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2021년 38개 대학 폐교 예상” 주장은 틀렸다

  • 기자명 대학교육연구소
  • 기사승인 2018.08.21 09:3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8월 13일~15일, 상당수 언론이 학생 수 급감으로 ‘2021년까지 38개 대학 폐교’를 보도했다. 출처는 교육부의 ‘국회 보좌진 업무 설명회’ 자료였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교육부는 2018학년도 정원(48만3000명 계획) 기준 대비, 2021학년도에는 5만6000명 미충원이 예상되며, 이를 감축하기 위해 약 38개교의 폐교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2018년 일반대 평균 입학정원이 1650명이고, 전문대 평균 입학정원은 1250명인데, 미충원 인원 5만6000명을 일반대와 전문대 65:35 비율로 계산하면 폐교대학이 38개 나온다는 것이다.

3년 후 38개 대학이 문을 닫는다 하는데, 정부 수립 이후 이렇게 많은 대학이 문을 닫는 경우는 한 번도 없던 일이니 언론이 이를 중요하게 보도하는 것은 당연하다.

교육부가 작성한 국회 교육위운회 보좌진 업무설명 자료집. 2021년까지 38개 대학 폐교를 예상했다.

 

지난 5년간 대학 입학정원 5만6000명 줄여

그렇다면 교육부의 이런 주장은 타당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엉터리 주장이고 자신들의 정책을 스스로 부정하는 주장에 불과하다.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가 이미 시작됐고, 고교 졸업생이 모두 대학에 진학하더라도 미충원이 발생하리란 전망은 대학에 조금만 관심을 갖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정부도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 오래전부터 대학 정원을 감축하는 구조조정을 추진해 왔다. 참여정부 때부터 ‘대학 구조개혁 방안’을 시행했고,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 들어서도 본격적인 대입 정원 감축을 추진했다.

특히 2014년 박근혜정부는 2023년까지 3단계로 모두 16만명의 대학 입학정원을 줄이기로 하고, 1주기(2015∼2017년)에 4만명을 줄이고 2주기(2018∼2020년)에 5만명을, 3주기(2021∼2023년)에 7만명을 줄이기로 하는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추진했다.

그 결과 2013년 대비 2018년 대학 입학정원을 5만6000명 감축했고, 이는 1주기 목표 4만명을 초과 달성한 것이다.

 

2018년 교육부의 정책은 ‘폐교’가 아닌 ‘정원 감축’

문재인정부 교육부도 박근혜정부 대학입학정원 감축 기조를 이어받아 ‘대학 기본역량 진단’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의 핵심은 교육부가 전체 대학의 기본역량을 진단해 ▲자율개선대학 ▲역량강화대학 ▲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나누고, 자율개선대학을 제외한 나머지 대학은 정원 감축을 하게 된다.

교육부는 2주기에 5만명을 감축하는데 대학 기본역량 진단으로 ‘2만명’을 감축하고, 나머지 3만명은 시장논리에 따라 학생들의 대학 선택 여부에 맡겨 감축하기로 했다. 6월 20일 교육부는 ‘2018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1단계 가결과를 발표해 86개 대학(일반대 40개, 전문대 46개)에 2단계 평가를 받도록 통보했다. 8월 말에 최종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지만 2단계 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대학은 정원 감축과 재정지원 제한을 받아야 한다. 현재 교육부도 언론 보도와 같은 ‘대학 폐교’가 아니라 ‘대학 정원감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대학 폐교가 없었던 건 아니다. 2000년부터 올해 초까지 대학 11곳과 전문대학 3곳 등 모두 16곳(2곳은 각종학교)이 강제 폐쇄되거나 자진 폐쇄했다. 특히 1주기 평가가 시작된 2015년 이후에는 5개교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설립자, 운영자의 부정•비리로 학내 분규가 일거나 교육부 감사 등을 통해 폐교된 대학들이다. 다시 말해 이들 대학은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해 억지로 문을 닫은 대학이 아니라는 것이다.

 

교육부 주장은 정부 정책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

그런데도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38개 대학 폐교를 들고 나왔다. 이것이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현재 86개 대학은 2단계 평가 통과 여부를 놓고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런데 교육부의 느닷없는 38개 대학 폐교 발표는 2단계 평가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대학들에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대학 폐교는 단순하게 몇 개 학교가 문 닫는 것이 아니다. 교수와 직원들은 직장을 잃고, 학생들은 배움터를 잃게 된다. 지역사회에는 경제적 손실을 넘어 지역공동체가 파괴될 수도 있다.

더욱이 교육부의 이런 주장은 자기들이 2021년까지 대학정원 5만명 감축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2018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같은 기간 내에 한편에선 정원 감축을 추진하고 또 다른 한편에서 폐교를 언급하는 교육부의 행태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정부 부처는 통상 자신들의 정책이 언론에 잘못 보도되었을 때 해명자료를 통해 보도 내용을 설명하거나 반박하고, 정책을 다시 설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교육부는 수많은 언론이 38개 대학 폐교를 기정사실화하는 기사를 쏟아내도 그 흔한 해명자료조차 내놓지 않았다. 이는 교육부가 언론 보도 내용에 동의하거나 아니면 다른 의도로 언론 플레이를 했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교육부, 예산 확보 위해 38개 대학 폐교 들고 나와

교육부의 이런 행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우리 연구소가 직접 확인한 결과 교육부는 “38교를 폐교한다는 뜻이 아니라 예산 확보와 관련법 개정을 위해 마련한 자료”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관계자는 “(예산을 배정하는) 기획재정부 등은 몇 명을 줄이는 지에는 관심 없고 ‘대학 몇 개를 폐교하겠다’는 식의 눈에 들어오는 자료를 원한다”고 얘기했다. 이 같은 사실은 한겨레 취재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실제 교육부가 국회 보좌진들에게 설명한 자료에도 관련 내용은 나와 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교육부는 폐교대학 종합관리사업 추진을 위해 산하기관인 한국사학진흥재단 내에 폐교대학 종합관리센터를 설립·운영하기로 하고 기재부에 예산 1,000억 원을 요구해 놓고 있다. 1000억원 예산 확보와 관련 법 개정을 위해 있지도 않은 38개 대학 폐교 얘기를 꺼낸 것이다.

교육부가 2021년까지 대학정원 5만명을 감축하더라도 2023년까지 16만명 감축 목표를 채우려면 기존의 5만 6천명 감축을 포함해도 5만 4천여명을 더 감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문을 닫거나 아니면 정부 정책으로 강제로 문을 닫게 될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교육부가 없는 사실을 만들어 자신들의 목적으로 위해 언론에 보도되게 만드는 것은 문제다.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