‘장밋빛’이 된다.

그렇다고 해도 ‘왜 사이시옷이 들어가느냐?’는 질문은 여전히 유효한데, 이에 대한 답은 「한글맞춤법 제4장 형태에 관한 것 제4절 합성어 및 접두사가 붙은 말 제30항 2의 (1)」에서 찾을 수 있다.

제30항 사이시옷은 다음과 같은 경우에 받치어 적는다.

2. 순우리말과 한자어로 된 합성어로서 앞말이 모음으로 끝난 경우

(1)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는 것

  • ⓵ 귓병: 순우리말 귀 + 한자어 병(病) ⇒ 귓병[귀뼝/귇뼝]
  • ⓶ 전셋집: 한자어 전세(傳貰) + 순우리말 집 ⇒ 전셋집[전세찝/전섿찝]

‘핏기’나 ‘햇수’ 등 나머지 낱말들도 ‘순우리말+한자어’ 혹은 ‘한자어+순우리말’의 구조이고 뒷말 첫소리가 된소리가 나기 때문에 모두 사이시옷이 들어갔음을 알 수 있다. ‘장미+빛’ 역시 ‘한자어 장미(薔薇) + 순우리말 빛’이고, 된소리가 나기 때문에 ‘장밋빛’이 되는 것이다.

한자어 장미(薔薇) + 순우리말 빛 → 뒷말 첫소리가 된소리가 난다 ⇒ 장밋빛[장미삗/장믿삗]

그런데 지난 번 ‘사이시옷의 비밀 (3)’에서 뒤처리를 하지 않은 것이 있다. 못한 것이 아니고 안한 이유는 ‘뒤처리’와 ‘뒷감당’ 역시 이 글에서 다루고 있는 제30항 2의 (1)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뒷감당’은 ‘순우리말 뒤 더하기 한자어 감당(堪當)’이고, 뒷말 첫소리가 된소리가 나기 때문에 ‘뒷감당[뒤ː깜당/뒫ː깜당]’이 되는 것이고, ‘순우리말 뒤 + 한자어 처리(處理)’는 뒷말 첫소리가 된소리가 나지 않기 때문에 ‘뒤처리’가 되는 것이다. 이쯤에서 이런 의심도 들 것이다.

“혹시 표기에 사이시옷이 들어가서 뒷말 첫소리를 된소리로 내는 것 아닐까?”

결코 그렇지 않다. ‘뒷감당’이라고 표기하기 때문에 발음을 [뒤ː깜당/뒫ː깜당]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언중이 [뒤ː깜당/뒫ː깜당]이라고 발음하므로, 그러한 소리 변화를 나타내기 위해 사이시옷이 들어가는 것이다.

요즘은 [달기]라고 발음하는 이가 드물고 대부분 [다기]라고 하지만, ‘닭이’의 올바른 발음은 [달기]다. 본디 표기가 ‘닭이’여서가 아니고, 우리 선조들이 ‘닭’ 혼자 있을 때는 [닥]하고 발음하면서도 조사 ‘이’ 또는 ‘을’이 붙을 때는 [달기, 달글]이라고 발음했기에 ㄹ과 ㄱ 소리를 다 포함하는 ‘닭’이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뒤끝’에는 왜 사이시옷이 들어가지 않는 것일까? ‘뒤+일’인 경우에 사이시옷이 들어가 ‘뒷일’이 되는 것을 지난 번 ‘사이시옷의 비밀 (3)’에서 확인했지만, ‘순우리말+순우리말’로 된 ‘뒤끝’에 사이시옷이 들어가지 않는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이유는 ‘뒤’도 ‘끝’도 순우리말이지만, ‘뒤’와 ‘끝’이 만날 때에는 ㄴ 소리 또는 ㄴㄴ소리가 덧나지 않기 때문이다. 소리를 내보면 금방 확인할 수 있다. ‘뒤끝’의 발음은 [뒤ː끋]이지 [뒨ː끋]이 아니다. 따라서 사이시옷은 필요 없다. 이렇게 친절하게 설명해도 투덜거리는 이들은 뒤끝깨나 있는 분들일 것이다. 뒤끝작렬!

‘감당’은 어떤 일을 맡아 능히 해내는 것을 의미하고, ‘뒷감당’은 어떤 일의 뒤끝을 맡아서 처리한다는 뜻이다. 다들 머리 아파하는 사이시옷이라 지독한 두통에서 벗어날 돌파구를 찾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비전공자로서 과욕을 부리는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하고 뒤처리를 잘 할 수 있을지 두렵기도 하다. 그래도 이 글 ‘사이시옷의 비밀 (4)’로 반환점은 돌았다.

정재환 팩트체커    mcstory@daum.net  최근글보기
1979년 데뷔 이래 장르를 넘나들며 개그맨, 방송진행자, 연기자 등 다양한 방송활동을 했다. 2000년 한글문화연대를 결성했고 2013년 성균관대에서 한글운동사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성균관대 초빙교수이며 현재 YTN ‘재미있는 낱말풀이’와 팟캐스트 ‘한마디로영어’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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