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맨" vs "혁명투쟁" 북미 파국일까, 극적 협상일까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9.12.05 09:1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미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일 군 간부들과 함께 군마를 타고 혁명성지백두산에 올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달 말 중대한 문제를 결정하기 위한 노동당 전원회의도 소집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앞서 북한에 대한 무력사용 가능성을 언급했고 북한은 공식담화로 미국이 무력 사용시 '상응행동'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백두산에 오른 김정은>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군불쬐는 빨치산 대장

지난 1016일 김정은 위원장의 백두산행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번에는 그 규모가 훨씬 커졌다는 겁니다. 10월에는 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현송월 당 부부장 등이 함께 했고 비교적 단촐하게 백두산에 갔습니다. 이번에는 부인 리설주 여사는 물론, 20명 정도의 당과 군 간부들과 함께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를 돌아봤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리설주 여사 및 당 간부들과 모닥불 주변에 쪼그리고 앉아서 불을 쬐는 장면입니다. 장면 하나하나가 연출된 것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의미가 있습니다

백두산행 인원이 늘었다는 것은 개인적인 결단이 아니라 당 차원의 행사라는 의미입니다.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들을 돌아봤다는 것은 항일무장투쟁을 한 할아버지처럼 백두산 혈통인 자신도 반제국주의 반미투쟁을 주도할 것이라는 시그널을 보낸 겁니다. 모닥불에 군불을 쬔 것은 빨치산 시절의 추억을 나름의 방식으로 재현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김 위원장은 언제 와보아도 걸으면 걸을수록 몸과 마음에 새로운 혁명열, 투쟁열이 흘러들고 새로운 의지를 다지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요약하면 결단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미국의 대화에 나서지 않으면 빨치산의 정신으로 반미투쟁이 임할 수 있다는 신호입니다.

 

2.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일 런던 방문 중에 질문을 받지 않았는데도 북한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을 2년여만에 로켓맨이라고 부른 뒤 무력을 사용할 필요가 없기를 희망합니다. 하지만 만약 사용해야 한다면 우리는 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작심하고 북한에 경고를 한 겁니다. 이에 대해 북한군 서열 2위이자 남한의 합참의장에 해당하는 박정천 총 참모장이 맞받아쳤습니다. 박 참모장은 4일 담화에서 만약 미국이 우리를 상대로 그 어떤 무력을 사용한다면 우리 역시 신속한 상응행동을 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연말을 협상시한으로 정해놓았지만 현재까지 미국은 이 시한에 따를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다만 북미 모두 협상의 끈을 놓은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후보자는 3일 미국 워싱턴의 한국 관련 행사에 참석해 희망한 만큼 진정을 이루진 못했지만, 대북 협상을 포기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북특별대표를 맡고 있는 비건은 이달 중순쯤 방한해 한미간 대북전략을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북미 양국의 발언이 거칠어 진 것은 최종적으로 협상테이블에 앉기 전에 우위에 서기 위한 전략적 행동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3. 되는 게 하나도 없다

한국 입장에서 국제 관계는 그야말로 총체적 위기입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악 상황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한일관계는 김영삼 대통령이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고 말한 이후 가장 안 좋은 상태입니다. 남북관계 역시 정전협정이 금방 이뤄질 것 같았던 1년여전과 비교를 하면 그야말로 온탕과 냉탕을 오가면서 더 식은 느낌입니다. 한미 관계도 한일군사정보보호조약 연장과 방위비분담금 협상 문제로 냉각기를 갖고 있습니다. 그나마 한중 관계는 약간 개선의 기미가 보입니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4일 56개월만에 한국에 왔습니다. 주목할 것은 한일 갈등 와중에 중국과 일본이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본쪽 통계를 보면 일본 방문 한국 관광객이 줄었지만 중국 관광객이 크게 늘어나 상쇄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일본 현지투자를 늘리고 있고 일본 고노 다로 방위상은 10년만에 중국 방문을 추진중입니다.

이 상황에서 북미관계마저 평창올림픽 이전으로 돌아갈 상황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한국 정부가 현 상황에서 딱히 할 수 있는게 없다는 점입니다. 대북특사도 트럼프와의 전화도 지금은 쓰기 힘든 상황입니다. 만약 북미협상이 결렬되고 북한이 내년에 ICBM 발사와 핵실험을 재개한다면, 문재인 정부를 향한 책임론이 거세질 것입니다. 단순 중재자를 넘어,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무엇을 했느냐는 진보세력의 비판과, 북한의 위장 평화쇼에 속아서 안보의식만 해이해졌다는 보수세력의 공격을 모두 받아내야 합니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민정수석실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내년 4월 총선을 치러야 하는데 그나마 야당이 지리멸렬하고 무능한 것에 위안을 삼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