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국회’, ‘무기명투표’가 대의민주주의?

홍문종·염동열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관련 팩트

  • 기사입력 2018.05.25 03:27
  • 기자명 송영훈 기자
지난 21일 자유한국당 홍문종·염동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며, 또 다시 ‘방탄국회’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국회의원들의 무기명투표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도 확산되고 있다. 뉴스톱에서 확인했다.

 

연합뉴스TV 방송화면 캡처

민주당에 불어닥친 ‘이탈표’ 후폭풍

홍 의원은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사학재단의 공금을 횡령한 혐의로, 염 의원은 강원랜드 채용비리와 관련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지난달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날 본회의 무기명 투표 결과 홍 의원 체포동의안은 재석 275명 중 찬성 129표, 반대 141표, 기권 2표, 무효 3표로, 염 의원 체포동의안은 재적 의원 275표 중 찬성 98표, 반대 172표, 기권 1표, 무효 4표로 부결됐다.

특히 염 의원 체포동의안의 경우 총투표 2백75명 가운데 찬성은 98표에 불과한 반면, 반대는 1백72표가 나오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20표가 넘는 ‘이탈표’가 나온 것으로 분석됐다.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직후 민주당 주요 인사들의 SNS 계정을 중심으로 수십, 수백 건의 비판 댓글이 올라오고, 부결에 찬성한 민주당 의원들을 공개하라는 요구가 빗발치자,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까지 했다.

강병원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은 국민적 관심도가 매우 높다”며 “익명성에 기대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해선 안 되기 때문에 체포동의안 표결 방식을 기명 투표로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 발의를 당론으로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방탄국회’의 근거와 ‘부끄러운’ 전례

헌법 44조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현행범이 아닌 한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으며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경우라도 국회의 요구에 의해 석방될 수 있는 권리’, 즉 ‘불체포 특권’을 가진다.

이 때문에 범죄 혐의가 있는 국회의원을 회기 중 체포하려면 법원이 체포동의요구서를 제출하고 국회가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을 표결에 부쳐 가결되어야 한다. 재적의원 과반수 참석에 참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하다.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에 대한 무기명투표의 근거는 국회법에 있다. 국회법 112조(표결방법) 5조에는 “대통령으로부터 환부된 법률안과 그 밖에 인사에 관한 안건은 무기명투표로 표결한다. 다만, 겸직으로 인한 의원 사직과 위원장 사임에 대하여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서 ‘체포동의’ 사례를 찾아보면 1986년 12대 국회 이후 모두 49건의 ‘체포동의안’과 ‘체포동의의 건’이 있었는데, 원안대로 가결된 것은 약 14%인 7건에 불과하다. 특히 이 가운데 5건은 현 자유한국당이 여당이던 2010년 9월부터 2015년 8월 사이에 가결됐으며, 현영희 전 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야당소속이었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 검색화면 캡처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4일 국회의장 선출 표결 등을 제외하고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등 국회에서 하는 모든 표결을 기명투표로 진행하는 내용의 국회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하며, 해외에서도 의회 내 무기명투표를 하는 국가는 소수라고 설명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미국 하원은 모든 표결을 공개하고, 독일 하원도 하원의장 및 부의장을 선출하는 경우와 연방 총리를 선출하는 경우에만 비밀투표를 시행하고 있다.

국회의원의 무기명투표를 기명투표로 바꾸려는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다. 2014년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은 ‘보수혁신특별위원회’를 통해 체포통의안을 기명투표로 전환하기로 했지만, 상임위에서 단 한 차례의 논의도 없이 폐기됐다.

 

여론도 ‘방탄국회’와 ‘무기명 투표’에 부정적

이번 ‘방탄국회’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60.1%가 부결이 잘못된 결정이라고 반대했고 ‘잘한 결정’이라는 의견은 14.7%에 불과했다. 또 체포동의안 찬반 명단 공개 여부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응답자의 73%가 찬성했다. 체포동의안 부결 이후 국회의원들의 무기명 투표를 손봐달라는 청와대 청원도 29건이나 올라왔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신해 국민의 뜻을 국가운영에 반영하기 위해 선출된다. 국민 즉 유권자는 해당 법률안에 대해 자신이 뽑아준 국회의원이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 당연히 알아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투표를 할 수 있다.

송영훈   sinthegod@newstof.com  최근글보기
프로듀서로 시작해 다양한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활동해 왔다. <시민을 위한 팩트체크 안내서>, <올바른 저널리즘 실천을 위한 언론인 안내서> 등의 공동필자였고, <고교독서평설> 필자로 참여하고 있다. KBS라디오, CBS라디오, TBS라디오 등의 팩트체크 코너에 출연했으며, 현재는 <열린라디오 YTN> 미디어비평 코너에 정기적으로 출연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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