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시민들이 측정해 만든 '일본 방사능 지도' 어디까지 믿을수 있나?

  • 기자명 임완수
  • 기사승인 2019.12.19 09:3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0년 한국 국가대표팀이 도쿄올림픽에 참가합니다. 원전사고 지역에서 약 67km 떨어진 후쿠시마 아즈마 스타디움에서도 경기가 열립니다. 한국 응원단 역시 이 지역을 방문해야 합니다.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 이후 최근까지 수 많은 한국 언론의 후쿠시마 방사능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8년째 똑같은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언론 보도를 봐서는 어디가 위험하고 어디가 안전한지 알 수가 없습니다. 팩트체크 미디어 <뉴스톱>은 후쿠시마 주요 지점 방사능을 직접 측정해 방사능 지도를 그렸습니다. 이 기사와 지도가 한국 국민과 정부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중요한 것은 팩트입니다.

[모두를 위해 '후쿠시마 방사능 지도'를 그리다] 시리즈

"그래서, 후쿠시마 어디가 위험하고 어디가 안전하다는 거야?"

JTBC는 왜 일본시민단체로부터 '방사능 편파보도' 항의를 받았나

③ 사고 5km 이내 높은 수치...후쿠시마 경기장 방사선은 '보통'

후쿠시마 음식 37개 측정...전체 방사선 이상 없어

⑤ '후쿠시마 방사능' 위험지역과 안전지역을 확인하다

⑥ "문제 없다"와 "끝났다" 사이에 '후쿠시마의 진실'이 있다

⑦ "후쿠시마 방사능 피해는 암이 아니다. 공동체와 산업의 파괴다"

⑧ "도쿄올림픽 후쿠시마 경기, 원전사고 종식되었다는 식으로 이용될까 우려"

⑨ "일본 방사능 데이터 은폐는 불가능하다. 민간에서 끊임없이 조사하기 때문"

⑩ [기고] 시민들이 측정해 만든 '일본 방사능 지도' 어디까지 믿을수 있나?

⑪ [팩트체크] 일본정부가 원전사고 뒤 방사능 기준치를 낮췄다?

⑫ 방사선 안전기준치와 선량한도치는 100배 차이가 난다

⑬ [팩트체크] 후쿠시마는 체르노빌보다 11배 큰 원전사고다?

⑭ [팩트체크] 후쿠시마 사고 후 도쿄전력 임원들 해외도피?

⑮ [팩트체크] ‘먹어서 응원하자’ 참여한 일본연예인 피폭?

■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와 서울대 SNU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습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건 이후로, 일본에서 일어나는 각종 방사능 정보에 관심이 많아졌고, 몇 언론사들은 직접 일본에 가서 방사능을 측정하고, 그 결과를 기사화 하는 것을 보았다.  필자는 일본 방사능 지도를 만들기 사례를 통해서 시민과학 (Citizen Science)에 대한 잠재력과 한계를 알아보고자 한다.

한국에서는 심각한 초미세먼지 때문에 시민과학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필자가 대표로 있는 한국커뮤니티매핑센터에서는 미국에 있는 커뮤니티매핑 인스티튜드와 같이, 시민들에게 센서를 직접 설치하고 그 정보를 공유하면서, 문제 해결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살아있는 연구실이라는 개념의 리빙랩을 통해, 시민들이 여러가지 IoT와 정보기술을 가지고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 하려는 시도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최근 서울 마곡지역에서 커뮤니티매핑센터가 냄새센서 측정기를 만들고, 주민과 함께 냄새 문제를 해결 하려고 했던 시범사업도 그 중에 하나이다.

마곡지역에서 커뮤니티매핑센터에서 만든 냄새센서로 냄새를 측정하는 자원봉사자들
마곡지역에서 커뮤니티매핑센터에서 만든 냄새센서로 냄새를 측정하는 자원봉사자들
커뮤니티매핑센터의 마곡지역 냄새매핑 시민과학프로젝트  (http://lab.odormap.city)
커뮤니티매핑센터의 마곡지역 냄새매핑 시민과학프로젝트 (http://lab.odormap.city)

 

시민과학이란?

시민과학이란 전문 과학자들이 아닌 아마추어 (시민) 과학자들이 부분 혹은 전 과정을 참여하는 과학연구를 말한다.  조류관찰, 수질오염, 대기오염 등과 같은 사회 문제에 대해,  데이터 수집, 데이터 분석, 더 나아가서는, 이와 관련하여 리서치 하는 것을 일컫는다. 옥스포드 영어사전에 의하면, 전문과학자나 전문기관과 협업 혹은 지침을 따라 일반시민이 수행하는 과학적 프로젝트를 시민과학이라고 정의하였다.

종이와 펜을 가지고, 자원봉사자들이 데이터를 기록하고 취합하여 정리할 수도 있지만, 정보기술의 발달로 3D 프린터, 스마트폰, 모빌테크놀러지로 데이터 전송과 소통이 쉬워졌고, 더 나아가,  클라우드 서비스의 발달로 복잡한 정보 처리 과정이 쉬워져서 손쉽게 시각화 할수 있게 되었다. 비전문가인 일반인도 과학 프로젝트에 참여 할 수 있는 기회가 넓어졌고, 이로 인해  시민과학은 점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미국에서는 시민과학 (Citizen Science)라는 용어가 많이 쓰이는 반면, 유럽에서는 더 넓은 의미의 리빙랩 (Living Lab)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자연과 환경 등의 과학에 관련된 프로젝트가 많은 반면, 유럽에서는 사회 문제를 시민참여를 통해 해결하려는 시도가 많다.

시민과학 프로젝트를 통해, 시민들이 그 분야를 더 잘 이해하고 호기심을 가지고 전문 과학자들과 소통하여 문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공유하게 된다. 뗄렌과 따이트 (Thelen & Thiet, 2018)가 2008년에 내셔널 공원서비스 보고서에 따르면, 다음의 세가지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① 아주 복잡한 연구프로젝트나, 반복적인 일이 많이 요구되는 연구는 자원봉사자가 참여하기 부적절할 수 있다.

② 자원봉사자가 적절한 훈련을 받지 않았을때, 많은 데이터의 에러가 생길 위험이 있다.

③ 참여자가 데이터에 대해 거짓말을 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프로젝트 참여로 인센티브나 보상이 제공될 경우, 이런 위험은 더 높아진다.

데이터의 정확도에 대한 질문은 아직도 논의 중이다. 존 로시(Losey, 2012) 의하면, 비용면에서 아주 효율적인 시민과학 프로젝트는, 적절히 관리만 된다면, 데이터의 질에 대한 걱정보다 훨씬 더 많은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보니 (Bonney, 2014)에 의하면, 적절한 절차, 훈련, 관리가 되어진다면, 자원봉사자들도 전문가 수준에 맞는 데이터를 수집할수 있다고 하였다.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지도에 대해, 세이프캐스트SafeCast의 사례를 가지고 어떻게 시민과학으로 생성된 데이터가 과학적으로 쓰여질 수 있는지 그 한계와 잠재력을 보고자 한다.  2011년 일본에서는 지진으로 생긴 쓰나미로 인해 핵발전소가 파괴되어, 방사능 오염에 대한 우려가 커졌지만, 방사능에 대한 데이터가 시민들에게 제공되지 않았다.  이때 걱정이 된 시민들은 시중에서 쉽게 구할수 있는 부품을 이용하여 이동형 방사능측정기를 만들었고,  방사능 수치를 측정하여 방사능 지도를 만들기 시작했다.  SafeCast는 시민참여, 오픈소스, 그리고 협업을 통해 시민과학 기반의 방사능 측정을 시도하였다. SafeCast는 시민참여를 통해 시간과 위치에 따른 여러 곳의 방사선 데이터를 수집하였고,  2017년까지 전세계에서 약 5천만 건의 데이터를 데이터베이스화 하였다.

콜레티와 다른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Coletti, 2017), 여러 다양한 사람들이 여러 다른 종류의 기기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는 정확도 면에서 우려가 있다고 하였다. SafeCast는 데이터의 정확도를 지키기 위해서 다음의 사항을 준수했다고 한다. 

-모든 전자제품은 외부로 보내기 전에 시험을 거친다

-중간에 무작위로 부품을 선별해서 조립하고, 전 세계의, 독일과 미국, 오스트리아에 있는  인증기관에서 테스트를 받게 한다.  테스트의 결과는 +/- 10% 의 정확도를 보여야 된다. 이런 정확도는 일반산업의 평가 기준과 비슷하게 설정하였다.

하지만 자원봉사자들에게는 다음의 문제가 있을수 있다.

-자원봉사자들의 기술 정도에 따라 실수를 할수 있고, 이는 데이터 정확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방사능 측정기를 사용할 때 사용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아, 데이터의 정확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SafeCast는 자원봉사자들이 데이터를 업로드 했을때, 경험이 많은 활동가들이 데이터 정확도를 확인한 후에 데이터 베이스에 입력될 수 있도록 확인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 과정은 방사능 수치에 대한 지식과, 판단과 경험이 있는 활동가들이 전세계에 많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데이터에 이상한 수치나 에러가 나타나면, 자원봉사자에게 확인 요청이나 설명을 요구하였다. 한 예로, 어떤 우라늄 프로세싱 사이트에서 자원봉사자가 올린 방사능 측정 데이터에 아주 높은 수치가 나왔는데, 알고 보니 자원봉사자가 박물관의 엑스레이 기계를 지나가면서 수집되었던 것이다. 결국 이 데이터는 데이터베이스에 업로드 되지 못했다고 한다 (Brown et al 2016)

Safecast에서 제공된 데이터의 정확도를 테스트하기 위해 몇몇 연구가 진행이 되었다. 2017년에 발표된 두 논문에 의하면, Safecast 시민 과학 프로젝트 데이터는 과학적인 자료로서 사용될 수 있다고 결론되어졌다 (Hultquist & Cervone, 2017). 콜레티 와 그외 학자들 (Coletti et al, 2017)의 또 다른 연구논문에서도, 미국의 에네지국(U.S. Department of Engergy)과 미국 국가핵보안국 (U.S. National Nuclear Security Administration)이 수집한 방사능 데이터와 SafeCast의 데이터를 비교했을때, 두 데이터가 통계적으로 높은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하였다.

많은 연구에서 나온것 처럼 자원봉사자들이나 비전문가들이 수집한 데이터는 기기나 방법론에서의 문제라기보다는, 자원봉사자들이 얼마나 프로토콜을 제대로 이해하고 따랐는지, 또는 절차에 따라 데이터를 수집했는지에 따라 정확도가 결정된다. 정확한 절차와 방법을 따르지 않은 데이터를 가지고 어떤 결과를 도출하는것은 위험한 일일수 있다.  SafeCast에서 하는 것처럼, 자원봉사자들이 수집하는 데이터의 정확도를 끊임 없이 체크를 해줄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

커뮤니티매핑센터에서 미세먼지 센서를 조립하는 부천 송내고 학생들 (2019년)
커뮤니티매핑센터에서 미세먼지 센서를 조립하는 부천 송내고 학생들 (2019년)
커뮤니티매핑센터의 시민참여미세먼지네트웍 (http://lab.mise.today)
커뮤니티매핑센터의 시민참여미세먼지네트웍 (http://lab.mise.today)

재난과 관련하여 시민과학이 활용되기 위해서는, 언제 닥칠지 모르는 재난에 대비해서 시민과 학생들을 끊임없이 교육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한국커뮤니티매핑센터는 시민과학을 기반으로 미세먼지 시민참여네트워크를 구성하여, 아직은 중간 단계이지만, Safecast와 비슷한 방법으로 초미세먼지 데이터를 실시간 측정하여 데이터 베이스화 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시 마곡지역에서 냄새를 측정하는 센서를 개발하여, 시민들과 같이 ‘시민과학과 리빙랩 프로젝트’를 수행하였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커뮤니티의 참여, 참여자들에 대한 교육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임완수 교수는 현재 미국 테네시주, 내시빌에 있는 메헤리 의과대학 가정의학과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또한 동 대학의 커뮤니티매핑 인스티튜트 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퍼블릭 헬스 익스포좀(Public Health Exposome)이라는 데이터 베이스를 관리하고 있다.  한국에는 커뮤니티매핑센터의 설립자이면서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 교통, 정책, 의료 등의 여러가지 다양한 데이터를  관리해 오면서 의료보건 분야의 빅데이터 연구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초미세먼지가 어떻게 심대사질환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References:

Hultquist, C. & Cervone, G. (2017). Citizen Monitoring during hazards:validation of Fukushima radiation measurements. GeoJournal DOI 10.1007

Coletti, M., Hultquist, C., Kennedy, WG., & Cervone, G. (2017).  Validating Safecast data by comparisons to a U.S. Department of Energy Fukushima Prefecture aerial survey. Journal of Environmental Radioactivity, 171, 9-20.

Bonney, R., Shirk, J, L,, Phillips, T. B., Wiggins A., Ballard H. L., Miller-Rushing, A. J., & Parrish, J. K. (2014). Next steps for citizen science . Science, 343, 1436–7. DOI: 10.1126/science.1251554

Brown, A., Franken P., Bonner S., Dolezal N., & Moross J. (2016). Safecast: successful citizen-science for radiation measurement and communication after Fukushima. Journal Radiol. Prot. 36(2), 82-101

Brett, A., Thelen, Rachel K., Thiet (2008). Cultivating connection: Incorporating meaningful citizen science into Cape Cod National Seashore's estuarine research and monitoring programs. Park Science. 25 (1).

Gardiner, M. M.; Allee L. L., Brown; P. MJ., Losey; J. E., Roy, H. E.; & Smyth, R. R. (2012). Lessons from lady beetles: accuracy of monitoring data from US and UK citizen-science programs. Frontiers in Ecology and the Environment. 10 (9): 471–476.

Workshop Report: Learning from Citizen Science after Fukushima, 201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