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은 해외진출? 미국 가능, 일본 애매, 대만 불가

  • 기자명 최민규
  • 기사승인 2018.04.26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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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야구단 투수 이대은(29)의 해외 진출은 가능할까.

현행 프로야구 제도에 따르면 결론은 이렇다. 메이저리그는 가능하다. 일본 프로야구는 애매하다. 대만 프로야구는 안 된다.

경찰야구단 이대은의 WBC 국가대표 시절 투구 장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 투수였던 이대은은 올해로 2년째 경찰야구단 소속으로 뛰고 있다. 올해 열릴 KBO리그 2차지명 대상 선수다. 이대은은 현재 국내 구단 입단 외에 외국 프로야구단과의 계약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드래프트 1번 지명권을 갖고 있는 KT 구단 관계자는 “선수가 해외 진출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확히는 해외 ‘재진출’이다. 이대은은 신일고를 졸업한 2008년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에 입단했다. 2014년까지 컵스 산하 마이너리그 팀에서 135경기에 뛰었고 2015~2016년은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에서 뛰었다.

지바 롯데에서 퇴단한 뒤인 2016년 2월 국내로 돌아와 경찰야구단 선발에 합격했다. 원래 해외파 선수들은 2년간 1, 2군을 막론하고 프로야구 경기에 뛸 수 없다. 하지만 이대은을 WBC 대표로 선발한 KBO는 이사회 의결을 거쳐 특례를 적용하기로 퓨처스리그 관련 리그 규정 68조5항을 수정했다.

수정된 리그 규정은 다음과 같다.

“국내 프로구단을 거치지 않고 해외진출한 병역미필선수가 올림픽, 아시안게임, WBC, 프리미어12 대회에 국가대표 선수로 참가한 경우 국내 복귀를 조건으로 상무, 경찰야구단에 입대하여 KBO 퓨처스리그 경기에 출장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국내 복귀’를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KBO 규약 및 규정은 KBO리그에 뛰고 있는 선수에게 적용된다. 이대은이 KBO리그 입단을 포기한다면 적용 대상이 아니다. 이런 경우에는 KBO가 해외 리그와 맺고 있는 선수계약협정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선수계약협정은 리그 소속 구단이 갖고 있는 선수에 대한 권리를 상호 인정하는 게 기본이다. 뉴욕 양키스가 LG 트윈스 소속 선수와 마음대로 계약하지 못하는 이유도 LG 구단의 선수 보류권은 협정을 통해 메이저리그 소속 구단들도 인정하기 때문이다. 협정이 없는 리그라면 관계없다.

에스밀 로저스는 지난해 10월 넥센과 계약할 당시 도미니칸윈터리그 산토도밍고 구단 소속이었다. 리그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넥센이 로저스를 계약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두 리그 간에는 선수 계약을 상호 존중하는 협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는 KBO 지명 권리 인정 안해

현재 KBO는 메이저리그, 일본프로야구(NPB), 대만프로야구(CPBL)와 선수계약협정을 맺고 있다.

이대은이 메이저리그 구단에 입단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한·미 선수계약협정은 미국 구단이 한국의 프로나 아마추어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우선 KBO에 신분조회를 요청한다. 신분 조회 결과 해당 선수가 한국 프로 구단의 보류, 군복무, 임의탈퇴, 제한, 실격, 자격정지, 부적격명단에 있을 경우에는 해당 구단의 승인 없이는 영입이 불가능하다.

이대은이 9월 예정된 2차 지명에서 KT, 혹은 다른 구단에 지명되더라도 상관없다. 계약이 이뤄지지 않고 단순히 지명된 선수에 대한 권리는 인정되지 않는다. 한미 간 최초의 선례는 삼성 라이온즈가 만들었다. 삼성이 1993년 4억원에 영입한 재미동포 투수 최용희는 이해 메이저리그 아마추어 드래프트에서 오클랜드 어슬레틱스가 지명한 선수였다.

 

Page 191 of 2017 KBO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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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과 한국은 프로구단 선수 지명권 상호 인정

대만 진출은 불가능하다. 9월 2차 지명에서 이대은이 프로 구단에 지명될 경우에 그렇다. 한·대만 선수계약협정은 프로 구단의 아마추어 선수 지명권도 상호 보호하고 있다. 이대은을 지명한 구단의 동의와 총재의 승인이 있어야만 대만 진출이 가능하다. 현실적으로 어렵다.

일본 프로야구는 다소 애매하다. 한·일 선수계약협정의 기본 틀은 한·미 협정과 비슷하다. 하지만 2001년 협정을 개정하면서 “프로구단의 아마추어 선수의 스카우트와 계약에 관하여 한국과 일본 구단은 양국의 규약과 규정을 존중한다”는 7조를 신설했다. 이에 따라 NPB 구단은KBO리그 구단의 아마추어 선수 지명권을 존중해 왔다. 국내 구단이 지명한 고교 유망주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경우는 많아도 일본 구단과 계약한 사례는 없다.

KBO 관계자는 ‘가정’임을 전제한 뒤 “만일 NPB 구단에서 이대은에 대한 신분조회가 들어올 경우 리그 규정상 국내로 복귀해야 하는 선수라는 회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KBO 지명권 존중...이대은 계약가능성 낮아 

그런데 협정 7조의 대상은 ‘아마추어’ 선수다. 미국과 일본 프로야구에서 9년을 뛴 이대은은 물론 아마추어 선수가 아니다. 문구상으로는 이대은에 대한 KBO리그 구단의 지명권은 협정에서 보호하지 않는다. ‘해석’의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일본 구단은 2001년 협정 개정 이전에도 국내 구단이 지명한 선수와 계약을 한 적이 없다. KBO와 NPB는 국제 야구무대에서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왔다. 협정서 문구와는 별개로 일본 구단이 분란을 감수하면서까지 내년에 서른 살이 되는 투수를 영입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관행은 1995년 이른바 ‘임선동 사태’ 이후 생겨났다. 연세대 4학년 투수 임선동은 이해 NPB의 다이에 호크스(현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입단 계약을 했다. 협정 상으로는 문제가 없는 계약이었다. 하지만 임선동을 지명했던 LG 구단은 극렬하게 반발했다. 국내 구단 사이에선 자금력이 풍부한 일본 구단에 아마추어 유망주들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위기 의식이 커졌다.

이해 11월 2일 양국 커미셔너가 도쿄에서 회동해 양국 구단의 지명권은 상호 존중한다는 합의가 이뤄졌다. 요시쿠니 이치로 당시 NPB 커미셔너는 다이에가 임선동과의 계약서를 제출하더라도 LG 구단의 동의가 없다면 승인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임선동의 입장에서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계약이 ‘어른들의 사정’으로 좌절된 셈이다. 1995년 11월 2일 요시쿠니 커미셔너와 만난 KBO 총재는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에서 법에는 가장 밝았다는 김기춘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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