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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사키 우케루 "재팬 패싱과 무관하게 아베의 트럼프 추종 계속될 것"[홍상현의 일본 팩트체크] 남북정상회담 관련 국제관계전문가 마고사키 우케루 인터뷰

1943년 만주 봉천 출생. 도쿄대학 법학부 재학 중 외무고시 합격, 런던대학ㆍ모스크바대학 연수, 주(駐)구소련 대사관 근무. 하버드대학 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한국의 국정원 1차장에 해당하는 외무성 국제정보국국장으로 재직하며 CIA, KGB, 모사드(Mossad) 등 세계의 정보기관과 교류했다. 주이란 대사 재직 시절에는 개혁파 지도자 모하마드 아타미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실현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일러스트의 주인공으로까지 등장하는 이 기념비적 커리어의 주인공이자, 명실상부한 일본 최고의 국제정보전문가 마고사키 우케루(孫崎享)의 공직생활은 이른바 ‘좌천’에 해당하는 방위대학 교수직으로 마무리되었다.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촘촘히 짜여있는 힘의 그물망에 뛰어들어 사익을 편취하는 권력자들이 봐 넘기지 못했다. 그 어떤 험지로 보내지든 단 1분 1초도 바른말을 멈추지 않았다.

마고사키 우케루 전 일본 외무성 국장 제공

요즘도 아베 신조 총리와 아소 다로 부총리(겸 재무상)로 대표되는 일본 극우 정치세력과 일본의 민주진보세력 사이의 싸움에서 최전선에 서있는 그는 매사에 거침이 없다. 지난해 가을 “북한에서 유사사태가 일어나 북한 난민들이 일본으로 몰려들고 난민들 가운데 무장난민들이 있을 경우 북한 난민들을 사살할 것인지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던 아소 부총리의 망언이 있었을 때도 “미친 것 같다”, “나치숭배자”라며 카운터펀치를 날렸다. 이런 이유들로 해서 이미 NHK에는 출연금지 인물로‘ 찍혀’ 있고, 극우파들에게 국적(國賊) 취급을 받는 그이지만 조금도 위축되지 않는다. 하기야 MI6 요원들과 영국 육군학교에서 함께 받은 훈련이 외교관으로서의 첫 임무였던 그에게 위협적일 수 있는 존재는 별로 많지 않으리라.

그와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으로 급물살을 타고 있는 동북아시아 정세와 대립ㆍ압박 일변도의 냉전 논리로 일관하다 요 며칠 태세를 전환, 새로운 흐름에 편승해 거둘 수 있는 정치적 이익을 노리는 아베 내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마고사키 우케루 전 국장을 주인공으로 한 만화 캡쳐. 출처:블로그

홍상현: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는가.

마고사키 우케루:

남북정상회담에까지 도달한 문재인 대통령의 영지(英知)와 행동력을 높이 평가한다. 문 대통령은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했고, 여기 북한과 트럼프가 호응하면서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졌다.

홍상현:

판문점 선언의 내용을 실천해가려면 크고 작은 난관도 있을 텐데, 전문가적 입장에서 말해본다면?

마고사키 우케루:

원래는 남북한 정상들 사이에 긴장 완화를 위한 행동이 취해지는 것만으로 한반도에 평화가 와야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간 미국이 필요할 경우, 당사국의 동의 없이도 군사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누차 확인해 왔기 때문이다. 물론 ‘협상’을 통해 ‘악의 축’을 막아낸 전후 최초의 현직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매력적이기는 하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내부는 보다 구체적인 요구들이 존재한다. 따라서 앞으로 있을 북미정상회담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

홍상현:

자민당 정치에 대한 당신의 비판을 접하면 현재의 일본이 마치 미국의 식민지나 위성국가 같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일본은 역시 전후의 점령체제를 탈피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가?

마고사키 우케루:

물론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점령상태를 벗어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점령기에 정관계 및 경제계, 그리고 언론계 등이 미국에 예속성을 띄게 되었고, 이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 또한 사실이다. 하토야마 유키오 내각에서처럼 대미 자립을 시도한 경우도 있었지만 현재 아베 신조 내각에서는 심각한 반동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홍상현:

대미추종에도 동기라는 게 있을 텐데?

마고사키 우케루:

기본적으로 정관계 및 경제계, 언론계에서 미국을 추종하는 입장에 선 이들은 예속의 대가로 나름의 지위를 보장받았다.

홍상현:

확실히 전후 일본사회에서 한결같이 추진되어온 미일 경제 일체화나 아베 내각에서 보다 가속화된 미군과 자위대의 일체화를 보면 그 지적이 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을 주도한 것은 일본의 자칭 보수파, 사실상 극우파인데, 그들에게 실용적 목적이 이념보다 우선했다는 이야기인가.

마고사키 우케루:

그렇다. 각 개인에게 지위가 제공되는 과정에서 이념적인 부분은 소멸되어 버린 것이다.

홍상현:

결국 다테마에(建前)로 우익적 수사를 내세웠을 뿐이라는 말인데, 비슷한 성격을 띠는 한국의 정치세력을 보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대미추종의 경향은 아베 정권에서 특히 도드라지는 추세인가?

마고사키 우케루:

전후 최고 수준이다.

홍상현:

지난 4월 29일 아베 총리는 마지못해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지금껏 그가 취해온 대북정책은 초강경 노선에 근거해 있었다. 아베 내각이 향후 한반도에서 일어날 변화와 관련해 어떤 대응을 취할까? 또한 이것이 그가 주장해온 소위 ‘보통국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마고사키 우케루:

아베가 추진해 온 대외정책의 기본은 대미추종이다. 앞으로도 어떤 특정한 방향보다 그저 트럼프의 뒤를 따르는 정책을 취할 것이라고 보면 판단에 무리가 없을 것이다. 보통국가화도 마찬가지다. 그것이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는 나라가 된다’는 의미라면, 이 또한 자위대가 미국의 전략에 따라 해외에서 움직이게 된 것일 뿐 독자적인 전략을 세워 무기를 사용하게 될 거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 관련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화 통화를 보도한 NHK 뉴스 캡쳐.

홍상현:

그럼 한편으로 냉전 체제에 편승하고, 다른 한편으로 군국주의의 부활을 도모하는 인상을 주던 자민당의 대외정책 노선은, 사실상 미국에 기대어 사익을 챙기는 기득권자들의 퍼포먼스에 불과했다는 이야기인데.

마고사키 우케루:

군국주의화도 일본이 독자적으로 사고하는 형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미국에 대한 제공을 전제로 한 군국주의화다. 앞서 지적했듯 전후 일본에서는 미국의 의향에 따라 좌우되는 점령체제 하의 상황이 지속되었는데, 이것이 최근에 와서 더욱 강화되고 있을 따름이다.

홍상현:

그런 맥락에서 보면 최근 나타나는 재팬 패싱 현상은 아베에게 무척 심각한 문제 아닌가?

마고사키 우케루:

하지만 아베 정권의 대미 추종 노선은 재팬 패싱의 유무와 무관하게 이어질 것이다. 이것이 정권의 생명줄이기 때문이다.

홍상현:

마지막 주제는 납치 문제에 관한 것이다. 이 이슈는 최근 뒤늦게 동북아시아의 전향적 흐름에 합류하려는 아베의 히든카드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는 정치적 이익을 위해 납치 문제를 활용할 뿐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인 적이 없지 않나?

마고사키 우케루:

지적하신 대로다.

홍상현:

역시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국내정치를 위해 꺼내든 해결책이라는 것인가.

마고사키 우케루:

아베는 원래 국내 정치 기반이 약했다. 따라서 혐중ㆍ혐한ㆍ혐북 같은 정서를 활용해 지지를 얻어냈다. 경제적으로 곤궁한 계층에게는 혐오의 논리가 쉽게 먹혀든다. 납치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등장시킨 것이다.

그와의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머릿속에 떠올른 것은 강상중 전 도쿄대 교수의 저서 『반걸음만 앞서 가라』에 등장하는 키워드, ‘청동 기저귀’였다. 패전 이후 일본을 점령한 미국은 동서냉전에서의 힘의 규형을 위해 당시까지의 역사를 삭제하고 갓난아기부터 인생을 시작한 일본에게 특수한 수갑과 족쇄 즉, 청동 기저귀를 채웠다. 그렇게 청동 기저귀를 찬 일본의 정치인들은 반대세력이 거세된 상황에서 미국의 이해범위 안에서 움직이며 이전투구만을 반복함으로써 정치에 대한 민중의 무관심증을 유발했다. 이러한 정치는 “뭔가 해줄 것”처럼 요란스러운 퍼포먼스를 연출하는 이는 있을망정 사회적 격차와 빈곤문제의 확대, 지역사회 피폐화, 사회보장체제의 잠식 등으로 이어졌다. 강 교수는 이러한 가짜 리더들과 목숨 걸고 싸운 진짜 리더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마고사키가 끊임없이 강조한 대미추종의 수혜자들은 이 책 속의 청동 기저귀를 찬 가짜 리더들을 떠올리게 했다.

한반도 평화로 인한 나비효과가 바다를 건너 이러한 가짜 리더들을 궁지로 몰아넣는 결론으로 이어질까.

이번 회담에 대해 필자에게 “동북아시아의 안보환경에 핵 갈등에서 비핵 평화라는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은 한 시민운동가(일본평화의원회의 사무국장)의 말을 떠올려 보면 가능성은 충분하다. 한반도 평화는 단순히 남북한의 평화뿐만 아니라 외부의 위협을 끊임없이 강조하며 대립ㆍ압박 일변도의 대북정책에 반대하는 민주진보세력을 색깔론 공격이라는 전가의 보도로 억압해온 일본 극우 정치세력에게도 변화를 강제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홍상현 팩트체커  contact@newstof.com  최근글보기
일본의 경제월간지 <게이자이(經濟)> 한국특파원. 도쿄대학교 이미지인류학연구실(IAL) 네트워크 멤버다. 도쿄대 시미즈 연구실 소속으로 국제관계와 언론보도의 상호작용을 연구했다. <마르크스는 처음입니다만> 등 논쟁적인 책을 한국에 소개하는 번역가다. <시사인> 등에 일본 소식과 국제관계 기사를 게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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