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요구로 체결 후 3년 만에 종료, '지소미아' 팩트는?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9.11.22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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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2일 자정을 기점으로 한일 간의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 이하 ‘한일 지소미아’) 종료를 앞두고 있습니다. 미국이 한일 양국에 협정 연장을 압박하는 가운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도 자신이 총리 시절 “중장기적 관점에서 어렵게 협정을 맺었다”며, 정부의 결정을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한일 지소미아’ 종료와 관련해서는 실질적인 타격이나 큰 변화는 없을 것이란 주장과 대북 정찰에 차질이 있을 것이란 우려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소미아’ 종료, 파기, 폐기 등 핵심 단어조차 각기 다르게 사용하는 등 지나치게 진영논리에 따른 주장이 많습니다. 한일 지소미아 관련 팩트를 확인했습니다.

YTN 방송화면 갈무리
YTN 방송화면 갈무리

 

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우방국) 제외’ 대응조치

지난 8월 22일 김유근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장은 “정부는 한일 간 ‘군사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협정’을 종료하기로 결정했으며 협정의 근거에 따라 연장 통보시한 내에 외교 경로를 통해 일본 정부에 이를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8월 2일 일본 정부가 ‘안보상 이유’로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시 절차상 우대 혜택을 부여하는 우방국(화이트국가) 명단에서 제외한 것에 대한 대응조치로 “안보 협력 관계에 중대한 변화가 초래됐기에 한일 지소미아를 올해 시한까지만 운용한 뒤 재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것입니다.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민주평화당이 국가 자존을 위한 당연한 결정이라며 일제히 환영을 표한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 야당은 국익을 외면한 결정이라며 즉각 철회를 촉구했습니다. 시민사회단체도 마찬가지로 양 측으로 갈렸습니다.

 

파기? 폐기? 종료? 용어도 진영따라 달라

정파적인 입장에 따라 용어도 지소미아 ‘종료’, ‘파기’ 등으로 다르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언론도 현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들은 ‘파기’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합니다. 현재 한국에 비판적인 일본의 다수 언론도 파기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법적으로 엄밀하게 말하면 ‘종료’가 정확한 표현입니다.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는 두 국가 간에 주고받는 비밀정보를 상호 보호하고 제3국에게 노출하거나 제공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는 협정입니다.

<대한민국 조약 제2320호,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국 정부 간의 군사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협정> ‘제21조 발효, 개정, 기간 및 종료’ 3항에 따르면, “이 협정은 1년의 기간 동안 유효하며, 그 후로는 어느 한쪽 당사자가 다른 쪽 당사자에게 이 협정을 종료하려는 의사를 90일 전에 외교경로를 통하여 서면 통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동적으로 1년씩 연장된다.”고 되어 있습니다.

한국은 1973년 독일을 시작으로 1987년 미국, 2001년 러시아, 2014년 베트남 등을 포함해 현재 35개국과 체결을 맺고 있습니다. 반면 일본은 7개국과만 지소미아를 맺고 있습니다. 일본이 협정을 맺은 국가는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호주, 인도, 한국입니다.

출처 : 국방부 홈페이지
출처 : 국방부 홈페이지

 

노태우-이명박 정부 거쳐 최순실 정국 때 속전속결 처리

일본과의 지소미아는 2016년 11월 23일 33번째 국가로 체결돼 올해로 3년째를 기록했습니다.

1945년 일제 식민지에서 해방된 이후 처음으로 일본과 정식으로 맺는 군사협정인 한·일 지소미아의 시작은 1989년입니다. 당시 노태우 정부는 대북 군사정보 필요성에 따라 먼저 일본에 협정 체결을 제안했지만, 일본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이명박 정부 5년차인 2012년 6월29일, 일본 외무성에서 신각수 주일 대사와 겐바 고이치로 외무상의 서명으로 체결될 예정이었습니다. 사흘 전인 6월 26일 충분한 여론 수렴과 국회와의 협의를 거치지 않은 채 정부가 협정안을 비공개로 의결했습니다.

한일간 군사협정이라는 중대 사안을 밀실처리한 사실이 알려지자 강력한 반발 여론이 일었고,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이 협정 체결 예정 시간을 불과 한 시간 반 앞둔 6월29일 오후 2시30분경 당시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협정 체결 보류를 요구해 체결이 연기됐습니다.

이후 4년이 지난 2016년 11월1일, 한일 양국은 도쿄에서 2012년 잠정 합의된 협정문안을 바탕으로 협의를 재개했습니다. 강한 반대 여론 속에서도 재추진 선언 27일 만인 11월 23일 속전속결로 체결됐습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어수선했던 시절이어서 ‘졸속’, ‘매국’, “유사시 일본자위대 한반도 진출 길 터줬다” 등의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당시 국방부는 협정 서명식도 비공개로 진행했습니다. 사진기자들이 협정이 밀약이 아닌 이상 비공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며 취재를 거부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요구라는 분석이 지배적, 실제 효과도 논란

한일 지소미아 재추진이 결정된 건 북한의 4, 5차 핵실험과 잇따른 탄도미사일 도발 속에 한·미·일 안보공조 필요성이 부각된 시기였습니다. 특히 북한을 이유로 한·미·일 공조를 강화해 ‘대중봉쇄망’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협정 체결 후 한국은 북한에서 입수한 각종 감청 정보와 고위급 탈북자의 정보, 북중 접경 지역에서 얻은 정보를, 일본은 정보수집 위성과 탄도미사일 탐지 레이더, 공중조기경보기 등을 통해 획득한 정보를 각각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북한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우리나라가 확보한 정보에 비해, 일본이 주는 정보가 실효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습니다.

한·일 양국은 그동안 지소미아를 통해 2016년 1건, 2017년 19건, 2018년 2건, 2019년 7건 등 모두 29건의 군사정보를 교환했습니다. 지금까지 일본과 교환된 군사정보는 모두 군사 2급 비밀이었습니다.

군 당국은 일본이 제공하는 정보가 유용했지만, 현재 우리 군의 대비태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일본은 정보수집위성 7기와 이지스함 6척, 탐지거리 1000㎞ 이상인 지상 레이더 4기, E-2C 등 공중조기경보기 17대, 해상초계기 110여대를 비롯한 탐지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최근 동해 북동쪽을 주로 향하는 북한 미사일 분석 정보가 다소 줄어들 수 있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고도화된 정찰 자산을 확보한 미군의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신속한 정보 분석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전까지 한·미·일 정보공유약정을 통해 북한 핵과 미사일 관련 일본 정보를 미국을 통해 제공받았다가 미국을 거치지 않고 직접 일본의 정보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게 지소미아였기 때문입니다.

반면 일본은 고위 탈북자 등을 통한 인적정보와 한국의 전방 감청장비에서 수집된 대북 정보가 아쉬워집니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2018년부터 지소미아 자체가 실질적으로 한국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유명무실한 상태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2017년 발사된 북한 미사일의 궤도 정보를 요청했을 때 일본이 거부한 이후, 일본 측에서 한국에 정보제공을 일방적으로 거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본 정부는 한일 지소미아가 종료돼도 일본에는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태연한 모습을 강조하고 있지만, 일본이 원해서 체결된 지소미아이기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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