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없는 황교안 단식, 희미해지는 보수 혁신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9.11.26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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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단식이 26일로 일주일째를 맞았습니다. 황 대표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잎은 떨어뜨려도 나무 둥지를 꺽을 수는 없다며 단식을 계속 이어나갈 의지를 보였습니다. 한국당이 25일 개최한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추모행사에 보낸 추모사에서 황 대표는 “1983년 대통령께서 단식투쟁을 통해 사수하셨던 자유민주화가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있다가장 어두운 독재 시절에도 '오늘 죽어도 영원히 사는' 정신, '새벽이 온다'는 정신으로 새길을 내셨다고 평가했습니다. 자신의 단식을 YS에 비유한 황교안 대표,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무리수가 또 통했다.

중앙일보의 26일자 기사 제목입니다. 황교안 대표가 당이나 자신의 상황이 안좋을 때마다 무리수로 보이는 승부수를 던졌는데, 그게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지난 8월 중순 장외투쟁을 선언했을 때 당내에선 정기국회도 다가오는데 거리로 나가는 것은 곤란한다고 말했습니다만 조국 전 장관 의혹이 확산되면서 광화문 집회에는 인파가 넘쳐났습니다. 지난 916일 조국 장관 파면을 요구하며 황 대표가 삭발하겠다고 나서자 당내에선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지만 삭발 이후 '투블럭 헤어스타일' 패러디 사진이 나오며 주목받았습니다. 이번에도 뜻하지 않게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지소미아 연장을 선언하면서 황 대표의 단식이 일정 정도 성과를 거뒀다는 분석입니다.

해석에 대해선 여지가 있지만 뜬금없어 보이는 수들이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보는 일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반면 아전인수식 해석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황 대표 단식과는 무관하게 미국의 압박 때문에 지소미아 종료를 철회한 것이며 정치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패스트트랙 폭력 사태로 한국당이 주도권을 상실한 이후 장외투쟁-삭발-단식이라는 이벤트 3종세트로 주목을 끄는 데는 성공했지만 현재 한국당이 얻은 것은 거의 없습니다. ‘이벤트성 무리수가 먹히면서 자유한국당이 타협과 협상이라는 정치의 본질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2. 답 없는 출구전략

황교안 대표는 자신의 단식을 김영삼 전 대통령, YS의 단식과 비교했습니다. 둘의 단식은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습니다. 공통점은 출구가 없다는 점입니다. 1983518, 광주민주화운동 3주년이 되는 날,가택연금 상태였던 김영삼은 단식투쟁에 들어갔습니다. 대통령 직선제 개선, 정치범 석방, 언론통제 전면 해제 등 5개항을 요구했습니다. 당연히 전두환 정권에서 들어줄 수 없는 내용입니다. 서울대 병원에 입원한 YS의 단식은 69일까지 23일간 이어졌고 김수환 추기경의 만류로 단식을 접었습니다.

황 대표의 단식 역시 출구가 없다는 점에서 비슷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들어줄 수 없는 내용입니다. 황 대표 역시 YS와 비슷하게 병원에 후송되어 단식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결정적 차이가 있습니다. YS의 요구사항은 전두환 대통령이 들어줄 능력은 있지만 들어줄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고, 황 대표의 요구사항은 문재인 대통령 권한 밖의 일이어서 들어줄 수 없다는 겁니다. 황 대표의 요구안은 지소미아 파기 철회, 국회 선거법과 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저지입니다. 이중 일본과의 지소미아는 연장이 됐고, 두 법안은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를 해 통과시키는 법안입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지적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왕적 대통령이 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황 대표의 출구없는 단식투쟁이 본인 정치를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황 대표를 찾아 위로한 뒤 대화를 하자고 제안했지만 황 대표는 계속 단식을 하고 있습니다.

 

3. 멀어지는 보수 혁신

김영삼 대통령 서거 4주기 행사에서는 한국당에 대한 쓴소리가 이어졌습니다. 지난해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했던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썩은 물이 가득찬 곳에 맑은 물 몇 바가지 붓는다고 물이 맑아지냐고 비판했습니다. “그 밥에 그나물” “감동없는 단식 등의 비판도 있었습니다. 이달 중순 불출마 선언을 한 김세연 의원은 한국당은 존재 자체가 민폐라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답이 없기 때문에 아예 당을 깨고 신당 창당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그런데 황 대표가 단식을 하면서 이런 혁신 논의가 사라졌습니다. 황 대표는 단식 투쟁을 선언하자마자 막말 논란의 전광훈 목사를 찾아가 손잡고 만세삼창을 했습니다. 중도보수는 사실상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박근혜 탄핵에 대해서도 이도저도 아닌 입장을 보이며 보수통합도 물건너가는 상황입니다. 황교안의 단식투쟁이 길어질수록, 단식투쟁이 일부 성과를 거둘수록 한국당의 혁신은 늦춰지고 수렁에 빠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자유한국당은 무엇을 바꿔야하는지조차 감을 못 잡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당에선 민주당의 혁신안에 발맞춰 차기 총선에서 현역 50% 물갈이를 내놓았지만 구체적인 안도 기준도 없어서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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