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신종 코로나보다 ‘미국 독감’이 더 심각하다?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20.02.05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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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세계적인 확산으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미국에서 발생한 ‘미국 독감’이 더 치명적이라는 보도와 주장이 나왔습니다. 관련 통계들을 통해 팩트를 확인했습니다.

'미국 독감이 더 치명적' 보도는 미국 CDC가 출처

‘미국 독감’으로 부르는 것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독감(인플루엔자)’을 말합니다. 미국에서는 초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 매년 인플루엔자 시즌이 있어 주기적으로 인플루엔자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발생한 독감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더 치명적이라는 주장은 중앙일보, 한국일보, 서울신문 등 여러 언론 보도를 통해 나왔습니다. 해당 기사들은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발표를 근거로 했습니다. 반면 한국경제는 <'우한 폐렴' 물타기로 '미국 독감' 띄우기?…"한국도 매년 독감으로 3천명 사망">이라는 제목으로 반박 기사를 내기도 했습니다.

CDC는 최근 발간한 <주간 미국 인플루엔자 감시보고서> 2020년 1월 4주차 보고서에서 이번 독감 시즌(2019년~2020년)에 미국 전역에서 1500만 명이 감염되고, 합병증으로 입원한 환자는 14만 명 이상, 그리고 어린이 54명을 포함해 모두 82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미지 출처 :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이미지 출처 :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현재(2월 4일 09시 기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환자는 중국 2만438명을 포함해 전 세계 2만603명, 사망자는 중국 425명과 필리핀 1명 등 모두 426명입니다. 한국에서는 현재 16명의 확진환자가 발생했습니다. 이 가운데, 일본에서 4명, 독일에서 2명의 환자가 무증상 병원체보유자로 확인됐습니다.

 

확산 과정이라 발생현황 단순 비교 어려워

발생현황을 단순하게 비교하면, ‘미국 독감’은 11주 동안의 현황이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지난 12월 31일 처음 보고된 후 5주가 지났습니다. 반대로 독감은 미국 지역만의 통계이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중국 발생환자가 절대다수이지만 전 세계의 발생현황입니다.

게다가 현재 두 질병 모두 발병이 진행 중이라 정확한 비교는 어렵습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한두 주를 고비로 수그러든다면 미국 독감이 더 많은 피해를 기록하겠지만, 반대로 더 악화된다면 ‘치명적’이라는 수식어의 주인 또한 바뀌게 됩니다.

질병의 중증도를 가늠할 수 있는 ‘치사율’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다르면, ‘독감’은 치사율이 0.05%이하인 질환입니다.

이에 비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독감과 사스의 사이인 약 2%로 알려져 있는데, 일부에서는 4~5%, 11%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2002년 사스는 10%내외, 2012년 메르스가 중동에서는 30~40%, 한국에서는 20%를 기록했습니다.

한국으로 한정하면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자까지 합하면 연간 2000~3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는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중국 베이징 지하철역의 모습 (사진 제공 : 중국 베이징에서 박진성, JU ZHU MING)
중국 베이징 지하철역의 모습 (사진 제공 : 중국 베이징에서 박진성, JU ZHU MING)

하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한 모든 수치는 아직 추측에 불과합니다. 정확한 치사율은 질병의 유행이 지나간 다음에 집계됩니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망자 99.9%가 초동대처에 실패한 중국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다른 사회환경적인 요인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세계적인 의학저널인 영국의 란셋(The Lancet)도 “실제 감염 횟수와 전체 질병 스펙트럼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추정치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독감은 예방주사라는 해결책이 있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이번에 처음 발견된 질환이어서 아직 예방책이나 치료제가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미국 독감’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심각한 공중 보건 문제이지만 똑같이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세계경제포럼(WEF)도 “신종 코로나는 새로 나온 변종 바이러스이고 백신도 없다. 매년 세계 전역에서 발생하는 독감은 백신도 나와 있는 데다, 새로운 바이러스와는 비교가 어렵다”고 분석했습니다.

 

정리하면, 현재 발생현황만으로는 미국에서 유행중인 계절독감이 더 심각해 보이지만, 치사율이나 예방과 치료법을 감안하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협이 더 커 보입니다. 또한 ‘미국 독감’의 경우 수십년동안 주기적으로 발생해 왔기 때문에 통계가 의미가 있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최초 발병에 아직 전염이 진행중이라 관련 수치는 예상치에 불과합니다. “미국 독감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더 심각하다”는 주장은 아직은 판단이 불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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