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한국 최저임금이 미국ㆍ일본보다 높다?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8.07.18 09:0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갑질을 아무리 했다고 해도 최저임금 인상과는 비교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2년 동안 임금만 30% 가까이 올렸다”,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1만원이 넘는다”, “최저임금이 미국이나 일본보다 더 높은 상태”라고 밝혔다. 이 의원의 발언을 팩트체킹했다.

 

YTN 방송화면 캡처

이 의원은 지난 17일 cpbc 가톨릭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와의 인터뷰를 통해 “최저임금 폭등에 편의점주들이 망연자실하고 있다. 실직대란·물가대란·시장파괴가 우려된다”며, “대기업 갑질과 상가 임대료가 근본문제가 아니다”고 주장하며 위와 같은 발언을 했다.

이 의원의 발언 가운데 팩트체킹이 가능한 “2년 동안 임금만 30% 가까이 올렸다”,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1만원이 넘는다, 최저임금이 미국이나 일본 보다 더 높은 상태다”는 발언에 대해 확인했다.

 

2년간 30% 오른 것은 임금이 아니라 ‘임금의 최저한도’

최저임금제는 헌법과 법률에 근거해 1988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2017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6470원이었고, 2018년 올해 7530원에 이어 2019년에는 8350원으로 결정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2년간 최저임금은 29.1%, 연평균으로는 13.6% 올랐다.

이언주 의원의 이 발언은 언뜻 사실처럼 보이지만, 쉽게 오해할 소지가 있다. 최저임금은 경제적 약자인 근로자가 사용자로부터 부당하게 저임금을 받는 것을 막고,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을 받아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매년 정하는 ‘임금의 최저한도’이다. 그 자체가 임금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임금은 노사 자율로 결정하고 있다.

이 발언만 그대로 놓고 보면 전체 근로자의 임금이 2년 동안 30% 가까이 올랐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인터뷰의 앞뒤 맥락을 다 고려하면 최저임금이 30% 올랐다는 발언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오해의 소지도 충분하다. 

 

최저임금과 주휴수당은 별개의 제도

근로기준법 55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1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주휴일)을 보장하여야 한다.

주휴일에 사용자는 근로일과 같은 하루치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이것을 주휴수당이라 한다. 주휴일과 주휴수당은 아르바이트·임시직·계약직 등 근로 형태와는 관계없이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라면 적용된다.

이에 따라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가 하루 8시간씩 5일, 일주일에 40시간을 일한다면 48시간 치 임금을 받게 된다. 경영계는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2019년 ‘실질 최저임금’은 1만20원이라고 주장한다. 최저임금이 사실상 1만원을 넘었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한국의 최저임금이 미국과 일본보다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발언 그대로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1만원이 넘지만, 최저임금에 주휴수당을 포함시켜야 하는지가 논란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주요국가 가운데 주휴수당을 법으로 규정해놓은 곳은 한국과 대만, 터키뿐이다. 대부분 국가에서는 노·사 단체협약으로 주휴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한국의 급여체계가 복잡해진 가장 큰 이유는 기본급을 올리는 대신 각종 수당으로 근로자들의 급여상승 요구를 눌러온데 있다. 기본급을 많이 주면 퇴직금과 상여금, 다른 수당도 비례해서 올라가기 때문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1953년 제정된 주휴수당도 당시 근로자의 저임금을 보전하기 위한 방편으로 도입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에서 주휴수당은 최저임금 산입 대상이 아닌데다가 최저임금제도가 시행되기 전부터 유지되어 온 제도다. 법적 권리를 최저임금과 합산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것이 노동계의 반박이다. 주휴수당을 최저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것은 연장·야간·휴일수당도 최저임금에 포함하자는 것과 같다는 주장이다.

고용노동부도 이런 계산법은 부적절하다고 지난 4월 유권해석을 내렸다. “최저임금과 주휴수당은 각각의 법에 의해 사용자가 준수해야 하는 임금이므로, 별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주 15시간 미만 근무자에게는 주휴수당이 적용되지 않는 등 법으로 보장된 주휴수당을 못 받는 경우도 많다. 2019년 최저임금액이 정해지자 최저임금 인상 반대 측의 대표업종이 된 편의점의 경우, 알바노조의 ‘편의점 노동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6년 91%, 2017년 92%의 아르바이트 종업원이 주휴수당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최저임금은 연방정부가 정한 ‘하한선’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4월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한국의 최저임금은 우리보다 1인당 소득이 높은 미국(8051원), 일본(8497원)보다 높다”고 밝혔는데, 미국의 경우 비교기준에도 문제가 있다.

기준으로 삼은 시간당 7.25달러는 미국 연방정부가 제시하는 최저임금이다. 이를 기준으로 주별로 최저임금을 정한다. 하지만 미국 각 주 정부 간의 합의가 어려워 2009년부터 10년 째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결국 연방정부가 정한 최저임금은 각 주 최저임금의 ‘하한선’ 역할을 하고 있다. 29개주와 D.C.지역이 연방 최저임금보다 높은 최저임금을 지정하고 있으며, 2018년에는 18개 주에서 최저임금을 인상했다. 

미국 오바바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 연방최저임금을 시간 당 10달러로 인상을 추진했고, 민주당은 지난 대선 전당대회에서 채택된 당 강령에 ‘최저시급 15달러’를 규정했다. 시애틀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15달러다. 

일본도 2017년 최저임금을 848엔으로 결정했는데 역대 최대폭 인상이며 내수진작을 위해 지속적으로 인상할 것을 예고한 상태다.  

 

지난 대선공약을 뒤집은 전형적인 정치적 발언

이언주 의원이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갑질을 아무리 했다고 해도 최저임금 인상과는 비교가 안 된다”는 주장의 근거로 삼은 “2년 동안 임금만 30% 가까이 올렸다”,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1만원이 넘는다, 최저임금이 미국이나 일본보다 더 높은 상태다”는 발언들은 그 자체로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근거나 내용을 살펴보면 섣불리 단정하거나 비교대상이 되기 어렵다. 전형적인 정치인의 발언이다.

지난 해 한국 대선에서 모든 후보가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공약했다. 당시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2020년까지, 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국민의 당 안철수 후보는 대통령 임기 내인 2022년까지 1만원 달성을 약속했고,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도 매년 연평균 15% 인상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언주 의원은 당시 국민의 당 소속이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