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대학생이 많이 쓰는 일본어 잔재는 ‘구라’, ‘애매하다’, ‘기스’라고 조사결과가 나와 화제가 됐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연구팀과 대한민국 홍보 대학생 연합 동아리 ‘생존경쟁’ 팀이 광복 70주년을 맞아 지난 4월 28일부터 5월 7일까지 ‘언어문화 개선을 위한 일본어 잔재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간지, 뽀록, 오케바리, 구라, 가라, 땡깡, 삐까삐까, 애매하다, 사라, 닭도리탕, 쯔끼다시, 지리, 다데기, 식대, 무대뽀, 쇼부, 와쿠, 기스, 분빠이, 공구리, 후카시, 곤색, 망
1606년부터 1888년까지 280여 년간 30만 명이 등재된 경상도 단성현(현재 경남 산청지역)의 호적대장에는 ‘馬堂金’라는 인명이 나온다. 마당금이 누굴까? 마당금으로 읽지 않고 ‘마당쇠’라 읽는다. 마당쇠? 아, 그 마당쇠야? ‘마당쇠’라고 하니 금세 익숙한 느낌이 든다. 아마도 ‘馬堂金’는 조선시대 노비의 이름이었을 것이다. ‘馬堂金’을 ‘마당금’이라 읽지 않고 ‘마당쇠’라 읽는 것은 이두식 표기이기 때문이다. 앞의 두 글자 ‘馬’와 ‘堂’은 글자의 소리로 읽고, ‘金’은 뜻으로 읽어 ‘쇠’가 된다. 이두는 훈민정음 창제 이
국어에 관한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해결해 주는 전화가 있다. 바로 국립국어원의 ‘가나다전화’다. 전화뿐만 아니라 온라인으로 질문을 할 수 있는 ‘온라인가나다’를 비롯해서 온갖 누리소통망을 이용할 수 있다. 다음은 지난 2015년 5월 29일자 상담 내용이다. 질문: 부사 ‘너무’가 제가 알기로는 부정의 말이라고 알고 있는데요, 최근 일부 티브이 방송의 자막이나 사람들이 이 말을 쓰는 것을 보면 긍정의 뜻에도 쓰더라고요. 또 사람들이 너무를 긍정의 뜻으로 너무 많이 사용해서 이제는 긍정의 뜻으로도 쓸 수 있다고 하는 사
1926년 11월 4일(음력 9월 29일), 종로에 있는 요릿집 식도원에서 훈민정음 반포 8회갑(480년)을 기해 첫 번째 가갸날 기념식이 열렸다. 주최는 조선어연구회와 잡지 『신민』을 발행하던 신민사였다. 기념식에 관한 기사는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널리 보도하였고, 그 날 이후 곳곳에서 한글강연회와 강습회 또는 축하회가 열렸다. 가갸날에 대한 관심은 일제에 억눌려 지내던 조선인들의 언어와 민족의 앞날에 대한 희망의 표현이었다. 다음은 12월 7일자 동아일보(5면 '가갸날에 대하여')에 실린 만해 한용운의 가갸날 축시
1989년 해외여행이 자유화되고 비로소 평범한 한국인들이 외국 여행을 갈 수 있게 되었다. 아주 오랫동안 멀게만 느껴졌던 일본이나 중국은 비행기로 불과 한두 시간이면 닿을 수 있었고, 하와이나 미국, 유럽이 목적지인 경우에는 비좁은 비행기 안에서 10시간 이상을 보내야 했지만 피곤할 줄 몰랐다.문제는 언어였다. 낯선 중국어와 일본어도 그렇지만 보기만 해도 속이 울렁거리는 영어 알파벳은 여행자들의 속을 뒤집어 놓기 일쑤였다. 비행기 안에서 입국신고서를 작성할 때부터 어지럼증은 시작되었고, 입국 수속을 하고 세관을 통과하면서 부딪쳐야
필리핀 다바오에서 이 글을 쓴다. 사실 확인을 위해 여러 자료를 참조해야 하는데, 인터넷을 자유롭게 쓸 수 없어서 고통 받고 있다. 얼마 전 단동, 집안, 연길, 장춘 등 중국의 동북지역을 답사할 때도 느꼈지만 인터넷은 대한민국이 최고다.다바오는 현 필리핀 대통령인 두테르테의 출신지다. 필리핀을 이루고 있는 7,000개가 넘는 섬 중 마닐라가 있는 루존, 세부와 함께 큰 세 섬 중 하나인 민다나오섬에 있다. 현재 민다나오는 계엄령이 내려져 있는데, 우리는 계엄령에 대한 나쁜 기억만 갖고 있어서 말만 들어도 경기가 나지만, 여기 사람
압록강을 경계로 신의주와 마주하고 있는 중국 단동시 동북쪽 약 15km 지점에 호산이 있다. 호산(虎山)은 생김새가 누워 있는 호랑이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이 산에 명나라 때 축성했다는 호산장성이 있다.단동시에서 자동차로 30분쯤을 달려 도착한 호산장성은 주자창 진입로에서부터 중국 냄새를 물씬 풍겼다. 매표소가 딸린 6개의 누각을 얹은 큰 문 뒤로 어렴풋이 바라다 보이는 산성의 윤곽도 베이징에 갔을 때 보았던 만리장성을 빼닮은 듯했다. 호산장성은 과연 어떤 성일까? ‘트레블 차이나
2008년 7월 배아무개 씨가 훈민정음 상주본을 공개했다. 문화재청은 1조 원 가치가 있다는 감정 결과를 내놓았다. 배아무개 씨가 절도범으로 고소당하면서 소유권을 둘러싼 법정 다툼이 있었으며, 2015년에는 화재로 전체 20여 장 중 1장이 소실되었고 나머지 일부도 불에 탔다. 현재 문화재청은 배 씨로부터 상주본을 회수하기 위한 법적 절차를 밟고 있지만, 배 씨는 국가소유권을 부정하며 이에 맞서고 있다. 지금까지 발견된 유일본인 간송본에 버금가는 국보급 유물임이 분명한 훈민정음 상주본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에 국민 모두가 환호했지만,
한국인은 누구나 훈민정음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훈민정음은 세종대왕이 창제한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뜻을 가진 우리 고유의 문자다. 그러나 이렇게만 이야기한다면 이것은 문자인 훈민정음의 설명에 그치고 만다. 그러면 그 이상 또 무엇이 있을까?조선 4대 임금 세종이 1443년 창제하고 1446년 반포한 한국 고유의 문자 체계, 또는 그를 설명한 책. -다음백과 백과사전의 설명처럼 훈민정음은 세종이 창제한 문자의 이름이면서 또한 문자 훈민정음을 해설한 책의 이름이다. 책은 『훈민정음』이라고도 하고, 『훈민정음 해례』나 『
글쓴이와 비슷한 세대는 학창시절에 ‘훈민정음은 세종과 집현전 학사들이 창제했다.’고 배웠다. 왕이 문자를 창제했다고 생각하기보다 학자들이 창제했다고 여기는 것이 상식적이고 일반적이므로 세종이 훈민정음을 창제했다기보다는 집현전 학사들이 창제한 것으로 이해하기 쉬운 가르침이었다. 그러면 요즘 세대는 훈민정음 창제에 대해 어떻게 배우고 이해하고 있을까? 초등이나 중학교 교과서가 없으니,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찾은 훈민정음에 대한 설명을 한번 읽어보자. 한글은 1443년(세종 25년)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사들이 만들었어. 한글의 처음 이
봄 햇살이 따사롭던 지난 5월 말 ‘강화 부근리 지석묘’를 찾았다. 주말을 맞아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이 삼삼오오 고인돌을 감상하거나 산책을 하거나 사진을 찍고 있었고, 나이를 불문하고 셀카봉을 든 이들도 많았다. 요즘은 에스엔에스에 사진을 올리는 것이 유행이어서 보고 즐기는 것이 목적인지, 사진을 찍는 것이 목적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인터넷에서 강화 고인돌을 검색하면 대뜸 나오는 것이 ‘강화 부근리 지석묘’여서 강화에 고인돌이 이것 하나인 줄 오해할 수 있지만, 달랑 ‘이것’만 있는 것이 아니고 부근에 4
해마다 5월 19일은 발명의 날이다. 발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발명 의욕을 북돋우기 위해 1957년 상공부고시 제256호로 공포하였다. 그런데 1년 365일 가운데 5월 19일을 발명의 날로 지정한 이유는 무엇일까?이 날이 바로 1441년에 장영실이 세계 최초로 측우기를 만든 날이기 때문이다. 장영실이 만든 측우기는 1639년 이탈리아 카스텔리의 우량계보다 198년이나 앞선다. 장영실은 측우기뿐만 아니라 자격루, 혼천의, 앙부일구 등 많은 것을 만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장영실을 조선의 발명왕으로 기억한다. 다음백과사전은 장영실에 대
지난 한 달 반 동안 사이시옷의 비밀을 연재했다. 어떤 조건에서 사이시옷이 들어가는지 국어 선생님이나 국어 ‘덕후’가 아니더라도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글을 작성하려고 나름 애를 썼다. ‘덕후’는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아직 올라있지 않지만, 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을 뜻하는 일본어 '오타쿠(オタク)'의 한국식 표현이다(트렌드지식사전3).그동안 ‘사이시옷의 비밀’을 열독했다면, 그리고 마지막 이 글마저 완독한다면 평생 징글징글했던 사이시옷이 가뿐해질 것이다. 사이시옷에 관한 마지막 규정인 한글맞춤법 제30항 3은 ‘원형을
지난 5월 3일 더불어민주당은 대한애국당 대표 조원진 의원을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조 의원이 지난 달 28일 열린 태극기 집회에서 “판문점 선언은 무효”라며 문 대통령을 향해 “미친 ××다. 핵 폐기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안 하고 이런 미친 ××가 어디 있나. 있을 수 없는 짓을 해버렸다”며 막말을 했기 때문이다. 이럴 때 ‘깜놀’이라는 표현을 쓰는 걸까? 그가 한 말의 일부가 ‘××’로 가려져 있지만, 삼척동자도 ‘&t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이 연일 화제다. 국민의 관심은 단연 김경수 의원과 드루킹의 관계겠지만, 일부 언론 보도에 “드루킹 분윳값도 못 벌었다”라는 표현이 눈에 들어오는 것은 드루킹 느릅나무 출판사 운영비 11억의 출처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 하나는 바로 사이시옷 때문이다. 같은 내용이지만 ‘분윳값’, ‘분유값’, ‘분유 값’이라고 제각각 보도하고 있다. 과연 ‘분윳값’, ‘분유값’, ‘분유 값’ 중 어떤 것이 올바른 표기일까? ‘분윳값
사이시옷을 넣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글을 쓰다보면 고민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런 어려움은 나만 겪는 것이 아닐 것이리라 굳게 믿으면서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사이시옷의 비밀’을 연재하고 있다.2002년에 한국방송공사에서 아나운서 손미나 씨와 함께 이란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어떻게 느낄지 모르지만, 당시 ‘장밋빛’이란 표기가 몹시 어색했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 ‘장미’에 익숙했기에, 뒤에 ‘빛’을 붙인다 해도 ‘장미빛’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미투 열풍에 회식 문화가 달라졌다고 한다. 남녀가 동석하거나 나란히 앉는 것을 기피하기도 하고, 아예 회식 자체를 삼간다고도 한다. 회식은커녕 업무 시간에도 남녀 동료들 간 내외현상마저 일고 있단다. 뒤틀린 성 인식에서 비롯된 잘못은 바로 잡아야 하지만 서먹한 일터 분위기는 부자연스럽고 불편하다. ‘펜스 룰’이란 생소한 용어마저 등장했는데, 처음에는 남녀 사이에 울타리를 치자는 건가 추측하면서 울타리나 담을 뜻하는 ‘펜스(fence)’로 오해했다.한글운동가로서 낯선 외국어의 등장은 반갑지 않다. 미투(Me Too)는 ‘나도 당했다’
문화방송 라디오에 「배철수의 음악캠프」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간단히 ‘「배캠」이라고도 하는데, 1990년 방송을 시작해서 올해로 28년째로 진행자는 첫날부터 오늘까지 배철수 씨다. 각각 12년, 18년씩 장기 집권했던 이승만, 박정희를 뛰어 넘어 28년이라는 최장기 진행의 역사를 쓰고 있지만 청취자들로부터 하야하라는 소리가 없는 것을 보면 위대한 디제이임에 틀림없다.다들 아시겠지만 그는 본디 가수다. 1978년 해변가요제에서 그룹사운드 ‘활주로’로 데뷔했다. 40년이나 지났지만 드럼
술 마신 이튿날 숙취로 고생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머리가 무겁고 기운이 없으며 심한 갈증으로 물을 벌컥벌컥 들이킨다. 요즘에는 숙취를 풀어주는 여러 가지 음료(?)도 있지만, 예로부터 해장에 가장 좋은 것은 설탕물이었다.유방이 항우를 물리치고 한나라를 세웠을 때부터 왕망에 의해 나라가 망할 때까지, 전한 시대의 역사를 다룬 《한서(漢書)》 〈예악지(禮樂志)〉에는 자장(柘漿)이라는 음료가 아침 숙취를 해소하는 데 좋다고 나온다. ‘자장’은 사탕수수 음료라는 뜻이니 지금의 설탕물이다. 참고로 요즘과 달리 이 무렵의 설탕이
“Have a nice day”라는 영어 표현이 있다. 직역하면 ‘멋진(근사한) 날을 가져라.’다.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일반적으로 ‘소유하다, 가지다’의 의미를 갖는 ‘have’를 사용한 것이 몹시 어색했다. 알고 보니 ‘have’에는 ‘겪다’는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멋진 하루를 겪어라’ 정도가 될 터이지만, 우리말로 해석할 때 이 말은 ‘좋은 하루를 보내세요.’ 정도가 된다.'뉴스톱에서 영어 사실 확인 담당은 한마디로닷컴의 박기범 강사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당신이 무슨 영어 얘기냐, 직권남용 아니냐?’는 질문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