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제일 비싼 땅, 명동의 평당 3억원은 거짓이다

  • 기자명 최승섭
  • 기사승인 2018.06.04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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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 전국 3300만필지 개별공시지가(올해 1월 1일 기준)가 고시됐다. 공시지가는 각종 세금의 기준이 되는 매우 중요한 가격이다. 재산세의 경우 주택은 ‘주택 공시가격’을 별도로 책정하고 있지만, 상업업무용 부동산은 토지는 공시지가, 건물은 시가표준액이라 불리는 건물값을 기준으로 책정된다. 뿐만 아니라 양도세와 상속세 역시 대부분 이를 기준으로 책정된다. 원칙은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하게끔 되어 있으나 초고가 토지와 건물의 경우 해당 부동산의 실거래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땅은 서울 명동 ‘네이처리퍼블릭’ 부지(중구 충무로1가 24-2)로, 15년째 전국 최고 지가를 기록중이다. 공시지가는 ㎡당 9,130만원, 평당(3.3㎡) 3억130만원이다. 지난해 공시지가는 ㎡당 8,600만원으로, 올해 6.16% 상승했다.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한 이 부지(169.3㎡)의 가격은 154억5,700만원이다. 그럼 이 가격은 과연 사실일까?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땅은 3억원인 것일까?

지도로 본 명동 8길. 한국에서 제일 비싼 땅으로 알려진 명동 네이처 리퍼블릭이 이 길에 있다.

공시지가가 시세와 다르다는건 대부분 알고 있다. 그럼 최고가 토지는 시세와 얼마나 차이가 날까?

 

네이처리퍼블릭 부지는 지난 15년간 거래가 없었기 때문에 해당 부지의 현재 가격을 추정하기 위해서는 주변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공시지가 상위 10위는 모두 명동, 그중에서도 명동8길에 위치해 있다. 가장 최근 명동8길이 위치한 명동2가에서 순수 토지가 거래된 시점은 2015년이다. 28평, 12평 토지가 평당 2.1억원 수준에 거래됐다. 그러나 해당 토지가 명동8길이 아닌 곳에 위치하고 있어 직접 비교하기에는 적절치 않다. 명동 8길에서의 2017년· 2018년 거래된 상업업무용 부동산의 실거래를 살펴봤다.

 

<표> 명동8길 (상업·업무용) 부동산 실거래 사례 (단위 : 만원)

거래연도

토지면적(평)

건물면적(평)

실거래가

토지 평당가

2018년

15

45

140억원

9억2400만원

23

87

210억원

9억원

2017년

4

4

3억원

8319만원

31

106

315억원

10억2516만원

88

315

148억원

1억6847만원

주)건축연도는 실거래시스템에 표기된 건축연도로 이후 리모델링 등의 시점과는 다름.

 

<표>에 나타난바와 같이 실거래가 최고가는 토지 평당 10억원에 달한다. 해당 건물이 4층, 연면적 100평으로 규모가 크지 않음을 보았을 때, 대부분 토지값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정부가 가장 비싼 곳으로 평가한 네이처리퍼블릭 부지의 평당 3억원보다 수배가 높은 금액이다. 이같은 실거래를 적용할 경우 가장 비싼 땅으로 평가받는 네이처리퍼블릭 부지 역시 9억원 수준은 되어야 한다. 실거래에서 건물값을 일부 제해야 하기 때문에 9억원은 과도한 금액이라 하더라도 3억원은 주변 실거래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금액이다. 10억원에 거래된 토지의 올해 공시지가는 평당 2.7억원에 불과하다.

 

경기도의 경우 판교 현대백화점이 평당 6534만원으로 가장 비싼 땅이다. 그러나 10년 전인 2007년 현대백화점 부지와 거의 입지적으로 동일한 판교역세권 중심상업용지 21개 필지의 매각가는 평균 6700만원, 최고 9200만원에 달했다. 현대백화점 부지의 공시지가는 10년 전 가격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판교지역은 지난 10년간 아파트값과 지가가 매우 높게 상승했다.

 

공시지가가 고시되자 역시나 일부 언론은 세금폭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가진만큼 공평한 세금을 부담하는 것은 자본주의의 기본이다. 더군다나 이러한 낮은 과표는 부동산 소유의 편중과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주요한 원인 중 하나이다. 시세와 동떨어지고 비싼 부동산을 보유한 계층에게 오히려 유리한 현 과표 체계의 개선이 시급하다.

 

<결론>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토지의 가격이 3억원이라는 정부의 평가는 거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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