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팩트체크] 북한 관광 다녀오면 미국 입국 금지?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20.01.20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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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20세 되면 3천만원 지급 정의당 공약은 선거법 위반”, “북한 관광 다녀오면 미국 입국 금지”, “고등학교내 선거운동은 불법”. 지난 주 논란이 된 주장입니다. 한 주 동안 언론에 보도된 팩트체킹 관련 주요 뉴스를 소개해 드립니다.

 

1. 비례○○당 불허, '내로남불'?

중앙선관위가 비례자유한국당 등 ‘비례○○당’ 사용을 불허하자 자유한국당은 선관위가 “정권 하수인”으로 전락했다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현재 여당인 민주당이 5년 전 민주당이라는 당명을 변경하는 데 아무 제지를 받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박완수 사무총장도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렸다는 ‘내로남불’ 해석”이라고 주장했습니다. KBS에서 확인했습니다.

2015년 9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정치권을 떠났던 김민석 전 의원이 복권되면서 원외정당인 ‘민주당’에서 정치 활동을 재개했습니다. 당시 제1야당은 새정치민주연합이었습니다.

그런데 2015년 12월 13일 안철수 의원이 탈당을 결행한 후, 새정치연합 측은 ‘더불어민주당’으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기존 원외 민주당 측에서 반발했습니다.

선관위는 이에 대해 두 당의 이름이 뚜렷이 구별된다고 유권해석을 내렸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당명 사용을 금지해 달라며 법원에 냈던 가처분 신청도 기각됐습니다.

서울남부지법의 결정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더불어’는 ‘더불다’ 동사의 활용형으로서 독자적으로 중요한 의미… ‘더불어민주당’에서 ‘민주’라는 부분만이 독자적으로 중요한 부분을 구성한다 보기 어렵다. ② ‘민주’라는 단어를 ‘민주당’만 사용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선관위는 앞서 2007년에도 당시 ‘민주당’이 있었음에도 ‘대통합민주신당’의 약칭인 ‘민주신당’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법원 판단은 달랐습니다. ‘민주당’ 측이 ‘민주신당’은 자신의 당명과 유사하다며 사용 금지 가처분신청을 내자 서울남부지법이 이를 받아들인 겁니다.

당시, 대통합민주신당의 약칭 당명에서 ‘민주’가 핵심이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재판부는 “‘민주당’과 ‘민주신당’은 모두 중요한 부분이 ‘민주’로 동일해 뚜렷이 구별되지 않는 경우”라고 판단했습니다.

정당법 41조 3항은 정당의 명칭(약칭 포함)이 이미 등록된 정당과 뚜렷이 구별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선관위는 해당 규정에 따라 ‘신’, ‘더(THE)’와 같은 당명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신민주당’이나 ‘더 민주당’ 등은 모두 민주당과 혼동될 우려가 있으며, ‘신공화당’ 역시 ‘우리공화당’과 뚜렷이 구별되지 않아 유권자의 혼란을 유발한다는 해석에 따른 것입니다.

이 같은 해석의 연장선상에서 기존 당명에 ‘비례’ 단어만 붙인 경우 역시 “그 자체가 독자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선관위 해석입니다. ‘비례’라는 단어와의 결합으로 이미 등록된 정당과 구별된 새로운 관념이 생겨날 수 없다고 본 겁니다. 이런 해석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위성정당을 만드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구체적 당명은 선관위 해석에 따라 정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당명을 둘러싼 선관위 해석은 일부 법원에서 뒤집힌 경우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져야 한다’는 일관성을 가진 것으로 판단됩니다. ‘내로남불 해석’이라는 주장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2. “만 20세 되면 3천만 원 지급” 정의당 공약은 선거법 위반?

정의당이 총선 1호 공약으로 만 20살 청년에게 3000만 원씩 지급하는 ‘청년기초자산제’를 내걸었습니다. 찬성과 반대 등 여러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집단적 선거유도 매수죄다”, “고발 검토하겠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JTBC에서 팩트체킹했습니다.

JTBC 방송화면 갈무리
JTBC 방송화면 갈무리

우선 한국 법률에는 ‘집단적 선거유도 매수죄’라는 죄명이 없습니다. 비슷한 걸 굳이 찾자면, 공직선거법에 ‘매수 및 이해유도죄’가 있습니다.

선거결과에 영향을 줄 목적으로 유권자 등에게 돈이나 음식 같은 걸 제공하면 안 됩니다. 같은 맥락에서 선거법은 정치인이나 후보자의 기부 행위도 엄격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금권선거를 막겠다는 취지입니다.

지난 20대 총선을 앞두고 한 정치인이 9명의 유권자에게 합계 16만 3000원어치 밥을 샀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또 기억해주십시오”라는 발언도 했습니다. 대법원은 당선될 목적으로 밥을 산 ‘유권자 매수 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공약이 문제된 경우도 있습니다. 한 도의원 후보자가 “처음 내가 받는 봉급은 어려운 이웃에게 주겠다” 이런 문구를 홍보물에 적어서 배포해서 법정까지 간 사례가 있었습니다. 또 다른 한 시장 후보자는, “일가 재산으로 장학재단을 만들어서 시민들이 혜택을 보도록 하겠다”고 공약을 해서 역시 법정까지 갔습니다.

대법원은 모두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고 봤습니다. 앞서 9명에게 밥을 산 경우와는 달리 이 두 사례에서는 금품이나 혜택이 누구에게 구체적으로 제공됐는지 콕 집어서 따지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수혜자가 광범위하거나 모호하단 것입니다. 다만 애초에 법정까지 갈 정도로 시비가 붙은 이유는 후보자들이 자기 봉급 또는 자기 재산으로 표심을 얻으려 했다는 점 때문입니다.

이처럼 ‘자기 돈으로 특정 유권자에게만 선심을 베푸는 행위’와 ‘법이 정한 복지 공약으로 국가가 금전적인 혜택을 주겠다’는 것은 법적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의당 총선 공약 사례는 완전히 다른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의당이 총선 후에 만 20세 청년들에게 현금을 주려면 결국 법을 통과시키고 정부나 지자체의 제도, 정책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렇게 국가기관 또는 지자체가 계획과 예산으로 행하는 것은 공직선거법상 부정한 행위가 아닙니다.

 

3. 고등학교 교내 선거 운동 가능할까?

이번 총선부터 만 18세도 투표를 할 수 있게 됨에 따라 4월 16일 이전에 태어난 일부 고3 학생들이 유권자가 됐습니다. 그러자 학교에서도 선거운동이 가능한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SBS에서 확인했습니다.

SBS 방송화면 갈무리
SBS 방송화면 갈무리

우선 후보자의 교실 선거 운동의 경우, 선거법을 보면 ‘호별 방문’ 선거 운동을 금지한다고 돼 있습니다. 학교 사무실은 공개된 공간이 아니라서 호별 방문에 해당한다는 대법원판결이 있습니다. 교실에서는 선거 운동 안 된다는 게 선관위 해석입니다.

그런데 학교 운동장은 해석이 다릅니다. 선거법에 학교는 연설 금지 장소가 아니라고 돼 있습니다. 즉 학교 교실과 사무실이 아니면 원칙상 연설을 해도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또 학교 담장에 현수막 게시, 교문에서 명함 전달 모두 가능은 합니다.

고등학생들 선거 운동의 경우, 유권자 권리이기 때문에 SNS나 동아리 선거 운동 등 원칙상 가능하지만, 현재 선관위에서 학생들의 선거 운동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습니다.

또 국회에도 선거 운동 기간 시작 전까지 학교 선거 운동과 관련된 법 조항을 보완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학생들의 투표인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취지입니다.

 

4. 북한 관광 다녀오면 미국 입국 금지?

정부가 우리 국민의 개별 북한 관광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을 다녀온 사람은 미국에 갈 수 없게 된다는 주장이 인터넷상에 나돌고 있습니다. 연합뉴스에서 확인했습니다.

북한을 다녀온 사람이 관광이나 업무 등을 위해 미국을 단기간 방문하려 할 경우 방북 이력이 없는 사람에 비해 절차가 더 번거롭거나 까다롭다고는 할 수 있지만 ‘방북 이력’을 곧바로 ‘방미 불가사유’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주한미국대사관 홈페이지에 따르면 2011년 3월 1일 이후에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는 사람은 미국 비자면제프로그램을 이용해 미국을 방문할 수 없습니다.

2009년부터 한국에 적용된 미국비자면제프로그램은 미국 비자를 받지 않고도 지정한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 신청하면 미국 입국허가를 받을 수 있는 제도입니다. 이를 활용하면 관광이나 친지방문, 업무 협의 등을 위한 방미 희망자가 비자 없이 미국에 방문해 최장 90일간 체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 정부는 북한, 이라크, 이란, 리비아, 소말리아, 수단, 시리아, 예멘 등 총 8개국 중 한 나라라도 2011년 3월 1일 이후 다녀온 적이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VWP를 이용한 미국 방문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북한 등을 군사적 임무 수행이나 공무수행을 위해 다녀온 사람은 이 규제의 적용을 받지 않으며, 국제기구나 인도주의 비정부기구의 공식 업무, 언론인으로서의 보도 목적 등을 위해 다녀온 사람도 예외적으로 이 규제의 일시 면제를 받을 수 있지만 그 외 다른 이유로 북한 등을 2011년 3월 이후 다녀온 사람은 비자면제프로그램을 통한 방미는 불가능한 것입니다.

또한, 방북이력 때문에 비자면제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없게 된 사람도 미국 비자를 받으면 미국에 갈 수 있습니다. 비자면제프로그램 이용이 불가능할 뿐 방미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방북 이력이 있는 사람에게 단순히 비자면제프로그램 이용 불가라는 절차적 불편만 더해질 뿐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쉽지 않은 측면도 있습니다. 미국 비자발급이 전적으로 미국 정부의 재량 사항인 만큼 비자 발급 시 방북 사유에 대해 깐깐한 설명을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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