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영남대에 장학금 특혜 의혹' 한겨레 보도는 근거 없다

  • 기자명 대학교육연구소
  • 기사승인 2018.11.01 09:5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0월 24일 한겨레는 '‘박근혜 이사장’이었던 영남대, 국가장학금 가장 많이 받았다'라는 기사를 냈다.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가 출처다. 기사는 "국가장학금 제도가 처음 시행된 2012년 이후 7년 동안 영남대가 가장 많은 국가장학금을 지급" 받았는데, "영남대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연관성 아니고는 설명이 힘들어 보인다”는 유승희 의원의 의견을 싣고 의혹을 제기했다.

 

영남대, 7년간 국가장학금 가장 많이 받은 것은 사실

익히 알려졌듯이 영남대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대구대와 청구대를 강제 통합해 만들었고, 1980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사장에 취임했다. 1988년 대규모 입시부정 등 재단비리가 터지면서 박근혜 이사도 해임됐고, 2009년까지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됐으나, 이명박 정부 때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이사 7명 중 4명을 추천하면서 실질적인 ‘영남대 주인’으로 복귀했다. 영남대 구성원들은 최근까지도 박근혜 재단 퇴진 촉구와 학교 정상화를 요구하며 촛불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영남대가 박근혜 대통령 영향으로 전국 대학 가운데 국가장학금을 가장 많이 받았다면 매우 심각한 문제다. 정부가 소득 수준에 따라 전체 대학생에게 지급하는 국가장학금에 정치적 영향이나 입김이 작용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주장은 사실일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유승희 의원실을 통해 보도자료를 직접 확인해 봤다. 유승희 의원은 한국장학재단에서 제출받은 ‘대학별 국가장학금 지급 내역’을 근거로 국가장학금이 지급되기 시작한 2012년부터 올해까지, 영남대가 국가장학금을 가장 많이 지급받았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7년간 국가장학금 유형별(Ⅰ유형, Ⅱ유형, 다자녀) 지원 금액을 합산한 결과, 영남대는 총 2259억원1000만원을 지급 받았다.

왜 영남대는 국가장학금을 가장 많이 받았을까

지방대학인 영남대가 국가장학금 전국 1위라는 사실에 많은 사람이 의문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영남대는 과연 박근혜 전 대통령 때문에 이처럼 많은 국가장학금을 받은 것일까.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가장학금 제도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국가장학금 제도는 대학생 소득분위에 따라 국가가 장학금을 지급하는 제도로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부터 시행됐다. ‘반값등록금’ 도입 요구가 거세지자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2년 대선에서 ‘2014년까지 대학생 반값등록금 실천’을 공약하고, 소득 하위 80%까지 ‘소득 연계 맞춤형 국가장학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국가장학금 지원 대상은 2012년 소득 3분위에서 2013년 8분위로 늘었고, 같은 기간 전체 예산도 1조7500억원에서 2조7750억원으로 늘었다.

국가장학금은 소득분위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Ⅰ유형과 대학의 자체노력 결과(장학금 지급)에 따라 정부가 매칭해서 지급하는 Ⅱ유형으로 구분되고, 3명 이상 자녀를 둔 가정에 지급되는 ‘다자녀 장학금’도 있다.

 

학생 수 많고 소득분위 낮을수록 많이 받게 설계된 국가장학금

2018년 국가장학금 예산은 총 3조6845억원으로 ‘Ⅰ유형 장학금’ 2조9416억원(80%)과 ‘다자녀(셋째 이상) 장학금’ 2629억원(7%)이 전체 87%를 차지한다. 이 둘 장학금은 대학생이 어느 대학에 다니건 소득 8분위 이하면 지원받는다. 소득분위는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하는 기준중위소득과 연계해 한국장학재단이 학기 단위로 발표한다. 따라서 대학에 학부 학생 수가 많고, 소득 8분위 이하 학생이 많을수록 국가장학금은 당연히 많아진다.

2018년 영남대 학부 재학생 수는 2만1142명으로 전국 329개 대학 중 11번째로 많고, 재학생 중 7110명이 1학기에 Ⅰ유형 국가장학금을 지원 받아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았다. 지원액이 가장 많은 기초・차상위~소득 3구간(연간 520만원) 학생 수도 영남대는 세 번째로 많았다. 그 결과 영남대 2018년 1학기 ‘Ⅰ유형 국가장학금’ 총액은 124억원으로 전국 2위였다. 뿐만 아니라 소득 8구간 이하 다자녀 학생에게 지급되는 ‘다자녀 국가장학금’도 전국 8위였다.

이런 경향은 2018년 1학기 뿐만 아니라 2012~2017년에도 비슷했다. 결국 영남대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무관하게, 학생 수와 학생 소득 분위에 따라 지원받은 국가장학금이 전체 대학 중 최상위권이었음을 알 수 있다.

박근혜 정권기간동안 영남대 구성원들은 끊임없이 박근혜 퇴진을 요구했다. 사진은 2016년 11월 8일 영남대 교수들의 시국선언. 출처: 한겨레

Ⅱ유형 최상위 영남대, 2014년 이후 대학 자체노력도 1~2위

대학 자체노력 결과에 따라 국가장학금을 지급받는 Ⅱ유형에서도 영남대는 두각을 나타냈다. Ⅱ유형 장학금은 대학이 등록금을 인하・동결하거나, 장학금을 확충・유지했을 경우 지원하는 ‘대학 자체노력 연계지원’ 장학금으로 교육부가 매칭 방식으로 지원하면, 대학에서 자체 기준에 따라 8구간 이하 학생에게 지급한다. 2018년 예산은 4800억원으로 전체 국가장학금 예산의 13%다.

대학교육연구소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영남대는 2012년 등록금을 2.5% 인하하고 장학금을 10억원 확충했지만 교육부가 배정한 87억원에 크게 못 미쳐 45억원만 지원받았다. 그러나 2013년에 장학금을 33억원 확충했는 등 자체노력 인정규모가 전국 대학 중 13위였고, 2014년에 42억원을 확충해 자체노력 인정규모가 전국 1위였다. 2015년에도 장학금을 18억원 확충하는 등 자체노력 인정규모 1위였다.

반면 2016~2017년에는 등록금 인하나 장학금 확충이 매우 적었음에도 자체노력 인정규모가 2위였다. 교육부가 자체노력 인정규모 산정 시, 그 해 연도뿐만 아니라, 전년도 유지분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즉, 2013년에 2012년 자체노력 인정규모의 30%를 반영했고, 2014년에 2013년의 60%를 반영했다. 이어 2015~2016년에는 전년도 분의 70%, 2017년에는 2016년 분의 전액을 반영했다. 과거 등록금 인하액이나 장학금 확충액이 누적돼서 매년 반영되었다는 뜻이다. 이렇다보니, 영남대는 매년 장학금 확충액 등이 누적 반영 돼 ‘자체노력 인정규모’에서 좋은 결과를 받았고, 이로 인해 Ⅱ유형 국가장학금도 전국 최상위였다.

 

대학 자체노력 산정 방식, 대구・경북 대학에 유리하게 만들었다?

한겨레는 또한 같은 보도에서 “영남대 뿐만 아니라 계명대 2168억8100만원, 경북대 1999억6000만원, 대구대 1949억2400만원 등 대구경북 지역 대학이 1~4위였다. 박근혜 정부가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지급하면서 영남대 등 대구・경북 지역 대학에 유리한 쪽으로 평가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며 박근혜 정부가 대구ㆍ경북지역 대학에만 특혜를 준 것처럼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개괄적인 대학 자체노력 산정 방식은 박근혜 정부 들어서기 전에 사실상 확정됐다. 교육부는 2012년 11월 8일, ‘2013년 대학 등록금 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했는데, “2012년 총 1조원 규모의 자체노력과 지난 5년간 대학의 등록금 동결・인하로 인한 대학의 재정상 어려움 등을 자체노력 인정방식 마련 시 감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등록금 동결 또는 인하, 장학금 금년(12년) 수준 이상 유지 등의 조건이면, Ⅱ유형을 신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근혜정부 들어서도 앞서 언급한 인정규모 비율만 조정되었을 뿐 크게 달라진 내용은 없었다. 따라서 박근혜정부에서 의도적으로 ‘영남대’를 비롯해 대구・경북 대학에 유리하게 자체노력 산정 방식을 만들었다고 볼 수 없다.

※ 2018년 국가장학금 제도 개괄

①Ⅰ유형 : 기초~소득 3구간 520만원, 4구간 390만원, 5~6구간 368만원, 7구간 120만원, 8구간 67.5만원(2조9416억원, 80%)

② Ⅱ유형 : 자체노력 연계지원 4000억원(등록금을 인하·동결 및 장학금 유지·확충 등)과 지방인재장학금 800억원(비수도권 대학 중 성적우수, 특성화 등)을 대학에 총괄 지원(4800억원, 13%)

③ 다자녀 : 소득 8구간, 다자녀(셋째 이상) 가구 대학생 연간 450만원 지원. 기초~3구간 520만원 지원(2629억원, 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