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정당, 제도적으로 막을 방법이 있다

  • 기자명 김수민
  • 기사승인 2020.02.25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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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8일, <동아일보> 김순덕 대기자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안을 “군소야당 특히 위성 정당 같은 정의당 의석을 늘려줌으로써 좌파 독재를 꾀하는 ‘야만의 트랙’ 또는 트릭이다”라고 주장했다. 정의당 같은 소수정당에게 유리한 선거법을 민주당과 정의당이 협잡하여 통과시켰다면서 정의당을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현실은 준연동형 비례제에 그토록 반대하던 미래통합당이 위성정당(미래한국당)을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에서도 위성정당 만들기 시나리오가 흘러나온다.

 

 

이번 총선에서 시행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3% 이상 지지를 얻은 정당 가운데 지지율에 비해 지역구 의석수가 낮은 정당에게 우선 비례대표 의석을 배정하는 제도다. 무소속 당선자 의석을 제외한 의석을 총의석으로 설정해 정당 지지율 만큼의 의석수를 구하고, 그것과 지역구에서 획득한 의석수를 뺀 다음, 그 절반을 일단 보정의석으로 그 당에 할당하는 것이다. 각당이 가져간 보정의석이 30석을 넘는 경우, 30석을 놓고 각당이 의석 부족분을 견주어서 의석을 가져간다. 비례대표 47석 중 최대 30석을 보정의석으로 배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 남는 비례대표 의석인 최소 17석은 3% 이상 얻은 모든 정당이 자기 지지율만큼 나눠 갖는다. 가령 각 정당의 정당득표율과 지역구 의석수를 가정하면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온다.

 

#시나리오1 (위성정당 없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적용)

정당

정당득표율

지역구 의석수

보정용 의석

잔여 비례 의석

최종 의석수

A

40%

120

0

7

127

B

30%

105

0

5

110

C

20%

15

19

3

37

D

10%

5

11

2

18

무소속

0%

8

0

0

8

총합

100%

253

30

0

300

 

거대양당 중 하나가 위성정당 내면, 소수정당 몫 빼앗아

가령, 이때 보정용 의석을 하나도 갖지 못한 B정당이 지역구 후보 없이 비례대표 후보만 내 비례대표 의석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려 별도로 창당하는 것이 바로 ‘위성정당’이다. 이때 본정당은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는다. 이 위성정당은 현행법상 본정당과 동일하거나 매우 유사한 당명을 쓸 수가 없고, 같은 기호를 배정받을 수도 없다. 그러한 여건을 고려하여 본정당 지지율 10%가 유실되었고 위성정당은 27%의 득표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3% 이상 지지율 정당이 더 발생하지는 않았다고 치자.

 

#시나리오2 (한 정당만 위성정당 만들었을 때)

정당

정당득표율(%)

지역구 의석수

보정용 의석

잔여 비례 의석

최종 의석수

(본정당+

위성정당)

A

40%

120

0

7

127

B

0%

105

0

0

105 (127)

C

20%

15

8

3

26

D

10%

5

5

2

12

B위성

27%

0

17

5

22

무소속

0%

8

0

0

8

총합

97%

253

30

17

300

 

A정당은 의석수가 줄지 않았다. B정당은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아 지역구 의석인 105석이 전부가 되었다. 시나리오1에서 나온 110석에 비해 5석이 감소한 105석이다. 하지만 위성정당을 내보내 22석을 차지했고, 이를 B정당의 의석에 합치면 127석이다. A정당과 동률을 이루며 공동 제1당이 된다. 한편 지지율이 지역구 의석수보다 C정당과 D정당의 의석 총합은, 시나리오1에서는 55석에서 38석으로 대폭 감소한다. 이들이 가져간 비례대표 의석이 35석에서 18석으로 절반 가까운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B위성정당이 CㆍD정당을 밀어낸 꼴이다.

그런데 A정당까지 위성정당을 낸다면? 자기 의석수는 줄지 않았지만 B정당이 자신의 제1당 지위를 위협하기 때문에 그것을 시도한다면? A위성정당 역시 위에서 나온 가정대로 본정당 지지율이 10%를 잃어버린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3% 이상 지지율 정당이 더 발생하지는 않았다고 치자. 다음과 같은 의석이 나온다.

 

#시나리오3 (두 정당 모두 위성정당 만들었을 때)

정당

정당득표율(%)

지역구

의석수

보정용 의석

잔여 비례 의석

최종 의석수

(본정당+

위성정당)

A

0

120

0

0

120 (141)

B

0

105

0

0

105 (121)

C

20%

15

2

4

21

D

10%

5

2

2

9

A위성

36%

0

15

6

21

B위성

27%

0

11

5

16

무소속

0

8

0

0

8

총합

93%

253

30

17

300

 

C정당과 D정당의 의석수 총합은 시나리오1에서 55석, 시나리오2에서 38석, 시나리오3에서는 30석으로 감소한다. A정당은 위성정당까지 끌어들이면 141석으로 시나리오1, 2에서의 127석보다 훨씬 높다. B정당은 위성정당 의석을 합치면 121석으로, 시나리오2의 127석보다는 낮지만 시나리오1의 110석보다는 높다. 이런 결과는 종전의 선거제도와 비교하면 어떨까? 같은 의석수와 지지율을 종전 선거제도에 따라 시뮬레이션 해보고, 각 시나리오에 따른 결과를 나란히 둬보자.

 

거대양당이 다 위성정당 만들면, 종전 선거제도보다 더 퇴행

선거제도 개혁의 목적은 ‘비례성 제고’였다. 풀어서 쓰면 지지율에 비해 의석수가 낮은 정당에게 우선적으로 의석을 추가해준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선거제 개혁의 결과, C정당과 D정당은 종전 선거제도에 비해 높은 의석이 나와야 한다. 종전 선거제도에 비해 지지율만큼의 총의석수에 근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B위성정당이 들이닥치는 시나리오2에서는 그나마 선거제 개혁의 효과가 있었다. 물론 그것도 개혁 효과는 매우 떨어진 상황이다. 하지만 A위성정당이 덩달아 생겨난 결과, 종전 선거제도보다 비례성이 더 낮아졌다.

#종전 선거제도

정당

정당득표율

지역구 의석수

비례 의석

최종 의석수

A

40%

120

19

139

B

30%

105

14

119

C

20%

15

9

24

D

10%

5

5

10

무소속

0%

8

0

8

총합

100%

253

47

300

 

#각 시나리오 비교

정당

시나리오1

시나리오2

(B위성정당 출현)

시나리오3

(AㆍB 위성정당 동시 출현)

종전 선거제도

지지율

만큼의 총의석수

A

127

127

141

139

117

B

110

127

121

119

88

C

37

26

21

24

58

D

18

12

9

10

29

무소속

8

8

8

8

8

총합

100

253

300

300

300

 

위에서 가정한 정당구도와 각 정당의 지지율 및 의석수는 모두 허구이고 가상이다. 하지만 위성정당 출현에 따른 시나리오는 목전에 다가와 있다. 시나리오2는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만들어낼 결과를 예고하고 있고, 민주당까지 위성정당을 만들면 현실은 시나리오3에 다가서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했는가? 미래통합당과 보수 진영 논객들은 준연동형 비례제를 그토록 반대하면서 위성정당 출현 가능성을 제기해놓고 이제 와서 자신들이 그것을 결행하거나 방조하고 있다. 아울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책임을 지적해야겠다. 정당법 제2조(정의)는 정당을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책임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하고 공직선거의 후보자를 추천 또는 지지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의 자발적 조직”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위성정당이 ‘자발적 조직’인가?

 

석패율제와 '정당투표 자동등록’이 필요하다

미래통합당 인사들은 노골적으로 의견을 제시했을 뿐더러 창당 과정에 깊숙이 참여했다. 미래한국당 경북도당의 창당대회는 미래통합당 최교일 의원 사무실에서 거행되었으며, 최 의원은 대놓고 두 당이 ‘자매정당’이라 표현하며 “뜻을 같이 하는 정당이다. 부인하지 않는다. 숨길 것도 없다”고 발언했다. 중앙선관위는 미래통합당 창당 승인을 불허해야 할 의무를 해태했다.

선거법 내용에는 문제가 없었는가? 지난해 4월 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어 패스트트랙을 타고 본회의에 상정되었던 법안에는 ‘석패율제’가 있었다. 비례대표 의석을 권역별로 배정하고, 그 의석 일부를 아깝게 떨어진 지역구 후보에게 배당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에 따르면 비례대표 전용 위성정당을 만들고 본정당은 지역구에만 후보를 내는 제도는 순항하지 못했을 것이다.

비례대표 의석 일부가 석패자에게 돌아간다면 위성정당 역시 지역구에 후보를 내야 한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본정당의 지역구 후보는 석패자가 되어 비례대표 의석을 통해 국회에 입성하는 기회를 부여받지 못한다. 석패자를 포함한 비례대표 의석을 위성정당에 몰아준다면 본정당내에서 반발이 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길은 두 가지다. 첫째, 복잡한 계산을 뒤로 하고 본정당 역시도 비례대표 후보를 내는 것이다. 이러면 정당득표는 본정당과 위성정당으로 갈리게 되는데 얼마만큼 갈리며 최종 결과는 어떨지 어림하기가 어렵게 된다. 둘째, 그냥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석패율제가 위성정당 출현을 완벽히 차단하지는 못하더라도, 석패율제가 없어진 것은 위성정당 만들기에 돛을 달아주었다. 선거법 개정을 추진했던 주체 가운데 석패율제가 없어지는 데 일조한 정당은 첫째 민주당이고, 둘째 대안신당이다. 대안신당은 지지율만큼의 의석수에 보다 가까워지는 길보다 호남 지역구수의 감소를 막는 일에 치중했고, 본래 225대 75로 짜여져 있던 지역구 대 비례대표 의석의 편차를 더 크게 벌리는 단초를 제공했다. 민주당은 비례대표 배분 방식이 자당에게 과거보다 불리한 데다가 비례대표 의석수를 75석으로 늘리지 못하고 47석을 유지함에 따라 석패율제를 버렸다. 석패자에게 의석이 할당되는 만큼 당이 직접 공천하는 자리가 줄기 때문이었다.이렇듯 석패율제가 위성정당의 출현이나 활동을 저해하는 요인이 있음은 분명하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석패율제 도입은 긍정 효과가 있으므로 ('석패율제, 과거엔 민주당이 추진하고 진보정당 반대했다' 참조) 향후 선거제도 개혁에서 재논의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밖에도 위성정당을 보다 더 근원적으로 봉쇄하는 방법이 있다. 지역구 후보를 낸 정당은 자동으로 정당명부 투표에 등록하는 것이다. ‘따로 비례대표를 낼 여력이 없다’고 항변할 정당도 있을 수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정당의 자유를 얼마간 침해하는 제도다. 그렇다면 비례대표 후보를 따로 내지 않았은데도 정당투표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받는 정당은, 지역구 후보자 가운데 석패자를 당선시키도록 한다거나, 혹은 미리 지역구 후보들 몇몇을 비례대표 후보에 동시 등록하는 것을 보장하면 된다. 이는 후보 등록에 필요한 추가 인원이나 자금력이 부족한 소수정당에게도 도움이 된다. 단순히 위성정당 방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당의 자유와 활동을 일반적으로 더욱 보장하는 제도이다.

 

현재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표로 심판’

문제는 이러한 제도들이 총선에서 시행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데 있다. 미래통합당은 합의에 응하지 않을 것이다. 원내교섭단체를 이룬 여야 정당들이 합의하지 않으면 본회의에 개정안이 상정될 수 없다. 지난해 선거법 개정처럼 패스트트랙에 태운다 해도, 총선 이전은 물론 제20대 국회 마지막날인 5월 30일 이전에도 통과될 수 없다. 지금부터 공론화해서 다음 국회가 열린 이후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번 개정 선거법이 그대로 시행되는 가운데서도 위성정당의 부당 이득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가? 일단은 기대효과가 있다. 정당투표용지에서 각 정당은 1차적으로 정당 의석수에 따라 기호 및 순번을 배정받는다. 미래통합당의 (그리고 어쩌면 민주당의) 위성정당은 최대한 윗 순번을 받으려고 할 것이다. 그러려면 바른미래당, 대안신당, 민주평화당의 합당으로 만들어질 정당의 의석(20석 예상)보다 더 많은 의석을 위성정당이 확보해야 한다. 위성정당은 불출마하는 의원들을 붙잡을 계획인데, 의원에 따라 이를 거부할 경우도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상위 순번을 받는 정당은 추가 득표 효과를 누린다. 구체적으로 얼마나 표가 유실될지 알 수 없지만, 위성정당이 본정당처럼 윗 순번에 들어가지 못한다면 유실되는 표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위성정당 창당이 널리 알려지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어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몰라서 못 찍는’ 사례는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남은 방도는 하나, 반칙행위에 대한 심판 여론을 조성해서, 위성정당 시도를 위축시키거나 선거 결과로 보여주는 것이다. ‘#정당투표는_위성정당만_빼고’,  ‘#위성정당의_숙주는_빼고'와 같은 캠페인이 시작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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