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한국은 세계 최악의 산재국가”?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9.12.24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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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은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의 1주기였습니다. 이에 앞서 경향신문은 11월 21일자 1면을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 1200명의 이름으로 채웠습니다. 2018년 1월 1일부터 2019년 9월까지 고용노동부에 보고된 중대재해 중 주요 5대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들의 이름입니다. 해당 기사는 소셜미디어에서 많이 공유되며 화제가 됐습니다.

산재, 즉 산업재해 관련 기사에 종종 달리는 댓글이 있습니다. ‘한국은 세계 최악의 산업재해 국가’라는 것입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도 지난 7월 28일 열린 정의당 상무위원회 모두발언에서 “세계 최고의 장시간 노동국가, 최악의 산재국가”라고 말했습니다. 국내총생산(GDP)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으로 이미 선진국이거나 선진국 문턱에 있다는 한국이 산업재해는 세계 최악의 국가인지 확인했습니다.

KBS 방송화면 갈무리
KBS 방송화면 갈무리

10년 간 꾸준히 감소 후 최근 2년 증가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분기별로 산업재해 발생현황 통계를 조사해 발표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인 2018년 지난 해 통계를 살펴보면 근로자수 1907만3438명, 산업재해자수 10만2305명, 산재사망자수 2,142명, 재해율(근로자 100명당 발생하는 재해자수 비율) 0.54%, 사망만인율(근로자 1만명당 발생하는 사망자수 비율)은 1.12를 기록했습니다.

산업재해현황 (출처: 국가통계포털)
산업재해현황 (출처: 국가통계포털)

여기서 근로자수는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가입한 경우를 의미하며, 재해자수는 업무상 사고 또는 질병으로 인해 발생한 사망자와 부상자, 질병이환자(병에 걸린 사람)를 합한 수인데 사망하거나 4일 이상의 요양에 해당해야 합니다. 김용균 씨의 경우와 같은 사고사망자수(업무상 사고로 인해 발생한 사망자수)는 971명입니다.

한국의 산업재해 발생 추이를 보면 최근 10년 간 꾸준히 감소 추세를 보이다가 2017년과 2018년 최근 2년간 다시 증가를 보인 것이 특징입니다.

산업재해율과 산재사망률 (출처 : 한국의 사회동향 2018. 통계청)
산업재해율과 산재사망률
국가별 산업재해율과 산재사망률 (출처: 한국의 사회동향 2018. 통계청)

 (출처 : 한국의 사회동향 2018. 통계청)

고용노동부는 최근 2년간 증가세를 보인 것에 대해 2017~18년에 걸쳐 노동자들이 보다 쉽게 치료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2017년 9월 추정의 원칙(작업기간, 노출량 등 기준 충족 시 반증이 없는 한 업무상 질병으로 승인) 도입, 2018년 1월 사업주확인제도(노동자가 산재 신청 시 사고발생 경위 등에 대해 사업주의 확인 필요) 폐지, 2018년 7월 산재보험 적용사업장 확대(미등록 건설업자 시공공사(2천만 원 미만), 상시근로자 1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등을 도입해 제도를 개선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고사망자 통계도 발생연도를 기준으로 다시 분류하면 2011년 이후 2018년까지 꾸준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산재 사망사고 현황 (출처: 고용노동부)
산재 사망사고 현황 (출처: 고용노동부)

언론에 자주 등장한 '산재사망률 OECD 1위'

세계적인 기준으로 보면 한국의 산업재해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요? 우선 산재사망률은 극히 나쁜 수준입니다. 실제로 ‘한국의 산재사망률 OECD 1위’는 언론에 자주 소개된 기사입니다. ‘산재사망률 OECD 1위’가 처음으로 언급된 자료는 2010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발간한 『2009 OECD 국가의 산업재해 및 사회경제활동 지표 변화에 관한 비교연구』 보고서입니다.

보고서는 국제노동기구(ILO)의 노동 통계자료(LABORSTA)를 활용해 1975년부터 2006년까지 OECD 30개국 가운데 한국의 산재사망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보고서 발간 당시 가장 최근이었던 2006년 기준으로 한국의 산업재해사망 10만인율(10만명 당 사망자 수)는 20.99명으로 영국(0.7명)의 30배, 2위인 멕시코(10명)와 비교해도 2배가 넘는 수준임이 드러났습니다.

보고서는 “각국의 산재 통계 산출 방법이 달라 직접 비교하는 것은 주의가 필요하다”면서도, “이를 고려하더라도 사망재해 건수가 많고 산재 감소율이 낮다는 점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정책적 결단이 시급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한겨레신문은 2014년 4월 30일 <한국 산재 사망자 10만 명당 18명으로 세계 최고> 기사에서 “국제노동기구가 집계한 2008년 산재 통계를 보면 한국은 10만 명당 사망자로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보도했습니다. 2014년 통계도 한국은 OECD국가 중에 최악이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기준 한국의 노동자 10만 명당 산재 사망자는 10.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위였습니다.

또한 같은 해 한국의 산재사고사망만인율(노동자 1만 명당 산재사고사망자)은 0.58인데, 일본은 0.19, 독일은 0.16였습니다. 한국은 일본이나 독일보다 3배 높은 수준이고, OECD 회원국 평균인 0.3보다 2배 정도 높았습니다.

OECD 2015년 통계에서도 10만 명당 산재 사망자는 영국이 0.4명으로 최저이고, 한국은 영국보다 20배 이상 많은 10.1명이었습니다. 한겨레는 1994년 이후 통계가 제공되는 2016년까지 23년 동안 두 차례(2006, 2011년)만 터키에 1위를 내줬을 뿐 ‘OECD 산재 사망률 1위국’의 불명예를 벗은 적이 없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OECD 주요 국가의 산재사고 사망률 2012 (출처 : 산업재해 예방-보상제도간 합리적인 연계방안. 한성대 박두용 교수)
OECD 주요 국가의 산재사고 사망률 2012 (출처 : 산업재해 예방-보상제도간 합리적인 연계방안. 한성대 박두용 교수)

산재사고사망자수는 OECD 3위권

조금 결이 다른 보도와 지표도 있었습니다. 2014년 10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이석현 의원은 고용노동부가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8∼2013년 우리나라의 산재사망률은 근로자 10만명당 평균 8명으로, 터키(15명)와 멕시코(10명) 다음으로 높았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수치는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사이트의 <근로자 십만명당 치명적 산업재해 수(OECD)>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1990년부터 2017년까지 기록에서 한국은 대부분 터키와 멕시코 다음에 위치했습니다.

언론에서도 산재사망률로 소개된 해당 수치는 정확하게는 ‘산재사고사망자수’입니다. 산재로 인한 병이 발생해 사망에 이른 사례는 별도로 분류한 수치입니다.

정리하면, 앞서 보고서를 발간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이어 <뉴스톱>이 자료를 요청한 고용노동부 관계자도 각 국가별로 통계 산출방법, 적용범위, 산업분포, 업무상재해 인정범위 등 기준과 항목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곤란하다고 했지만, 한국은 OECD국가 중 산재사망률은 23년 동안 21회 1위를 기록했고, 산재사고사망률은 2005년 이후부터 꾸준히 3위권을 기록 중입니다.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국가별 산업재해율과 산재사망률 (출처: 한국의 사회동향 2018. 통계청)
국가별 산업재해율과 산재사망률 (출처: 한국의 사회동향 2018. 통계청)

OECD 국가 산재 통계를 보면 한국의 총 산재 사고 발생률은 OECD평균의 25%정도로 굉장히 낮은 편에 속하는 반면 산재로 인한 사망률은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사고가 많은 만큼 사망률도 많은 것이 일반적인데, 한국은 사고는 많지 않지만 사망률은 높습니다. 사망에 이를 만큼 큰 사고가 아니면 산재 사고로 신고 되지 않고 있다는 해석이 유력합니다. 산재율은 여러 가지 변수가 있지만, 사망 사고의 경우 감추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공공입찰 등에서의 불이익 등을 우려해 부상사고는 공상으로 처리하는 등 숨은 산재가 더 많을 수 있는 이유입니다.

뉴스톱의 판단

숫자로도 통계에 숨어있는 해석으로도 한국은 OECD 최악의 산재국가가 맞습니다. 전 세계국가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OECD국가 중 최악이므로 대체로 사실로 판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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