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경남 '채무제로' 선언, 사실 아니고 의미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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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경남 '채무제로' 선언, 사실 아니고 의미도 없다
  • 이상민
  • 승인 2018.06.07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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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의 재정 팩트체크] 줄 잇는 지자체장 '채무 제로 선언'의 진실

이번 6.13 선거는 유달리 정책적 논쟁이 드물다. 우리나라 지방선거가 언제는 정책선거였나 싶지만 지난 2010년 지방선거는 ‘무상급식’이라는 첨예한 정책적 논쟁이 있었다. 2014년에도 안전공약이 주된 선거 캠페인이었다. 이번 선거에 그나마 있는 정책적 논쟁은 ‘채무 제로 선언’ 정도다. 그런데 채무 제로 선언 논쟁은 무상급식처럼 가치판단 논쟁이 아니라 팩트 싸움이다. 이에 경남도, 경기도 채무 제로 선언의 팩트체크를 해보도록 해보자.

지자체 채무제로 선언의 진실은?

결론부터 말하면, 경남도와 경기도 '채무 제로 선언'은 팩트가 아니다. 다만 포괄적으로는 팩트인 측면도 있다. 그러나 근본적 측면에서는 진실이 아니다.

2016년 6월 1일 홍준표 경남지사 및 도정부 관계자들이 채무제로 선포식을 진행하고 있다. 경남도 제공

차근차근 설명을 해보자. 홍준표 전 경기도지사는 지난 2016년 ‘경남도 채무 제로’ 선언 및 선포식을 했다. “16년 추경예산안이 의결됨에 따라,  전국최초로 빚 없는 광역자치단체가 되었다”면서 이는 진주의료원 폐쇄 등 강력한 행정개혁의 성과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6년 경상남도 결산 재정공시를 보면 채무액은 제로가 아니라 4683억원이다. 경남도 채무는 현재까지도, 그리고 앞으로도 제로가 될 수 없다.

 

경상남도 2016년 결산기준 재정공시.

경기도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지난 2017년 7월 채무 제로 선언을 했다. 17년 연내에 모든 채무를 다 갚을 수 있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2017년 말 결산기준 채무는 여전히 2조9910억원 존재한다.

남경필 경기지사와 3개당 교섭단체 대표들이 경기도 민생연합정치 합의문에 서명하고 채무제로 선언을 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그렇다면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 대변인 말 대로 남경필 도지사의 채무제로 선언은 ‘새빨간 거짓말’ 일까?

지방재정법상 채무를 말한다면 경남도, 경기도 모두 채무 제로는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채무 제로’는 팩트가 아니다. 다만 이는 새빨간 거짓말이라기 보다는 경남도와 경기도는 다른 기준을 통해 채무를 파악했다. 그런데 그 다른 기준이라는 것은 자의적이지만 나름대로 합리적이긴 하다.

실제로 경남도는 16년 재정공시에서 지방재정법상 채무와 도 기준 채무를 나누어서 설명했다.

경상남도 2016년 결산기준 재정공시. 지방재정법상 채무는 4682억원이 있으나 도 기준 채무는 0원이다.

 

경남도, 수십년 쌓인 지역개발기금 이익금 헐어 일반회계 채무 상환

지방재정법상 채무는 채무 제로선언 이후인 16년 말에도 여전히 4683억원이 존재한다. 그런데 ‘도 기준 채무’라는 새로운 채무 기준을 만들어서 ‘지역개발채권 미상환액 채무’를 제외하고 ‘일반회계 만의 채무제로’를 선언하였다.

지역개발채권 미상환액은 말그대로 지역개발채권자에게 주어야 할 채무를 뜻한다. 4700억원에 가까운 채무를 자의적으로 채무가 아니라고 정의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역개발채권은 자동차를 살때 의무적으로 사야하는 채권이다. 자동차를 사는 사람이 채권자이기에 채권을 발행하는 지역개발기금특별회계가 채무자가 된다.

그런데 지역개발기금 이자는 시장금리보다 낮다. 채권자는 손해고 그만큼 채무자는 이익이다. 그래서 자동차를 사는 사람은 보통 채권을 할인해서 팔고 채권자는 그 차액만큼 손해를 보게된다. 도입장에서는 싼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으니 이러한 채무는 많으면 많을수록 이익이다. 그래서 지역개발기금 특별회계 채무를 제외하고 일반회계 채무만 따로 ‘도 기준 채무’라고 정의하고 채무 제로선언을 했다.

결국, ‘일반회계 채무 제로’는 지방재정법상 채무 제로 기준으로 보면 팩트는 아니지만 자의적이지만 합리적인 기준으로 보이기도 한다. 쌓이면 쌓일 수록 이익을 보는 채무라면 제외하고 채무 액수를 판단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홍준표 전 지사는 일반회계 채무를 없애기 위해 적자인 진주의료원을 폐쇄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진주의료원 폐쇄에 대한 가치판단을 떠나서 일반회계 채무 제로가 쓸 곳을 줄여 빚을 없앤다는 실질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측면만 있는 것도 아니다. 일반회계 채무 제로에는 회계적 꼼수나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경남도는 채무 제로 사실을 설명하면서 진주의료원 폐쇄 외에도 ‘지역개발기금 효율적 운영’을 통해 2660억원을 확보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그런데 이는 지역개발기금에 매년 100억원 쌓인 이익금이다. 수 십년 쌓인 이익금을 헐어서 일반회계 채무를 상환했다는 의미다.

경기도, '채무 제로' 위해 저금리 지역개발기금 차입금 모두 갚아  

남경필지사의 채무 제로 선언을 위한 노력에는 일반회계 차입금 1조5567억원을 상환부분이 포함된다. 일반 회계 차입금이라는 것은 대부분 지역개발기금특별회계에서 빌려온 차입금이다. 원래 지방재정법에 따른 채무는 지역개발기금 채무 전액이 채무로 인식되기에 일반회계가 지역개발기금에서 빌려온 차입금은 단순한 내부거래에 불과하다.

그러나 ‘일반회계 채무 제로’ 선언을 위해서는 지역개발기금에서 빌려온 돈을 갚아야 한다. 그래서 남경필 지사는 임기내 도래한 일반회계 차입금 1조5567억원을 상환했다. 그런데 시장이자보다 낮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지역개발기금이 있다면 그 돈을 이용해 일반회계 등에서 빌려쓰는 것은 재정건전성을 해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일반회계 채무 제로’라는 자의적 기준을 만족하고자 단순한 내부거래에 불과한 일반회계 차입금을 모두 갚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결국, 일반회계 채무 제로라는 기준도 합리적인 기준만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역시 자의적인 일반회계 채무 제로보다는 지방재정법상 채무 제로가 더 의미가 있는 것일까?

근본적으로 보면 지방재정법상 채무 제로, 또는 일반회계상 채무 제로 둘 다 꼭 추구해야 할 가치는 아니다. 지자체가 채무를 제로로 할 이유는 없다. 이론적으로는 장기적 시설투자 등 자본재 구입에는 지방채를 발행하는 것이 더 좋은 면이 많다. 어떤 시설에 따른 혜택이 50년 지속된다면 50년짜리 채권을 발행해서 50년동안 세금을 내고 채권을 갚아가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단순 채무로 재정건전성 파악 부적절...'채무 제로' 맥거핀에 현혹되면 안돼

채무를 파악하는 것은 재정건전성을 파악하기 위한 하나의 지표에 불과하다. 그러나 현금주의적 개념인 ‘채무’만으로 재정건전성을 충분히 나타내기 어렵다는 이유로 발생주의적 ‘부채’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채무는 내가 실제로 빌린 돈을 뜻한다면 부채는 내가 갚아야 할 돈까지 포함된다. 예를 들어 퇴직금 충당부채라는 것이 있다. 직접 빌린 돈은 아니지만 나중에 주어야 할 퇴직금이 있으면 채무는 제로지만 퇴직금 충당부채는 발생한다. (그런 의미에서 일부 정치인과 언론에서 채무 제로 선언을 ‘부채 제로’라고 표현하는 것은 완벽하게 잘못된 개념이다.)

그래서 결국 용인시는 지난 17년 1월에 채무 제로 선언을 했지만 용인 경전철을 관리하는 용인도시공사에는 여전히 2640억원의 부채가 존재한다(용인시 통합부채 현황 및 재무건전성관리계획 2016). 이런 상황에서 ‘채무 제로’ 선언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재정건전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는 ‘채무’도 적절하지 않고 ‘제로’가 되어야 할 이유도 없다.

히치콕 영화 ‘새’에는 새장속의 새가 클로즈업 되어 나온다. 그러나 그 새장속의 새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 ‘맥거핀’일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채무 제로’는 ‘맥거핀’이 아닐까? 지자체 장의 성과를 거의 설명해 주지 못하는 채무 제로라는 맥거핀에 너무 현혹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이상민 팩트체커  contact@newstof.com  최근글보기
참여연대 활동가, 국회보좌관을 거쳐 현재는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으로 활동중이다. 재정 관련 정책이 법제화되는 과정을 추적하고 분석하는 것이 주특기다. 저서로는 <진보정치, 미안하다고 해야 할 때>(공저), <최순실과 예산도둑>(공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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