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공무원 국가직화, 일부에서 반대하는 이유는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9.11.22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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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직공무원 국가직화를 위한 소방공무원법 개정안 등 6개 법률안이 1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이에 따라 내년 41일부터 소방직공무원은 국가직으로 일괄 전환됩니다. 소방공무원은 1973년 지방공무원법이 제정된 이래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이원화되어 있었습니다. 전체 소방공무원의 98.7%는 지방직이었습니다 <소방공무원 47년 만에 국가직 전환>,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여야 이견없는 법안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등 각종 재난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것을 지적하며 재난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국민안전처 소속 중앙소방본부를 소방청으로 독립시키겠다고 공약했고, 당선 뒤에는 소방직의 국가직화를 약속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두달 뒤 소방청을 독립시켰고 이번에, 2년 반 만에 국가직으로 전환시켰습니다. 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이로써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가 하나 더 실현됐다고 환영의 논평을 냈습니다.

어제 이 법안이 통과된 것은 자유한국당 등 야당도 동의했기 때문입니다. 소방직 국가직화 관련 법안은 2011년 이래로 추진이 되어 왔고,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도 딱히 반대하는 내용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소방공무원 국가직화에 대한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명을 넘는 등 소방관 처우 개선의 상징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이를 반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날 국회에서는 소위 데이터3법이라 불리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52시간제 보완 입법,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소재 부품장비 특별법 등은 여야 이견으로 통과하지 못한 것을 보면 이 법안이 오래간만에 여야 이견없는 법안이었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 탈중앙화에 역행

소방직의 국가직화는 상당히 복잡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지방 정부에 권한을 대폭 이양한다는 대선 공약을 냈고, 실제 지난해 추진된 개헌안에서도 지방분권을 강화하는 내용이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소방공무원 국가직화는 이런 흐름과 정반댑니다. 특히 정부는 자치경찰제를 도입해 경찰권력을 지자체에 이양하겠다고 공약했는데 소방공무원은 오히려 국가직화를 하겠다고 해 시대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받았습니다. 중앙은 높고 지방은 낮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국가직화가 되더라도 소방공무원은 기본적으로 시도지사의 지휘 감독을 받게 됩니다. 재난은 현장에서 가장 잘 파악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대형 재난 등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소방청장이 시도 소방본부장과 소방서장을 지휘감독하게 됩니다. 신분은 국가직, 지휘감독은 지자체에대형 재난에는 중앙의 지휘라는 복잡한 시스템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잘 이뤄질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3. 소속만 변경 처우는 비슷

일부에서는 법안 통과로 국가직이 된 소방공무원의 처우가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것처럼 말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소방공무원 국가직화를 추진해왔던 측의 논리는 시도재정 여건에 따라 소방장비와 처우가 달라 문제라는 것, 그리고 전체적으로 소방공무원의 처우가 낮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법안으로 소방관의 처우를 동일하게 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실질적으로 처우가 개선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소방직을 계속 늘림으로써 근무여건이 개선되고는 있지만 국가직과는 직접 연관이 없는 사안입니다.

오히려 하향 평준화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공무원들은 사실상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복지포인트를 받는데, 중앙정부 공무원이 지방정부 공무원보다 덜 받습니다. 중앙직은 일괄적으로 40만원인데 지방직은 이보다 두 배에서 많게는 4배를 더 받습니다. 서울시 복지포인트는 150만원입니다. 소방공무원이 중앙직화가 되면서 임금 총액이 오히려 삭감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게다가 일부 언론에서는 지방공무원의 위험수당 6만원이 적기 때문에 소방직 공무원이 국가직화를 바란다고 보도했는데 사실이 아닙니다. 국가직 공무원의 위험수당 역시 6만원으로 동일합니다. 국가직화는 소방공무원 처우 개선의 종착역이 아니라 오히려 논의의 시작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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