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 사망 1년...매일 노동자 3명 죽는 건 그대로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9.12.09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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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은 고 김용균씨 1주기입니다. 지난 주말에는 김용균씨를 기리는 추도식과 추모대회가 여러 곳에서 열렸습니다. 김씨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7일 서울 종로에서 열린 추모대회에서 일자리를 잃을까봐 불이익을 당해도 말하지 못하는, 억울한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수많은 용균이들을 볼 때마다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너를 비록 살릴 순 없지만 다른 사람들이 우리처럼 삶이 파괴되는 걸 막고 싶다고 했습니다. <김용균 1주기>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후퇴한 김용균법

김용균씨의 희생은 노동자 안전을 법적으로 담보하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으로 이어졌습니다. 지난해 1227일 국회는 개정안을 통과시켰으며 2020116일부터 시행이 됩니다. 개정 산안법은 원청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한 것이 골자입니다. 실질적으로 사고에 책임이 있는 원청 사업주가 도급을 줬다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을 막기 위함입니다. 기존에는 화재, 폭발, 붕괴, 질식 등 22개 위험 장소만 원청 사업주가 안전조치를 취해야 했지만 개정안에는 원청사업장 대부분으로 확대했습니다. 또 노동자 사망사고 발생시 처벌수위를 7년이하 징역 혹은 1억원 이하 벌금으로 높였습니다.

하지만 노동계는 개정 산안법으로도 위험의 외주화를 막을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김용균씨가 사망하게 된 이유는 위험한 작업을 여러차례 하도급 주면서 안전에 대해서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 때문이었는데 개정 산안법은 노동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작업 범위가 매우 좁게 설정됐다는 겁니다. 김용균씨가 해오던 화력발전소 연료설비 운전 작업과 구의역 김군이 했던 지하철역 스크린도어 정비작업은 모두 별도의 규제없이 도급을 할 수 있습니다국무총리 소속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김용균 특조위)는 사망사고 발생시 책임자뿐 아니라 기업에도 책임을 지우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제정을 권고 했지만,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안전설비를 갖추고 인력충원을 하는 것보다 사람이 죽어도 뒤처리하는 비용이 더 적게 드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처벌조차 미미합니다. 기업이 돈을 들여 안전시설을 확충할 이유가 없습니다. 20175월, 6명의 목숨을 앗아간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는 올해 5벌금 300만원을 받았습니다.

 

2. 여전한 산재 1

11월 21일 경향신문은 1면에 굉장히 인상적인 기사를 냈습니다. 1면 광고까지 빼고 낸 전면기사에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19개월간 산재로 사망한 사람의 이름과 나이 그리고 사망원인이 적혀 있었습니다(경향신문 인터랙티브 기사). 떨어짐, 끼임, 깔림, 뒤집힘, 부딪힘, 물체에 맞음 등의 단어가 1천번 가량 반복됐습니다. 경향신문은 후속 기사로 1천번 가량의 죽음의 사연을 취재해서 전달했습니다. 소설가 김훈은 특별 기고문에서 이것은 약육강식하는 식인사회의 킬링필드이다. 제도화된 약육강식이 아니라면, 이처럼 단순하고 원시적이며 동일한 유형의 사고에 의한 떼죽음이 장기간에 걸쳐 계속되고 방치되고 외면될 수는 없다고 질타했습니다

한국은 세계 최악의 산업재해국가입니다. 1994년 통계가 집계된 이래 두차례만 터키에 1위를 내줬을 뿐, OECD 산재 1위국을 놓친 적이 없습니다. 산재 사고사는 지난해 971명. 매일 약 3명의 노동자가 공사현장에서 떨어져죽고, 물체에 맞아서 죽고, 기계에 끼여서 죽고 있습니다. 인구 10만명 당 한국의 산재사망자는 약 10명으로 유럽연합의 평균의 5, 네덜란드의 10배 수준입니다문재인 정부는 2022년까지 자살, 교통사고, 산재사고 사망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공약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2018년 산재 사망자는 2142명으로 20171957보다 9.4% 증가했습니다. 

 

3. 등돌린 노동계

문재인 정부에 대한 노동계의 심정은 한마디로 배신감입니다. 촛불혁명으로 집권한 현 정부가 적폐를 일소하고 사회를 대개조할 것이라 믿었지만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는 겁니다. 김용균 특조위는 작업장 환경을 개선하고, 위험한 업무는 직접 고용하도록 하는 등 각종 권고안과 개선안을 내놓았습니다. 노동계는 권고안 중에 제대로 이행된 것이 거의 없다는 입장입니다.

노동계는 문재인 정부의 최근 정책이 반노동적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 1만원 공약 포기,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일부 소득 감소, 탄력근로제 확대로 주52시간 후퇴, 자회사 고용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노동권 축소하는 노조법 개정안 정부 의결, 52시간 재차 유예 등이 모두 노동계를 자극하고 있습니다. 이들 노동단체는 내년 총선 심판까지 거론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은 문재인 정부 내내 이슈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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