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허용 후대처" 샌프란시스코의 '공유 스쿠터' 대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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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허용 후대처" 샌프란시스코의 '공유 스쿠터' 대응법
  • 황장석
  • 승인 2018.05.03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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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석의 실리콘밸리 팩트체크] 샌프란시스코가 새 비즈니스를 대하는 법

지난 3월 샌프란시스코 시내에는 수 백대의 전기스쿠터(electric scooter)가 쏟아졌습니다. 스쿠터라고 하면 소형 오토바이를 떠올릴 수도 있는데요, 여기서 말하는 전기스쿠터는 최고 시속이 20km 수준의 전동킥보드입니다.

샌프란시스코 시내에 등장한 수 백대의 전기스쿠터는 이른바 ‘전기스쿠터 공유’ 사업을 하는 3개 업체 소유였습니다. 버드(Bird Rides)스핀(Spin)라임바이크(LimeBike) 등의 업체입니다. 이들은 스마트폰 앱으로 이름과 신용카드 등의 지불정보 등을 제공하고 회원으로 가입하면 시내 곳곳에 있는 스쿠터를 빌려 사용하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각 스쿠터에는 스마트폰 앱으로 작동되는 잠금장치와 위치확인장비(GPS)가 장착돼 있습니다.

미국 아마존(Amazon)에서 검색해보면 이런 종류의 스쿠터는 싼 건 100달러, 비싼 건 600달러 정도입니다. 온라인 미디어 쿼츠(Quartz)의 기자 2명이 확인한 결과 버드, 스핀 두 회사의 스쿠터는 중국 샤오미가 만드는 제품으로 미국에서 판매되는 가격은 500달러 수준이었습니다. 라임바이크는 한 대 가격이 200~400달러 정도로 추정되는 다른 회사들의 제품이었습니다.

요금은 기본요금 1달러에 1분마다 얼마가 추가되는 방식입니다. 기본요금 1달러에 1분에 15센트를 추가로 받는 버드의 경우, 10분 이용했을 때 요금은 1달러(기본요금)+1달러 50센트(추가요금)로 총 2달러 50센트(약 2500원)입니다. 정확히 따져보면 '스쿠터 공유 사업'이라는 표현보다 '스쿠터 임대 사업'이 적합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전거 공유 사업이 사실 자전거 임대 사업인 것과 마찬가지겠죠. 물론 데이터가 돈이 되는 세상에서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축적하는 정보기술(IT) 사업이기도 하겠고요.

사업 측면에서 흥미로운 건 업체들이 전기스쿠터 배터리 충전을 직접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일반인이 충전하도록 하고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입니다. 충전 프로그램에 참여한 회원은 저녁 때 서비스 지역에 있는 스쿠터를 자신이 원하는 만큼 수거해 자신의 집에 가져가 충전합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일찍 서비스 지역에 다시 가져다 둡니다. 그러면 충전 대가로 한 대 당 5~20달러가 회원 계좌에 입금됩니다. 스쿠터가 수거하기 편한 장소에 있으면 5달러, 불편한 장소에 있으면 20달러를 주는 식입니다. 회사 차원에서 인력을 고용해 스쿠터를 수거해서 충전한 뒤 배치하려면 아마도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들 겁니다.

'임대 스쿠터'에 쏟아진 환호

임대 스쿠터는 샌프란시스코에 앞서 지난해 등장했습니다. 리프트, 우버 임원 출신의 사업가가 창업한 버드의 경우 지난해 9월 로스앤젤레스 서쪽의 아름다운 해변 도시 샌타모니카(Santa Monica)에서 처음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캘리포니아주를 중심으로 점차 미국의 다른 지역으로 확장하는 추세입니다. 씨넷(CNET) 보도를 보면, 버드는 샌프란시스코를 포함해 캘리포니아주 5개 도시와 텍사스주 오스틴, 워싱턴 디씨(DC) 등 7개 지역에서 영업 중입니다. 지난해 9월 이후 지금까지 버드의 스쿠터를 이용한 횟수는 100만번이 넘을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거액의 투자금도 밀려 들고 있습니다. 업체들 중에서 가장 많은 투자를 받은 버드가 1억1800만달러(약 1180억원) 투자를 받은 걸 3개 업체가 받은 투자금을 모두 더하면 2억5500만달러(2550억원)에 이를 정도입니다.

샌타모니카에서 전기 스쿠터를 타는 청년들. 유튜브 캡쳐

샌프란시스코 같은 도시에서 전기스쿠터 임대 사업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대중교통 상황이 열악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도로는 좁고 울퉁불퉁 파여 있기 일쑤고, 차량은 많아 교통체증이 일상이고, 대중교통은 불편합니다. 차가 막혀 빨리 가지도 못하고, 원하는 곳에 정확히 데려다 주지도 않을 뿐더러, 요금도 싸지 않습니다. 샌프란시스코 버스 요금은 온라인으로 구매하면 2달러 50센트, 현금으로 내면 2달러 75센트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걸어 가기엔 멀지만 그렇다고 택시나 우버를 타기엔 가까운 거리는 스쿠터 같은 게 유용합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샌프란시스코 외곽에서 기차를 타고 출퇴근 하는 사람들 중엔 스쿠터나 접이식 자전거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기차역에서 내린 뒤 회사까지 이동할 때 대중교통 대신 접이식 자전거나 스쿠터를 타고 다닌 것이죠. 그 편이 만원버스 타는 것보다 재미도 있겠고요.

게다가 전기스쿠터는 가솔린 연료 자동차와 달리 오염 물질을 배출하지도 않습니다. 차량이 늘어나는 게 아니니 교통체증을 심화시키지도 않고요. 업체들을 비롯해 전기스쿠터에 환호하는 사람들은 환경보호 측면에서도 확실한 장점이 있다고 얘기합니다.

스쿠터가 불러온 문제, 그리고 당국의 채찍

그런데 갑작스럽게 샌프란시스코 시내에 무리 지어 등장한 스쿠터는 이 도시에 새로운 문제를 야기했습니다. 갑자기 늘어난 전기스쿠터가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기 때문입니다. 헬멧을 쓰지 않고 타는 건 불법인데도 이용자들이 헬멧을 거의 착용하지 않으며, 2인 이상 타는 것도 불법인데 그런 경우가 종종 목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특히 문제가 된 건 보도 운행과 불법주차였습니다(전기스쿠터 임대 사업자들은 별도의 주차공간을 확보하지 않고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전기스쿠터는 자전거와 마찬가지로 도로 한 켠 자전거도로를 이용하거나 자전거도로가 없는 곳에선 차도 가장자리에서 운행해야 하는데도 보도에서 스쿠터를 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많은 도시에서도 그렇지만 샌프란시스코에서도 보행자 도로에서 자전거나 전기스쿠터를 타는 건 불법입니다.

지정된 주차구역이 아닌 한 보도나 공공이 이용하는 도로에 전기스쿠터를 세워 두는 것도 불법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보행자 안전 때문이죠. 아무렇게나 방치된 스쿠터에 발이 걸려 넘어져 다칠 수 있으니까요. 샌프란시스코 교통국(SFMTA)에는 스쿠터에 걸려 넘어진 시각장애인과 다른 비장애인 보행자의 사고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도로와 조명, 건물, 수도 등을 담당하는 샌프란시스코 공공사업국(Department of Public Works)은 300대가 넘는 전기스쿠터를 압류했습니다. 그리고 3개 회사에 총 6000달러에 가까운 관련 비용을 청구했고요. 시 검찰에서도 가만 있지 않았습니다. 관련 법규를 준수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할 때까지 영업을 중단하라고 명령한 것이죠.

캘리포니아 경찰은 늘어나는 전기스쿠터를 단속하기 시작했다. 출처: Daily Bruin

규제는 하되 기회도 준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 시 당국이 규제만 한 건 아니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시민들이 짧은 거리를 이동할 때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고, 차량 증가처럼 교통체증을 심화시키지 않으며, 환경 보호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필요한 규제는 하되 사업은 할 수 있도록 기회도 주기로 한 겁니다. 2018년 7월부터 24개월 동안 '전기스쿠터 임대(공유) 사업'을 시범운영할 수 있도록 관련 법규를 정비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한 겁니다.

시 교통국이 제시한 안은 공청회 등의 절차를 거쳐 확정돼야 하는데요, 원안의 핵심 내용은 이렇습니다.

  1. 전기스쿠터 임대 사업을 하고자 하는 업체들의 신청을 받아 총 5개의 허가증을 발급한다. 허가증 1개 당 500대를 운행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샌프란시스코에서 운행하는 전기스쿠터 숫자는 최대 2500대를 넘지 않도록 한다.
  2. 허가증 신청 비용은 5000달러이며, 업체들은 심사 운영 비용으로 연간 2만5000달러를 납부한다.
  3. 허가증을 받은 업체에 한해 보도, 공공 도로 등에 전기스쿠터를 주차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4. 업체들은 전기스쿠터 운행과 유지 관리, 청소, 폐기, 보수 등의 계획을 시에 제출해 승인 받는다.
  5. 업체들은 도로 유지 보수 등 공공 자산의 보수 관리 등을 위한 비용으로 1만달러를 납부한다.
  6. 업체들은 이용자 정보보호정책을 수립해서 제출한다.
  7. 업체들은 전기스쿠터 이용 정보를 시 교통국에 제공한다.
  8. 업체들은 저소득층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샌프란시스코의 '우버 학습효과'?

사실 전기스쿠터 임대 업체들이 보여준 사업 방식은 과거 우버의 방식과 닮아 있습니다. 규제 문제는 일단 나중에 생각하고 사업부터 시작하는 방식입니다. 사업을 하다가 규제 문제가 생기면 그때 가서 부딪혀서 해결하는 겁니다. 우버는 초창기 리무진 기사를 승객과 연결시켜 주는 사업으로 시작해서 택시면허 없는 일반인이 자가용으로 택시처럼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로 나아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무면허 택시영업을 한다는 이유 등으로 영업정지 명령을 수차례 받았지만 샌프란시스코 시 당국 등과 협상을 하고 법적으로 다투기도 하면서 합법 지위를 얻어냈습니다.

이런 방식에 대해선 미리 규제 문제를 파악한 뒤 당국과 협의를 거쳐 사업을 하는 어려운 길 대신 일단 해 보고 문제가 생기면 나중에 대처하는 손쉬운 길을 간다는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전기스쿠터 임대 업체들에게 영업중단 통지를 보낸 데니스 헤레라 샌프란시스코 시 검사장은 업체들이 샌프란시스코에 진출한 뒤 벌어진 상황을 “무질서 상태”로 표현할 정도로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제를 관할하는 시 의회와 시 교통국은 어찌 보면 얄미울 수도 있는 전기스쿠터 임대 업체들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습니다. 현행 법규로만 보면 허용하기 어려운 사업이지만 여러 측면에서 시민들과 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 겁니다. 그래서 한편으로 규제를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활로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한 것이죠. 우버, 에어비앤비 같은 기업들 덕분(?)에 규제 문제라면 미국 어느 도시에도 뒤지지 않는 경험을 갖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시의 자신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는 지켜봐야 할 겁니다.

황장석    surono@naver.com  최근글보기
2002년부터 동아일보와 서울신문에서 정치부, 사회부, 문화부 기자로 일했다. 2012년 스탠포드대학교 후버연구소 객원연구원을 역임했다. 퇴사 이후 실리콘밸리 근처에 거주하며 한국 언론을 통해 실리콘밸리와 IT기업 소식을 전하고 있다. 2017년 실리콘밸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명한 책 <실리콘밸리 스토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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