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읍참마속'한다더니...김세연 날리고 측근 앉혔다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9.12.03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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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일 당무에 복귀했습니다. 단식을 하던 청와대 사랑채 앞의 천막에 대표실을 꾸린 뒤 연 최고위원회의에서 제가 단식을 시작하면서 패스트트랙 악법 저지와 함께 당의 쇄신과 통합을 이루겠다는 말씀을 국민께 드렸다. 이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변화와 개혁을 가로 막으려는 세력들을 이겨내겠다. 필요하다면 읍참마속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보수혁신과 관련 유승민 의원의 3원칙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과 일치한다고 말했습니다. 발언 직후 당직자 전원이 사표를 냈으며 4시간여만에 주요 당직임명이 이뤄졌습니다. <읍참마속한다는 황교안 대표>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상시적 위기'의 헤게모니

2일 황교안 대표의 행보는 여러모로 상징적입니다우선 청와대 앞 천막에 대표실을 차린 것이 눈에 띕니다. 자신을 문재인 대통령에 맞서는 그야말로 '들판'의 야당 지도자로 자리매김하려는 것입니다. 천막 집무실은 2004년 한나라당 '차떼기 사건' 이후 박근혜 대표가 전격적으로 이전한 천막 당사를 떠 올리게 합니다. ‘풍찬노숙대결의 정치에 어울리는 이미지 메이킹입니다.

황 대표가 강력한 대정부투쟁과 혁신을 선언함으로서 당분간 그의 지도력에 이의를 제기할 내부 세력이 사라졌습니다. 당이 외부의 적과 싸울 때 문제제기를 하면 소위 내부총질, 분파주의자가 되기 십상입니다. 황 대표는 상시적 위기 국면을 조성해 당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패스트트랙 정국과 보수혁신 실패에 따른 지도력 위기를 삭발, 단식 등 강력한 대정부투쟁으로 극복중입니다.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에 실패하더라도 그 책임은 나경원 원내대표에게 떠넘기고 황 대표 본인은 지속적인 장외 투쟁으로 리더십 위기를 극복하려 할 것으로 보입니다.

 

2. 누가 마속인가

읍참마속. 촉의 재상 제갈량이 아끼는 부하 마속이 작전에 실패하자 군 기강을 위해 울면서 그의 목을 베었다는 얘기입니다. 정치권에서 핵심 측근을 잘라내고 변화를 시도할 때 자주 쓰이는 고사입니다. 황 대표 읍참마속 발언이 있자마자 사무총장, 대변인 등 자유한국당 임명직 당직자 35명 전원이 사표를 제출했습니다. 황 대표는 4시간 뒤 주요 당직을 새로 임명했습니다. 사무총장에 초선의 박완수 의원, 비서실장에 재선의 김명연 의원, 전략기획부총장에 초선의 송언석 의원, 그리고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에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를 내정했습니다.

그런데 인사를 보면 누가 마속이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교체된 여의도연구원장 김세연 의원은 황 대표의 측근이 아니라 '눈엣가시'였습니다. 마속을 친다는 명분으로 김세연 의원을 사퇴시키고 오히려 친황체제를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3선 이상 의원을 당직에서 배제한 것은 물갈이 신호탄으로 해석되지만, 공천권을 활용해 줄세우기를 할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친박계 중심의 인사에서 벗어나지 못해 감동과 비전을 제시 못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홍준표 전 대표는 페이스북 글에서 쇄신이 아니라 쇄악이라며 김세연 의원을 쳐내고 친박 친정체제를 만들었으니 이러다가 당 망하겠다고 적었습니다.

 

3. 멀어지는 보수 혁신

황교안 대표는 당의 근본적 혁신을 위해선 스스로를 부정해야 딜레마가 있습니다. 현재 보수세력은 그야말로 지리멸렬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의견차가 가장 큰 원인입니다. 향후 보수정치의 사활은 박근혜를 버릴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유승민 의원은 '탄핵의 강'을 건너자고 하고 황 대표도 이에 대해 동의한다고 했지만 당내 친박계 의원의 생각은 다릅니다. 문제는 황 대표가 이들 친박의원들에게 상당히 기대고 있다는 겁니다. 이번 인사에서도 핵심 당직에 영남 친박계 의원을 앉힘으로서 탄핵의 강을 넘는 것이 상당히 어려워졌습니다.

보수의 새얼굴 부재도 문제입니다. 자유한국당은 꼰대 정당’, ‘불통 정당이란 비판을 받고 있으며 전체 정당 중 비호감도가 가장 높습니다. 민주당과 다른 결정적 차이는 당의 이미지를 새롭게 포장할만한 인물이 없다는 점입니다. 여기에는 황교안 대표의 책임이 큽니다. ‘갑질 논란박찬주 전 대장을 영입하는 등 자유한국당 비호감도를 높인 당사자이기 때문입니다. 황교안 대표는 일선 후퇴는 거부한 상태입니다. 자유한국당은 결국 황교안 중심으로 선거를 치러야 합니다. 황교안 중심으로 간다면 혁신과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게다가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 특별감찰반의 선거개입, 감찰무마 등 월권 의혹이 있음에도 야당은 정국 주도권을 전혀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최대 복은 야당복'이라는 세간의 말이 농담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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