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팩트체크] 또 다시 등장한 "NLL포기" 주장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8.10.01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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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군사합의 이후 또 다시 정치권과 일부 언론에서 “NLL 포기”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 “임대아파트가 들어오면 주변 집값이 떨어진다”는 주장은 사실일까요? 한 주 동안 언론에 보도된 팩트체킹 관련 주요 뉴스를 소개해 드립니다.

 

JTBC 방송화면 캡처

1. “문재인 정부, NLL 포기” 사실은?

‘서해 완충지대를 만든다’는 남북 군사합의 이후 정치권과 일부 언론에서 “NLL 포기”, “안보에 큰 차질” 등의 주장이 나오고 있다. JTBC에서 팩트체킹했다.

이번 합의로 북쪽의 초도에서 우리 쪽의 덕적도까지 135km 구간의 서해 완충지대가 만들어진다. 그 안에 북방한계선 NLL이 있는데, NLL 기준으로 보면 북쪽으로 50km, 남쪽으로 85km가 된다. 이 때문에 ‘우리가 35km를 더 양보해 준 것이 아니냐’라는 논란이 생긴 것이다.

단순하게 지도만 보면 북측에 유리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해협과 맞닿아 있는 해안선의 길이를 보면 그렇지 않다.

해안선이 중요한 이유는 포병전력이 밀집되어 있기 때문인데, 국방부에 따르면 북측은 270km, 우리는 100km로 2배 넘게 차이가 났다. 이 곳의 포병 숫자도 북측이 3배~5배 많다. 앞으로 이들은 평화수역을 향해서 포사격 훈련을 하지 못한다.

병력뿐만이 아니다. 무기에서도 차이가 있다. 이곳에 있는 북측의 해안포는 우리보다 5배~6배 많다는 것이 국방부의 설명이다.

NLL 무효화도 사실이 아니다. 9·19 합의서를 보면, 3조에 남과 북은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라고 되어 있다.

북한은 1973년 우리의 북방한계선 NLL을 인정할 수 없다고 일방적으로 발표를 한 뒤에 NLL을 계속 부정해 왔다. 2012년에는 “불법, 무법”, 2016년에는 “명분이 없는 유령선”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동안 인정하지 않던 NLL을 이번에 합의문에 명시했고, 4·27 남북 정상 간의 판문점 선언에서도 들어 있었다. 특히 이번 합의에서는 상대방의 관할구역을 침입 또는 공격, 점령하지 않기로 하였다는 내용도 있다. NLL 이남을 우리의 관할로 인정을 하고 침범하지 않겠다고 합의를 한 셈이다. 이 합의가 유지된다면 우리도 북측도 NLL을 넘나들 수가 없다.

이번 합의의 핵심은 완충지대 내에서 포사격 훈련과 기동훈련을 중지하겠다는 것이다. 남북 모두 완충지대에 포를 쏠 수 없고 그 영향은 북이 클 것으로 군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기동훈련도 못 하는데 우리는 지금도 이곳에서 훈련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이 구역 밖인 덕적도 아래에서 해군과 해병대가 주로 합동훈련을 해 왔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기존처럼 쌍방이 경비를 하는 것에 합의를 했기 때문에 우리 해군이 NLL 부근에서 출입통제선까지 경계 임무를 계속한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들을 종합해 보면 ‘NLL 포기’까지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2. “임대아파트가 주변 집값을 떨어뜨린다”?

“임대아파트가 들어오면 주변 집값이 떨어진다”. 정부의 임대주택 공급에 반대하는 해당지역주민들의 주장이다. 연합뉴스에서 팩트체킹했다.

최근 1~2년 새 나온 연구 보고서들은 임대아파트가 주변 집값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를 뒤집는 결과를 보여준다.

서울지역 행복주택 4곳의 주변 집값을 분석해 작년 5월 학술지 ‘주택연구’에 게재된 ‘행복주택이 인근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보면, 행복주택 반경 250m 이내에 있는 인근 지역 아파트는 사업 이후 250~1천500m 떨어진 외부지역 아파트에 비해 약 6.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근 지역 기준을 500m 이내로 넓히면 인근 지역 아파트는 외부지역(500~1천500m)보다 약 4.3% 상승해 행복주택과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상승폭이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이런 가격상승 효과는 사업 승인부터 입주 이전까지만 나타났으며, 그 이후에는 유의미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보고서는 “행복주택이 주변 주택가격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는 실제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행복주택 인근 지역 가격상승은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진행된 곳에서 행복주택 사업을 통한 기반시설 공급에 대한 기대감 등에 의해 나타나는 일시적인 효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사 대상을 최근 10여 년간 서울에서 공급된 행복주택 이외의 임대주택으로 확장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서울주택도시공사 도시연구원과 한국주택학회가 지난해 내놓은 보고서 ‘서울의 임대주택이 주변 지역의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임대주택 단지가 일정 규모를 넘어서지 않는 한 주변 아파트값을 오히려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임대주택 반경 500m 이내 아파트는 임대주택 건설로 집값이 약 7.3% 상승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공급되는 임대주택 세대 수가 일정 규모를 넘어서면 인근 아파트 가격을 하락시키는 효과가 있었는데, 임대주택이 100세대 증가할 때마다 집값을 약 0.7% 떨어뜨리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런 하락 효과는 재개발임대주택의 경우 245세대 이상, 국민임대주택의 경우 789세대 이상 입주할 경우에만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재개발 사업에 따른 근린 환경 개선과 기반시설 확충, 개발규제 해제에 따른 기대감 등을 임대주택 주변 집값 상승 요인으로 분석하면서 “서울의 경우 소규모 임대주택 공급이 보편화하고 있으므로 임대주택 공급에 따른 주변 주택가격 하락 가능성은 미미하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3. 극우기독교 단체가 ‘가짜뉴스 공장’

<한겨레>가 ‘가짜뉴스’를 생산·유통하는 세력을 추적한 결과 극우 기독교 세력과 연결되어 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가짜뉴스가 유통되는 유튜브 채널 100여개, 카카오톡 채팅방 50여개를 전수조사하고 연결망 분석 기법을 통해 생산자와 전달자의 실체를 찾아 나섰다.

올해 상반기 제주도를 통해 입국한 예멘 난민을 둘러싸고 ‘가짜뉴스’가 대량 살포됐다. <한겨레> 확인 결과, 가짜뉴스들의 발원지는 ‘에스더기도운동’이라는 종교단체의 누리집 게시판(공지사항)이었다. 에스더는 이용희 대표(가천대 글로벌경제학과 교수)가 2007년 만든 기독교 우파 운동단체다. ‘북한구원 통일한국’을 기치로 초교파 기독교 운동을 표방한다.

에스더 관계자는 “실제 회원은 2000~3000명 정도이고, 활동하는 사람들은 수백명 규모”라고 말했다. “인터넷 세상이 하나님의 사랑과 복음을 증거하는 통로가 되는 것”을 지향하며 꾸준히 ‘인터넷 사역자’와 ‘미디어 선교사’를 길러내고 있다.

복수의 에스더 내부자들은 “인터넷 사역자와 미디어 선교사의 핵심 역할은 댓글을 달고 가짜뉴스를 전파하는 것”이라며 “에스더는 창립 이래 지속적으로 청년을 모아 하나님의 뜻을 전하는 ‘댓글부대’를 양성했고, 이용희 대표를 정점으로 한 기획실에서 가짜뉴스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에스더는 ‘밝은 인터넷 세상 만들기 운동본부’ ‘한국인터넷선교네트워크’ 등 인터넷 유관단체를 설립하고, ‘풀타임 인터넷 전사’로 명명한 청년 수십명에게 가짜뉴스 배포 등 인터넷 여론 조성 작업을 시켰다.

인터넷 전사로 활동했던 한 에스더 관계자는 “‘미디어 선교’라는 명목으로 성소수자 혐오, 북한 관련 안보 위기 강조, 문재인·박원순 등 특정 정치인 관련 부정적 게시물을 인터넷에 올렸다. 특정 기사에 댓글을 달고 ‘공감’ ‘추천’ 수도 높였다”며 “가짜뉴스는 이용희 대표가 원톱이 되어 글을 작성하면 ‘톱다운 방식’으로 필요한 부분을 발췌해 퍼날랐다”고 말했다.

연결망 분석을 통해 개신교발 가짜뉴스가 유튜브에서 확산될 때 주로 유통되는 채널 및 그와 함께 등장하는 인물을 찾아 3단 연결망(가짜뉴스-채널-인물)을 분석한 결과, 에스더의 존재감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기독교발 혐오 뉴스를 가장 왕성히 전파하는 25명 가운데 21명이 에스더와 직간접으로 관련이 있는 인물이었고, 최근 기독교발 가짜뉴스 22개가 모두 에스더와 연관돼 있었다.

가짜뉴스를 한차례 이상 다룬 채널 중 구독자 수 1000명 이상이거나 총 조회수 10만 이상인 채널을 추리자 20개가 확인됐다. ‘마라나타 티브이’ ‘케이에이치티브이’(KHTV) ‘지엠더블유(GMW)연합’ 등이었다.

주요 채널 2개 이상에 등장하는 인물 25명을 추린 결과 목사나 장로 등 기독교 관련 직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인물은 25명 중 14명이었다. 에스더 금요철야 기도회, 에스더기도센터, 지저스아미콘퍼런스, 느헤미야 국가금식기도성회, 미스바대각성 구국기도회 등 에스더기도운동이 주관하거나 깊이 관여하는 다양한 행사에 반복해서 주요 강연자로 등장하는 인물들이다.

연결망 분석 결과 에스더와 주요 인물들이 만든 가짜뉴스들은 최소 20개 이상 유튜브 채널에서 137만 명 이상이 시청했다.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곳을 합치면 시청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연결망은 에스엔에스에 만연한 ‘혐오 발언’ 전파의 지형도이기도 하다.

에스더가 만든 가짜뉴스들은 이용희 대표의 강연 자료나 에스더 공지사항에 올라온 내용이었는데, 각각 쪼개져 카카오톡 등으로 퍼지거나 유튜브 가짜뉴스 영상의 숙주가 됐다. 에스더 관련 채널과 인물들이 주도적으로 생산하고 유통한 가짜뉴스가 그동안 한국 사회 혐오담론의 바탕이었던 셈이다. 유통 경로에는 목사·장로·전도사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 유포망의 정점, ‘가짜뉴스 공장’이 바로 에스더였다.

난민 반대 여론은 극우주의자, 정치적 보수파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난민 입국을 두고 찬반으로 양분됐던 여론이 반대쪽으로 기운 건, 가짜뉴스가 만든 공포와 혐오 탓이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의도적인 허위 정보에 사회 전체가 영향을 받은 셈이다. 에스더 등 극우 기독교 세력의 활동이 인터넷 여론 왜곡 수준을 넘어섰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4. 이낙연 총리 가짜뉴스 경고

이낙연 국무총리가 자신이 베트남 호찌민 전 주석이 살았던 곳에 남긴 방명록 글을 왜곡한 가짜뉴스에 대해 경고했다. SBS와 연합뉴스 등이 보도했다.

이 총리는 추석 연휴 기간에 고(故) 쩐 다이 꽝 베트남 주석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베트남 하노이시를 방문했다.

26일 꽝 주석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직후 호찌민 전 주석의 거소를 찾아 ‘위대했으나 검소하셨고, 검소했으나 위대하셨다. 백성을 사랑하셨으며 백성의 사랑을 받으신 주석님의 삶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고 부끄러워진다’고 방명록에 적었다.

그러나 국내 일부 SNS에서 ‘주석님’ 부분만 부각해 마치 북한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은 위원장에게 쓴 글인 것처럼 비판하는 글이 올랐다.

이 총리는 28일 자신의 SNS에 “베트남 호찌민 전 주석의 거소를 방문, 방명록에 쓴 글을 왜곡한 가짜뉴스가 나돈다”며 “야비한 짓을 멈추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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