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향해 "저능, 강도, 바보, 세살" 막말한 김여정의 속내는?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0.03.0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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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3일 밤 담화를 내고 청와대를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2일 청와대가 북한의 합동타격훈련과 단거리 발사체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겁니다. 그런데 표현 수위가 매우 높았습니다. ‘저능한 사고방식’ ‘강도적인 억지주장’ ‘세살 난 아이’ ‘완벽한 바보등의 조롱이 눈에 띄었습니다. <청와대 향해 막말한 북한 김여정>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중심에 선 김여정

백두혈통인 김여정 부부장이 직접 담화를 발표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정부에 대한 비난 담화는 김정은 외교라인의 핵심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나 김계관 외무성 고문이 담당했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이 자기 이름으로 대남성명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과거 김여정은 주로 오빠 김정은을 수행하며 남북관계의 비선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제 김여정 본인이 전면에 나섰다는 것은 남북관계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역할을 맡게 됐으며 위상이 올라간 것으로 해석 가능합니다.

김여정의 북한 내 위상 강화는 예견된 상황입니다. 유엔과 미국의 경제제재로 북한 체제가 흔들릴 조짐을 보이자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말 믿을만한 혈육 김여정을 권력의 중심에 배치했습니다. 김여정 공식 직함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지만 당 핵심 기관인 조직지도부를 지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리만건 조직지도부장이 공개 해임된 뒤 사실상 조직지도부 1인자가 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여정은 최근 조직지도부 비상회의를 주관하며 지난해 말 열린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과업을 관철하기 위해'충성의 결의모임 결정서''충성의 편지'를 올리라는 지시를 당 간부들에게 내렸다고 합니다.

 

2. 마지막 선은 넘지 않았다

지난 2일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하자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정경두 국방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이 화상회의를 연 뒤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 발사를 재개하고 원산 일대에서 합동타격훈련을 계속해 군사적 긴장을 초래하는 행동을 취한 데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한 북한의 공식 반박이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문입니다. 그런데 제목이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입니다. 북한이 청와대를 지명해 비판했다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분명한 메시지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김여정 부부장은 우리는 군사훈련을 해야 하고 너희는 하면 안 된다는 논리에 귀착된 청와대의 비논리적이고 저능한 사고에 강한 유감을 표명해야 할 것은 바로 우리다. 이 말에 기분이 몹시 상하겠지만 우리 보기에는 사실 청와대의 행태가 세 살 난 아이들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강도적이고 억지 부리기를 좋아하는 것은 꼭 미국을 빼닮은 꼴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미국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을 비판한 겁니다.

다만 김여정은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며 책임을 묻는 방식은 피했습니다. 문 대통령에 대한 존중을 보였다는 점에서 선은 넘지 않으려는 북한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까지는 대화의 여지를 남겨뒀다는 겁니다.

 

3. 불안해진 한반도

북한이 최근 단거리 발사체를 쏘고 청와대를 향해 거친 비난을 한 것은 '되는 것이 없는' 현 상황에 대한 북한의 불편한 심기를 보여준 겁니다.  북미협상의 경우 완전한 교착상태로 돌파구가 없습니다. 이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트럼프에 이용만 당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수년간 지속된 경제제재로 북한 살림살이는 피폐해졌습니다. 북한 내부에서는 불만이 터져나오며 김정은 리더십에 대한 의심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 파기를 선언하고 전면적인 핵실험 재개를 선언할수도 없습니다, 이란 솔레이마니 암살에서 보듯이 미국은 적국지도자를 향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바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북한의 불만은 한국 정부에 쏠릴 수밖에 없습니다. 막말 담화는 사실상 교착상태인 남북관계에 대한 경고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항상 웃는 얼굴로 한국 인사들을 만났던 김여정을 내세운 것도 한국 정부에 대한 북한의 엄청난 실망을 표출한 것입니다. 교착상태인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선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한 상황인데 여러 주변 여건상 쉽지가 않아 불안한 관계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핵실험은 어렵지만 단거리 미사일 발사로 한국이나 올림픽을 앞둔 일본을 지속적으로 자극할 수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앞으로도 북한은 지속적인 국지적 도발을 할 것이고 한반도 정세는 당분간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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