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전과 정반대로 바뀐 지방권력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8.06.22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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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완승으로 막을 내리며, 패배한 야당을 중심으로 패인분석과 쇄신책 강구 등이 이어지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을 활용해 이번 선거와 관련해 의미 있는 팩트들을 정리했다.

 

SBS방송 화면 캡처

10명 가운데 6명이 투표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집계 결과 이번 지방선거 투표에 전체 유권자 4290만7715명 중 2583만2076명이 참여해 투표율 60.2%를 기록했다. 투표율은 2014년 6·4 지방선거 투표율 56.8%보다 3.4%포인트 높은 수치다.

우편 투표와 사전 투표자수는 870만6625명(투표율 20.14%), 선거당일 투표인수는 1712만5451명이었다.

역대 지방선거에서 투표율이 60%를 넘은 것은 1995년 제1회 지방선거의 68.4%에 이어 두 번째다.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투표율은 60.7%로 집계됐다.

이번 투표율 60.2%는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지방선거인 점을 감안하면 높게 나왔다는 평가다. 사전투표에 많은 유권자가 참여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사전투표는 전국 단위 선거 중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을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전남이 69.3%로 투표율 1위를 기록했다. 전남에 이어 제주(65.9%), 경남(65.8%) 순으로 투표율이 높았다. 가장 투표율이 낮은 곳은 인천으로 55.3%를 기록했다. 인천에 이어 대구(57.3%)와 경기(57.8%) 순으로 낮았다.

이밖에 전북(65.3%), 울산(64.8%), 경북(64.7%), 강원(63.2%), 세종(61.7%)이 평균보다 높았고 서울(59.9%), 충북(59.3%), 광주(59.2%), 부산(58.8%), 충남(58.1%), 대전(58%)은 평균보다 낮았다.

 

여론조사가 맞았지만 실제 결과는 '괴리'가 있다

광역단체장인 시도지사 선거에서는 총 17명 가운데 민주당이 대구, 경북, 제주를 제외한 모든 곳에서 14명을, 자유한국당이 대구와 경북에서 2명, 무소속은 제주에서 1명이 당선됐다.

기초자치단체장인 구시군의 장 선거에서는 총 226명 가운데, 민주당이 151곳, 한국당이 53곳, 민주평화당이 5곳, 무소속이 17곳에서 당선자를 배출했다.

시도의회의원선거에서는 서울시 100석을 포함해 시도별 전국 737석 가운데, 민주당이 605석, 한국당이 113석, 바른미래당 1석(제주), 민주평화당 1석(전남), 정의당 1석(전남), 무소속이 16석을 기록했다.

구시군의회의원선거에서는 서울 369곳을 포함해 전국 2541곳 가운데, 민주당이 1400곳, 한국당이 876곳, 바른미래당이 19곳, 민주평화당이 46곳, 정의당이 17곳, 민중당이 11곳, 무소속이 172에서 당선됐다.

정당별 투표인 비례대표선거에서는 광역의원의 경우 전국 87석 가운데, 민주당이 47석, 자유당이 24석, 바른미래당이 4석, 민주평화당이 2석, 정의당이 10석을 차지했고, 기초의원은 전국 385석 가운데, 민주당이 238석, 한국당이 133석, 바른미래당이 2석, 민주평화당이 3석, 정의당이 9석을 가져갔다.

민심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는 현행 국회의원 선출제도의 문제점이 이번 선거에서도 그대로 재현된 것은 가장 큰 아쉬움이다.

민주당이 17개 시도에서 얻은 정당득표율은 51.4%였다. 선거 전에 발표된 여러 여론조사와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MBC 방송화면 캡처

그런데 실제 당선결과는 광역의원의 경우 비례대표를 포함한 전체 824명 가운데 민주당은 78.5%에 이르는 647명을 당선시켰다. 또 총 2천541명이 선출된 지역구 기초의원의 경우 민주당 소속은 1천386명으로, 한국당 862명, 바른미래당 17명, 민주평화당 45명, 정의당 17명, 무소속 172명 등을 모두 합친 것보다 훨씬 많은 다수를 차지했다.

특히 서울시의회 선거에서 민주당은 50.92%, 한국당은 25.2%의 정당지지율을 기록했지만 의석수는 민주당이 102석, 한국당이 6석을 가져갔다. 소선거구제와 비례대표 비율이 적은 데서 나타나는 문제점이 극단적으로 드러난 결과다.

 

정의당의 약진과 비례대표의 한계

현재 국회의석수별로 정당을 나열하면 민주당-한국당-바른미래당-평화민주당-정의당 순이지만, 그러나 이번 선거결과에서 두 거대 정당을 견제하는 3당은 정의당으로 나타났다.

이번 선거에서 정의당은 광역 비례대표 정당 득표율 평균 8.97%(226만7690표)를 기록했다. 이 같은 결과는 3당인 바른미래당의 7.62%(192만7111표), 4당인 민주평화당 1.68%(42만5755표)를 넘어선 것이어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비례대표 위주라는 한계도 드러냈다. 정의당은 17명을 뽑는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총 9명의 후보를 내세웠지만 서울시장에 도전한 김종민 후보가 1.64%의 지지율로 5위에 머물렀고, 부산시장에 출마한 박주미 후보(2.07%), 인천 김응호(2.82%), 대전 김윤기(2.63%), 경기 이홍우(2.54%), 전남 노형태(3.56%), 경북 박창호(3.36%) 등 대부분 후보들이 2~3%대 지지율을 기록했다. 광주 나경채(5.99%), 전북 권태홍 후보(5.43%)만 5% 벽을 넘어섰다.

기초단체장에서도 서울·부산·인천·경기·충북·충남·전북·전남 등에서 총 15명의 후보를 냈지만 당선자는 0명이었다.

 

12년 만에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의 성적은 2006년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거둔 대승과 비교된다. 당시 한나라당은 전국 16곳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12곳을 휩쓸었다. 민주당의 전신이자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은 전북에서만 1곳을 차지했고, 광주와 전남 2곳은 민주당이 차지했다. 두 선거 모두 제주도에서는 무소속이 당선됐다.

SBS 방송화면 캡처

서울시 구청장 선거 결과도 '데칼코마니'처럼 나타났다. 2018년 민주당은 25개 구청장 중 서초구를 제외한 24곳을 차지했고, 2006년 한나라당은 25개 구 전 지역을 석권했다.

지방의회선거결과도 비슷한 양상을 기록했다. 지난 2006년 서울시의회 선거에서 현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57.18%의 정당득표율을 얻었지만 96.23%의 의석을 차지했다. 당시 열린우리당, 민주당, 민주노동당은 비례대표로만 각각 2석, 1석, 1석을 얻었다. 시·도의회 의원의 90% 정도를 1등만 선택받는 소선거구제로 뽑는 선거제도 때문이었다.

이번 2018 지방선거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서울시의회의 경우 민주당이 50.92%의 정당득표율로 92.73%의 의석을 차지한 반면 자유한국당은 25.24%의 정당득표율로 5.45%의 의석을 차지했다. 바른미래당은 11.48%의 정당득표율로 110석 중 1석을 차지했고, 정의당도 9.69%의 정당득표율로 1석을 차지했다.

경기도에서도 마찬가지 결과를 보였다. 2006년 한나라당은 시장, 군수 등 경기도내 31곳 기초자치단체장 중 27곳을 확보했고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구리시 1곳, 무소속이 3곳이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는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민주당이 29곳에서 당선됐고 한국당은 연천, 가평 두 곳에 그쳤다.

나머지 지역에서는 전통적으로 특정 정당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는 지역을 제외하고는 민주당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특히 부산·울산·경남지역에서 민주당의 선전은 지역주의마저 깨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택 기회도 없는 무투표 당선 85명

현대민주주의 선거에서 보기 드문 무투표 당선자가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85명 선출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무투표 당선인은 광역의원 선거구 24곳 24명, 기초의원 선거구 15곳 30명, 기초의원 비례대표 선거구 28곳 31명(제주 교육의원 4명 별도)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가운데 대구·경북지역 당선자가 37명으로 전체 42%를 넘었다. 2위인 광주·전남의 14명보다 2배 이상 많았다. 대구·경북은 한국당, 광주·전남은 민주당 후보들이 무투표 당선을 독식했다.

이전 선거인 2010년에는 167명, 2014년 229명이 무투표 당선됐다.

민주당과 한국당 이외에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등의 다당 체제로 바뀌면서 특정 정당이 절대 우세인 지역구가 줄고, 경쟁 지역구가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공직선거법 275조에 따라 무투표 당선자가 나온 선거구에서는 후보자 신분을 유지하되, 선거운동은 금지된다. 플래카드, 공약집 등도 필요 없어 배포 자체가 되질 않는다. 토론회나 유세도 없다.

또, 선관위에 따르면 이들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27명은 전과자로 나타났다. 특히 범죄를 1번 저지른 사람은 13명, 2회는 9명, 전과가 3회나 해당하는 사람도 5명이나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약 검증은 고사하고, 전과 등의 기초적인 자질 검증도 원천봉쇄 되어 유권자의 투표권과 참정권을 박탈하는 것이라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여러 당이 경쟁한 이번 선거에서도 무투표 당선자가 나오게 된 배경에는 중대선거구제로 치르고 있는 기초의원 선거가 2인선거구제로 진행된 것이 꼽힌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3·4인 선거구제를 논의했으나 다수정당인 민주당과 한국당의 주도로 대부분 지역에서 2인선거구제로 치러졌다. 무투표 당선자 85명중 기초의원은 58명으로 전부 민주당과 한국당 소속이었다. 두 거대정당 외에는 당선 자체가 어려워 후보를 내기도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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