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렵지만 돌보러 나간다, 그런데 우린 누가 돌봐주지?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0.03.16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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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감염증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장기화하면서 많은 국민들이 고통에 내몰리고 있다. 그나마 여건이 나은 기업의 노동자들은 재택근무, 유연근로 등으로 감염 위험을 낮추고 있다. 하지만 그마저도 불가능한 대다수의 근로자들은 불안에 떨며 출근길 대중교통에 몸을 싣는다. 일감이 끊겨 ‘코로나 보릿고개’에 내몰린 노동자들은 생활고에 직면하고 있다.

구로구 코리아빌딩 콜센터 관련 코로나19 확진자가 90명이나 발생하면서 제 2의 신천지 사태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콜센터 상담원처럼 업무 특성상 감염 위험이 높은 직종의 노동자들은 공포에 떨며 일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아예 일거리가 끊겨 전혀 수입이 없는 상태에 내몰리는 노동자들도 있다.

11일 민중당이 주최한 코로나 사태 19 , 차별받는 비정규직 노동자 증언대회/ 출처:민중당
11일 민중당이 주최한 코로나 사태 19 , 차별받는 비정규직 노동자 증언대회/ 출처:민중당

 

민중당은 11일 ‘코로나 사태 19 , 차별받는 비정규직 노동자 증언대회’를 열었다. 이날 대회엔 학교비정규직, 택배 노동자, 마트 종사자, 돌봄 종사자 등 다양한 직종의 노동자들이 증언대에 섰다.

박윤숙 서울 경일중고 조리실무사는 “예기치 못하게 개학이 3주 연기되면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방학 때 근무하지 않는 급식, 특수실무사, 미화 직종 등 교육공무직 10만여명이 무임금 휴업 상태에 놓여있다”고 전했다. 그는 “코로나 (감염) 위험보다는 대출금 이자와 카드값 납부가 걱정이라는 조합원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고용노동부가 ‘코로나 학교 휴업’을 불가항력에 해당하는 사유로 보고 휴업수당을 지급하지 않다도 된다고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그는 “교사는 교육공무원법에 따른 자율연수로 유급으로 쉬지만 학교비정규직은 무급으로 방학이 연기돼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고 덧붙였다.

맞벌이 부부가 불안감을 안고 직장을 향할 때 유치원, 초등학교 등에서 긴급 돌봄을 담당하는 비정규직 돌봄 전담사들은 속을 끓이고 있다. 별다른 지원없이 감염 위험에 내몰리며 아이 돌봄에 대한 책임은 고스란히 자신들에게 전가되기 때문이다. 

안종화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돌봄분과장은 “코로나19 관련 긴급돌봄 정책은 교직원 전제가 다함께 비상대응체계로 운영한다고 했지만 현실은 다르다”며 “정규직인 교사는 역할분담을 회피하고 있고 비정규직인 돌봄 전담사만 그 책임을 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전국 공통의 안전메뉴얼과 구체적인 대응지침을 하루빨리 내려 달라”고 촉구했다. 또 “정부는 감염병 심각 단계에 맞춰 현행법상 무급인 가족돌봄휴가를 유급처리하도록 적극 권장하고 사용자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이돌보미와 장애인활동지원사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마스크, 손소독제, 체온계 등 감염 예방을 위한 필수 물자 부족에 시달리고, 코로나19 관련 연계가 취소되거나 확진자와 접촉해 자가격리되면서 아이돌보미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오주연 공공연대노동조합 아이돌봄분과 군산분회장은 “감염예방 물품 지급 및 점검, 코로나19로 인한 연계 취소 시 급여 보장, 19 자가격리 또는 확진시 유급휴일 보장 및 산재 보상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방과후 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방과후 강사들은 일이 끊겼다. 김경희 방과후강사노동조합 위원장은 “코로나19로 인해 2월초부터 방과후 수업을 중단한 곳도 있고 2월 마지막 주에는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방과후 수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예정대로 오는 22일 개학을 해 곧바로 수업을 한다고 해도 강사료는 빨라야 4월말이나 5월초에 입금된다”고 말했다.

그는 “3월과 4월은 수입이 전혀 없게 되고 강사들은 저금리 생활자금이라도 대출해주면 좋겠다, 또는 첫 강사료는 미리 지급하면 좋겠다는 하소연을 한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쇼핑의 비중이 크게 늘고 택배량이 급증하는 바람에 택배 노동자들은 살인적인 노동강도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12일엔 코로나19 사태 이후 폭증한 물량으로 과로에 시달리던 40대 쿠팡맨이 새벽 배송 중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김진일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정책국장은 “택배업무의 특성상 감염 위험이 대단히 높을 뿐 아니라 택배노동자가 감염될 경우 국민건강을 위협할 수도 있는 문제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택배노동자들에게는 가장 초보적인 마스크와 손소독제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등 택배노동자는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이유로 안전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고 지적했다.

택배연대노조는 택배사에 대해 ①면대면 접촉을 통한 배송을 즉시 중단 ②코로나19 관련 폐쇄건물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택배기사에게 제공하고 즉시 배송을 중단 ③허브 및 서브터미널 모든 시설을 매일 소독 ④택배사는 모든 택배기사들에게 마스크 및 손소독제를 지급하고 매일 출근시 발열체크를 , 시행할 수 있는 대책 마련 ⑤자가격리 대상자 또는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택배사들은 택배노동자들의 생계문제를 우선 책임질 것을 요청했다. 정부에는 안전관리수칙을 마련하고 실질적 감독이 이뤄지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김 국장은 “모든 조합원들은 고객들의 일상생활의 불편이 없도록 정상적인 배송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택배 배송시 면대면 접촉을 피할 수 있는 배송방안을 택배주문시 배송메세지를 통해 남겨주시길 간곡하게 요청드린다”고 택배 고객에게 부탁했다.

 

마트 배송기사들도 사람이다. 배달 물건이 너무너무 무거우면 엄청 힘이들고 때론 병에 걸리기도 한다. 출처:마트산업노동조합
마트 배송기사들도 사람이다. 배달 물건이 너무너무 무거우면 엄청 힘이들고 때론 병에 걸리기도 한다. 출처:마트산업노동조합

배송주문이 몰리고 있는 대형마트 배송 노동자들도 열악해진 근로조건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정민정 마트산업노조 사무처장은 “국가적인 위기인 상황에서도 대형마트 회사들은 매출 증가에만 온통 관심이 가있다”며 “배송건수와 물량이 늘어나면 주문한 상품을 담는 피커와 배송 인력의 충원과 이들의 노동강도를 줄이기 위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하지만 여기에 대한 대책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정 사무처장은 “대형마트의 배송노동자는 고강도의 장시간 육체노동에 노출되어 있고 사고 역시 빈번하다”며 “이들을 위한 보호 대책과 사후 조치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생수 2리터짜리 6병 묶음을 10묶음, 11묶음을 배송한 사례와 쌀 239kg을 배송한 사례를 제시했다.

 

정민정 마트산업노조 사무처장이 마트 배송기사의 열악한 실태를 설명하고 있다. 출처: 민중당
정민정 마트산업노조 사무처장이 마트 배송기사의 열악한 실태를 설명하고 있다. 출처: 민중당

 

전국 34만명에 이르는 방문요양보호사들도 일거리가 끊길 위기이다. 전지현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사무처장은 “재가 방문 요양은 확진자, 접촉자로 인한 격리가 아니라 예방차원으로 보호자가 서비스중단을 요청해 서비스가 중단되면 무급 처리된다”고 밝혔다. 예방적 건물 전체 격리를 진행하는 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에게 24시간 숙식을 요구하며 추가수당은 지급하지 않는 사례도 보고됐다.

자가격리 장애인을 돌보는 활동지원사들도 감염 예방을 위한 매뉴얼이 없어 불안에 떨고 있다. 강광철 공공연대노동조합 장애인활동지원사 서경지회 준비위원장은 “조속히 현장 활동지원사들에게 체온계 손소독제 마스크를 지급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며 “장애인들의 감염 예방을 위해서도 신속하게 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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