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과 드루킹, 누가 더 큰 범죄인가

  • 기자명 최윤수
  • 기사승인 2018.04.23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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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드루킹 때문에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개헌, 남북관계 등 모든 중요한 이슈를 삼켜 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JTBC '썰전'에서 "드루킹 댓글 조작이 2012년 대선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보다 더 무서운 일"이라고 평가했고,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 무효를 운운하는 사람들도 있다.

과연 드루킹이 한 일들이 국정원 댓글 사건에 비견될 정도로 위법할까? 경찰수사가 진행중이지만 현재까지 확인된 범죄만 놓고 국정원 댓글 사건과 드루킹의 댓글 조작을 비교해본다.

JTBC 썰전의 유시민 작가와 나경원 의원의 발언

공무원 원세훈, 국정원법·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4년

우선 국정원 댓글 사건을 살펴보자. 원세훈 국정원장과 국정원 3차장, 심리전단장은 국정원 심리전단 산하 사이버팀 소속 직원들에게 대통령이나 여당에 대한 찬양·지지 또는 야당이나 야권 성향의 정치인 등에 대한 비방·반대를 하는 의견을 유포하고, 제18대 대통령선거 등 각종 선거와 관련하여 야권 후보자를 낙선시킬 목적으로 선거운동을 하도록 지시했다. 사이버팀 직원들은 ‘주요 이슈와 대응 논지’의 형태로 하달된 지시에 따라 인터넷 게시글과 댓글 작성, 찬반클릭 행위, 트윗과 리트윗 활동을 하였으므로, 원세훈 국정원장과, 국정원 3차장, 심리전단장은 사이버팀 직원들과 순차 공모하여 정치활동에 관여함과 동시에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운동을 하였다는 이유로 기소됐다. 이들에게 구 국가정보원법(2014. 1. 14. 법률 제1226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8조 제1항, 제9조 제2항 제2호가 적용됐다.

이에 의하면 국가정보원 원장ㆍ차장과 그 밖의 직원은 정당이나 정치단체에 가입하거나 정치활동에 관여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되고 위반 시 5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현재는 7년 이하 징역과 7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한다. 특히 국정원장 등이 직위를 이용하여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에 대하여 지지 또는 반대 의견을 유포하거나, 그러한 여론을 조성할 목적으로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에 대하여 찬양하거나 비방하는 내용의 의견 또는 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는 정치활동 관여에 포함된다. 또한 구 공직선거법(2014. 2. 13. 법률 제1239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85조 제1항, 제255조 제3항 제2호도 적용됐는데, 위 법조항에 따르면 공무원은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할 수 없고, 위반 시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박근혜가 원세훈에게 지시 혹은 공모했다면 당선무효형

일부 증거에 대해서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아 공소사실 중 무죄가 인정된 부분도 있지만, 2018년 4월 19일 대법원은 피고인들에게 구 국가정보원법 위반 정치개입과 구 공직선거법 위반 선거운동을 모두 인정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징역 4년 및 자격정지 4년형이 확정됐다. 법정최고형이 징역 5년 및 자격정지 5년형인 점을 감안할 때 상당히 무겁게 처벌된 셈이다.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당선이 무효가 될 수 있었을까. 구 공직선거법 제264조는 당선인이 공직선거법 위반죄 또는 정치자금법 제49조 위반으로 징역 또는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의 선고를 받은 때에는 그 당선은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박근혜 전 대통령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국정원 조직을 이용한 선거운동을 지시하거나 공모한 것이라면,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왼쪽)과 일명 드루킹

 

드루킹, 진실에 기반한 비판 댓글이면 선거법 위반 아냐

반면 드루킹은 공무원이 아니므로, 19대 대선 당시 조직적으로 비문계 후보를 비판하는 댓글을 달았다고 하더라도 낙선 목적으로 비문계 후보 및 가족의 출생지·가족관계·신분·직업·경력등·재산·행위·소속단체, 특정인 또는 특정단체로부터의 지지여부 등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거나 사실을 적시하여 비방한 것이 아니라면 죄가 아니다. 또한 후보자를 비방했더라도 비방의 근거가 된 사실이 진실하고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되지 않는다(구 공직선거법 제250조제251조 참조). 즉, 비문계 후보에 대해 진실에 기반해 비판하는 댓글을 단 것은 설령 여론의 왜곡을 불러 올 수 있다고 하더라도 공직선거법 위반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당시 문재인 캠프와 드루킹이 어떤 연관이 있었는지 여부다. 드루킹이 댓글을 조작해 허위사실공표나 후보자비방을 했다고 하더라도 문재인 대통령과 관련이 있어야 그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보도된 바에 의하면, 연결고리로 언급된 김경수 의원은 메신저를 통해 드루킹에게 문재인 후보에 우호적인 기사를 보냈고, 드루킹이 “처리하겠습니다.”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조직적으로 문 후보에 우호적인 기사에 선플을 달았다고 해도 공직선거법 상 범죄가 아니므로, 아직까지 당선 무효를 운운할 근거가 부족하다.

드루킹 업무방해죄는 문재인 당선무효와 관계 없어

드루킹은 공직선거법 위반이 아니라 형법 제314조(업무방해) 제2항 위반으로 구속됐다.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정보처리에 장애를 발생하게 하여 사람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다. 업무방해죄에 당선인이 가담했더라도 공직선거법 위반죄가 아니기 때문에 당선무효와는 관계가 없다.

결국 드루킹이 허위사실공표나 후보자비방을 했고,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공범으로 처벌되어야 대통령 당선이 무효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드러난 사실은 김경수 의원이 드루킹에게 우호적인 기사 링크를 보냈다는 것 정도다. 더구나 드루킹이 후보자비방, 허위사실공표 등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고 해도 국민의 세금으로 녹을 받는 공무원, 그것도 국정원에서 조직적으로 정치활동에 개입하고, 특정인 당선을 위한 선거운동을 한 것보다 더 중한 문제일 수는 없다. 공직선거법에서 다른 공직선거법 상 범죄와 별개로 공무원의 직위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국가정보원법에서 국정원의 정치개입과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이유는 관제 부정선거 행위가 민간 조직의 부정보다 훨씬 해악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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