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방사능 피해는 암이 아니다. 공동체와 산업의 파괴다"

  • 기자명 뉴스톱
  • 기사승인 2019.12.12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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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한국 국가대표팀이 도쿄올림픽에 참가합니다. 원전사고 지역에서 약 67km 떨어진 후쿠시마 아즈마 스타디움에서도 경기가 열립니다. 한국 응원단 역시 이 지역을 방문해야 합니다.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 이후 최근까지 수 많은 한국 언론의 후쿠시마 방사능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8년째 똑같은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언론 보도를 봐서는 어디가 위험하고 어디가 안전한지 알 수가 없습니다. 팩트체크 미디어 <뉴스톱>은 후쿠시마 주요 지점 방사능을 직접 측정해 방사능 지도를 그렸습니다. 이 기사와 지도가 한국 국민과 정부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중요한 것은 팩트입니다.

[모두를 위해 '후쿠시마 방사능 지도'를 그리다] 시리즈

① "그래서, 후쿠시마 어디가 위험하고 어디가 안전하다는 거야?"

② JTBC는 왜 일본시민단체로부터 '방사능 편파보도' 항의를 받았나

③ 사고 5km 이내 높은 수치...후쿠시마 경기장 방사선은 '보통'

④ 후쿠시마 음식 37개 측정...전체 방사선 이상 없어

⑤ '후쿠시마 방사능' 위험지역과 안전지역을 확인하다

⑥ "문제 없다"와 "끝났다" 사이에 '후쿠시마의 진실'이 있다

⑦ "후쿠시마 방사능 피해는 암이 아니다. 공동체와 산업의 파괴다"

⑧ "도쿄올림픽 후쿠시마 경기, 원전사고 종식되었다는 식으로 이용될까 우려"

⑨ "일본 방사능 데이터 은폐는 불가능하다. 민간에서 끊임없이 조사하기 때문"

⑩ [기고] 시민들이 측정해 만든 '일본 방사능 지도' 어디까지 믿을수 있나?

⑪ [팩트체크] 일본정부가 원전사고 뒤 방사능 기준치를 낮췄다?

⑫ 방사선 안전기준치와 선량한도치는 100배 차이가 난다

⑬ [팩트체크] 후쿠시마는 체르노빌보다 11배 큰 원전사고다?

⑭ [팩트체크] 후쿠시마 사고 후 도쿄전력 임원들 해외도피?

⑮ [팩트체크] ‘먹어서 응원하자’ 참여한 일본연예인 피폭?

■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와 서울대 SNU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습니다.

 

말해질 수 있는 것은 명료하게 말해질 수 있다; 그리고 이야기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서는 우리들은 침묵해야 한다.
-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의 이 명제는 세계가 대상이 아닌 사실로 이루어지며, 사실이 참거짓을 결정한다는 요지의 저작,논리-철학 논고의 서문에 나온다. 구미 논리실증주의에 큰 영향을 미친 이 말은 본지 후쿠시마 특별취재의 의도와도 일맥상통한다. ‘정치적 상황과 무관한 팩트의 검증이라는 면에서.

일 관계 악화에 따라 국민정서가 극으로 치달았던 지난 817,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었던 포스팅을 보자, “후쿠시마를 응원하며 식품을 섭취했던 연예인들이 관련 질병에 걸리거나 그 병으로 사망했다던 이 게시물의 근거는 밝혀진 바 없다. ‘진실성 여부에 관계없이 사람들 사이에 퍼져있는 사실이나 정보’, , ‘소문(rumour)’이다. 언론보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824SBS 단독보도가 다룬 A씨의 코멘트(방사선량 수치만을 줄이기 위해서 포스트(측정기) 주변만을 정화하는 작업을 하는 건 흔히 있는 일”)주장일뿐이다. “흔히 있는 일이라는 워딩에 대한 반박 정도로 보도 전체의 신뢰성이 흔들린다. 830일의 방사능 수치 관련 보도6821일의 암환자 통계 관련 보도에서는 후쿠시마 현이폭로자와 정부도쿄전력의공모자사이를 손바닥 뒤집듯 오고간다. 하지만 이 지자체는 보도에서 언급된 기간 동안에도 일관된 기조에 따라 주민건강조사를 실시했고, 내용도 일반에 공개되어 있다. (그 결과가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지만) 검증 또한 거쳤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들에 대한 어떤 팩트체크나 다른 관점의 보도도 없었다. 도리어 후쿠시마 문제가 정치적 이해관계와 맞물린 데마고기(demagogy)의 성격을 띠기 시작함에 따라 그 자체에 용기(애국이냐 매국이냐 운운하는 의심, 또는 마녀사냥의 제물이 될 우려를 감수하는)마저 필요한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진실, 혹은과학적 근거에 따라 높은 진실성을 지니는 주장'의 발화(發話)에 용기가 필요한 것은 뉴스톱 특별취재팀의 인터뷰이, 후쿠시마의료생활 협동조합 와타리병원 사이토 오사무 씨의 상황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사진 1] 70평생을 피폭자 건강피해 관련 전문가로 살아온 후쿠시마의료생활협동조합 와타리병원 의사 사이토 오사무 씨.
[사진 1] 70평생을 피폭자 건강피해 관련 전문가로 살아온 후쿠시마의료생활협동조합 와타리병원 의사 사이토 오사무 씨.

1947(현청 소재지 센다이 시가 동일본대지진 당시 막대한 지진해일 피해를 입었던) 미야기 현에서 태어난 그는 후쿠시마 현립 의대를 졸업하고 히로시마대 원폭방사능 의학 연구소에서 연구임상 활동을 거쳐 후쿠시마생협병원 원장을 역임했다. 히로시마에서는 30년간 피폭자를 진찰하고 일상적으로 교류하며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한편 의사로서 원폭소송(피폭자 인정신청 각하 처분 취소 소송)의 법정에 서서원폭병(atomic-bomb sickness)’을 왜곡하는 견해와 싸웠다. 피폭자에 대한 국가보상을 거부하고, 피폭자를 선량(dose)의 담체(catalytic support)로 취급, “피폭자의 고뇌를 선량으로 칭량(weighing)하는행정당국과도 각을 세웠다. 고향의 와타리병원으로 돌아온 지 3년째 되던 해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가 일어난 이후부터는 선량에 따른 인간과 지역의 분단에 직면, 선량이주술과도 같이 피해자들을 속박하는현실을 목도하며 다수의 관련 소송에 참여,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 왔다. 그런 그조차 선량에 대해 다른 견해를 제시하면 일부 주민들로부터 분노 섞인 비판이 돌아온다고 한다.

 

뉴스톱후쿠시마 특별취재팀(이하취재팀’)

첫 질문은 우리가 선생님을 찾아오게 된 계기와 직결되는 것입니다. 원전 사고 이후 후쿠시마 주민들 사이에 방사선에 의한 건강피해(health damage)가 나타났는지 궁금합니다.

사이토 오사무(이하사이토’)

한국 분들 중 대다수가 일본에서 방사선 피해가 심각한 건강피해를 일으키고 있을 거라 생각하고 계시는지요? 왜 이렇게 여쭤보았느냐면, 일본 국내에서도 후쿠시마 주민들 사이에서 방사선 피해가 심각한 문제이며, 지금도 (후쿠시마에) 출입하는 것이 걱정되며, 위험하다고 보는 분들이 주로 서쪽 지방에 많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과학자라 불리는 분들 중에도 후쿠시마 방사선 피해로 주민들이 해를 입었고, 건강피해가 현실적으로 존재한다고 강한 어조로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시니까요.

 

취재팀

선생님의 말씀은 마치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선 노출이 원인인 건강피해를 회의(doubt)하고 계시는 것 같은 느낌인데요.

사이토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이런 발언을 제가 하면 일본 국내에서조차 비판을 받게 됩니다. 요컨대속고 있다는 거지요다만, 실제 원전 사고로 인해 피난(refuge)하신 분들 사이에서 심각한 건강피해가 나오고 있습니다. 방사선에 의한장해가 아니라 피난이라는사건속에서 일어난 건강피해 말입니다. 이 또한 중요한 원전 사고의 피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IPPNW(핵전방지를 위한 국제의사기구)라는 회의가 있습니다. 1985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는데요. IPPNW2018년 몽골에서 회의를 열었는데, 일본의 원전 사고 상황에 대해 이야기해달라고 해서 제가 프레젠테이션을 했습니다. 여기 어떤 타이틀을 붙였는가 하니, 제 사고의 기본에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만, “낮은 선량과 높은 피해(Low Level Radiation and High Level Consequences)”였어요.

 

취재팀

뭔가 역설적인데,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사이토

동일본대지진 이후 일본의 이와테 현, 미야기 현, 그리고 후쿠시마 현에서 피해가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이와테 현과 미야기 현에서 돌아가신 분들도 계셨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후쿠시마 현에서 더 많은 분들이 돌아가시게 되었어요. 이것이 지진해일과 지진에 따른 대재난과 그 뒤에 연동되어 일어난 원전 사고의 명확한 차이입니다.

이와테나 미야기 분들도 피난의 충격으로 당황하시기는 했지만, 이후, 장래에 대해 희망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반면, 후쿠시마 주민들은 피난 이후 고향에 돌아갈 수 없고, 생업을 어찌 해야 할 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가족마저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장래와 대한 희망을 좀처럼 가질 수 없었던 겁니다. 후쿠시마 피난 주민 중에는 기본적으로 농민이 많은데, 땅을 잃었습니다. 이와테나 미야기의 피난 주민과 비교할 때 멘탈(mental)을 포함, 생활의 재건이 어려웠지요. 돌아가신 분들 중 대부분이 65세 이상입니다. 다시 땅을 구해 다시 밭을 일구기가 극히 어렵습니다. 이와테와 미야기의 피해 주민 가운데서도 가족이 흩어진 경우가 있었겠지만 후쿠시마의 피해는 특별합니다. 방사선과 관련해서도 청년층은 가급적 멀리 피하고 싶어 하고, 고령층은 가능한 한 고향에 가까이 있고 싶어 해서 피해자 중 약 절반은 가족이 이산(discretization)되었습니다. 가족의 분단은 남겨진 고령자분들로부터 살아갈 힘을 앗아갔고요.

 

취재팀

그리고 보면 재난 피해를 입은 분들 사이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지요.

사이토

피난중인 지역민의 마음 상태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졌습니다. 상당한 심리적 고뇌를 안고 있는 비율을 조사한 겁니다. 일본의 전국 평균이 3퍼센트인데 후쿠시마 피난 주민의 경우 이것이 2011년에만 무려 14.6퍼센트에 달했습니다. 매년 점차적으로 비율이 낮아지기는 했지만 2016년에도 (두 배 이상인) 6.8퍼센트였습니다. 이러한 심리적인 배경 하에서 몸을 활발하게 움직이지 못하게 되거나, 식사도 할 수 없게 됨에 따라 다양한 질병이 지속적으로 발병하는마이너스의 연쇄가 일어나 고령자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이를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게 피난 주민의 자살입니다. 후쿠시마는 상승률이 매우 가파르지요. 매년 사망자수가 이와테, 미야기에 비해 많았다는 겁니다.

자살자의 대부분은 고령자였습니다.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생업도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서 가족과도 헤어지게 됨으로써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 것이라 봅니다. “낮은 수준의 방사선량그리고 혹은높은 수준의 피해는 이것을 의미합니다. 그 특징으로 당뇨병, 비만, 고혈압, 대사증후군, 만성신장병, 다혈증 등. 이른바생활습관병(lifestyle related disease)’환자가 늘어난 것을 들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몸을 움직이지 못하니 몸과 마음이 침체되었기 때문입니다.

 

취재팀

갑상선암 환자가 늘어났을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군요.

[그림 1] 선행검사와 제1회 본격검사, 제2회 본격검사 개괄
[그림 1] 선행검사와 제1회 본격검사, 제2회 본격검사 개괄

사이토

[그림 1]을 보시죠후쿠시마 주민의 갑상선암 발견률(discovery rate)과 관련해서 (2011년부터 2013년 사이의 기간을 대상으로 1회의 선행검사, 그리고 2014년부터 2015, 2016년부터 2017, 총 두 번의 기간을 대상으로 2회의 본격검사가 이루어졌다) 가장 먼저 세간에 오르내린 것이 0.04퍼센트라는 수치였습니다. 이를보통이라고 볼 것인지, ‘많은 편이라고 볼 것인지가 문제였는데요. 보통 병원에 가서 갑상선암 진단을 받는 어린이의 비율이 100만 명 중 3명인데, 0.04퍼센트라고 하면 1만 명에 4, , 100배나 늘어난 셈이니 논란이 될 수밖에 없었지요. 하지만 ‘100만 명 중 3이란 증상을 보이기 시작하는 아이들을 병원으로 데려가 검사한 결과이고, ‘1만 명 중 4은 아무런 증상을 보이지 않는 아이들에게 초음파 검사를 실시해 얻어낸 수치입니다. (실제로 [그림 1]의 발견률의 수치는 조사가 거듭될수록 낮아지고 있다)

 

취재팀

같은 선상에서 비교될 수 없는 수치였다는 말씀이십니까.

사이토

여기서과학의 역할은 그것이 정말 방사선의 영향에 의한 것인지 아닌지를 알아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갑상선암 발견률이 방사선 때문인지 여부를 규명하려면 선량이 높은 곳에 있던 사람일수록 발견률이 높아지고, 선량이 낮은 곳에 있던 사람일수록 낮아진다는 선량상관관계가 증명되어야 하겠죠.

이 부분이 최근 들어 밝혀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림 2] 갑상선흡수선량과 갑상선암발생률(제35회 검토위원회 2019. 7. 8)
[그림 2] 갑상선흡수선량과 갑상선암발생률(제35회 검토위원회 2019. 7. 8)

[그림 2]201978일 위원회(주민건강조사 제35회 검토위원회) 보고를 정리한 것으로, 선량이 가장 낮은 곳을 1, 가장 높은 곳을 4로 놓고 갑상선흡수선량이 높은 지역을 판별해놓았습니다. 이 순서대로 발병률이 상승하는지 조사한 거죠. 0.04퍼센트라는 결과가 나온 선행검사에서도, 1회째의 본격검사에서도 상승세가 나타나지 않았어요.

[그림 3] 외부피폭선량(실효선량)과 갑상선암발생률
[그림 3] 외부피폭선량(실효선량)과 갑상선암발생률

[그림 3]은 외부피폭선량과 갑상선암발생률에 관한 것입니다. 선량이 가장 높은 곳이 A, 가장 낮은 곳은 E입니다. 여기서 E의 발생률을 1로 봤을 때 위로 올라갈수록 수치가 상승하면 방사선의 영향을 증명할 수 있을 텐데, 보시다시피 1회째 본격검사 결과가 1인데 반해, 다른 수치가 1.08, 1.05 등을 기록하는 등 역학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2회째의 본격검사 결과도 마찬가지였고요.

방사선 사고로 건강피해가 발생한다고 했을 때, 지금껏 우리가 이해하고 있던 내용은 높은 선량에 노출되면 건강피해가 발생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히로시마나가사키의) 원폭도 그렇고, 체르노빌 사고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낮은 수준의 방사선량일지라도, 방사선 피해가 사회를 망가뜨리고, 커뮤니티를 망가뜨려, 그로인해 대규모 건강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의학에 준 임팩트는 결국 방사선 피해가 어느 정도 영역에서 일어나는지, 예컨대 한집에 방사선 피해가 일어났을 때, 그 가족에게서 암이 발병하는지 만을 보면 되겠지만, 넓은 지역이 방사선에 노출되었을 때는, 선량이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선량이 아니라 방사선에 노출되었다는 사건 자체가 공동체, 그리고 산업을 파괴하거든요

 

취재팀

방금 언급하신 주민건강조사는 후쿠시마 현의 위탁을 받아 후쿠시마 현립 의과대학에서 진행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주장과 같은 맥락에 서있기도 하거니와 정부나 도쿄전력과 다른 입장에서 조사가 진행되었을 텐데, 이에 대해 주민들의 분노 섞인 반응(“속고 있다”)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이토

그 배경에는 원전의 회사나 국가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면, 어떤 정보를 내놓더라도 국민들에게 신뢰받지 못한다는 사실이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신뢰받지 못하는 게 도쿄전력이지요. 또한 정부도 신뢰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낮은 수준의 방사선량을 주민들로서는 믿기 어려운 거지요. 슬픈 일인데요, 선량이 낮은 것을 받아들여 버리면, 정부와 도쿄전력을 용서해 버리게 된다는 갈등이 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 뒤틀림이 있는 것이지요. ‘선량이 이 정도라면 여기서 살아갈 수 있다고 주민들에게 이야기하는 동시에 도쿄전력과 나라의 원자력 발전 정책 또한 전환되어야 함을 같이 이야기할 때에야 비로소 주민들이 제 말을 믿어줍니다. 그런 미묘한 문제가 있습니다.

[사진 2] 사이토 씨가 재직 중인 후쿠시마의료생활협동조합 와타리병원의 소유주는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의 피해 당사자인 후쿠시마 주민들이며, 운영주체는 일본의 진보적 의료단체 민의련(전일본민주의료기관연합회)이다.
[사진 2] 사이토 씨가 재직 중인 후쿠시마의료생활협동조합 와타리병원의 소유주는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의 피해 당사자인 후쿠시마 주민들이며, 운영주체는 일본의 진보적 의료단체 민의련(전일본민주의료기관연합회)이다.

긴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사이토 씨가 다시 한 번 지적한 것은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후에도 변화가 없는 정부의 원전 재가동 방침이다. 도쿄전력을 도산시키는 게 아니라 구제해 기업으로써의 생명력을 지속시키려는 시도가 원전 사고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 원전 사고로 고통 받는 주민들은 이를 보며 정부도쿄전력과 도저히 화해할 수 없다. 따라서 취재팀에게 전한 내용도 후쿠시마 주민, 나아가 국민의 입장에서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탈원전이라는 대의를 따르지 않고는 그 어떤 소통도 이루어지기 어려운 상황. 선량에만 집작하는 태도와 관련해서도 문제제기가 필요하다. 사고의 위험단계로써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같은 등급이었지만 사고로 인한 방사성 물질 누출량은 체르노빌의 10에서 15퍼센트 수준이며, 체르노빌과는 다르게 수소폭발 이후 대기 중으로 방사성 물질이 다량 누출되는 일이 없었던 사실도 엄연히 존재하니까. 이는 선량과 무한한 피해와 그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요구하는데 있어서도 중요하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까 사이토 씨에게는 든든한 연대세력이 있다. 그가 재직 중인 와타리병원이다. 1974년 설립된 이 의료기관의 소유주는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의 피해 당사자인 후쿠시마 주민들이며 운영주체는 일본의 진보적 의료단체 민의련(전일본민주의료기관연합회)이다. 방사능 대책 센터 또한 운영하고 있는 196병상 규모의 이 종합병원은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직후(2011428) 발표한 이사회 성명의 입장(사고의 빠른 수습과 정보 공개를 통한 대책, 후쿠시마 원전 폐로와 탈원전 정책 개발, 주민 및 사고 처리를 맡은 작업원의 건강 피해 방지와 만발성(晩發性) 장애를 포함한 지속적 건강상태 파악, 사회적으로 발생된 모든 피해손해에 대한 전면적인 보상배상의 요구)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이 인터뷰는 일본 최대 진보매체신문 아카하타 편집국의 협조로 진행되었습니다.

*후쿠시마·도쿄 방사능 특별취재팀: 김준일·송영훈·지윤성·홍상현·강양구·김성수·박강수
*취재에 도움을 준 단체: 일본 최대 진보언론 <신문 아카하타>, 일본 방사능 측정 시민단체 <세이프캐스트>, 방사능 측정장비 기업 <램텍><써모피셔사이언티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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