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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이 캘리포니아 휘발유세로 '불 붙이려는 것'은?[황장석의 실리콘밸리 팩트체크] 휘발유세 철회 '주민투표' 추진 배경

미국 공화당이 캘리포니아에서 휘발유세 철회 운동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주도하고 민주당 소속 주의회 의원들이 가세해 지난해 올려놓은 휘발유세를 도로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공화당 측은 지난해 11월 인상된 휘발유세 철회를 요구하는 청원 안을 만들었다. 이후 주민 서명 요건을 갖춰 '주민 발의 법안 6호(Proposition 6)'로 만들어 올해 11월 6일 미국 중간선거 주민투표 안건으로 상정했다. 캘리포니아주가 시행하고 있는 직접민주주의 방식 중 하나인 주민 발의는 의회가 아니라 주민투표로 법을 제정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사정을 들여다 보면 공화당 측에서 휘발유세 철회에 나선 데엔 다른 이유가 있다. 11월 치러지는 굵직한 선거들이 엮여 있다.

휘발유세 왜 올렸나

캘리포니아에서 휘발유세 증세 법안(Senate Bill 1)이 주의회를 통과해 제리 브라운 주지사 서명까지 거쳐 확정된 건 지난해 4월의 일이다. 핵심은 지난해 11월 1일부터 휘발유에 매기는 주정부의 특별소비세(excise tax)를 갤런(약 3.8리터)당 12센트 인상(기존 세금에서 40% 인상)하고, 경유에 대해선 갤런당 20센트 인상(50% 인상)하는 내용이었다. 올해 1월부터 매년 갱신해야 하는 차량등록비도 올렸다. 차량에 따라 적게는 25달러에서 많게는 175달러를 더 부담토록 했다.

휘발유, 경유 특소세와 차량등록비 등을 인상해 거둬들이는 금액은 한 해 50억달러(약 5조6000억원). 도로 보수와 대중교통 개선에 투입되는 예산이다. 대중교통도 부족하지만 주민들이 특히 체감하는 건 엉망진창인 도로 상태다.

캘리포니아는 여기 저기 도로가 크고 작게 파여 있어 사고와 차량 파손을 유발하는 등 도로 상태가 나쁘기로 악명 높다. 예컨대 시장 자율을 중시하는 비영리 단체인 리즌재단(Reason Foundation)이 올해 초 발표한 제23회 연례고속도로보고서(Annual Highway Report)에서 캘리포니아는 50개주 가운데 42위를 했다. 주별 도로 상황을 분석해 상태가 우수한 주부터 엉망인 주까지 1위부터 50위를 매겼는데 꼴찌에서 아홉 번째를 차지한 것이다.

주정부를 포함해 증세를 옹호하는 측의 자료를 보면, 현재 6500여 건의 교통체계개선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데 그 중 도로의 파인 곳을 메우고 재포장 공사를 하는 프로젝트만 3700여 건이다. 도로를 확장하는 등 상태를 개선하고 운전자 안전을 강화하는 프로젝트도 1500건 가량이다.

Photo by Rezaul Karim on Unsplash

아슬아슬했던 증세안 통과

휘발유세 증세안은 민주당이 다수인 주의회에서도 어렵사리 통과됐다. 정부가 세금을 올리는 등 정부 예산을 새롭게 확보하는 안의 경우 일반적인 법안 의결 정족수인 과반수 찬성으로 통과되지 않는다. 주의회 상원 하원 두 곳 모두에서 전체 의원의 3분의 2 이상 찬성표를 받아야 한다.

안건 통과 과정을 살펴보면, 일단 주의회 상원의원 40명 중 최소 27명이 찬성표를 던져야 했는데 민주당 소속 의원이 딱 27명이었다. 상원에선 이들이 단 한 명의 이탈도 없이 모두 찬성해 통과됐다. 하원에선 총 80명 중 54명 이상 찬성해야 하는데 민주당 의원이 55명이라 상원보다는 상황이 나았다. 하지만 실제 투표에선 민주당 의원들 가운데 1명이 반대 투표를 해서 간신히 통과됐다. 민주당 소속이지만 지역구 면적이 넓고 대중교통이 불편하며, 학교와 상점 등이 멀리 떨어져 있는 주민들이 많이 사는 지역구를 가진 루디 살라스 주니어(Rudy Salas Jr.) 의원이 “양심상 반대” 투표를 했기 때문이다. 지역구 상황이 비슷한 다른 의원이 이탈했다면 부결될 수도 있었던 순간이었다.

가장 민감한 이슈, 휘발유

민주당이 이끄는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소득세 인상보다 조세 저항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걷기 쉬운 특소세 중 하나인 휘발유세 인상으로 사회간접자본 예산을 확충하자 기다렸다는 듯 공화당 측에서 공격에 나선 건 휘발유세가 불붙이기 딱 좋은 이슈였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버스, 지하철, 택시 요금만큼 미국에서 민감한 것 중 하나가 휘발유 가격이다. 뉴욕시 같은 극히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곤 전철, 지하철이 도시 곳곳을 연결하는 곳을 찾기도 어렵다 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물론 버스 노선이 편리하게 연결돼 있는 곳도 많지 않다. 자동차 없이 살기 힘드니 휘발유 값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2018년 7월 28일 캘리포니아 산호세(San Jose)의 한 주유소 모습. 주유기에 등급별 휘발유 가격이 적혀 있다. 가장 싼 레귤러 휘발유 가격은 현금 계산 시 갤런 당 3.33달러. 황장석 촬영

미국의 휘발유 가격 현황을 살펴보자. 일반, 중급, 고급 3등급 중에서 가장 저렴한 일반 휘발유 가격을 기준으로 보면, 7월 27일 현재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2.855달러지만 캘리포니아주 휘발유 가격은 평균 3.623달러다. 전국 평균보다 거의 27%가 비싸다. 관광지이자 육지보다 뭐든 물가가 비싼 섬들로 이뤄진 하와이 다음으로 휘발유 값이 비싼 곳이 캘리포니아다(같은 날짜를 기준으로 하와이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3.784달러다).

게다가 캘리포니아는 인구가 많고 경제활동도 활발하다. 미국 50개주 가운데 경제규모 1위, 인구 1위인 주다. 미국 상무부 발표 자료를 인용한 보도를 보면, 캘리포니아는 2017년 주내총생산(Gross State Product) 규모가 2조7470억달러(약 3000조원)로 세계 6위인 영국의 국내총생산(2조6250억달러)보다 많았다. 캘리포니아주를 하나의 국가처럼 떼어서 분류하면 세계 5위 수준. 연방 인구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미국 인구 3억2570만명 중 3950만명 가량으로 가장 많았다. 2위 텍사스는 2830만명 수준이다.

휘발유세 철회 운동으로 노리는 것

휘발유세 인상 철회 운동에 나선 측의 주장 중 핵심은 가계 부담이다. 4인 가구를 기준으로 매년 780달러 가량의 부담이 늘게 됐다는 것이다. 반대 진영에선 이미 파손된 도로 때문에 매년 운전자 한 명이 차량 정비 보수에 쓰는 돈이 739달러라며 결국 주민들의 이익을 위한 예산 확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정을 들여다 보면 다른 이슈가 숨어 있다. 공화당이 휘발유 가격에 민감한 주민들을 흔들어 얻고자 하는 게 11월 선거에서 지지층 동원이라는 것이다. 일단 11월 선거에선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새로 뽑는데, 사업가 출신의 공화당 존 콕스(John Cox) 후보가 현 캘리포니아 부지사인 민주당 개빈 뉴섬(Gavin Newsom) 후보와 맞붙는다. 최근의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뉴섬 후보가 55%, 콕스 후보가 31%를 얻었다. 뉴섬 후보가 상당히 앞서 있는 게 사실이지만 공화당이 포기할 수준은 아니다. 콕스 후보는 선거캠페인의 핵심 공약 중 하나로 휘발유세 철회를 내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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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측이 주지사 선거 이상 무게를 두고 있는 건 연방 하원의원 선거다. 올해 435명을 모두 새로 뽑는다. 현재는 공화당이 236석으로 과반수(218석)를 크게 넘어 주도권을 갖고 있다. 민주당은 193석이며 이런 저런 이유로 공석이 된 의석이 6석이다. 공화당은 어떻게든 과반수를 넘기려 하고 있고 민주당은 주도권을 가져오거나 적어도 공화당의 과반수 점유는 막겠다는 계획.

연방 하원의석은 인구 비율로 정해지는데, 캘리포니아의 의석 수는 총 53석으로 50개주에서 가장 많다. 현재 39석에 민주당, 14석에 공화당 의원이 앉아 있다. 그런데 공화당이 차지한 지역구 14곳 중 7곳은 지난 2016년 대선 때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승리한 지역이다. 11월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공화당 후보들을 상대로 승부를 걸고 있는 곳이다. 미국 내 한인 여성으로는 처음 연방 하원의원에 도전하는 공화당 영킴(한국명 김영옥) 후보가 민주당 후보와 맞서는 39지역구도 여기에 포함돼 있다. 39지구는 로스앤젤레스 메트로폴리탄 지역(LA Metropolitan Area)의 일부이자 한인 밀집 지역인 풀러튼이 속해 있는 지역구다.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의 자회사이자 미 의회 전문 리서치회사 씨큐 롤콜(CQ Roll Call)의 분석에 따르면, 39지역구는 접전 지역으로 분류된다.

양측은 선거운동 기금 전쟁을 벌이고 있다. 캠페인 실탄 마련 차원이다. 공화당의 휘발유세 철회 운동 진영이 500만달러를 모았고 그 반대편에 서 있는 제리 브라운 주지사와 건설노조, 교통 관련 공무원, 환경보호운동가 등이 1400만달러를 모았다고 한다. 특히 공화당 측에선 폴 라이언 연방하원 의장이 5만달러, 케빈 매카시 연방하원 원내대표가 30만달러 등을 보탰다.

휘발유세 철회 운동 진영이 만든 한 인쇄물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다.

“여론조사 결과 (휘발유세) 철회 운동은 게으른 (투표 확률이 낮은) 공화당 유권자들이 11월 선거에서 투표를 하도록 동기부여를 할 것이다. 그리고 휘발유와 자동차 세금에 찬성하는 후보에 비해 그에 반대하는 후보들을 선호하도록 설득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11월 선거, 특히 캘리포니아 선거에서 휘발유세는 확실히 하나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외국인 차별을 강화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이민 정책, 부자를 위한 세금 감면이라는 논쟁을 불러온 세금체계 개편, 건강보험 의무 가입을 명시한 '오바마 케어' 철회 등의 이슈들 속에서 어느 정도 위력을 발휘할 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황장석 팩트체커    surono@naver.com  최근글보기
2002년부터 동아일보와 서울신문에서 정치부, 사회부, 문화부 기자로 일했다. 2012년 스탠포드대학교 후버연구소 객원연구원을 역임했다. 퇴사 이후 실리콘밸리 근처에 거주하며 한국 언론을 통해 실리콘밸리와 IT기업 소식을 전하고 있다. 2017년 실리콘밸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명한 책 <실리콘밸리 스토리>를 냈다.

황장석 팩트체커  sur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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