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멜로와 감옥실험' 스탠퍼드 심리학 실험은 틀렸다
상태바
'마시멜로와 감옥실험' 스탠퍼드 심리학 실험은 틀렸다
  • 송영훈 팩트체커
  • 승인 2018.07.11 09: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팩트체크’당한 고전 심리학 실험들...해석 오류와 조작 가능성 제기
‘나중을 위해 참을 수 있는 아이들이 결국 성공한 삶을 산다’는 <마시멜로 실험>, ‘누구나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순식간에 악의 나락에 빠질 수 있다’는 <스탠퍼드 감옥실험(루시퍼 효과)>’. 일반 대중에게도 잘 알려진 이 두 심리학 실험에 대해 최근 이견이 제기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EBS 방송화면 캡처

 

자기 계발의 시작 <마시멜로이야기>

마시멜로 실험’은 1966년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자인 월터 미셸 박사팀이 유치원 아이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즉각적 유혹을 견디는 학습’에 대한 실험이다.

연구원은 아이에게 마시멜로 한 개를 준 뒤, 15분 동안 먹지 않고 있으면 마시멜로 한 개를 더 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실험 결과 연구원이 나가자마자 마시멜로를 먹어버리거나, 먹지 않으려고 노력하다가 결국 먹거나, 15분을 참고 있다가 연구자가 돌아왔을 때 하나 더 받아 두 개를 먹게 된 아이 세 부류로 나뉘었다. 유혹을 참고 마시멜로 두 개를 획득한 아이들은 전체의 30%정도였다. 이 실험을 통해 “약간의 개인차는 존재하지만 네다섯 살 남짓 아이들은 간식을 먹기 전 평균 512.8초 동안 기다릴 수 있으며 이는 9분이 채 안 되는 시간”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실험이 진행되고 한 참 후 미셸 연구팀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15년이 지난 1981년 실험에 참가했던 아이들을 다시 만났을 때 15분의 유혹을 참은 30%의 아이들은 학업성취도, 건강 상태, 사회적응력, 가족 간 관계 등이 월등히 좋았고, 45년이 지난 2011년의 후속조사에서도 사회적, 가정적으로 성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이다.

이 실험은 푸에르토리코 출신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동기 유발 강사 호아킴 데 포사다가 엘런 싱어와 같이 쓴 <마시멜로 이야기(Don’t Eat The Marshmallow Yet!)>)의 소재가 되었으며, 책은 한국에서도 300만 부가 넘게 팔릴 정도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수많은 자기계발 서적이 쏟아져 나오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마시멜로 후속연구의 결과는 달랐다

2012년 로체스터 대학교의 키드 연구팀은 심리학 잡지 <Cognition>에 ‘합리적 간식먹기(Rational Snacking)’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논문에서, 앞서 미셸 팀과는 다른 견해를 보였다.

연구팀은 아이들을 선생님의 행동이 믿을만하다는 경험(신뢰환경 : reliable environment)을 한 부류와 선생님의 행동은 믿을 수 없다는 경험(비신뢰환경 : unreliable environment)을 한 부류로 나누어 마시멜로 실험을 했다. 신뢰 환경의 아이들은 평균 12분을 기다렸고, 14명의 아이들 중 9명은 15분이 끝날 때까지 마시멜로를 먹지 않았다. 반면 비신뢰 환경의 아이들은 평균 3분을 기다렸고, 15분까지 기다린 아이는 단 한 명이었다. 선생님의 행동이 믿을만하다는 경험을 한 아이들이 선생님의 행동은 믿을 수 없다는 경험을 한 아이들보다 네 배 이상의 시간을 더 참으며 기다린 것이다.

연구팀에 의하면, “첫 번째 마시멜로를 빨리 먹은 아이들 중 일부는 참을성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나중에 돌아오면 하나를 더 주겠다’는 연구원의 말을 의심했기 때문”이며, “불안정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먹는 것이 남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일수록 약속이 지켜질 것이라고 기대하며 좀 더 오래 기다리는 경향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마시멜로 실험이 진행된 52년 후인 지난 5월 미국 뉴욕대의 타일러 와츠와 UC 어바인의 그레그 던컨, 호아난 콴은 마시멜로 실험을 재현한 새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1966년 미셸팀 연구의 문제로 지적된 표본의 한계 등 핵심사항 몇 가지를 수정했다. 더 큰 표본(900명 이상의 어린이들)을 모집했고, 인종, 민족, 부모의 교육수준을 반영함으로써 표본의 대표성을 개선했다. 또 연구결과를 분석할 때, 특정 요소에 따라 인내력과 장기적인 성공 여부가 달라지는지를 검토했다.

연구 결과는 반향이 컸다. “어렸을 때 참을성이 강하면 나중에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근거가 빈약한 것으로 밝혀졌고, “두 번째 마시멜로를 기대하며 참을 수 있는 능력은 대체로 아이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의해 형성되며, 아이들의 장기적인 성공 여부는 참을성이 아니라 배경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처음 마시멜로 실험을 했던 미셸 연구팀도 후속연구에서 여러 가지 환경에서 다양하게 마시멜로 실험을 실시해 보았다. 실험의 결과는 참고 기다릴 수 있는 방법을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결국 1966년 제한된 표본과 데이터로 얻은 연구의 결론이 ‘성공은 참을성이 부족한 개인의 문제’였다면, 이전 연구의 단점을 보완한 이후의 연구는 ‘신뢰환경’과 부모 등 ‘사회적 배경’이 성공에 더 큰 요인이라는 것이다.

 

영화 스탠퍼드 감옥실험

 

인간 본성에 대한 새로운 해석, 스탠퍼드 감옥실험

1971년 8월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는 ‘반사회적 행동 연구’의 일환으로 모의 교도소 실험을 계획한다. 그러나 교도소 경험이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은 첫날부터 마치 진짜 수감자와 교도관처럼 행동하기 시작했고 특히 교도관 역할의 학생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수감자들을 가학적으로 대했고 그 방법도 갈수록 창의적이고 악랄해져 갔다. 결국 실험은 1주일도 안 되어 중단되었다.

‘스탠퍼드 감옥실험’은 사회적 환경과 주어진 역할에 따라 인간 행동이 결정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고, 사회심리학 역사상 가장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연구가 됐다. 영화와 TV쇼로도 제작될 정도로 심리학 사상 가장 유명한 실험이다.

필립 짐바르도는 35년 후 <루시퍼 이펙트>를 출간하며, 스탠퍼드 감옥 실험을 전면 공개했다. 이를 통해 인간 본성의 어두운 측면과 악의 근원을 파헤치며, ‘악한 사람은 그 기질에 원인이 있다’는 통념을 거부하고 선과 악, 인간 본성에 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순식간에 악의 나락으로 빠질 수 있음을 상기시켰다.

 

 

“스탠퍼드 감옥실험은 조작되었다”

최근 이 유명한 실험이 조작된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작가이자 컴퓨터공학자인 벤 블럼은 지난 6월 7일 미국 온라인 매체 <미디엄>에 ‘거짓말의 수명(The Lifespan of a Lie)’이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기사를 통해 스탠퍼드 감옥 실험이 연구진의 기만으로 만들어낸 속임수였다고 폭로했다.

블럼은 실험과 관련된 미공개녹취와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근거로, ▲실험 3일째 만에 심각한 신경쇠약 증상을 보이며 스탠포드 감옥 실험에서 가장 극적이고 충격적인 장면으로 널리 알려진 ‘수감자’ 코피(Korpi)의 행동은 모두 연기였고, ▲교도관들의 가혹 행위는 스스로 생각해내고 실행한 것이 아니라 실험 설계에서부터 계획되어 있었고 교도관들에게 이루어진 교육 사항이었다. 실험 과정에서 가혹하지 못한 교도관들의 태도를 교정하기까지 했고, 특히 가장 가혹한 ‘교도관’이었던 데이브 에셜먼(Dave Eshelman)은 철저히 연기의 자세로 교도관 역할에 임해 실험 종료 후 짐바르도 교수의 특별 칭찬까지 받았다. ▲수감자들이 겁을 먹게 된 까닭은 수감된 상황이나 교도관들이 무서웠던 게 아니라, 실험을 중단하고 나가겠다는 요구가 거부되었기 때문이었다. 짐바르도 교수는 처음엔 이런 진술이 거짓말이라고 했으나, 녹취록이 밝혀진 이후 이전 발언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스탠퍼드 감옥 실험에 대한 의혹과 비판은 이전에도 있었다. 실험이 끝난 직후 짐바르도 교수의 논문 출판과정도 석연치 않았고, 논문의 메시지도 달랐다.

또 2011년 8월 17일 영국 BBC에 따르면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 참가자들이 당시의 실험에 대해 “비윤리적 행위”였다고 비판했다. 수감자 역할로 실험에 참여했던 클레이 램지는 “이 실험이 과학적 근거 없이 진행됐으며 윤리적으로도 옳지 못했다”고 비판했고, 교도관 역할을 맡았던 데이브 에셜먼도 “실험 당시 끔찍한 행동을 했기 때문에 예전으로 돌아간다면 실험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짐바르도 교수도 인간의 본성과 자유의지에 대한 이해를 도운 중요한 실험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실험에 대해 후회가 남아있음을 인정했다.

이번 폭로로 전 세계 모든 심리학 교과서에서 스탠퍼드 감옥 실험을 삭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고 한다. 

송영훈   sinthegod@newstof.com  최근글보기
다양한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활동해 왔다. 금강산 관광 첫 항차에 동행하기도 했고, 2000년대 초반 정보통신 전성기에는 IT 관련 방송프로그램들을 제작하며, 국내에 ‘early adopter’ 소개와 확산에 한 몫을 했다. IT와 사회에 관심이 많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