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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공유 스쿠터' 직접 타봤더니...편리와 위험 사이...황장석 팩트체커의 '공유 스쿠터' 체험기

얼마 전 샌프란시스코에 가서 모바일앱으로 빌려 타는 전기스쿠터, 이른바 '공유 스쿠터'를 타봤습니다. 앞서 '공유 스쿠터' 을 게재했지만 체험해보진 못했기 때문에 직접 타보기로 했습니다. 집이 있는 동네(산호세, 국립국어원 표기법으로 새너제이)에서 북쪽으로 자동차로 1시간 정도 달려 샌프란시스코 익스플로러토리엄(Exploratorium)으로 갔습니다.

익스플로러토리엄은 미국 프로야구(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팀의 홈구장 근처이자 앨커트래즈 섬이 바라다 보이는 부두에 있는 과학관입니다. 호기심 많은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과학 체험학습 공간이자 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치는 교사들을 교육하는 시설이기도 하죠. 미국의 실험물리학자이자 콜로라도대 교수였던 프랭크 오펜하이머(1912-1985) 박사가 1969년 설립해 문을 열었습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말기 미국 정부가 원자폭탄을 개발했던 그 유명한 '맨해튼 프로젝트'를 주도한 이론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1904-1967) 박사의 동생입니다. 그 역시 형과 함께 원자폭탄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는데요, 말년엔 익스플로러토리엄 설립에 몰두했습니다.

본론으로 돌아옵니다. 익스플로러토리엄에 도착하니 아이들 손을 붙잡고 나온 부모부터, 두 손 꼭 붙잡고 다니는 연인들까지 나들이 나온 주민과 관광객으로 북적였습니다. 보행자 도로 곳곳엔 전기스쿠터들이 보였습니다. 자연스럽게 전기스쿠터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끊이지 않았고요. 5월 19일, 이날은 토요일이었습니다.

클릭 몇 번에 오케이

필자가 스마트폰에 설치한 라임바이크 모바일앱에서 익스플로러토리엄 근처에 주차된 전기스쿠터를 검색한 화면.

전기스쿠터를 타기 위해 일단 주변에서 눈에 띄는 전기스쿠터 공유 업체의 모바일앱을 다운로드했습니다. 크게 3개 회사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영업을 하는데, 회사마다 약간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모바일앱 이용방법은 비슷합니다. 이날 이용한 라임바이크(LimeBike)의 경우 전화번호 인증 화면이 떴습니다. 인증을 거치면 스마트폰 화면에 승차(Ride)라는 문구의 창이 뜨고 그걸 클릭하면 현재 위치 주변 스쿠터들이 애플리케이션 지도에 표시됩니다. 스쿠터 한 대를 골라 손잡이 옆에 붙어 있는 QR코드에 스마트폰 앱 카메라를 갖다 대니 잠금장치가 풀립니다. 이어 지불수단(애플페이, 신용카드 등등)을 선택하자 바로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스쿠터 보드에 왼발을 올리고 오른발로 두어 번 바닥을 밀어 찬 뒤 오른쪽 손잡이 버튼을 누르니 속도가 붙었습니다. 왼쪽 손잡이 옆에 자전거와 유사한 형태의 손으로 쥐는 브레이크가 달려 있고요. 킥보드 좀 타본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매우 능숙하게 탈 듯 했고 초보자도 쉽게 탈만 했습니다. 차도 옆 자전거도로에서 320미터 정도를 달린 다음 보행자 도로에서 조금 떨어진 부두 펜스에 세워 뒀습니다. 모바일앱을 실행한 뒤 승차 종료(End Ride) 창을 누르면 상황종료. 요금은 자동으로 결제됐는데 60센트(약 600원)가 나왔습니다. 기본요금이 1달러로 책정돼 있는데, 사업초기여서 할인행사를 하는지 1달러를 추가로 받진 않았습니다.

모바일앱을 이용해 샌프란시스코 부두 옆에 주차된 전기스쿠터의 잠금장치를 해제한 뒤 스쿠터에 올라 출발하기 직전의 필자.

불과 두 달, 치솟는 인기

빌려 타는 '공유 스쿠터'는 무척 인기가 많았습니다. 직접 타 본 것 외에도 10분 정도 한 곳에 서서 지켜봤는데 20명 가량이 회사 이름이 적혀 있는 전기스쿠터를 타고 지나갔습니다. 모바일앱으로 확인해보니 익스플로러토리엄 주위에 스쿠터들이 빽빽하게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만큼 인기가 있다는 얘기죠. 지난 5월 27일 샌프란시스코 주민들이 즐겨 찾는 골든게이트파크를 지나쳤는데 그곳에서도 전기스쿠터를 빌려 타고 공원을 돌아다니는 2명의 청년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선 전기스쿠터를 찾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지난 3월 갑작스럽게 샌프란시스코 도심에 밀려든 전기스쿠터들이 곧바로 인기를 끌게 된 건 샌프란시스코의 교통 상황과 관련이 있습니다. 도로는 좁고 차는 많아 교통체증이 심하기로 악명 높은 도시라서 그렇습니다. 전차와 택시, 버스, 승용차가 뒤섞여 있고 최근엔 우버, 리프트 영업차량이 늘면서 출퇴근 시간엔 느림보 운행이 다반사입니다. 게다가 공사구간은 어찌나 많은지 말도 못합니다.

샌프란시스코 부두 펜스 옆에 주차된 전기스쿠터. 스쿠터 오른쪽으로 정박된 여객선들이 보인다.

월세, 집값이 싼 다른 도시에서 통근하는 사람들은 회사 차원에서 통근버스를 운행하는 직장(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에 다니지 않는 한 기차나 전철을 타는 경우가 많죠. 집에서 기차역 전철역까지 승용차나 자전거로 이동한 뒤 샌프란시스코행 기차, 전철을 타게 되는데요, 샌프란시스코에서 내린 다음 회사까지 이동할 때 스쿠터 같은 수단이 유용합니다. 택시, 우버 타기엔 짧지만 걸어가기엔 만만치 않은 거리를 이동하는데 저렴하고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헬멧 미착용, 보행로 운행은 문제

스쿠터를 이용하면서 눈에 띈 것 중 하나가 헬멧이었습니다. 헬멧을 쓰지 않고 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거든요. 스무 명 남짓 스쿠터 이용자를 봤는데, 그 중 헬멧을 쓴 사람은 딱 한 명이었습니다. '공유 자전거'를 빌려 타는 사람들도 대부분 헬멧을 쓰지 않았습니다(고백하자면 저 역시 헬멧을 쓰지 않았습니다).

캘리포니아는 주 법률에 따라 18세 이상이면 자전거를 탈 때 헬멧을 쓰지 않아도 됩니다. 물론 운전면허도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전기스쿠터는 다릅니다. 전기스쿠터를 운전하려면 '16세 이상의 운전면허 소지자'여야 하며 '헬멧을 착용'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보행자들이 이용하는 통행로에서 타면 안 되고 자전거용 도로에서 타야 합니다. 차도 외에 자전거용 도로가 없는 경우 시속 40킬로미터(25마일) 이하 도로에서만 탈 수 있습니다. 현지언론이 샌프란시스코 경찰(SFPD)에 문의한 결과에 따르면 이런 규정을 위반할 경우 벌금은 150-275달러( 15만원-275000) 정도입니다. 업체들은 모바일앱에서 헬멧 착용과 같은 법으로 지켜야 하는 사항을 안내합니다. 그래도 어차피 적발되면 벌금은 이용자가 내야 하는 것이죠.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보행자 통행로에서 ‘공유 스쿠터’를 타는 사람들

보행자 통행로에서 스쿠터를 타는 사람들도 종종 목격됐습니다. 빠른 속도로 타지는 않았지만 지나는 사람들에게 위험할 수도 있는 행위였습니다. 대체로 통행에 불편을 주지 않는 곳에 스쿠터를 주차하는 모습이었지만 좁은 도로 한쪽에 주차를 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좁은 길을 더욱 비좁게 만들고 있었죠.

최근엔 자동차와 오토바이만 다니게 돼 있는 고속도로에서 전기스쿠터를 탄 경우도 있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를 바다 위로 잇는 베이브리지(Bay Bridge) 전기스쿠터로 건너는 청년 2명의 동영상이 당시 다리를 건너던 자동차 운전자의 카메라에 찍히면서 논란이 된 것이죠. 위험천만하고 무모한 행동이었습니다.

'제한적 합법화'의 시작

샌프란시스코는 올해 7월부터 12개월 동안 '전기스쿠터 임대(공유) 사업'을 시범운영할 계획입니다(당초 24개월 동안 운영하려던 계획을 절반으로 축소했습니다). 사업 신청 절차를 통해 총 5개 업체를 선정해 업체당 500대를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굴러다니는 전기스쿠터 숫자를 총 2500대로 제한하겠다는 것이죠. 우버의 경쟁자인 리프트(Lyft) 사업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란 보도가 나올 만큼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보입니다.

허가 신청을 지난 24일부터 접수하기 시작했는데요, 허가증 받기 전까진 시내 도로에서 전기스쿠터를 모조리 치우라는 명령도 내렸습니다. 6월 4일까지 시한을 주고 그날 이후 샌프란시스코에서 스쿠터가 발견되면 하루에 1대당 1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예를 들어 한 회사의 전기스쿠터 10대가 6월 5일부터 10일 동안 매일 적발되면 10대 X 10일 X 100달러=10000달러 벌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죠.

이용자들이 열광할 만큼 유용성이 있다는 건 인정하고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대신 보행자 불편 등의 문제를 감안해 규제도 필요한 만큼 하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한 남성이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차도 옆에 녹색으로 칠해진 자전거 도로에서 전기스쿠터를 타고 있다.

캘리포니아 의회의 규제 완화 움직임

전기스쿠터 공유 사업을 하거나 하려는 업체들에게 희소식도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주의회에서 이런 '공유 스쿠터' 관련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전거와 마찬가지로 18세 이상이면 전기스쿠터를 탈 때 헬멧을 쓰지 않아도 되고, 운전면허도 필요 없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이 현재 캘리포니아 주의회에서 논의되고 있습니다. 올해 2월 발의된 AB-2989라는 이름의 법안인데요, 핵심을 추리자면 이 글에서 다루는 공유 스쿠터처럼 최고 시속이 32킬로미터(20마일)를 넘지 않는 전기스쿠터에 대해선 자전거와 같은 기준으로 규제하자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법안이 논의된 과정을 보면 통과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입니다.

제한적 합법화의 길에 들어선 샌프란시스코의 '공유 스쿠터'. 과연 어디로 굴러가게 될까요.

황장석 팩트체커    surono@naver.com  최근글보기
2002년부터 동아일보와 서울신문에서 정치부, 사회부, 문화부 기자로 일했다. 2012년 스탠포드대학교 후버연구소 객원연구원을 역임했다. 퇴사 이후 실리콘밸리 근처에 거주하며 한국 언론을 통해 실리콘밸리와 IT기업 소식을 전하고 있다. 2017년 실리콘밸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명한 책 <실리콘밸리 스토리>를 냈다.

황장석 팩트체커  sur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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