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쇼크, 정말 최저임금 탓일까?

보수언론 '소득주도 성장' 총공세...'정치적 목적' 위한 아전인수 팩트 선별

  • 기사입력 2018.08.26 10:06
  • 기자명 이고은 기자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대한 비판론이 거세지고 있다. 최근 발표된 각종 부정적 경제지표들을 두고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과 공격이 활발하게 일면서다. 통계청이 지난 17일 취업자 증가폭이 급격히 줄어든 ‘7월 고용동향’을 발표하고, 23일에는 저소득층의 소득 하락 수준이 심각한 ‘2018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를 내놓자 이를 두고 자유한국당 및 야당과 주요 보수 언론들은 ‘고용쇼크’, ‘양극화 쇼크’ 등으로 전면 공세에 나선 모양새다.

"최저임금이 고용에 악영향" 보수야당ㆍ언론 공세

우선 ‘7월 고용동향’에서 7월 취업자는 2708만3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5000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취업자 수의 증가폭이 1만 명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0년 1만 명 감소 기록 이후 처음으로 고용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지난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고용쇼크’ 영향을 놓고 격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은 “내용을 보면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권 안에 있는 업종의 타격이 심했다”면서 “도소매·숙박업분야에서 8만명이 줄었고 경비원 등이 포함된 사업시설관리 분야에서 10만명 정도가 감소했다. 종업원 없이 혼자 가게를 운영하는 영세자영업자도 대략 10만명 줄었다”고 지적했다. 이장우 의원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국가 전체적으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최저임금 인건비 상승과 관계없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줄고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오히려 7만2000명 늘었다”며 “최저임금 때문에 고용쇼크가 발생한 게 아니라 공정경제를 추진하는 정부의 속도가 너무 늦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반박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금의 고용위기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게 아니라 제조업 구조조정과 자영업 위기가 동시에 진행되는 것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동향' 중 산업분야 및 고용현황별 고용증감 통계

'최저임금ㆍ고용' 상관관계 명확히 규명된 바 없어

최저임금과 고용에 대한 상관관계는 <뉴스톱>에서도 팩트체크한 바가 있다. 2017년 최저임금 인상 이후 발행한 기사 <최저임금 올리면 일자리 감소>에서는 “1990년대 초반까지 경제학자들은 최저임금이 적은 폭이지만, 고용을 감소시킨다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최저임금 인상이 상황에 따라 오히려 고용을 늘리는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결과들이 발표되면서 경제학계는 최저임금 논쟁에 휩싸였다”는 사실과 함께 최저임금과 고용에 대한 상관관계에 대한 판단을 보류한 바 있다.

고용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가나 국내외 경제 상황 등 복합적이고 다양한 요소일 수 있는데, 최저임금과 고용률이 직접적인 인과관계로 작용한다는 명확한 근거가 아직까지 증명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보수 언론 및 경제지와 보수 진영은 끊임없이 최저임금과 고용률 간의 연결고리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을 흔들려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이고 있다. 명확한 인과관계가 증명되지는 않았지만 단기적으로 최저임금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산업 분야가 있다는 점을 이유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논리로 비판하는 방식이다. 특히 해외 전문가의 권위를 빌려서 같은 발언을 토대로 언론사가 말하고자 하는 바에 맞게 아예 다른 주제의 기사를 내놓은 사례도 있었다.

OECD 한국경제담당관의 '최저임금 발언' 입맛대로 해석  

최저임금이 확정되기 한 달 전인 지난 6월 20일에는 OECD 랜달 존스 한국경제담당관이 세종정부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 대해 완전히 상반되는 듯한 기사를 쓰는 언론들의 모습도 보였다. 민영 통신사인 뉴스1은 <OECD의 경고…“韓 도소매 고용률 둔화, 최저임금과 관련 있다”>라는 기사를 통해 특정 산업 분야에 한정했지만 최저임금이 고용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시사했다. 반면 노컷뉴스는 <OECD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 위축? 알 수 없어”>라는 기사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을 위축시킨다는 판단을 하기에는 아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무엇이 맞는 말일까.

아래는 해당 브리핑에서 OECD 랜달 존스 한국경제담당관의 풀워딩이다.

“최저임금 인상 후 5개월 정도 됐는데, 현재까지 고용률 증가세가 둔화되는 현상이 목격된다. 다양한 이유 있을 것이다. DTI와 LTV 등 규제 강화로 건설시장이 빠르게 둔화됐다. 또 제조업 분야도 서서히 둔화되고 있다. 아마 조선업 등 일부 산업 구조조정 때문이 아닌가 싶다. 요식업계의 식당, 리테일, 도소매 분야의 둔화가 보이는데, 호텔이나 식당 등 도소매업의 둔화는 최저임금과 긴밀하게 연관이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이 데이터가 수집된 지 5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5개월이라는 기간은 어떤 판단을 하기에는 짧은 기간이다.”

특정 업종의 고용률에 최저임금이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전반적인 고용률 둔화는 업종별로 각기 다른 이유에 의한 것이며 궁극적으로 최저임금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효과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인터뷰이의 워딩을 살펴볼 때, 두 언론사의 보도 모두 틀린 것은 아니지만 각 언론사는 자사가 원하는 팩트를 선별하고 앞세워 기사를 작성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경제를 움직이는 다양한 요인이 존재하고 각 요인끼리의 상관관계를 단순하게 연결할 수 없는 만큼, 최저임금이 고용률, 물가, 소득격차 등 경제지표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명확하게 단정 지을 수 없는 것이 현재까지의 상황이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에 불리한 경제지표가 나오면 항상 기다렸다는 듯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률이 나빠졌다’고 주장하는 것은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한 아전인수격 논리라는 의심을 지우기 힘들다.

‘경제 정책에서 무능한 정부’라는 프레임을 위해 보수 야당과 보수 언론 및 경제지가 총공세에 나서고 최근 56%까지 떨어진 지지율이 고용 문제 때문이라는 지적까지 나오자,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이끄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직접 26일 경제현안을 주제로 한 기자간담회를 자청하고 나섰다. 주제는 경제현안이지만 이날 장 실장이 내놓을 메시지는 결국 정치현안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클 전망이다. 

이고은   freetree@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5년부터 경향신문에서 기자로 일하다 2016년 '독박육아'를 이유로 퇴사했다. 정치부, 사회부 기자를 거쳤고 온라인 저널리즘 연구팀에서 일하며 저널리즘 혁신에 관심을 갖게 됐다. 두 아이 엄마로서 아이키우기 힘든 대한민국의 구조적 모순에 대해 알리는 일에도 열의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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